미래가 온다, 플라스틱 와이즈만 미래과학 11
김성화.권수진 지음, 백두리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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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시리즈가 열 권이 넘어간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동일하다는 것. 보통 이런 시리즈들은 각 분야별로 다른 저자들이 집필하지 않나? 두분 다 과학전공자들이고 오랜 세월 어린이 과학책을 함께 써오셨지만 그래도 이번 작업은 놀랍다. 같은 과학이라도 세부 전공으로 들어가면 영역이 다를텐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연구해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조금만 알아도 쓸 수 있는건 아니니까.

게다가 저자들 특유의 입말체로 어려운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흥미를 유지하며 이끌어가는 방식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점 또한 대단하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저자들 책의 애독자가 되었는데, 아직도 유효한 그 센스가 반갑다. 이 책에는 그림이 있긴 하나 많지는 않고 총천연색도 아닌데, 강조되는 글자디자인만으로도 빨려들어갈 때가 많았다. 서술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 내가 생각하는 이분들 책의 장점이다.

이번 권은 플라스틱을 다룬다.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게 플라스틱 아닐까. 플라스틱의 등장은 화려했다. 아니 지금도, 플라스틱이 고마운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플라스틱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라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소재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뿐만아니라 그 엄청난 수요와 편리함 때문에 무시무시한 양이 생산되고 소비되며 버려진다. 여기서부터 그의 장점은 치명적 단점으로 바뀐다. 썩지 않는 것. 그래서 그 엄청난 생산량은 다 어디에선가 쌓인다. 상당량이 바다로 흘러가 바다 생태계를 망치고 있어 큰 문제다. "그건 거의 불멸의 존재야!"라고 플라스틱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모든 물질은 최소한으로 쪼개지면 다른 물질이 되는데 플라스틱은 영원하다.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있는, 또 내가 매일 섭취하는, 내 주변에 가득한 미세 플라스틱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 온다.

이렇듯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물론 좋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른 책들과의 차별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플라스틱 자체에 대한 정보였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생각보다 너무 안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플라스틱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그 종류와 표기에 대한 정보가 유용했다. 마침 마시고 있던 탄산수의 병을 보았더니 PETE와 HDPE로 되어있었다. 안봤으면 무심코 버렸을텐데, 라벨의 비닐을 따로 떼어냈다. 학급에서 아이들과 한가지씩 가져와서 표기를 살펴보고 분류 실습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플라스틱 분자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분자구조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아주 잘되어있었다. 거대분자(고분자 물질)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여기서 잠깐 오타발견. 60쪽의 본문과 그림에서 사람 이름이 다르게 적혀 있다. 페트병을 만든 사람 와이어스.)

앞이 깜깜한 걱정이 가득찬 중에, 마지막 장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이 나와 가느다란 희망을 가져본다. 어떤 희망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구는 플라스틱에 뒤덮여 멸망하지 않겠는가. 그밖에 여러가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간이 뭘 손대서 지구에 유익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과연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발명이나 발견은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마지막으로 국제 해변 청소의 날에 동참해 보길 제안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해결을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 현실로 다가온 일은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보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뜻이겠다.

이 책은 중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고학년에게 권해도 좋겠다. 쉽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분자 등에 대한 내용은 고학년에게 맞는 내용일 것 같다. 쉽고 흥미있게 서술된 면에서 보면 중학년에게 권할 만도 하다. 4~6학년 대상으로 추천하고, 플라스틱을 주제로 수업하실 선생님께도 내용구성을 위해 읽으시면 좋겠다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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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내 인생 씨앗읽기
이옥선 지음, 김도아 그림 / 바나나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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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내인생 쯤이면 어땠을까 싶다. 한 살이라도 더 올리고 싶어하는 이 마음은 열살짜리들의 인생이라기엔 넘나 힘겨운, 나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고통을 같은 나이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다.

하지만, 닥치면 겪는게 인생이다. 나이와도 상관없다. 이 책의 열 살 주인공은 두 명이다. 입양아인 재혁이와 신장이 망가진 우주. 둘이서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는 형식이다.

재혁이의 인생이 가시밭길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오히려 참 복받은 아이라는 생각이든다. 자신만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부모님에게 입양되었고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으니까. 지금 재혁이가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은 동생이 태어난 것 때문이다. 난임이던 부모님이 드디어 친자식을 낳았다. 재혁이는 불안하다. 사랑을 뺏길 것 같아서. 충분히 이해되는 마음이다. 실제 이런 사례들이 있고 파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재혁이의 불안함은 교실에서 난데없이 소변실수까지 하게 만든다. 친구들의 놀림까지 받게 되니 상황은 최악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 "넌 좋겠다."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오줌을 누는 것이 소원인 우주.

우주의 신장은 고칠 수 없게 망가졌고 그 힘들다는 혈액투석이 일상인 삶이 되어버렸다. 극히 제한된 식단으로 식사를 해야하고 아무거나 먹었다간 바로 퉁퉁 붓고 난리가 난다. 투석실에서 만난 민호 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당뇨 합병증인 케이스라 신장 뿐 아니라 실명의 위험까지 앞에 있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나나 자식이 이런 일을 겪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ㅠㅠ 하지만 이 책의 누구도 징징거리거나 비탄에 빠지지 않는다. 책의 전체 분위기도 그렇게 슬프지 않다. 두 아이는 그냥 그또래 아이들이다.

같은 반인 두 아이는 병원에서 마주쳤다. 재혁이는 엄마 병원에 갔다가, 우주는 투석하러 갔다가. 그러잖아도 교실에서 서로 편들어주는 마음이던 두 아이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재혁이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확인하고 눈물을 쏟는다.
"가슴으로 낳은 거나 정말 그냥 낳은 거나 엄마 아빠 마음은 똑같아."
"정말이지?"
"정말이고말고. 어떻게 다를 수가 있겠어."
입양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는 나는 정말 그게 같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재혁이 열살 인생은 나쁘지 않다. 좋은 부모님을 만났으니까.

문제는 우주. 투석으로 버티는 삶이지만 조금씩 더 시도해보며 기운을 낸다. 재혁이네 집에 놀러도 오고. 우주의 남은 희망은 신장이식. 신장이 두 개 있다는 말을 재혁이는 처음 듣고 "그게 정말이야?" 하며 깜짝 놀란다.
"너한테 내 신장을 줄 수 있을까?"
마지막장의 대화다. 울림이 출렁했다.
"열 살 우리 인생, 힘든 일도 있었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겨우 10년 산 이 아이들의 앞날에 얼마나 고난이 더 많이 남아 있을까. 하지만 작품의 빛깔이 회색이 아닌 것이 난 신기했다. 나보다 더 단단하고 멋진 열 살 인생들. 희망이 꼭 있을거라 믿게 되는 결말.

마지막으로 주요 인물은 아니지만 내내 마음이 쓰였던 민호 형. 여친까지 밀어내고 혼자 견디던 민호 형에게 여친이 다시 찾아온 장면이 있었다. 제발 눈을 잃지 않게 되기를... 실제 인물이라면 기도해 드리고 싶었다. 우리 **살 인생들! 얼마나들 힘든가요. 마음 한자락씩 서로 기대고 버텨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책을 열살(3학년)과 읽기는 좀 빠를 것 같고 4,5학년 정도가 어떨까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독서수준은 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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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만화동화 1
황선미 지음, 박정섭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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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2020년을 어떻게 작품으로 남길까? 궁금했다.
일상의 많은 소재들이 작품이 되는데, 우리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코로나의 1년이 소재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으로 끝나면 좋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앞으로도 더 나올 것 같다는게 슬픈 점이다.ㅠㅠ

처음 발견한 작품은 황선미 작가님의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코로나 시대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익살스런 표지를 봐도 그런 느낌은 없다. 아참, 그림은 <감기 걸린 물고기>를 지으신 박정섭 작가님이 그리셨다. 이 책은 '만화동화'라고 책등에 쓰여있는데 분량 면에서 만화의 비중이 높진 않다. 하지만 느낌을 주는데는 큰 역할을 한다. 난 <숭민이의 일기> 시리즈를 읽어서 이분 그림체에 익숙하다. 만화를 빼도 이야기는 되지만 만화가 있어 더 재밌어지는 책. 그런데 코로나 이야기. 제목은 달고나?!

화자는 1학년 이새봄이다. 1학년에게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나? 첫장면부터 새봄이는 TV 앞에 앉아있다. 물론 교육방송을 보기 위해서지만 아이는 다른 것도 본다. 그때 유명인들이 자녀와 놀아주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거기서 어떤 아빠가 달고나를 만들어준다. 부러운 새봄이.

새봄이 아빠는 여행작가였는데 어디선가 발이 묶여 못들어오고 있다. 엄마 혼자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큰맘먹고 열었던 미술학원은 지금 개점휴업 상태다. 어쩔 수 없이 엄마는 학원에 '급임대'를 써서 붙이고 알바자리를 구한다.

드디어 새봄이가 학교 가는 날! 나도 그날이 생각나 만감이 교차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전날엔 깜깜할 때 퇴근, 당일은 깜깜할 때 출근했는데도 얼마나 불안하던지. 아이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못할까봐,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할까봐, 급식 먹을 때 위험할까봐.... 또 수업은 예전과 같은 활동으로 구성할 수 없었고 아이들 활동을 못시키니 마스크를 쓰고 나혼자 떠들어야 했고, 황사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던 나는 숨이 차서 녹초가 됐고.... 하지만 이 모든 건 교사의 입장이었다. 아이들의 입장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상이 다 떨어져 있어 짝꿍이 없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친구 얼굴을 모르고, 가까이 붙을라치면 큰일난듯 선생님의 목소리가 날아오고...

그와중에도 아이들은 학습꾸러미로 받았던 강낭콩의 싹을 틔웠고, 투명한 가림막이 쳐진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으며 비로소 친구의 얼굴이 저렇구나 알게됐다. 그리고 중요한 인물, 새봄이 반엔 웬 할머니가 계셨다. 문맹이신 만학도 장갑분 할머니. 할머니는 1학년 동급생(?)들에게 공기 시범도 보여주시고 '꿈' 이야기도 해주신다. 할머니의 꿈은 뭘까?

엄마는 달고나를 만들어 까페 알바 면접을 통과해 취직하게 됐다. 그리고 '급임대' 글자를 써놓은 미술학원 유리창에 좀더 다양한 걸 붙이기 시작했다. 그림과 함께 "모두 안녕하셔야 합니다!"와 같은 글귀들. 거기다 새봄이가 그린 그림들까지. 엄마는 그림에 대한 갈증을 이 유리창에 풀었던 걸까. 화려한 전시회도 아니지만 대중들과 소통한 그림. 그림 앞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찡하구먼!"
중얼거리며 돌아서는 아저씨. 엄마의 그림엔
- 친구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 달고나처럼 달달하기
- 그리고 조금만 부서지기
같은 글귀가 쓰여있었고,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고 어떤 이들은 답문이라 할수있는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갔다. 사람들은 그렇게 기대며 견디고 있었다. 물론 거리두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기대진 못하지만...

가장 쓰고 힘든 현실과 최강의 달달함 달고나의 대비는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작가가 보여주는 희망이라고 할까. 2021의 교실에서 우린 어떤 '달고나'를 만들 수 있을까.

까막눈 할머니가 엄마 까페의 사장님이었다는 반전은 예상된 반전이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반전이기도 하다. 그정도면 글은 배우지 않으셨을까 싶은데....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할머니와 함께 마시는 달고나우유, 그리고 아직도 남은 할머니의 꿈을 바라보며 만날 늙었다고 한탄하는 나도 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내년에 죽는다 해도 올해 꿈을 만들 순 있는 거야.
2021에는 교실다운 교실을 만들어보고 싶어.
마스크 안쓰고 마음껏 살아보고 싶어.
함께 견디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달고나는 나눠먹어야 제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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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살아났다! 고래동화마을 7
윤일호 지음, 정진희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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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느끼며 읽기에는 직업상 힘들었다. 아마 한발 떨어진 직업군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으실 것이다. 동일직업이다보니 나를 대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하나하나가 다 내게는 힘들었다. 요즘 선생노릇이 쉬운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익숙한 지역을 돌며 근무해온 나같은 경우는 그중 평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곳이 새로운 저런 곳은 내게는 사직하고 새 직장에 취직하는 것과 같을 것 같았다. 책중 선생님들(아니 모델이 되신 실존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분들이 실패하거나 악재를 겪었거나 했냐면 그건 아니다. 잘해내셨다. 그런데도 나는 엄두가 안나는 이 소심함.^^;;; 같은 교사라도 그릇이 다 다른 거니까.

이 책의 주인공 킹콩 선생님은 작가 본인이신 것 같고, 약간의 허구가 추가되었다 해도 거의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들인 것 같다. 영화로 치면 다큐멘터리 영화 느낌?

킹콩 선생님은 생활한복을 입고,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뺀 별명 '킹콩'으로 불리며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것부터가 나랑 정말 다른 스타일이다. 복장이야 뭐 난 생활한복은 안입어봤어도 대략 편하게 입는 편이니 큰 차이가 없다 해도, 난 아이들이 "쌤"이라고 부르는 것도 속으로는 좀 싫거든 솔직히.... (못하게는 안함. 그래도 쫌 싫어.ㅋ)

킹콩은 읍내의 비교적 규모가 있는 학교에 발령을 받았지만 늘 작은 학교 살리기에 마음이 가 있다. 마침 폐교 직전의 행복학교 교장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결심을 굳힌 후 함께 할 교사들을 물색하며 열심히 준비한다. 본교 아이들 중 몇몇에게 전학을 제안하기도 했다가 학생 빼내간다고 욕도 먹고.... 이런 마음고생을 포함한 고생이 내게는 참 아득한 일이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라는 말로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가치있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사회는 한꺼번에 망하지 않고 지탱된다.

내가 망설임 없이 '가치있는 일'이라 단정한 것은, 마을에 학교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연관되는 온갖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구체적으로 논할 주제는 못되지만, 그래도 최후의 보루처럼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곳이 바로 학교라고 생각한다. 끝내 학교를 살려내고, 그로 인해 마을도 다시 살아난 사례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기까지 고생한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학교를 여는 것 못지않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습도 나로선 할 수 없는게 많았다. 일단은 농사.... (난 화분 하나도 잘 못 키움ㅠ) 그 외 교실을 벗어난 큰 행사들... 몸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그 학교에 갔으면 민폐만 끼쳤을거 같은...;;;; 악천후에도 진행한 야외활동 등은 안전 노이로제에 걸린 교사들이라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로 인한 민원을 살짝이라도 겪어 봤다면....ㅠ

힘든 고개를 함께 넘어가다보면 전우애가 생긴다. 행복학교 선생님들의 협력과 팀웍은 아름다웠다. 나도 한때는 팀웍만 된다면 밤늦게까지 일하는 거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말 취소...ㅠ 이 선생님들은 치열한 회의로, 수업준비로, 학부모 다모임 등등 행사로 수시로 깜깜한 밤까지 학교를 지켰다. 학교를 지켜낸다는 건, 그렇게 누군가의 수고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건, 그렇게 애써서 지켜온 학교의 학생들이 말썽을 부리는 거였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었을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학교설명회 등 적극적인 유치로 학생들을 모았으니 그중에는 일반학교에서 적응이 어려웠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말썽은 당연히 거쳐갈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봐야 보람이 있었을 것인데... 그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일단 교감선생님께서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경각심을 주신 점. 나는 여기에 많이 공감한다. 아이들의 비행을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하거나 방임하면 안된다. 또 교사들이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하신 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수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점. 이 마지막에 대한 믿음이 내게 가장 부족한 점이다.

때가 되어 원년의 선생님들은 떠나고 킹콩도 떠나게 된다. 이후에도 이 학교는 잘 운영되고 있겠지? 초기의 헌신자들이 떠나도 잘 돌아가는 학교가 되어야 비로소 정착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란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직업의식과 책임감만 가지고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시골 작은 학교. 결코 낭만이 아닌 업무폭탄의 현실. 소규모학교들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이 책처럼 '행복학교'가 될 수 있게 모두가 지혜를 모아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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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형태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88
오나리 유코 지음, 허은 옮김 / 봄봄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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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에서 예전과 달라진 점 중의 하나는 '말의 힘'이라든지 '말의 영향'등의 주제를 통해 '말하는 태도'를 따로 다루는 단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옛날에야 언어폭력이란 말도 거의 쓰지 않았고 언어 태도를 국어수업에서 따로 다룰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저학년부터 <고운 말을 해요>, <다른 사람을 생각해요>등의 제목으로 언어예절을 다루는 단원이 있다. 필요성이 부각되었기에 더 강조된 단원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감수성은 민감해진 데 비해 언어의 폭력성은 전혀 줄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말로 인한 상처와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몇권의 책을 챙겨둔 게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이라든가 <말풍선 왕국에 놀러 와>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같은 책들이다. 오늘 하나를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주제로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고 감각적인 책이어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유아, 어린이가 읽을 책인데 제목을 『말의 형태』라고 한 것이 적절할까 생각했다. ‘형태’라는 말이 너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져서다. ‘모양’ 정도로 하면 그래도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지만 번역가나 편집인들이 내가 한 고민을 안했을 리는 없으니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형태와 무형태를 대조해보기 위함인가? 어쨌든 읽어줄 때 “형태가 뭐예요?” 하면 “응, 모양이랑 같은 말이야.”라고 답해주면 될 것 같다.

작가는 상상한다. 말에 형태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만약
말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어지는 상상은 참 감각적이었다. 그 장면이 연상되기도, 촉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혹시,
아름다운 말은 꽃이 아닐까.
형형색색 꽃잎이 되어
입술에서 팔랑팔랑 떨어져 내릴 거야.”
이와 같이 문장 자체도 감각적인데, 물을 많이 써서 번짐효과를 사용한 수채화 또한 느낌이 뚝뚝 떨어졌다.

가장 느낌이 강렬한 상상은 이런 것이다.
“누군가를 상처 주는 말이
못처럼 생겼다면 어떨까.
말할 때마다 뾰족한 못이
입에서 나가 상대방에게 꽂히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그렇다. 정말 저렇다면 우리가 하는 말은 달라질 수 있겠지.

그 외에도 작가가 만든 ‘형태’는 정말 그 말의 내용과 잘 어울려서,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감상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아이들에게서 많은 생각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말들이 형태를 갖고 있다면, 그건 어떤 모양일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 책처럼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겠다. 합해서 우리반만의 <말의 형태> 책을 만들 수도 있겠다. 아마도 저학년일수록 기발한 발상이 많이 들어가 있을 거라 예상한다.

그려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 말에 이 그림을 그렸어?" 하고 물어본다면 아이들의 경험, 그로인해 형성된 생각들까지도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공감하고 남의 생각을 통해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이런 질문도 나온다.
"말이 보이지 않아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말이 눈에 보여서
기쁜 점은 무엇일까."
말의 모습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어떤 것을 고르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보이지 않는 걸 고르겠다.
당연히........?
내 말이 갖고 있는 모양, 말 너머에 존재하는 그 실체. 그건 꺼내놓기 어려울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좋은 모양일 때도 없는 건 아니겠지만.

단순히 '고운 말을 써요' '배려하며 말해요'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상상과 감각을 동원하여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공부가 훨씬 예술적이고 오래 남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소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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