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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도 ㅣ 믿음의 글들 245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 두 통에 걸친 말콤에게 보내는 루이스의 편지를 받아 보면서 처음에는 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이었다가 점차 이 편지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생각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루이스와 말콤이 살았던 당시의 문화나 그들이 공유했던 것들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물 두통의 편지가 나에게 보내진 편지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여진 사적인 편지 안에 기도의 본질과 기도의 비밀들이 잘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기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다 아실터인데 우리가 기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루이스는 기도가 `하나님 저 여기에 있어요!' 라고 <우리를 드러내보이는 것>이라 표현한다. 우리는 하나님을 찾고 찾아야 만난다는 성서의 메시지를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성서는 하나님 역시 우리를 찾으신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기도는 하나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찾으시도록 하는 행위일 수 있다.
기도를 길고도 오래 할 필요가 있는가? 루이스는 스스럼 없이 그가 알고 있는 고전 작가들의 글을 소개하면서 두 말 할 필요 없는 명료한 설명을 소개한다. 기도는 영의 활동이다. 성령님과 우리 인간의 영의 교류이기에 내가 기도하지만 그 분이 기도한다. 홀로 중얼거리는 것 같지만 내 마음 속 모든 말이 바닥나 버렸을때 비로소 그 분이 듣기를 멈추시고 말씀하시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루이스에게 좀더 듣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분별에 관한 것이다. 기도에는 많은 응답이 있고 게중에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도 있고, 우리 자신에게 온 것도, 사단에게 온 것도 있다. 모든 신앙의 체험에는 분별이 필요하다. 그러나 루이스는 분별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지 않고 줄곳 기도의 본질로 향한다.
기도의 핵심인 주기도문에 대해 짧고 간명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이야기체로 쓰여진 부분은 매우 인상깊다. 특히 용서에 대한 부분은 우리에게 잊혀진 부분을 상기시킨다. 기도는 사실 하나님과의 관계이며 이웃과의 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용서하며, 동시에 용서받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루이스는 우리의 마음이 편하도록 그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이 부분을 설명해 나간다. 그의 설명은 설명으로 끝나지만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의 동기부여를 받게 될 것이다.
루이스는 길고 장황한 설명과 논증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공인들 앞에서 행해진 연설도 아니고, 기도에 대한 그 어떤 논증도 의도되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고 간명한 그의 통찰에서 우리는 사심없는 만족감을 누리게 된다.
독자는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기도에 대한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이 해소되는 것을 체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스물 두 통의 편지는 마크가 아닌 우리 각 사람에게 보내어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