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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ㅣ 범우고전선 1
토마스 모어 지음 / 범우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유토피아
(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
토마스 모어
이 작품은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라틴어로 쓴 소설인데 원제는 『Libellus vere aureus, nec minus salutaris quam festivus, de optimo rei 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한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대단히 훌륭한 소책자)』라 한다.
‘유토피아’는 토마스 모어가 이 소설에서 그리스어의 ou(없다),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서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으로 의도적으로 지명으로 쓰고 있는데, 즉, 유토피아는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반대말로는 디스토피아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흔히들 사용하는 유토피아를, 막연하게 이상향(理想鄕 :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이란 뜻으로만 알아왔다.
하지만 지금에서,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현실에 대한 이상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실현되는 이상향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의문과 막연함이 독서욕을 자극하여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책은, 토머스 모어가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대사가 되어 카스틸랴 국왕 찰즈와의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대륙으로 건너갔다가, 그곳에서 친분이 있던 피터 자일즈를 만나 포르투갈 출신의 라파엘 히드로다에우스라는 사람을 소개 받고 그와 대화를 나누는 내용(주로 그의 얘기를 듣는)으로 제1권과 제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권에서는, 당시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라파엘의 얘기를 듣는다.
당시 영국은 모직물 공업의 발달로 양털 값이 폭등하자 지주들이 자신의 수입을 늘리기 위하여 농경지를 양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만드는 제1차 ‘엔클로져 운동’이 일어났던 시기로 다수의 영세농은 몰락하고 이로 말미암아 토지를 잃은 빈농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입되면서 절도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시기였다.
라파엘은 당시 절도죄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것을 비판하였으며 ‘유순한 양(羊)이 사나운 식욕으로 사람을 먹어치운다.’고 하며 양모(羊毛)를 생산하여 이익을 취하는 귀족과 지주 등 양모 생산자들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또 경지 면적의 축소로 곡식 값을 폭등시켜 고용자가 하인을 해고하게 되고, 해고된 자들은 어쩔 수 없이 걸인이나 도둑이 되는 현상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소수의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국가적 재난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는 절도와 부랑자 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추기경과 수도사의 대화에서, 가장 현명한 솔로몬도 ‘바보에게 대답할 때는 그 어리석은 말과 대등한 어리석은 말로 대답하라고 말했다.’(잠언 26장 5절)라고 하며 그들을 일반인과 구분하여 취급했지만, ‘도둑을 교수형에 처하는 대신 모두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주는 게 낫습니다. 빈민을 도둑으로 만들고 나중엔 시체가 되게 하는 무시무시한 궁핍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하려면 말입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유재산이 존속하고, 모든 것이 돈에 따라 판단되는 한 진정한 정의나 번영은 실현될 수 없으며, 자본주의 밑에서는 건강한 사회의 필수 조건인 재산의 균등한 분배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가운데 신세계인 유토피아에서 5년간 생
활하면서 알게 된 그곳의 제도와 관습에 대해 얘기를 시작한다.
제2권에서는 라파엘이 경험한 지상의 낙원, 유토피아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 시
작하는데......
문제의 발단이 엔클로져 운동의 결과 발생한 빈곤의 사회적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에 ‘유토피아’에서는 의식주의 해결 문제를 가장 기본에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유토피아는 나라 안의 섬인데 도시와 농촌으로 나누어진 구역은 자기들의 필요에 의하지 않으면 외부에 대해 거의 폐쇄적인 것 같고,
노예와 일부 관료와 성직자 등이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이 일반 사람들이며
모든 자원과 물자는 풍부하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며, 사유재산은 인정되지 않고, 각 가정의 생산품은 시장의 창고에 수장(收藏)되었다가 누구나 청구하기만 하면 무상으로 분배된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이 풍족하므로 아무도 필요 이상으로 청구하지 않는다.
식사는 식당에서 하고 집에서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 가족의 수도 정해져 있고 인위적으로 조정된다. 여행은 허가를 얻어야 할 수 있고 주사위 놀이나 카드놀이 등 사행성 오락은 금지되며 술집도, 매음굴도, 타락할 기회도, 비밀회의 장소도 없다.
금과 은은 저장해 놓았다가 전쟁이 발발할 때 용병을 고용하기 위해 사용된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귀금속을 보물로 여기지 않는다.
안락사를 인정하고 결혼을 할 경우 혹시 무슨 흠이 있는지 사전에 서로 상대방의 나체를 보고 확인한다. 그리고 전쟁과 종교 등에 관한 이야기도 하면서 유토피아의 여러 좋은 제도와 관습들을 열거하고 있다.
요약해서 부언하면,
토마스 모어는 라파엘의 입을 빌어, 영국에서 제1차 ‘엔클로져 운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회 문제를, 현실에서는 어디에도 없는, 자신이 상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델인 ‘유토피아’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것이 국가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사유재산은 허락되지 않고 물품은 언제나 풍족하여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청구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이 필요 없다.
모든 사람이 생산에 종사하지만 하루 여섯 시간만 노동을 하고 나머지는 여유 시
간을 가질 수 있다는 등으로 크게 대별할 수 있겠다.
부자는 탐욕스럽고 파렴치하며, 반대로 가난한 자는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한 사유재산의 폐지, 생산수단의 국가소유, 생산품의 공동분배 등이 공산주의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유토피아는 유물론을 배척하고 종교적이며 도덕심을 요구하는 사회라는 점에서는 현대의 공산주의와는 차이점이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어떤 자료들에서는 ‘기본소득’의 개념이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하였다고 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책의 내용을 라파엘이 말한 ‘도둑을 교수형에 처하는 대신 모두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주는 게 낫습니다. 빈민을 도둑으로 만들고 나중엔 시체가 되게 하는 무시무시한 궁핍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하려면 말입니다.’라고 들고 있으나,
모든 생산물이 무상으로 풍부하게 분배되는, 돈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개인의 소득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전술한 ‘생계의 수단’을 ‘기본소득’으로 단정 짓는 것 또한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번역된 내용들이긴 하나 실제 책의 내용 속에 소득이라는 단어는 한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