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언제 가도 나를 위로해주는
김태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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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에필로그에 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장을 넘기며 여긴 어딘지?라며 감탄한 곳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로케이션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촬영한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되었다. 과연 그 곳에 가면 마음이 치유받고 위로받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솔직히 이런 류의 책은 1~2시간이면 완독이 가능하다. 천천히 사진을 음미하면서 읽어도 충분할만큼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곳곳에 박히는 말들. 평범한 일상에 익숙해질 떄쯤 우린 그 생활이 주는 갑갑함에 어디론가로 떠나는 탈출을 계획하며 산다. 언제 가더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공허한 마음, 지친 영혼이 잠시 쉬어도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그런 곳이 그리워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이 열심히 사는거라 믿으며 살아왔지만 그 곳엔 내가 없었다. 덜컹거리며 가는 혼잡한 지하철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만원 버스에서도 내 존재라는 건 무리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눈 앞을 가로막는 빌딩숲에서 벗어나 탁트인 푸르른 자연 앞에서는 내가 짊어진 고민이 다 날라가는 것만 같다. 회귀본능처럼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에 와 있는 기분이다. 인위적인 안락함이나 풍요로움이 아니라 이렇게 자연으로 빨려 들어가면 드넓은 세상 안에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직 내 마음에서 전해오는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우리는 꿈꾼다.



로케이션 매니저. 이름도 생소한 직업이다. 촬영지를 미리 답사하고 사진촬영을 한다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을테고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과 분명 다를 듯 싶다. 한국 내에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가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에 소개된 곳은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어진다. <도리화가>라는 영화에 나온 곳도 정말 아름답고 멋졌는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곳이 참 많은 것 같다. 멋진 사진과 일상이 담긴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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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지지 않는 마음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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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가만히 있는 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나와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럴때면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괜한 열등감에 휩싸여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고립된 채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지나가야 했다. 점점 가족형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1인 가구의 급증하며 다둥이 가족은 특이한 케이스가 되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보니 인간관계의 폭은 협소해진다. 공동체의 기반이 약해지면서 자신이 사는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웃과 함께 어울려서 지낸다는 건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생존할 수 있다. 열정과 능력만 갖추면 모든 못해낼 일이 없다며 극심한 취업난을 애둘러 외면한다. 여기저기 상처받을 일 투성이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라고 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부러졌는지 모르는 말이다. 어설픈 위로를 건네며 값싼 꿈타령에 한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희망고문에 지친 몸을 겨우 누울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걸어야 한다. 인간관계의 깊이가 낮고 가볍게 만나다가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라 그만큼 서로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보니 마음도 쉽게 다치는지도 모르겠다. 상사의 엄한 질책을 듣거나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떄면 마음은 심하게 요동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으로 주목받는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인 <부러지지 않는 마음>에선 마음을 단단하게 갖추기 위해 필요한 방법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2) 타인과 깊이 있게 사귄다. 3) 정체성에 뿌리를 내린다.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 연대에 관한 부분이다. 한 사람을 사귀더라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깊이 있게 사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동네 형,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놀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사귈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쉬웠지만 지금은 자발적이고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이 안정되고 단단해지면 타인과의 관계 또한 서툴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내겐 서툰 부분이긴 하다. 온전한 내 자신이 스스럼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갖고 대화를 나누기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마음에 위안이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쉽게 전달해줘서 읽기 편했던 책이다. 다시 또 사이토 다카시 만의 책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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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한국사 -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 역사의 불편한 진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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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가 아닌 검정 교과서로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자란 세대다. 나름 역사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교과서에 나온 내용은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교과서에 상당 부분 생략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치욕스런 장면은 간단하게 기록되거나 조선 왕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외부 세력의 침입에 의해서 일어난 결과라는 식으로 기록되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도 따지고 보면 무능한 조선 정부와 꽉 막힌 외교력에 의한 것이다. 성리학과 대명사상은 다양한 가능성을 일축시킨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 외의 것은 전부 배척시킨 시대다. 조선 시대에 탐관 오리들이 만연한 이유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조정에서는 각 도별로 할당액을 내린다고 한다. 조선은 군포에 따라서 세금을 걷고 있는데 문제는 그만큼의 성인이 있어야 하는데 사정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 부족한 세금을 걷기 위해 소년이나 노인 심지어 죽은 자에게까지 군포를 부과하다보니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고 삼정의 군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명백하게 따지면 조선 왕실과 재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배하였던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쌀 농사를 지어도 재배한 것은 최소한의 것만 제외하곤 모두 빼앗아 가는데 농민들이 신바람나서 일할 이유조차 없었다.


약간 충격받은 것은 고려, 조선 시대는 중국, 일본 심지어 동남아보다 못하는 후진국이었다는 것이다. 주 식량인 쌀은 재배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기후상 일모작을 하는 데 비해 일본이나 중국은 이모작을 하며 동남아는 삼모작, 사모작까지 가능했다. 1차 산업 뿐이었던 시대에는 농업이나 어업 생산력에서 비교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잘 살았던 나라가 아니라 겨우 배고픔만 면한 채 허기져서 살았던 것이다. 


역사란 부끄럽고 치욕스럽지만 그것도 배워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영토가 지금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넓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 책을 읽으니 지금처럼 한민족으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융합되지 않은 신라가 통일했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답을 찾는다. 고구려는 지역 특성상 북방 민족과 중국 등 수많은 나라와 전쟁을 치뤄야만 했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여러 문화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에서 의문점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유익한 일인데 학교에서 배울 때는 저자처럼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답을 찾는 교육방식이라 그 범위 이외의 것은 시간낭비라 여기는지 진짜 역사를 학교 현장에서부터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역사의 이런 답답하고 비굴한 모습들이 전혀 불편하거나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실제적 역사를 정치적인 모략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왜곡시키고 미화시켜 다른 의도로 해석을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바른 역사를 알아가는 일이라 요즘처럼 역사 문제로 인해 의견이 분분할 때 꼭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고대부터 현대사까지 한국 사람이라면 의견이 분분할 내용을 꼬집어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재특회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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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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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목을 확 집중시킨다. 탁월한 입맛과 독특한 사고를 가진 김정운 교수의 신작이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을 위로하는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마냥 편안하게 누워서 읽을 정도로 가벼운 에세이 류의 책이 아니다. 인문학적인 고찰과 심리학자로서 자신이 사는 삶에 대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도 그럴것이 명지대 종신교수직을 할 수 있을텐데 홀연히 안정된 직업과 직장을 뿌리치고 그림을 그리겠다며 혼자 연고도 없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제 나이도 50줄이고 4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며 향수병이라도 도질 것 같은데 자발적인 외로움이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건질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생각들로 점철된 책이라 이전 책과 다르게 가볍지도 않고 유쾌한 부분도 적다. 아마 독자들이라면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뭔가를 기대했을텐데 시종일관 진지하거나 괴팍하다. 중간에 또 책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갤러리같은 사진과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잠시 눈을 쉬어가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그린 그림도 아닌 것도 많고 34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비해 알맹이가 조금 비어보인다. 교수로서의 지식탐닉은 각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 깨알처럼 삽입되었다. 자신의 삶에 멋부리며 폼생폼사하고 있는데 독자들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적어서 독자들과의 괴리감이 더 커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보면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다소 톤 자체가 무겁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다. 유쾌하게 풀어도 좋을텐데 어떤 강박관념이 생긴건지 아니면 노인성 증후군 때문에 그런건지 독자들은 김정운 교수의 전작만 생각하다가는 어렵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읽으면서도 가벼운 일상에 대한 얘기들만 찾아서 읽게 된다. 김정운 교수의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그 삶에서 성찰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일 듯 싶다. 가뜩이나 홀로 생활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 사이버스페이스상으로 공허한 댓글들이 전부였을텐데 다음에는 독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할 때도 있지만 더욱 깊은 삶에 대한 성찰과 독자들이 겪는 고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책을 기대한다. 이번 신작은 전작 <에디톨로지>에 갖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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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
김어진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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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을 배울 때 CMYK, 교정·교열, 인쇄, 편집 등 디자이너로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는데 <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읽고 있으면 그 시절에 겪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주로 오픈라인 쪽의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와 비용 책정으로 마음이 상했던 기억.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상업적 디자인이기 때문에 클라리언트의 요구조건에 맞춰줘야 했던 기억. 열악한 환경과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야근을 옵션으로 끼고 퀄리트를 뽑아내야 했던 기억.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몇 년간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웹디자이너로 직업을 옮기고서 그나마 상황은 좋아졌지만 새로운 측면에서의 고민이 생겼다. 디자이너의 작업영역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것과 연봉이 연차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디자인의 전문성과 멀티플레이어(표준코딩, 간단한 편집디자인)를 요구하는데도 일정을 맞추려면 퀄리티에서 타협을 봐야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갖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일에 재미를 찾을 때는 닥치는대로 다 했었는데 외국 기업들처럼 확실한 분업화와 전문성을 갖춘다면 내가 겪었던 그때보다 작업환경이 좋아질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근데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몇 년이 흘러야 개선될 수 있을까? 


400페이지 안에 실린 수많은 작업물들. 다른 디자이너들의 고충과 현실적인 고민들.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나 그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에겐 현장에서의 업무가 어떻게 흐르는 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오직 디자이너들을 위한 책인 듯 싶다. 많은 시간을 작업하면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로 인해 밤을 지새우고 또 좋은 디자인의 결과물을 뽑기 위해서 노력했을 지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았다. 디자인이 아무런 설계나 기획없이 들어갈 수 없다. 철저하게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을 듯 싶다. 디자인에 정답이 있을까? 각자 객관화시켜서 디자인을 볼까? 아니면 각자 주관적으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볼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이 존재는 할까? 디자인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누가 알아줄까? 디자인이라는 영역 자체가 전문성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 토대를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양산화된 학원 시스템이 단지 디자이너를 뽑아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디자인 전문가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디자인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져야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다보니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현직 디자이너로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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