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하다』라는 전작이 있는데 그건 읽어보지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아마도 시리즈로 나올 모양인가? 그래도 될 정도로 하다의 캐릭터는 꽤 매력이 있었다. 아주 과장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런 점은 마음에 든다. 평범하고 친근한 캐릭터.『아홉 살 하다』에선 2학년 초반부의 일들이 나오는 것 같고, 이 책은 2학기가 되어서부터 학년이 끝날 때까지의 이야기 세 편이 담겼다. 표제작인 「하다와 황천행 돈까스」는 매운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다. 급식에서 매운 오징어볶음도 잘 먹는 하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캡하다’라는 별명도 생겼다. 매운 반찬을 대신 먹어주는 하다에게 친구들은 아낌없는 감탄을 보내주는데... 어느날 학교 근처 분식집에 ‘황천행 돈까스’라는 메뉴가 생겼다.제목에서 느끼듯이 너무너무너무나 매운 돈까스다. 사장님이 악취미인가? 이걸 다 먹는 사람은 그날 시킨 메뉴가 모두 공짜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의 압력과 응원이 시작된다. 하다는 솔직히 가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 보지만.... 결국은 약속을 해버린다. 하다는 결국 황천행 돈까스를 다 먹었을까?ㅎㅎ이런 식의 사소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책이지만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힘과 재미가 있다. 두 번째 작품 「하다와 줄넘기」에서는 하다가 줄넘기를 못한다는 설정으로 나온다. 반에서 제일 못한다. 이걸 보면 공감하는 아이들이 반에 두세명씩은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 하다네 학교에서는 줄넘기 인증서라는 걸 준다. 1학년 때 반에서는 하다 포함 3명이 그걸 못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하다 혼자만 못 받게 생겼다. 안되겠다 싶은 하다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앞의 이야기에도 나왔던 재천이랑 예원이가 하다를 돕기로 한다. 못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는 숨쉬듯이 되는 일을 못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건 셋은 이리저리 방법을 바꿔가며 함께 연습한다. 아직도 잘되지는 않는다. ‘남은 2학기가 아주 바쁘겠어.’ 라고 하다는 생각한다. 인증서를 못받아도 괜찮다는 생각과 줄넘기가 재밌다는 생각, 이 모순된 생각이 함께 드는 결말은 아주 건강하다. 나는 인증서 그런 걸 주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만약 학교 차원에서 그런 걸 운영한다고 하면 그냥 맞춰서 따를 것이다. 학교가 그런 걸 하든 말든, 아이들은 하다처럼 건강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도록 도전을 받고, 안된다고 너무 좌절하진 말고.... 무엇보다 친구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조력하는 친구들의 존재가 가장 귀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마지막 세 번째 「하다와 미술실 괴물」에선 이제 학년말이 되어있다. 하다는 집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서 반 친구들의 독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재천이, 예원이와 함께 남아서 게시판에 사진들을 붙이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세 친구만 사진을 안 찍었다. 마침 필름도 딱 세 장 남아있다. 그런데 서로 찍겠다고 티격태격하다 필름 한 장을 쓸데없이 날리는 바람에 셋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찍기로 한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찾아간 미술실. 거기는 귀신이 나온다는 괴담이 있는 장소.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나와 아이들은 꺄약 하고 놀라지만.... 할머니가 셋의 사진을 찍어주셨고 남은 한 장의 필름으로 아이들은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서 드린다. 그 할머니의 정체는 과연?^^ 독자 아이들이 성장하듯이 책 속의 아이들도 성장하고 있다. 2학년 1학기를 거쳐 2학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러면 다음 책은 3학년 1학기? 그것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좋아하는 책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 그러면 작가가 부지런히 작품을 쓰셔야 할 것 같은데? 학기당 한 권씩 책이 나오려면 말이다.^^
차례를 펼치면 각 장의 제목이 D-day로만 되어있다. 그날은 목화 아파트를 폭파하는 날이다. 목화 아파트는 아주 오래되었다. 재건축은 대다수 주민들이 바라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던 고양이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가난한 주민들에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다.D-180일로 시작된 장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D-1일에서 끝맺는다. 사람들은 어디로든 살 곳을 구해 여기를 떠난다. 먼저 재건축된 스카이 아파트라는 고층아파트로 가기도 하고, 길 건너 먹자골목(빌라촌) 쪽으로 터전을 옮기기도 하고 아예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D-90일 정도 쯤, 목화아파트엔 고양이들만 남게 되었다.화자가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두 화자는 난희라는 소녀와 조이라는 고양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도 확인할 수 있지만 같은 것을 보는 다른 시선도 알 수 있고 사람은 참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구나 라는 것도 느껴져 웃음도 난다. 목화 아파트는 고만고만한 형편의 사람들이 주로 살았고 그들은 길고양이들을 모질게 대하지 않고 적당히 어울려 살았다. 고양이들에겐 풍족하진 않더라도 느긋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이사를 갔지만 고양이들은?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사는 곳을 잘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재건축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하는 경우, 밥그릇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이동을 독려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터널이나 임시 쉼터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나도 알게 된 사실이다. 빌라촌으로 이사간 난희는 학교가 끝나면 목화 아파트에 들른다. 사랑하는 고양이 조이를 챙겨주고 싶어서다. 거기서 만난 교회선생님 지원 씨는 ‘고양이 이사 보내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사람이다. 애정과 실천력을 함께 가진 사람. 이 일에 난희도 큰 힘이 되어준다. 난희처럼 그곳과 고양이들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무니까.이곳저곳으로 이사간 주민들처럼 고양이들의 이후 거취도 제각각이다. 가정으로 입양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길고양이의 삶을 이어가기도 하고. 난희의 고양이 조이는 어떨까? 난희는 조이를 입양하고 싶어하지만 셋방살이 하는 처지라 어렵다. 무엇보다도 조이가 집고양이가 되길 원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것이 이 둘의 운명이다. 이 둘은 계속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어디에서 어떻게? 고양이를 다룬 작품들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집도 많이 늘었고 집사들끼리 만나면 고양이 이야기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왜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늘어났을까? 확실히 고양이는 매력적인 동물이긴 하다. 현대인들의 성향과도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왜 고양이한테만 그렇게 관심이 많아?” 할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매력적인 고양이를 넘어서서 전체적으로 동물복지를 보는 눈을 가질 때가 된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그래도 어쨌든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건 사실이다.ㅎㅎ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배려도 아직 충분한 것은 아니고. 그 배려가 동물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을 고민하는 행동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수없이 많은 동화가 쏟아져 나온다. 예전보다 더 많이 읽는것 같은데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는 건 별로 없다. 무빙워크처럼 떠밀려가기 때문이다. 다음책에 밀려 잊혀지는 책의 운명.... 이 책은 오랜만에 마음에 철컥 달라붙었다. 그건 내 안의 어린이가 느낀 게 아니고 그냥 늙은 내가 느낀 거였다. 그러니 어린이들이 어떻게 읽을 거라는 건 장담을 못하겠다. 슈퍼히어로 타령을 하는 남자아이가 등장하는데선 전혀 호감을 못 느꼈고 시덥잖다는 느낌이었다. 주인공한테 관심이 가지 않는 이야기라니?ㅎㅎ 하지만 아이의 사연을 듣자 갑자기 미안해졌다. 공사중 현장 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아무도 아빨 지켜주지 못했다. 그때 슈퍼히어로가 있었더라면....ㅠㅠ 작은 체구에 가무잡잡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아버지의 얼굴은 고된 노동의 표상이다. 아빠의 죽음 앞에서 절규하던 할아버지는 마음을 다잡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남겨둔 혈육, 손자 선우를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타령에 시큰둥한 건 나뿐만이 아니고 책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반 친구들은 그건 유치원때나 하던 소리라고 비웃고 선생님도 웃어넘긴다. 오직 친구 윤수만 진지하게 받아준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인데 가정의 모습도 아이의 심성도 참 따뜻하다. 할아버지도 만날 "인자 그런 짓 고만 좀 혀라. 슈퍼 뭣인가 말여." 라고 하신다. 더구나 아껴야 할 살림에서 관련 상품들을 사달라고 할 땐 더욱.... 하지만 손자가 안쓰러운 할아버지는 결국 사주시고 만다. 윤수네 진돗개가 낳은 강아지를 데려올 때도 돈 많이 들어 안된다고 하셨지만 결국 허락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에게 아들과 그 아들 선우는 너무나 아픈 손가락이다. 선우 잘 키우려고 그리 좋아하던 술담배도 단번에 끊었다. 어느날 밤 죽은 아들 사진과 대화하며 가슴을 치고 우는 할아버지 모습에 가슴이 콱 막히듯 아프다. 선우가 슈퍼히어로 타령을 하며 망토니 망치니 사모으고 흉내낼 때는 차라리 좋았다. 이런거 다 필요없다고 몸부림치며 울 때가 오고야 만다. 겪어야 하지만 너무나 아픈 순간. 할아버지와 손자가 끌어안고 함께 우는 순간. 나는 신파는 딱 질색인데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제 슈퍼히어로를 졸업한 선우. 그제서야 슈퍼히어로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 철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세상에 슈퍼히어로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나 슈퍼히어로일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제목이 그렇듯이 말이다. 선우 할아버지 모습에서 우리 애들 할아버지 모습이 겹쳐 보일때가 있었다. 우리 아버님은 자식 잃은 아픔은 없으시지만. 개집도 뚝딱 만드시고 잘 나는 방패연도 만들어주실 정도로 손재주가 좋으신 점. 체구는 왜소해도 강단있고 일을 잘하시는 점. 세상에 손자보다 귀한 게 없으신 점.... 옛날부터 우리집엔 할아버지 없으면 되는 일이 없었다.ㅎㅎ 집안의 슈퍼히어로라 하겠다. 그럼 나도.....? 아 글쎄.... 누구나 될 수 있다지만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서..... 아무래도 필수 조건은 있는 거라서..... 난 아무래도 그게 없는 거 같아서.... 궁금하신 분은 책을.......^^
책을 받아보고 얇은 두께에 ‘저학년용인가?’ 했는데 펼쳐보니 글자 크기가 작은 편이었다. 읽어보니 중학년용으로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고학년이 읽지 말란 법은 없다. 어른인 나도 재미나게 읽었으니까. 아동 급식카드가 소재로 등장한 책은 두 번째 읽는다. 첫 번째는 윤숙희 작가님의 <꼬르륵 식당>이었다. 그 책에선 세 주인공 중 한 명이 이 급식카드를 갖고 있었다. 사용할 때마다 누가 볼까 싶어 눈치를 본다. 이 책의 서진이는 좀 다른 캐릭터다. 순수하고 해맑다. (흔히 비꼬아서 사용하는 ‘뇌가 청순하다’... 류의 뜻이 아니고 좋은 뜻이다.) 그렇다고 눈치없고 염치없어 민폐를 끼치는 유형도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창조하셨지? 이것도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두 번째 인물, 서진이의 베프 유림이도 이쁘다. 서진이에게 먹을 것을 잘 사주고 용돈이 들어있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걸 보면 서진이와 집안 형편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 경우 양쪽 아이들이 극단적인 캐럭터로 설정되어 갈등을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점이 너무 맘에 들었다. ‘갈등 없이 기승전결이 되겠나?’ 그런 염려는 뚝!!^^ 세 번째 인물, 김소리는 셋 중 가장 어른스럽다고 보겠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세상 쓴맛을 좀 안다고 할까. 소리도 급식카드를 갖고 있다. 서진이는 이제 막 받은 초짜고 소리는 오래된 경력자다. 아주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서진이에게 참고가 된다. 다만 눈치를 보는 면은 좀 있다. 편의점에서 산 것을 거기서 당당히 먹지 못하고 공원으로 가져와서 먹을 정도로.... 그 바람에 길고양이에게 참치를 나눠주고 자신의 성을 붙여 김소망이라는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 작가님은 서진이를 통해 도움 받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받기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호구를 뜯어먹는 몰염치한 인간도 많다고는 들었는데, 보통의 심리는 서진이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여기서 떡볶이 먹을 건데, 그럼 너 나 먹는 동안 안 먹고 있을 거야? 떡볶이 먹고 싶다며? 나도 먹고 싶단 말이야. 네가 많이 사줬으니까 나도 사 주고 싶단 말이야.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단 말이야. 친구는 그러는 거거든!” 유림이 엄마는 교양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서진이 앞에서 절대 내색하지 않았고 대신 유림이한테 “서진이 밥 뺏어먹지 말라.”고 혼을 냈다. 하지만 그게 서진이에게는 상처다. 나도 유림이 사주고 싶다고~~ 비록 급식카드지만, 그래도 나눠먹고 싶다고~~~ 솔직히 나라도 유림이 엄마처럼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꽤 교양있다고 안심하며 살았을 테지. 음 하지만 안심하면 안 돼~~ 다 티 난다고~~~ 유림이가 “그럼 이거 우리 엄마한테 비밀이다. 약속.” 하고 귓속말을 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딸기우유 원 플러스 원에 뛸 듯이 기뻐하는 두 아이. 너무 이쁘다. 편의점 원 플러스 원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니까.ㅎㅎㅎ 나는 뻔뻔하고 못된 아이도 싫지만 너무 눈치보는 아이도 보기 딱하다. 윤가은 감독 작품 <우리들>에서의 선이처럼. 물론 선이는 착한 아이다. 하지만 별로 친구가 되고 싶진 않다 솔직히.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친구를 사귀라면 난 서진이! 우리 아이들이 상황에 따라 도움을 받을 줄도 도와줄 줄도 고마워할 줄도 당당할 줄도 아는 아이들이었음 좋겠다. 쓰고나니 내 리뷰가 작품을 너무 평면적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 이게 다가 아니에요. 읽어야만 알 수 있는 밀착취재 생활 다큐 같은 느낌의 동화. '설정'은 다큐보다도 훨씬 적어요. 거기다 심리묘사는 보너스죠. 감정 낱말을 직접 사용하지 않은 심리묘사가 오히려 더 생생합니당. 잘 쓰는 작가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시는 거지. 너무 노력하는 사회인 것 같아. 좀 안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 덕에 오늘도 재미난 동화 한 권을 읽고 학급문고에 추천책이 한 권 더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