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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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환상적이지만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운 판타지다. 비슷한 작품을 기억해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했다. 음울한 걸 싫어하는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할 수 있었다.

 

6편의 단편이 모인 단편집이다. 첫 번째 작품 온쪽이는 내가 읽기에도 아주 좋았다. 표제작이 되었어도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옛이야기에서 반쪽이가 겪던 혐오와 차별, 소외를 여기서는 온쪽이가 겪는다. 여긴 반쪽이가 다수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왼쪽사람, 오른쪽사람으로 분류될 뿐 온쪽이는 돌연변이다. 그래서 수오는 은연중에 수술을 강요받는다. 오른쪽을 남길 것인가, 왼쪽을 남길 것인가.... 부모와 의사는 이것을 고민한다. 좌우대칭 인간은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선 왼쪽인간 아니면 오른쪽 인간만이 정상이다. 수술 들어가기 전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이 정상으로 만들어 줄게.”

마취 직전, 수오는 마치 악몽에서 깨어나듯 이 상황에서 탈출한다. 수오는 자신을 지켰다. 그 댓가는 계속되는 혐오와 소외일 것이다. 하지만 수오는 마음을 굳힌 것 같다. 괜찮다. 수오는 단단해졌으니까.

온쪽이가 비정상인 사회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만 차별의 속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설정이 아닌가 싶다. 그냥 이미지처럼 단숨에 다가와 박힌다. 그게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두 번째 작품, 표제작인 나무가 된 아이는 배경이 학교와 교실이라서 읽기 더 괴로웠다. 어떤 아이들은 변신을 하게 되었다. 무당벌레로, 청설모로. 필순이는 나무가 됐다. 준서한테 괴롭힘 당하던 어느날, 교실 바닥에 깊이 뿌리박은 나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사실은 아이들만 알 뿐, 어른들은 모른다. 담임선생님까지도.... 교실에 가득한 갈등과 아픔과 긴장을 교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 할 일만 한다. 이게 많은 교실의 모습이라고 작가는 생각하신 걸까... 슬프다. 하지만 100% 부정하진 못하기에 더 슬프다. 내가 손을 뻗었어야 하는 아이는 더 있었겠지.

나무에게까지 패악을 떠는 준서의 모습, 그짓을 따라하는 동조자 아이들, 아무 말도 못하는 방관자 아이들.... 폭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도 아무말 하지 못했지만 수업이 끝나고 말없이 물 한 양동이를 필순이의 뿌리에 부어 주었다. 필순이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고마워.”

작가가 형상화한 이미지는 황수빈 님의 그림과 만나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뇌 엄마를 보고 얼마 전 읽었던 마지막 레벨 업이라는 장편동화가 떠올랐다. 육신이 부서진 사람의 뇌를 살려놓고 존재를 이어간다는 설정이 유사했다. 둘 다 많이 슬프다. 사후 세상을 알 수 없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하는 몸부림은 어디까지가 의미있는 것일까? 함께 있고 싶고, 보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 존재의 소멸이란 무엇이며 가시적인 존재의 소멸은 반드시 불행한 것일까? 우리는 알 수 없다.

죽을 만큼 어려운 일이겠지만 언젠가 엄마를 보내 줄 거야. 엄마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하늘 높이 날아가 바람의 냄새를 맡고 구름의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작가는 SF와 호러 장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표현방식이 늘 이렇게 슬픈 것은 아니겠지?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착한 마녀의 딸은 화가 날 만큼 비참한 작품이었다. 아니 이괴모야..... 세상은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더 참혹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동화가 이렇게 비참할 수가....ㅠㅠ 아이들도 잔인하다는 점은 현실에서도 자주 그렇다. 하지만 타고난 악인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어리석은 마녀사냥에 휩쓸리지 않을 판단력이 있거나 주변에 그것을 깨우쳐 줄 사람이 있으면 되는데... 하지만 살면서 마녀사냥에 한번도 동참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 얼마나 될까. 이 작품의 마지막 이미지 역시 강렬하고 섬뜩했다. 강한 인상만큼 우리를 일깨워줄 작품이라면 좋겠지.

 

구멍난 아빠가 보여주는 이미지도 군더더기없이 간결하면서도 강하다. 아빠에게 난 구멍, 나날이 커지는 그 구멍, 그 구멍을 통해서 보이는 욕실의 타일무늬가 선명하면서 슬프다.

 

웃는 가면착한 마녀의 딸만큼 파괴적이진 않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무시무시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미소. 우리 안에 있는 관계와 인정의 욕구는 그 미소가 나를 향하길 고대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지켰던 건 객관적 눈으로 봤을 때 매우 특이한 미유 한 명 뿐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미유가 될 수는 없고 그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럼 어떻게 아이들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

 

전체적으로 모든 작품들에 서늘하고 섬뜩한 느낌이 배어있다. 느낌만으로 판단한다면 난 이 책을 그냥 한번 읽어본 것으로 만족할 것 같고 누구에게 권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엔 꽤 아쉽기도 하다. 고통을 직면하기 싫어하는 게 나의 성향이지만, 백신을 맞고 좀 앓아야 면역이 생기듯이... 그런 면에서 이중에 한두 작품은 아이들과 읽어봐도 좋을 것 같고, 나머지 작품들은 선생님들과 읽어보고 싶다. 다른 분들의 느낌이 아주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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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3 - 태권도의 고수가 되어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3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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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든 태권도장에 갖춰놓아야할 것 같다. 전국의 태권도장에서 한권씩만 구입하셔도 엄청나게 팔리겠다.ㅋㅋ 내가 사범님이라면 입단 선물로 이 책을 줄 것 같다.^^;;;

팔리는 걸 내가 왜 걱정하냐? 이미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장바구니에 담을때 높은 판매지수를 확인했는데 다른 책과 같이 구매버튼을 눌렀더니 이 책만 나중에 온다는 거다. 예약판매인데도 그렇게 판매지수가 높았던 거다! 깜냥 1권을 읽고 재밌다고 리뷰를 쓸 때만 해도 인기예감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쨌든 매력만점 깜냥이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니 좋긴 하다.^^

1권에서 경비실에, 2권에서 피자집에 나타나 특유의 츤데레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행복 바이러스를 나눠준 깜냥은 3권에선 태권도장에 나타난다. 길에서 '광고지를 가져오면 선물을 드려요' 전단지를 주웠기 때문이었다.

태권도장을 혼자 운영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젊은 여자 사범님도 참 호감이 가는 캐릭터다. 선물은 원래 도복이었지만 그건 등록하면 주는 선물이고, 그래도 착한 사범님은 하얀색 띠를 하나 깜냥 배에 둘러 주었다. 이제 시작이야! 우린 알잖아. 깜냥에게 공짜는 없다는 거. 깜냥의 커다란 여행가방은 당분간 태권도장에 머무르게 된다. 태권도장에서 깜냥은 또 어떤 '밥값'을 하게 될까?

1,2권에서도 만남의 시작은 어른이었지만 결국 깜냥은 어린이들의 친구였다. 여기서도 깜냥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사범님의 훌륭한 조수이기도 했고. 또.... 갑작스레 벌어진 사건의 해결사이기도 했지.

공부 학원 늘려야 해서 좋아하던 태권도를 그만둬야 했던 나은이에게 깜냥은 가장 큰 선물을 준 친구였다. 마지막 수업 장면을 세심하게 촬영해준 동영상 때문에 부모님이 나은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이 장면에 학부모로서도 교사로서도 공감하고 응원했다. 난 사교육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공교육이 기본교육, 보통교육이라면 자신의 취미와 특기에 맞는 예체능활동은 방과후에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딸 중2때까지 피아노학원에 보냈다. 그때 주변에서 "전공 시키려고 그러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다. 전공은 무슨.... 하지만 그때 배운 특기로 딸은 아직도 예술적 취미를 누릴 수 있으니 난 딸의 삶의 질을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아들도 태권도, 악기 다 시켰다.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부모님께 그건 꼭 부탁드리고 싶다. 그런데 요즘 보면 4학년만 되어도 예체능 학원은 다 끊고 공부학원으로 다 돌린다. 아이들 삶의 질을 깎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은 이 소재를 의도적으로 넣으신건지 우연히 넣게 되신건지 모르지만 내 평소 생각과 맞아서 더 유심히 보게 됐다.

독자들의 수요가 있고 작가님의 창작의 샘이 솟아나는 한 우리는 깜냥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는 힘이 세고, 따라서 주인공의 영향력도 크다. 깜냥의 인기가 더 높아져 어린이들의 스타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왜냐? 아이들이 깜냥을 모방하고 닮고 싶어했으면 좋겠어서. 그 염치를. 양심을. 밥값정신을. 따뜻한 마음을. 도전정신을. 그리고 다시 또 휙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깜냥이 그렇게 완벽 캐릭터인가요? 노노~ 아닙니다. 도덕 교과서 위인전이라면 인기가 있을 리가 있나요? 적당히 허당이고 속보이고 철없고 가끔 살짝 얄밉기도 한 캐릭터. 확실한 건 정이 간다는 거예요. 귀엽고.ㅎㅎ

3권 판매가 막 개시되었는데, 다음 깜냥의 무대는 어디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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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021-06-1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깜냥에 매력에 빠지셨군요. 저도 이제 막 읽기 시작했답니다.^^
당연히 울집 꼬맹이가 먼저 읽었고요.

기진맥진 2021-06-20 10:32   좋아요 0 | URL
네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도 빠져드는 매력이 있나봐요. 책 잘 안읽는 아이들도 조금만 읽어주면 바로 빠져들더라구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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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영화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읽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만 책이 널리 읽히면 많은 이들이 결말을 알게 되니, 스포가 범람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점이 좀 걱정된다. 하지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서 별 걱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정말 결말이 미치도록 궁금한 책이다. 하지만 결말까지 읽고 나면 알게 된다. 결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가 죽였느냐는 작가의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진실은 얼마나 쉽게 그 모습을 바꿔 둔갑하며, 얼마나 쉽게 그 크기가 팽창하며, 얼마나 쉽게 꼬리에 꼬리가 달라붙으며, 원래 단순했던 모습은 간 데가 없고 파악할 수 없는 기괴한 형체로 우리 앞에 서게 되는지. 진실 앞에 선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다. 그 거울 속 모습은 참혹하다.

비록 영화가 나오면 스포가 난무할지라도 이 리뷰에서 스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해 본다. 나는 스포를 개의치 않고 리뷰를 쓰는 스타일인데 왠지 이 책의 결말은 입밖에 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남 생각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서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간 너무 피곤해 불도 못끄고 잠에 빠져들면 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곤 했다. 그럴 때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폰이나 뒤적거리며 잠을 청하곤 했는데, 하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알쓸범잡>을 불러왔다. 깜깜한 새벽, 프로파일러가 말해주는 강력범죄자들의 경악할 이야기들을 들으며 잠을 청하고 있다니 얼마나 우스운 모습인가. 프로파일러는 내게 알려줬다. 악인은 있구나. 어쩔 수 없는 환경이 그를 죄악으로 몰아붙인 게 아니고 그냥 저 자는 악하구나. 저런 자들을 사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그런가하면 악으로 몰아붙여진 이들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뭔가 실수한 점, 미숙한 점, 잘못 판단한 점은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그 점이 발가벗겨지고, 확대되고, 억측이 끼어들고, 변형되어 재생산된다. 결국 엄청난 괴물의 모습으로 내몰려진다. 누구의 문제인가?

이 책에선 두 여고생이 나온다. 그 중의 한 명 서은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나머지 한 명 주연이는 지금 살인 용의자다. 이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면서 1인칭 시점이 섞여있다. 장마다 다른 이들이 인터뷰 형식의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그걸 읽고 있자면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은 단순한가? 그렇다고들 한다. 하지만 진실은 한 면에서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자기 각도에서 본대로 말한 것이 오해였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본 사람을 꼭 비난할 수만도 없다. 다만 자기 시각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이 아쉬울 뿐.

진실을 알기는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무척이나 조심해야 한다. 그 조심의 틈을 타 자신의 악행을 가려버리는 악인이 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참 무섭고 어지럽다는 생각이 요즘은 많이 든다.

나는 대의보다도 눈앞에 닥친 일에 더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라서, 작가의 주제도 주제지만, 이 인물들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서은이, 불쌍해서 어떡해. 서은이 엄마, 이제 어떻게 살어. 주연이, 얘를 어떡하면 좋아. 그리고....ㅠㅠ

가상인물일 뿐인데 이렇게 가슴을 흔드는 작가의 필력은 이제 놀라운 경지에 오르신 것 같다. 가장 처음 읽었던 동화 <악당이 사는 집>도 좋았고 이후 나온 청소년소설도 괜찮았지만 이 책이 가장 속도감있게 한달음에 읽혔다. 물론 힘들게 읽었지만.... 영화로도 잘 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겠다. 진실이란 인간에게 너무나 큰 주제지만 그래도 한번쯤 우리가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게....

충격적인 제목의 이 책은 엽기가 아닌 아픔이 그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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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2 - 조선의 왕을 만나다 쏭내관의 역사 인문학 2
송용진 지음 / 지식프레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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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궁궐에 대한 공부와 지식이 대단한 걸로 알고 있다. 연수도 많고 책도 꽤 있고.... 나는 어쩌다보니 처음 접해봤다. '궁궐'이라는 게 내게는 그리 관심있는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인것 같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에 몇 번 가본 정도? 그것도 궁궐 자체에 관심있었던 것은 아니라서 주요 건물 이름 정도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꼼꼼히 보지 않고 거닐다만 왔었다. 책을 읽어보니 궁궐 구석구석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구나 싶다. 


특히 이 책은 '궁궐'이라는 소재를 넣어서 쓴 '조선왕조사'라 하겠다. 전각별로 사건을 기술한 <궁궐1>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 나는 이 책이 더 끌렸다. 역사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조선왕조사는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걸 궁궐과 어떻게 연결했는지 궁금했다. 


읽다보니 조선왕조사를 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임이 드러남...ㅎㅎ 만화로 된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사 이야기>라는 어린이 역사책을 읽은 정도인데...^^;;;; 그래도 이 책 또한 한 권에 조선시대를 다 넣다보니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왕조사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궁궐 부분은 생소한 내용이 많았다. 어느정도 알고 있는 내용에 잘 모르는 내용이 첨가된 이 정도의 책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지식 플러스 알파. 배움이 일어나기 좋은 조건이다.^^ 


모든 내용을 궁궐에 맞춰 기술한다는 게 너무 끼워맞추기 식인거 아닐까 했는데 그런 느낌 없이 자연스러웠다. 왕과 그 가족이 살았고 정사가 이루어진 곳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당시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 건물들도 꽤 있다는 걸 알게됐다. 그러나 역시 궁궐은 직접 가봐야 맛이겠다. 이 책을 주교재로, 방문할 궁궐에 대한 내용을 잘 체크해 놓은 다음 책을 가지고 찾아가서 확인하며 답사하면 정말 산지식이 될 것 같다. 


왕조사를 기반으로 한 책답게, 각 페이지 옆에 단을 넣어 본문에 기술하는 내용의 해당 실록을 발췌해 넣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전에 조선왕조사를 읽으면서는 대체 '권력'이란 무엇인가 생각했었던 것 같다. 권력을 위한 암투에는 부모자식도 없구나. 부모가 자식을 죽이거나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는 걸 보니. 권력자들과 그 주변인들의 삶이 몹시 불행해 보였다. 그리고 꽤 많은 죽음이 의문사(?독살)이 아님가 하는 암시도 많았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강조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언급은 된다. 소현세자와 경종 등... 그 외에도 '(독살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도로 언급되는 죽음들도 있다. 궁궐에서 제 명대로 살다 간 경우는 특별 케이스였고 대부분 죽고 죽이는 모략과 공포 속에서 살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은 참 무서운 존재고, 그렇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권력이다.(그리고 돈이겠지) 


읽다보면 특별히 드라마틱한 왕들이 더 돋보인다. '드라마틱' 하니까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었을 것이다. 건국에 관련된 태조와 태종이 당연히 그렇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도 그렇다. 그 외에 특별히 마음이 더 가는 왕으로는 인종이 있다. (문정왕후를 다룬 '여인천하'라는 드라마에서 매우 착하게 잘생긴 배우가 연기했던 기억이 남) 다음으로는 정조다. 얼마나 파란만장했을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이산'이란 드라마에서 세자를 낳았으나 세자도 죽고 자신도 죽어간 의빈 성씨 역할로 한지민 씨가 나왔던 것도 읽다보니 기억났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도 이정도니 아마 조선왕조사는 수많은 드라마로 끊임없이 재화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파란만장하다. 인간사가 다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궁궐을 보면서 그 역사의 현장과 인물을 떠올린다. 우리도 그 시각으로 역사를 보면 종이에 박혀있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살아 꿈틀거리는 역사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러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되새기기 좀 더 쉬울 것이다. 저자도 그것을 바라고 이 책을 쓰시지 않았을까. 쓰기 쉽지 않은 책이었을 거라 짐작해본다. 덕분에 궁궐에 가면 볼 것들, 느낄 것들이 더 늘어났다. 근데 언제 가보나.^^;;;; 


(읽다가 오타인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세조편 82쪽에서 "세조는 숙부인 효령대군을 가까이했다. 효령대군은 세종의 둘째 아들로 불교해 심취해...." 라고 되어있다. 세종이 아니라 '태종'의 둘째 아들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확인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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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두 체험 스콜라 어린이문고 35
정연철 지음, 조승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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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
"그래도 가야지 어떡하니.
니가 선생인데."
이런 유머가 한참 돌더니만, 딱 그 유머가 떠오르는 동화가 나왔다.^^

너무나도 흔한 '체인지' 화소를 사용했지만 느낌은 전혀 흔하지 않다. 색다른 인물설정 때문일까.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자주 웃기고 가끔 찡하기도 한다.

체인지된 인물을 볼작시면, 한명은 4학년 박찬두. 제목 속의 그 아이고 또 한명은 찬두의 담임 김웅(별명 웅달샘) 선생님이다. 제목을 해석하자면 웅달샘이 제자인 박찬두가 되어 그의 삶을 체험해보는 이야기다. 왜 제목이 선생님 체험이 아니고 박찬두 체험일까? 바뀐 건 둘다 마찬가진데. 내 생각은 이렇다. 인생의 쓴맛은 나이가 많다고 많이 본 것은 아니다. 나이 들어도 온실 속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있고, 어려도 쓴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 다 본 아이도 있다. 찬두가 여기에 해당된다.

거기에 비해 웅달샘은 아직도 엄마 치마폭에 있다. 공부만 잘했지 자기주도성이라곤 없는 그는 부모님이 좋은 직업이라고 등떠밀어서 교사가 됐다. 하지만 적응이 안되고 힘들어 하루하루가 미칠 노릇이다. 딱 저 위의 유머가 생각나는 상황이다. 이 장면은 정말 웃겼다. 반 아이가 대변실수를 했는데 아이 엄마가 아닌 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엄마, 지금 학교 좀 와 줘. 빨리!"
"무슨 일인데?"
"애가 똥을 쌌어."
"아빠랑 시골에 와 있어. 지금 못 가."
"아 몰라 몰라. 그럼 나더러 어떡하라고?"

이런 그는 학급의 지각생 찬두를 이해하지 못하고 꾸중하지만, 몰래 좋아하는 옆반 미미샘이 특별 부탁한 제자라 함부로 미워하지도 못하는데.... 그러던 중 바로 그 '체인지'가 일어난다. 처음 체인지가 일어나는 장면, 그리고 다시 되돌리는 장면은 아주 만화스럽다. 조승연 그림작가의 그림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장면.

바뀐 그들은 당연히 서로의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어른인 웅달샘이 체험 삶의 현장으로 가야 했고 찬두는 난생 처음 넓고 쾌적한 집, 온갖 투정 다 받아주고 오냐오냐 갖다바치는 부모님, 편안한 침대와 좋은 물건들을 접하게 된다. 웃기면서도 찡한 장면들은 여기서 나온다.

교사이신 작가가 같은 직업인의 캐릭터를 너무 허접하게 잡으신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이 부류에 속한다. 체인지는 쉽게 할 수 있는 상상이지만 난 제자들을 보며 쟤랑 팔자 바뀌었으면 하고 부러워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반대가 더 많았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기막히다고, 정말 깊은 수렁 속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몰랐던 상황도 많았을 것이다.

역지사지라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봐야 이해하는 게 인간의 어리석음인 바, 이제 제자를 이해하게 된 웅달샘은 교사로서 성큼 성장하게 됐을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의 무게가 교사 쪽에 있다니 이 동화는 어른용인가? 아 물론 어른이 봐도 좋지만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좋다. 올해 온작품읽기로 아이들과 교실에서, 줌에서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재밌는 대화 장면을 함께 읽을 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상상해보면 아이들이 깔깔 웃을 것 같다. 왠지모를 으쓱함도?

나도 거의 평생이 걸려서야 중간은 가는 교사가 됐다. (되긴 했나....?) 마마보이 철없는 교사 웅달샘! 선생님은 저보다 훨씬 빨리 되실 겁니다. 애들은 정말 속터져요. 하지만 '어떤 사정'을 이해하고 나면 지도의 길이 더 잘 보이죠. 이해한다고 내 심간이 편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힘들어지죠. 하지만 가야하는 그 길을 위해 오늘도 한걸음을 걸어요. 에이고오~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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