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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반양장) -전16권
박경리 지음 / 솔출판사 / 1993년 6월
평점 :
절판
토 지(土地)
박경리
박경리(朴景利 1926.10.28 ∼ 2008. 5. 5) 본명 박금이. 경남 통영 출생. 진주여고, 수도여자사범대학 졸업. 1955년 ‘현대문학’에 『계산』을 발표하여 작품활동 시작, 이후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수많은 상을 수상하고 사후 훈장이 추서 되었다. 한국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하소설 「토지」는 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하여, 1994년 8월 집필 26년 만에 「토지」전체를 탈고하였다.
대하소설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너무도 유명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하소설로 손꼽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읽게 되었다. 또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하였다.
이작품은 동학혁명, 식민지 시대,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을 바탕으로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 즉 우리 민족의 한 많은 근현대사를 폭넓게 그리고 있다. 당시 사회의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인물들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그리고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을 표현하고자 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는 1897년 한가위부터 시작하며 한꺼번에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타작마당 굿놀이에 함께하는 서금돌이, 목수가 본업인 섬진강 강태공 곰보 홀아비 윤보, 봉기, 최치수와 함께 자란 이용, 용이 친구 영팔이. 그리고 최참판 댁 당주(當主) 최치수, 계집종 귀녀, 사랑 뒤뜰 울타리 건너편의 김서방 내외, 머슴 구천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최치수의 하나뿐인 별당아씨를 닮은 다섯 살 난 딸 서희, 봉순이, 삼수, 돌이, 봉순네, 두만네, 길상이 등.
3년 전 몹시 추운 겨울날 준수한 용모의 스물 한두 살 나이의 젊은이 구천이가 머슴살이를 하겠다며 찾아와 마님 윤씨의 허락을 받고 최참판 댁에 머문다. 그런 구천이 어느 날 밤 별당아씨와 함께 종적을 감춘다. 20여 년 전 치수 나이 12살 때 남편을 여읜 윤씨부인은 천음사에 백일기도를 갔다가 우관 선사의 실제(實弟)인 동학당 두령 김개주에게 겁탈을 당하여 임신을 하고 절에 들어가 해산을 한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뒤 5년전 동학당이 천지를 뒤덮듯이 몰려와 읍내를 휩쓸고 인명을 살상하였을 때 김개주는 최참판댁으로 윤씨부인을 찾아 왔었고 그래서 최참판댁은 아무 피해없이 무사했었다. 그리고 아비를 따라 종군하였던 환이에게 생모를 알려주었던 것 같았다. 그 후 동학란이 비극으로 막을 내리자 환이는 최참판댁 문전을 찾아든 바 구천이 바로 환이었다.
용의 처 강청댁은 질투가 심하고, 그녀의 병적인 적개감 때문에 마을에서도 외톨이가 되었는데 시집 오기 전 월선과 용이의 헤어진 사연을 듣고는 월선은 물론이고 그들이 만날 수 있는 장날까지 매우 싫어했는데 봉순네의 부탁으로 봉순이, 길상이 등 아이들을 오광대놀이 구경을 시키려 읍에 간 용이는 월선을 만나 서로의 한(恨)을 나누고 만다. 잊으려 했던 월선이 10 여 년 만에 마을로 돌아오고 난 뒤 용이는 달라져 월선이는 내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강청댁의 투기는 날로 심해지고 어느날은 한 밤 중에 30리 길 읍내 월선네 주막으로 가서 월선을 쓰러뜨리고 주먹질을 하고 옷을 발기발기 찢고 난리를 친다.
시절은 갑신정변 이후 동학란과 그로 인한 청일전쟁, 민비 살해사건, 친일내각 총리대신 김홍집과 농상공부대신 정병하가 광화문에서 군중과 순검들에 의해 타살되고 탁지부대신 어윤중이 난민에게 살해되는 등 간헐적 변란의 밑바닥은 끊임없는 소요와 불안과 혼돈의 도가니였다.
그 즈음 윤씨부인에게 6년만에 양복에 모자, 구두를 신은 반갑잖은 최치수의 재종형 조준구가 빚에 쫓겨 도망을 와서 최참판댁에 머물게 된다.
강포수에게서 최참판댁 계집종 귀녀의 요망스런 마음을 알아낸 노름꾼 평산은 귀녀를 만나 간악한 음모를 획책한다. 원래 치수는 서울에 반년 정도 머물면서 여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 자손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귀녀는 삼신당에서 ‘최씨 가문의 씨종자 하나’를 소원으로 빌고 그것을 치수와 준구가 엿듣고 어처구니 없어 한다.
치수는 준구를 통해 엽총을 구입하고 강포수는 총에 홀려 최참판댁 행랑에 거처하게 되면서 귀녀를 보게 되어 행복해 한다. 강포수를 데려 간 것을 계기로 평산은 최참판댁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고 귀녀와 함께 최참판댁의 재물을 노려 귀녀가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칠성이를 꼬여 관계를 맺게 한다.
해가 지나 날이 새나 볶아대는 등쌀에 드러누웠다가 드디어 폭발하여 강청댁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걷어차고 집을 나갔던 용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돌이의 등에 업혀 영팔이와 함께 돌아온다. 그 이후 용이는 얼빠진 사람같이 변해간다. 용이의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싸움으로 날을 지새던 강청댁은 실성한 것 같이 되어 이웃들하고 싸우고 헛 소문으로 소동을 피워 동네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치수는 강포수와 함께 별당아씨와 달아난 구천을 잡으러 산으로 들어가 구천을 잡을뻔하였으나 놓지고 산을 내려 간다. 그 동안 강포수는 귀녀와 관계를 맺고 치수는 수동이를 데리고 강포수와 다시 산으로 향한다. 구천의 행방을 탐문하고 추적하던 중 강포수의 오발로 수동이 총에 맞는 바람에 그들은 마을로 돌아온다. 수동은 목숨은 건졌으나 병신이 될 거라하고 강포수는 낙심하여 최참판댁을 떠난다.
임신을 한 귀녀는 치수가 강포수에게 그녀를 주겠다고 하자 드디어 평산을 불러 치수를 죽이고 만다. 치수는 삼끈으로 교살되었다.
장례를 치른 윤씨부인은 삼줄을 단서로 귀녀를 추달하여 칠성이, 평산이와 함께 음모를 꾸민 것을 알아내고 그들은 관가로 끌려간다. 이 소식을 들은 평산의 처 함안댁은 목을 매 자살하고 거복이와 한복이는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평산과 칠성이는 처형되고 귀녀는 해산까지 형의 집행이 연기된다. 임이네도 마을을 떠나고 강포수는 귀녀의 옥 뒷바라지를 위해 돌아와 그녀가 낳은 핏덩이를 안고 사라진다.
치수의 3년 상도 끝났지만 윤씨부인과 집안 하인들이 달가와하지 않는 조준구는 아직도 사랑에 죽치고 있었고 다리병신이 된 삼수가 특히 그를 미워했다. 마을 사람들도 차츰 그를 싫어하게 되었다.
거지꼴이 되어 마을로 돌아온 임이네를 마음씨 좋은 용이는 강청댁 몰래 조금씩 도움을 준다. 윤씨부인도 그들을 보고 묵인하였지만 마을 사람들은 호의적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임이네는 용이의 아이를 가진다.
삼월이를 범한 조준구는 윤씨부인에게 쫓겨 서울로 떠나지만 다시 그의 부인 홍씨와 곱추 아들 병수를 데리고 나타나 불만 속에 사랑에 있다가 뒤채로 옮겨진다.
아울러 윤씨는 조준구의 처가 안채 출입을 삼가도록 엄하게 일러둔다.
마을에 호열자가 퍼져 용이의 처 강청댁이 죽고, 최참판댁의 기둥같은 마름 김서방도 죽었다. 뒤이어 돌이와 봉순네가 동시에 발병하여 죽었다. 다음은 윤씨부인이 죽었다. 그리고 서희와 길상이도 발병하였다. 다행이 길상은 서희를 구하고 살아 남는다. 최참판댁을 덥친 슬픔과 죽음의 공포 속에도 준구네 가족은 방문을 걸어 닫고 꼼짝하지 않는다. 그런 중에도 임이네는 용이의 아이 홍이를 낳는다.
윤씨부인이 별세한 뒤 안채로 옮겨 온 홍씨는 고방 열쇠와 윤씨부인의 패물을 차지하고 여주인 행세를 하며 서희를 우습게 여기고 아들 병수와 혼인을 시켜 재산을 탈취하려고 한다. 더욱이 최참판댁을 비웃기까지 하면서 그댁 사람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간다.
1903년의 보리 흉작 때에는 숱한 사람들이 아사하자 조준구는 마을에 기민미를 적당히 풀어 장래의 포석을 깔고 있었다. 그런데 삼수의 공평하지 못한 식량 배분을 서희가 알고 고방문을 부수고 기민미를 배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로 서희네들이 맞서기는 하지만 조준구들의 악행은 멈출 줄 모른다.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고 김훈장은 저항 운동을 위해 마을을 떠난다. 간도에 갔던 월선이 돌아오고 환이를 따라 나섰던 별당아씨는 죽었다. 서희도 변했다. 의심 많고 교만했지만 명석하고 냉정했다.
마을의 살림은 전보다 점점 더 어려워 허덕이게 되었다. 조준구는 부치던 땅도 빼앗고 과도한 수곡을 강요하고 최참판댁의 기둥이었던 김서방의 댁네도 빈 몸으로 쫓아내었다. 마을 사람들은 동요하고 드디어, 윤보를 앞세운 동네 장정들이 조준구가 있는 최참판댁으로 몰려가 지서방을 죽인 다음 하인들과 계집종을 모조리 가두고는 온갖 재물과 패물 및 돈을 닥치는대로 실어 내었다. 사당 마룻장 밑에 숨은 조준구 내외는 삼수에게 한몫 주기로 약속하고 목숨을 구한다. 동이 틀 무렵 그들은 마을을 떠난다. 그 뒤를 저항운동을 위해 떠났다던 김훈장이 따랐다.
그들이 떠나고 홍씨는 서희에게 화풀이를 한다. 일본 헌병들이 달려오고 간악한 배신자 삼수가 조준구의 배신으로 총살당한다. 죄없는 한조도 잡혀가서 총살을 당한다. 그리하여 마을은 쫓겨난 사람, 도망간 사람들,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로 빈집이 많아졌다. 임이네는 아이들을 데리고 월선이에게 옮겨갔다.
어느날 밤 그날 마을을 떠나 의병에 참여했던 그들은 윤보가 죽고 의병들이 뿔뿔히 흩어지면서 마을로 몰래 돌아와서 서희와 함께 간도로 향한다. 그러나 같이 떠나기로 떠나기로 했던 봉순은 종적을 감춘다.
1911년 5월 간도 용정촌(龍井村) 대화재(大火災 )는 시가의 건물 절반 이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용정촌의 국밥집 월선옥은 장사가 잘되어 번창하고 그 가운데 욕심많은 임이네는 몰래 딴주머니 차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그만 화재로 벼개 속에 감추어 두었던 돈을 몽땅 날려 보낸다. 그런 저런 일들로 용이는 또다시 편할 날이 없었으나 월선이는 홍이를 친아들 같이 보살피고 용이와 영팔이는 벌목장으로 떠난다.
그 잿더미 위에 서희는 윤씨부인이 서희의 훗날을 위해 남몰래 장롱발 대신에 숨겨두었던 재화를 이용하여 공노인과 길상의 도움으로 땅을 사고 집과 가게를 짓고 곡식 등을 선매(先買)하여 큰 부를 축척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본에 적당히 협조도 하면서. 그리고 길상과 혼인을 하여 환국이와 윤국이 두 아들을 갖는다.
칠성의 아들, 한복이의 형 거복은 김두수로 개명을 하고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용정에 나타나 공노인의 양녀 송애를 겁탈하고 조선인들을 염탐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금녀에게 총에 맞기도 하지만 재물을 긁어 모은다.
길상을 사모했지만 종적을 감추었다가 기화로 이름을 바꾸고 진주에서 기생이 된 봉순은 혜관스님을 따라 간도로 가서 서희, 길상 등 그리운 고향 사람을 만난다.
서희의 혼인에 충격을 받은 최치수의 친구인 이동진의 아들 상현은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한 채 방황을 계속하다 기화를 찾고 일본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다.
이평이아들 두만은 서울에서 쪼깐이라는 첩을 데리고 진주에 와서 식당을 하여 큰 돈을 벌게 되면서 점점 변해 간다.
용이와 임이네 사이에서 홍이 하나를 믿고 갖은 고생을 다하던 월선이 드디어 병이 났다. 병은 나날이 깊어갔고 홍이는 아버지를 찾아 벌목장으로 갔지만 용이는 냉담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월선이 곁으로 와서 월선은 용이의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난다.
조준구의 모함으로 아버지 한조를 잃은 석이는 진주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조준구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조준구의 심부름꾼으로 위장 입주하여 기회를 엿보고, 공노인은 임역관을 내세워 조준구와 실패한 광산의 투자를 제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희의 빼앗긴 토지와 재산을 되찾아 드디어 진주로 내려 갈 준비를 마친다.
이즈음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의병활동을 하다가 왜순사를 죽이고 토벌대에 쫓기게 되고, 마을에 들렀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했던 환이가 그의 세계에서는 거물이 되어 용정에 나타나 길상과 서희를 만난다. 서희는 길상으로부터 집안의 내력(來歷) 즉, 할머니 윤씨부인과 환이, 어머니인 별당아씨와의 관계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 길상과 환이와 헤어져 귀향길에 오른다.
이평이 내외는 서울에서 데려와 식당을 하는 쪼깐이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술도매상을 하는 진주의 큰 아들 두만이에 대한 불만이 많다. 둘째 영만에 비해서 욕심이 많고 의리가 없으며 가족 간의 화목에는 관심이 없어서다.
3.1운동이 일어나고 경남에서도 지리산이 중심이 된 주변 소읍 등지에서 만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 되어 면소, 주재소, 우편소 등을 습격하는 폭동으로 변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운봉이 죽고 윤도집과 김환이 이끄는 동학 잔당들이 군중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였기 때문이었다.
서희에게 빼앗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한 채 남은 집의 처분 때문에 조준구는 서희를 찾아 만난다. 지난 잘못에 대한 입에 발린 사과도 하고 끊임없이 주절주절대다가 서류를 넘기고 돈 5천원을 주머니에 넣고는 허둥지둥 주막으로 달아나나 그곳에서 석이와 관수를 만나 봉변을 당한다. 서희가 이를 갈고 맹세한 가혹하고 잔인한 복수는 이로써 싱겁게 끝난 셈이다. 관수와 석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곱추 아들 병수는 통영으로 소목 일을 배우러 가서 소목꾼이 된다.
연학이 서희의 일을 보아주게 되고, 쓰러졌다가 겨우 거동을 하게 된 용이는 평사리의 최참판댁으로 옮겨가고 길상은 최씨로 서희는 김씨로 민적을 바꿔 아들들은 최환국, 최윤국이 되었으며 한복이는 연락 임무를 띠고 용정촌으로 가서 길상과 그리고 할빈에서 금녀를 붙잡아 고문하고 자결하게 한 형 김두수도 만난다.
거의 20년 만에 맞은 풍성한 평사리의 추석 광대놀이 도중 최참판댁에 들린 서희에게 환이 찾아들고 쫓던 일본군은, 일본으로 가겠다며 삼수와 함께 부산에 갔다가 자전거포에서 일하면서 추석이 되어 장이도 만나고 아버지도 뵈러 온 홍이를 연행해 간다. 홍이는 풀려나 점아기의 맏딸 보연이와 혼인하게 된다.
임이네는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하고, 부산으로 통영으로 화물차를 운행하고 있는 홍이는 친정으로 다니러 온 장이의 소식을 듣는다. 장이를 만난 둘의 관계는 깊어지고 그들의 관계는 장이의 시갓댁 쪽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곤욕을 치른다. 장이는 남편을 따라 다시 일본으로 떠난다.
윤도집과 대립하던 환이는 지삼만이 보낸 자객의 습격을 받는데 운봉이 죽고, 윤도집도 죽은 뒤, 동학의 세력은 급격히 무너지고 지삼만은 청일교 교주가 되어 많은 신도들로부터 돈을 긁어모으다가 심복인 지서방에게 살해 당한다. 환이 또한 지삼만이 죽기 전에 이미 일경에 체포되어 심문과 고문에 시달리며 금식을 하다 스스로 목을 졸라 자살했었다.
계명회 사건으로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길상을 면회한 서희는 평사리로 내려가 이상현의 아이를 낳고 평양에서 아편쟁이로 폐인이 되어 돌아 온 기화를 만나 딸 양현을 데려가지만 기화는 서희와 같이 가기를 거부하고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서희의 지시로 기화를 찾아서 데리고 온 후 석이의 기화에 대한 연모의 정을 눈치 챈 아내 양을례는 아이를 버리고 친정으로 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나형사의 회유에 빠져 비밀조직에 관련된 석이의 정체를 폭로하여 석이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만주로 달아난다. 이후 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 속에 석이네는 부모없는 성환과 남이를 길렀는데 어미 을례가 남희를 강탈하다시피 데려가서는 그 어린 나이에 일본 장교에게 몸을 망치고 몹쓸 병까지 얻게 되었고 아들 성환이 마저 학병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석이네는 눈먼 노인이 되었다.
이상현은 <헐벗은 나무 밑에서>라는 기화의 얘기를 소설로 발간하기도 하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임명빈에게 원고를 부쳐 잡지에 실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고료를 명희에게 주어서 양현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한다.
연전에 정실 홍씨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60 중반의 나이에 든 조준구는 5천원의 밑천으로 전당포, 고리대금으로 사오만의 재산을 모았다. 아직도 그는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식모겸 마누라 역할을 해 온 파주댁을 못 살게 들볶는다. 아들을 찾아 통영으로 가던 그는 우연히 김두수를 만나고 몹시 두려워하여 피하게 된다.
용이 한많은 생을 마감한다. 아버지 길상을 존경하는 환국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으려 하지만 어머니(서희)의 권유로 와세다 대학 법과에 입학한다. 윤국은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무기정학을 당한다.
우황 든 소 판매 문제로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우가와 오서방의 싸움으로 우가는 참혹하게 숨을 거두고 싸움을 말리던 홍이는 낫에 찔려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가 퇴원한다. 만주에 다녀온 한복으로부터 만주 소식을 들은 홍이는 일본으로 시집갔던 장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뒤로하고 집을 처분하고 가족들과 만주로 떠난다.
명희는 서희를 찾아가서 양현을 양녀로 삼겠다고 데려가겠다지만 거절 당한다. 조용하는 처 명희와 동생 찬하의 관계를 의심하여 임명빈을 분노하게 하고 명희는 이혼을 결심하지만 조용하는 반대한다. 찬하는 일본으로 떠나 노리코와 결혼하고 명희는 투신자살을 기도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 뒤 조용하는 폐암에 걸린 것을 비관하다 스스로 목을 찔러 자살한 후 명희는 상당한 재산을 분배 받는다.
쪼깐이(서울네)는 비빔밥집을 걷어버리고 안방 어부인으로 자리를 굳히고 양조장을 경영하게 된 두만이는 진주에서 제법 유지 행세를 한다 하지만 부모인 이평이 내외는 묵묵히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둘째 영만이와 비교하여 항상 못마땅해 한다.
관수는 딸 영선이를 데리고 강쇠에게 맡긴다. 영선과 강쇠의 아들 휘가 혼인한다. 국밥집 숙이는 한복이 아들 영호와 결혼하고 헤어졌던 동생 몽치도 만난다.
길상이 풀려나고 얼마되지 않아 연학과 관수가 계획을 짠 군자금 조달이 진행된다. 서희는 길상을 국내에 잡아두기 위해 오백섬지기 땅을 내놓았고 두만이는 금고와 환국의 친구 이순철의 부친 이도영은 침입한 괴한들에게 재물을 털린다.
만주에서 목재상으로 많은 돈을 벌었고 지금은 서비스 공장을 하고 있는 홍이에게 어느날 김두수가 찾아와 동업을 제안한다. 학생운동을 하다 퇴학을 당하고 일본으로 가 소식이 끊긴 아들 영광이 노가다 패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환국의 도움을 받았으나 다리를 크게 다치고 만주로 건너와 색소폰 연주자가 된 모습을 본 송관수는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만주에서 운명하고 아들 영광에 의해 유골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김두수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길상을 체포되게 한 임이 홍이 집에 나타나 가족들을 괴롭힌다. 그 후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 김두수는 만주를 정리하고 서울에 와서 살게 된다.
환국이는 길상의 도움으로 서희의 뜻과는 달리 학교를 옮겨 그림에 몰두하고 서울의 한 사립중학교 미술 선생님이 되어 황태수의 막내딸과 결혼한다.
이부사댁 부인 박씨는 양현이 상현의 자식임을 알게되고 이씨집안의 요청으로 양현은 호적을 옮겨 이양현이 된다. 그리고 어느날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강가로 나갔다가 영광을 만나고 그를 좋아하게 된다. 서희는 양현을 너무도 아껴 윤국이와 맺어지기를 원한다.
길상은 순사들의 감시가 심해 활동에 제약을 받자 도솔암에 들어가 그 전부터 원했던 관음탱화 그리기에 전념하기도 하지만 예방구금령으로 다시 투옥되어 옥고를 치른다.
우서방이 죽고 동네 사람들에게 심한 횡포를 부려온 그의 아들 개동이 서희에게 행패를 부리다 혼이 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뒤로도 우가네는 시집갔다가 못 살고 돌아 온 한복의 딸 인호를 여자가 달아나고 홀아비가 된 큰아들, 개동의 형 일동이와 혼인시킬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다 한복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등 동네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계속한다.
알거지가 되어 아들 집에 들어 앉은 조준구는 중풍에 똥오줌을 받아내는 신세가 되어서도 불로초를 구해 오라는 둥 죽을 때까지 아들, 며느리를 괴롭힌다.
1941년 정초 금붙이 밀수사건으로 홍이와 보연이 체포되어 조선으로 압송된다. 뒤늦게 사건을 알게 된 영호는 사방팔방으로 뛰며 노력한 끝에 겨우 홍이부부를 풀려날 수 있게 한다.
2차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들면서 일제의 강압이 더욱 강화되었다. 징병제가 시행되고 중학교 군사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여학교까지 공부시간이 교련, 체육 등으로 대체되었다.
양현을 좋아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아는 윤국은 동경에 머무르며 좀체 조선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서희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양현은 환국의 처 덕희의 질투로 갈등하고 의전을 졸업하고는 인천의 개인병원에 취직하였으나 윤국이와의 결혼을 포기하지 않고 있던 서희는 노발대발 양현이 진주로 내려와야 한다는 엄명을 하나 환국이 중간에서 중재한다. 서희는 휴가차 진주에 온 양현을 윤국과 혼인시키려하고 양현은 윤국을 만나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다. 혜숙과 영광의 관계를 알고 있는 윤국 또한 양현과 영광의 결합은 절대로 반대한다. 그 후 윤국이는 학병으로 지원하여 전장에 나간다. 영광도 만주로 떠난다.
두만은 부모와 등졌고 조강지처 막딸네를 호적에서 파버리고 서울네를 정식부인으로 들어앉혔으나 기생 월화와 바람을 피워 집안은 싸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징용바람은 평사리에도 불어닥친다. 우가네 개동이는 감정있는 집을 골라서 징용에 보내더니 이제는 마구잡이다. 뇌물에 공갈 협박 사기뿐만아니라 여자를 겁탈하는 등 온갖 못된 일만 골라 하다가 면소에서 파면 당한다.
징용에서 도망쳐 나온 자를 어장배 일꾼으로 채용하여 의도적으로 숨겨주고 도망치게 하였다는 투서로 몽치는 경찰 취조를 받는다. 숙이는 술집을 하면서 아이까지 있는 몸으로 몽치와 살고 있는 몽치를 면회 온 모화를 만난다. 다행스럽게 몽치는 며칠만에 풀려난다.
상경한 서희는 환국이를 앞세워 양현을 만나고 양현은 사표를 내고 서희를 따라 평사리로 내려온다. 환국의 처 덕희는 양현을 질투하여 부부싸움을 하고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버리나 환국이 무관심하자 열흘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전쟁은 막바지로 가고 학교 선생들도 속속 소집장을 받고 전선으로 간다. 학생들도 군사훈련으로 날이 새고 해가 지는 나날이 계속된다. 징용이나 학병을 피해서 젊은 사람들이 지리산으로 모여 들고 그들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합심하여 노력하는 가운데 그들은 염탐하기 위해 우가네 개동이 숨어 들었다가 발각되어 그들에게 맞아 죽고 만다.
드디어 일본이 항복하고 소설은 끝난다.
우선 작가의 26년 간의 집념과 끈기,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소설을 읽는 초반부에 사건의 전개가 무척 빠르다고 느낀 것은 최치수의 살해 장면이 너무 쉽게 끝나버린 때문이었었던지 조준구로부터 재산을 환수하는 과정에서도 좀 더 극적인 전개를 기대했었다. 장편 대하소설이라는 것이 그 제약 요인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거의 반세기에 걸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개개의 인물들을 통하여 시대상황과 봉건적인 인식의 변화와 본원적인 인간의 욕망과 삶과 체념과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모습들을 놓지지 않고 빠짐없이 묘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는 이 소설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과 계속하여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관관계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 내 자신의 졸렬하고 둔한 필력을 스스로 한탄해 본다. 여담으로 이 소설을 읽고나서 그 유명한 <오적>의 시인 김지하가 작가의 사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