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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파피용(Le Papillon Des Etoiles)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1961 ∼ ) 프랑스 출신의 소설가. 법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8살 때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1991년 ‘개미’를 발표하여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으며 이 때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주요 작품으로 ‘개미’ ‘뇌’ ‘파피용’ ‘카산드라의 거울’ ‘제3 인류’ ‘죽음’ 등이 있다.
세계 단독 요트 일주 경기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우승하면서 챔피언의 영예를 거머쥔 엘리자베트 말로리는 정평 있는 항공우주국의 팀장으로 언젠가 지구를 떠나기를 희망하는 이브 크라메르의 차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브 크라메르는 1년간 휴직을 신청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소송 후에도 여러 번 엘리자베트 말로리와 접촉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자동차 사고를 잊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매달렸던 광자 에너지를 이용한 우주선 프로젝트에 필사적으로 매달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몇 년 동안 술, 담배, 마약을 즐기다 폐암에 걸린 억만장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는 텔레비전을 통해 별빛을 추진 동력으로 이용하는 우주 범선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이브 크라메르를 만난다. <태양 범선(Voilier Solaire)>을 뜻하는 <V. S.> 프로젝트는 천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식을 낳는 2천 명의 남녀 우주인이 2조 킬로미터를 여행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프로젝트 이름을 <마지막 희망(Dernier Espoir)>인 <D. E.>로 바꾸고 항해사를 엘리자베트 말로리로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엘리자베트가 연구소에 나타나 이브와 절대 만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젝트의 진두지휘는 네 사람이 맡게 되었다. 맥 나마라가 권력을, 크라메르는 발명을, 바이스는 심리학을, 말로리는 항해를 맡았다. 이브는 처음으로 파피용호가 언젠가는 다른 태양계를 찾아내는데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두뇌들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고 최종적으로 파피용호의 어마어마한 규모가 결정되었다. 흉부는 32킬로미터, 흉부 원기둥 직경 5백 미터, 마일라 돛은 1백만 제곱킬로미터, 1천 년이 지난 후 확실한 생존자가 나올 수 있는 이상적인 탑승객의 구는 14만 4천 명이었다.
14만 4천 명에 대한 인선 작업이 진행되었다. 전 세계 신청자를 대상으로 자율성, 사회성, 동기 부여, 건강, 젊음, 독신일 것, 한 가지 특별한 재주가 있을 것을 고려하여 선발하였는데 정치인, 군인, 목사는 제외되었다. 정부의 군사 레이더망에 파피용 4호의 이륙 장면이 포착되어 비밀이 탄로 나고 말았다.
무더위가 찾아와 센터가 서서히 무력감에 휩싸이고 있을 때 상황을 완전히 뒤집는 기사가 등장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이기주의자 집단으로 낙인 찍혀 대중들의 새로운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국회에서 ‘허가 없이 우주로 도주’를 금하는 특별법이 채택되었고 센터 건물을 포함한 모든 물건들을 국유화시켜 국방부에 귀속시키는 시행령이 공포되었다. 센터를 접수하기 위해 소형 장갑차와 경탱크로 무장한 5백 명의 정예 장병들로 구성된 헌병 순찰대가 파견되었다.
프로젝트 주축 맴버들은 상의 끝에 헌병대가 도착하기 전 이륙하기로 결정한다. 발사된 우주선은 마침내 지구 정지 궤도에 멈추었다. 카롤린이 서른두 개 원기둥을 확장시키자 우주선이 마치 망원경처럼 늘어나 직경 5백 미터, 길이 32킬로미터의 우주선 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공 태양으로 쓰일 네온관 등이 켜지고 인공 중력 시스템을 가동시켜 중력을 지구 중력과 같도록 맞추었다.
우주선은 다시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로 수직 상승을 시작했다. 목적지인 별 이름은 JW 103683, 있는 곳과 별의 정체는 금고 속에 보관되어 있고 천년이 지나 수수께끼를 풀면 금고를 열 수 있다. ‘이것으로 밤이 시작하고. 이것으로 밤이 끝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달을 쳐다볼 때 보인다.’ 이브와 엘리자베트는 친해져서 이제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파피용호는 끝없이 속도를 높이며 항해했다. 첫날 시속 1백 킬로미터에서 한 달 후 시속 1백만 킬로미터로 속력을 높였다. 그리고 드디어 순항 속도 2백만 킬로미터에 도달했다. 9개월 후 엘리자베트가 여자 아이를 낳았다. 이름을 엘로디라고 지었다.
조슬린 페레는 개미의 생활 방식을 관찰하여 공동체 구성원들도 3분의 1씩 교대 근무를 하게하고 생산 분야도 3등분 하였다.
천국의 도시에는 돈이 없었다. 행정부도, 정해진 우두머리도 없었다.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지도자가 나왔다. 조슬린은 열정 없이는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없다는 기본 개념 하에 싫지만 꼭 필요한 일들은 추첨 제도를 도입하여 공평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가해자는 폐쇄된 공간에 격리되었다. 우주인들이 그렇게 혐오하던 헌법과 법률, 정부와 경찰이 필요해졌다. 의회를 구성하는 예순네 명의 의원을 뽑는 최초의 선거 결과 좌파, 우파, 중도파로 정치색이 나뉘었다. 여성이 의석의 다수를 차지했고 정부는 세 지도부로 구성되었다.
최초의 폭동이 일어났다. 1백여 명의 폭도들은 방송국을 점령하고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지구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그들을 이끌고 선동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사틴 방데르빌트였다. 반란파들은 마침내 착륙선 무슈롱을 탈취하여 지구를 향해 날아갔다.
사틴을 막다가 칼에 찔렸던 맥 나마라가 운명했다. 아드리앵은 사전에 그가 생각했던 인간의 욕망 배출의 방법으로 카니발을 개최하기로 한다. 첫 번째 카니발은 철저한 방탕의 시간이었다. 천국의 도시 어디서건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었다. 축제는 3일 밤낮으로 계속되었고 후일, 1천여 명의 생명이 잉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브는 한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가 만든 대형 괘종시계를 선보이며 천국의 도시의 새날을 선포한다. 시간과 날짜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호칭 체계가 만들어 져서 성이 없어지고 동일 이름의 경우 미셀-1, 미셸-2 하는 식으로 번호를 붙이기로 했다. 천국의 도시의 생태계는 마침내 안정적인 균형을 확보했으며 완성된 소형 우주 왕복선은 한정적인 기술력과 자재로 인해 2인 승으로 밖에 만들지 못했다.
엘리자베트-1이 난산 끝에 쌍둥이를 낳았지만 그녀는 죽고 말았다.
천국의 도시가 변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졌고 권태로움을 퇴치하고 쾌락을 추구하면서 각종 파티와 축제들이 번갈아 개최되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게 되었고 뤼크-66이라는 자가 나타나 청년들은 패거리를 모아 도둑질을 하고 다녔다. 무장한 패거리들은 도시를 약탈하고 자문관 몇몇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엘로-2가 세력을 결집해 그들과 맞섰다. 그들은 서로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였고 전면전을 벌여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지친 두 군주는 마침내 휴전에 합의했다.
태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태양빛이 약해졌고 유성 때문에 여러 군데 구멍이 뚫린 마일라 돛으로 인해 파피용호의 속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농축산업이 황폐화 되었고 다산이 장려되어 식량이 줄어들었다. 군인이 늘어날수록 농부가 줄어들었으며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전염성 독감이 퍼져 양쪽 경계지역에 병원을 짓기도 했지만 사망자는 늘어만 갔다. 이 무렵 엽전 모양의 화폐가 다시 출현하였고 병사들이 쏜 투석기에 의해 인공 태양 네온관 일부가 부서져버렸다.
새로운 시대 560년, 니콜라-52라는 도적 두목이 나타나 지도자들을 모두 독살하고 권력을 장악하여 엘레-1 대왕이라 칭하고 공포정치를 실시하였다. 신흥 종교가 생겼고 반작용으로 새로운 종교가 나타나면서 19년 동안이나 종교전쟁이 지속되었으며 813년, 늙은이들을 모조리 죽이자며 청소년들이 반란을 일으켜 41년간 세대 전쟁이 지속되었다.
독재체제가 이어지면서 평화 다음에 전쟁, 안정 다음에 광란, 무정부 상태 다음에 전체주의 등으로 인간 무리의 혼란의 순환이 계속되었다. 1251년, 키 조작을 맡고 있던 조슬린-84가 드디어 세 개의 빛 가운데서 빛나고 있는 별을 발견하였다. 이때, 우주선 안에는 전염병과 전쟁을 이긴 단 여섯 명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그들은 이브의 수수께끼를 풀고 행성에 도착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착륙선에 탈 수 있는 인원은 단 두 명. 여자인 엘리자베트-15가 아드리앵-18을 선택하여 무슈롱 2호에 올라 행성에 도착한다. 새로운 행성은 공룡의 천국이었다. 그들은 거처를 마련하고 공룡을 사냥하면서 가져온 씨앗을 뿌리고 수정란들을 부화시킨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생기지 않았고 다툼 끝에 별거에 들어갔던 엘리자베트-15가 뱀에 물려 죽고 만다. 아드리앵-18은 갈비뼈를 잘라내어 골수를 뽑아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탄생시킨다. 그는 탄생한 여아에게 엘리자베트의 E, 이브의 Y, 자신의 A 따서 에야(Eya)로 이름 짓는다. 아이는 무척 똑똑했지만 난청인 탓에 이름을 제멋대로 불렀다. 그는 아드리앵을 아담이라 불렀고 창조자 이브를 야훼, 사틴을 사탄이라 불렀다.
아드리앵으로부터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에야가 생각을 털어놓는다. ‘결국엔 영원히 되풀이될 수도 있어. 아주 오래 전에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드리앵은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 아담이 이브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말한다.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혐오감을 느껴 새로운 별을 찾아 떠나지만 우주선 속에 만든 천국의 도시에서도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행성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의 시작 역시 태초에 우리가 겪었던 일의 반복이었다. 미래가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었고 또 다시 탈출을 해야 할 것인지?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게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