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규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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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휙 가볍게 읽어나갈만한 소설이다.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우영과 구월. 둘은 동갑내기 친구로 사실은 우영의 부모가 다투는 걸 피해 독립해서 나온 집에 구월이 오면서 같이 월세 반씩 쪼개 내면서 산다. 우영은 지금까지 다섯 번의 퇴사를 했고, 구월은 수많은 소개팅을 했고 사귀기기만 하면 두 달 반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30대 여자들의 삶을 가식없이 솔직하게 써서 좋았다. 어떻게 보면 우영의 반복적인 퇴사는 나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회사를 다니게 되면 꼭 문제가 하나둘 터진다. 나름 퇴사하기 전에는 퇴사 후 펼쳐질 계획으로 행복을 꿈꾸지만 말이다. 친구끼리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힘들 때면 기운내라고 위로해주고 밥도 같이 먹고 즐겁게 사는 모습이 부러웠다. 여자들끼리 있어서 더욱 진솔하게 들렸던 것일까?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는 로망을 꿈꾸곤 한다. 오롯이 세상 앞에 나서서 모든 일련의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여자들의 자취집이라면 딱 이 소설의 분위기겠구나 싶다. 집안에 TV는 없지만 넓은 창문을 두고 노트북 컴퓨터로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밥을 먹고 남자친구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등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카드값, 밥값, 나잇값 하랴 세상 앞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청춘들. 어릴 적에는 이런저런 꿈들이 존재했는데 지금 학생들은 회사원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정형화된 회사원도 이젠 이루기 위해 꿈을 꿔야 하는 시대다. 하고 싶었던 많은 꿈들을 접고 험난한 현실 속에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내야 할 삶이다. 규영 작가가 직접 일러스트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감상하는 소소한 재미도 쏠쏠하다. 현실감있게 그려진 신체가 정겹고 너무 예쁘장하지 않고 평범해서 편안하다. 자취집에 살면 해결해야 할 게 많은데 그리 좋지 못한 낡은 집이라면 항상 수도, 바퀴벌레 등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데 이들이 사는 곳도 예외는 아니다. 이래저래 저렴한 월세 덕(?)에 불편한 게 한 두가지 아니다. 이 소설이 결론을 정해두고 있지는 않다. 우영은 퇴사 후 작년에 쓴 소설을 가다듬으면서 신생 출판사를 차릴 꿈에 부풀어있고 구월은 작업실을 정리하고 미술의 길을 포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소개팅 제의가 들어온다. 그녀들은 행복한걸까? 나들 열심히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4월 벚꽃이 흩날릴 때 KTX에 몸을 싣고 부산여행을 하는 기분이 홀가분하길. 앞으로의 인생도 아름다운 일들만 가득 펼쳐지길 또 기대하게 한다. 그녀들의 인생처럼 우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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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 2호선 역명으로 보는 한자, 그리고 이야기 지하철 한자 여행 2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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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랄 때만해도 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한문 시간이 있었다. 중학교 때였는데 당연히 배워야 하는 걸로 알고 그땐 열심히 공부했다. 기억하기로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숙제로 천자문을 10권 공책에 반복해서 필기한 기억이 난다. 정말로 검사했는지 아닌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한자를 배워둔 게 나중에 도움이 되었다. 간혹 오래 전에 씌여진 논문은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고 한겨레 신문에서 한글표기와 가로판형을 하기 전까지는 신문을 읽을 때 한자가 섞여 있었다. 여하튼 지금도 한자를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동 이름과 역 이름이다. 재밌는 것은 역 이름은 동 이름이나 지리적 위치, 대학교 이름이나 대표적인 건축물, 장소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그 지역을 잘 알릴 수 있는 것으로 삼는데 <유광종의 지하철 한자여행 2호선>은 책 제목 그대로 2호선을 중심으로 그 역 이름을 통해 유래와 문화를 찾아 알기 쉽도록 쓴 책이다.


이 책으로 한자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한자의 뜻음을 통해 왜 선조들이 그렇게 이름 붙이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지명을 통해 떠나는 역사여행의 개념이 더 강하다. 책에 표기된 한자는 음만 표기되기 때문에 어떤 뜻을 가진 한자인지는 제목 외에는 설명되어 있지 않다. 학교 다닐 때는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육편을 펼쳐들고 열심히 찾았는데 쉬운 한자 외에는 조금만 어려운 한자는 기억이 생경하다. 재밌는 것은 예를 들어 신림이라는 지명이 새로운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인데 연유를 찾다보면 조선 양반의 기록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수풀이 깊이 우거지고 바위가 많아 험하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관악산 지역은 수풀이 울창하고 바위가 꽤 많아서 걷기에는 험한 지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신림이라는 지명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신림동, 신림역으로 그 곳을 부르게 된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과 자란 곳 그리고 지금 살고있는 곳 모두 왜 그 이름을 짓게 되었는지 다 유래를 갖고 있다. 도시계획으로 만든 지명은 예외지만 오래 전부터 내려온 지명이다. 그리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자에 관심을 갖고 뜻을 안다면 얼레설레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1호선에 이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책일 듯 싶다. 역 이름에 얽힌 유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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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의 숨.쉼, - 순천만에서 12명의 작가들이 펼치는 삶과 힐링의 모놀로그
곽재구 외 지음, 주명덕 외 사진 / 시공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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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고 무거워진 몸이 나를 감당하지 못해 쉽게 피곤해진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체력이 중요한데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나를 추스려 체력을 키워내야 할 것 같다. 몸이 힘들면 다시 복구하는데 걸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몸도 관심을 가지고 지키지 않으면 이렇게 힘든데 지구의 숨구멍이라는 습지와 갯벌, 늪을 보존하지 않으면 되려 인간에게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천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고 애써 지켜야할 이유로도 충분하다. <습지의 숨·쉼>은 12명의 작가들이 와온이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오가며 찍은 사진과 詩, 글들로 담은 일종의 모놀로그 형식으로 모아낸 책이다. 도시의 안과 밖은 세상과 삶에 대한 바라봄에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확실히 도시에서의 삶은 전혀 내게 행복을 가져오지 못했다. 도시가 주는 문명의 혜택,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많이 누려왔음에도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았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인데 도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일까? 이미 난 지칠대로 지쳐있다. 어디론가 떠날 수만 있다면 자연과 맞닿은 어느 지점이었으면 좋겠다. 도시 속의 화려함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때 뿐이다. 나는 도시를 거니는 이방인일 뿐이다. 나는 도시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며 엑스트라인 하나의 객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맞닿은 곳에 가면 얼마나 마음이 자유로운가? 과욕을 부릴 일도 없고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된다. 단지 대자연의 움직임에 순응하며 아름다움을 누리면 된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은 그래서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습지에서 터전을 일구는 우리의 이웃이 있고, 공허한 가슴에 숨을 불어넣는 산소통과 같다. 나 역시 작가들처럼 같은 마음이다. 그 속에서는 작은 떨림에도 시 한 구가 흘러나오고 삶에 찌든 때가 헐거워진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습지에서 찍은 사진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놔누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 잘 보여준다. 망가져버린 몸은 잠시 현실을 외면해버리고 싶게 한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힘드니까 정말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 싶게 한다. 자연을 닮은 사람은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듯 욕심을 버리고 땀 흘린만큼 정직하게 벌고 싶다. 순천만을 오랜 시간 담은 CD 동영상은 그 감동을 연장시키는 덤이자 선물이다. 우리에게 순천만은 이제 자연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이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무성한 갈대밭 사이로 지나는 길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누군가에게는 자연과 함께 숨쉬는 순간에 감사할 것이다.


달라질 것 없는 오늘과 내일. 무의미한 하루의 연속. 살아갈수록 삶이 고독해진다고 느낄 때 순천만은 마음을 내어주고 말없이 등을 토닥거려주는 위로의 공간이다. 지금도 순천만을 터전삼아 숨쉬는 동식물과 인간은 함께 어우러져 오늘과 내일이 다른 평온함 속에서 하루를, 한 계절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삶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 문득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내게도 작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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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대한민국 스토리DNA 10
염상섭 지음 / 새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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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에 드디어 새움출판사에 나온 염상섭의 대표작인 <삼대>를 읽게 되었다. 교과서로 먼저 알게 된 책인데 막상 읽으려고 하니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답게 700페이지에 달하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한 문체들이 살아있는 이 삼대는 조선일보에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총 215회 연재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지닌 시대적 중요성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세대와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그 영향을 받은 세대들이 뒤엉킨 그 시절에 각 세대들이 겪어야만 했던 시대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며 갈등을 겪는가이다. 식민지라는 현실 속에서 기독교와 사회주의가 유입하며 기존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는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려 500여년 간 성리학과 유교사상에 젖어 든 조선에서 마지막 세대로 자란 할아버지 조의관과 그의 아들은 조상훈, 손자 조덕기의 역동적인 삶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갔는지를 보면 식민지라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유의미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세대갈등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것 같다. 기성세대는 늘 그렇듯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적응하는데 애를 먹곤 한다. 전통적 사고방식을 지키느냐 아니면 수용하느냐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방언, 지금은 쓰지 않는 대화체, 지명도 그 당시 쓰인 그대로 살리면서 수정을 최소하여 거의 완역본에 가깝다. 읽다보면 생소하기도 하고 정말 그 당시 사람들이 말을 이렇게 썼을 지 궁금했었는데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다. 우리 문학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책 넘김이 좋을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소설 속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도 재밌거니와 시대상과 심리묘사까지 탁월해서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눈 앞에 아른거리듯 펼쳐진다. 국어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맞출려고 주요 내용과 지문을 달달 외웠던 것과는 달리 편안하게 읽다보면 역시 어떤 시대든 돈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삼대 모두 각자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조의관은 봉건주의 제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인물로 대지주로 제사를 중요시하며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근데 조의관은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그려진다. 아직 20대인 수원집 후처에게서 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남아선호사상에다 재력과 권력이면 자신의 뜻대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반면 그의 아들인 조상훈은 과도기에 놓인 사람인데 아버지인 조의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탕진하는 무기력의 화신이다. 게다가 아들과 동창생인데다 여급인 홍경애와 불륜을 저지른다. 신문물과 기독교를 일찍히 접했지만 그는 수동적이며 어긋난 삶을 살아간다. 조의관의 손자이며, 조상훈의 아들인 조덕기는 잘 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도련님으로 자라서 성품이 곧바르지만 몰락해가는 집안에서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것에만 한정되어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하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부조리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한다. 친구인 병화와 어울리며 지내지만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지 못한 그는 순응형 인간으로 살아갈 뿐이다.



반면 김병화는 비록 좋은 가문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 사회주의에 몰입하게 된다. 이들 삼대보다 현실적으로 시대를 바라볼 줄 알고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조덕기는 친구에게 자극을 받을 법도 한데 조부의 죽음 이후로 집안은 점점 몰락해간다. 즉, 시대적으로 봤을 때는 한 지주의 몰락임과 동시에 신분제가 무의미할만큼 혼란스러운 시대이기도 하다. 재산을 둘러싼 상속욕과 부에 대한 인간의 집요한 욕망. 신분제가 무너지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오로지 돈이었고 돈이 권력이었다. 재력만 거머쥘 수 있다면 어제의 양반에게 굽실거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내가 이 시대에 살았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사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사회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난무하던 그때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있을까? 결국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으로 우리는 염상섭 작가가 삼대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려고 한 뜻을 알 수 있었다. 돈과 욕망을 둘러 싼 이들의 텅빈 마음과 공허함. 자신들의 힘으로 환경과 시대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느낀 무력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시절의 서울 풍경과 풍습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에 감동하면서 역시 고전은 읽을수록 그 즐거움은 깊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참 제대로 된 소설이며 우리 문학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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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 - 저성장을 극복할 대한민국 뉴패러다임
박광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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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 실체없는 창조경제처럼 뉴패러다임은 또다른 언어도단일 뿐이다. 내수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대기업의 고용감축, 명퇴자 양산, 비정규직의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상생경영도 허울 뿐이었고 여전히 물량 밀어내기 방식으로 이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기존에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고 공평하지 못한 계약과 경영논리로 늘 대리점주나 노동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왔다. 정확한 현실인식과 현재 드러난 문제들을 바로잡는 노력이 없는 한 산업화시대처럼 성장을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것이고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취급해온 덕분에(?) 숙련자들은 빠르게 값싼 노동력으로 대채되어 왔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농업사회부터 정보화사회까지 모두 겪어온 세대라곤 하지만 고도성장의 과실을 배불리 먹은 세대가 아닌가? 베이비부머가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인류의 자산이라고 저자는 주장하지만 그들은 이제 은퇴를 한 세대다. 근데 저자가 주장하는 건 선언적인 의미밖에 없다. 근거없는 자신감처럼 들리고 어떻게 시스템을 잘 갖춰놓은 선진국인 제쳐두고 한국만이 저개발국의 빈곤퇴치와 인류의 최대 숙원과제인 기아를 원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현실인식의 부재다. 근거있는 데이터를 제시한 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가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정치, 경제, 교육 등 어디 하나 합리적이고 이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하기는 할까? 당리당락과 집단 이기주의, 성과위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나? 솔직히 대안이나 답도 없어 보인다. 획일화된 교육시스템 속에서 유치원을 포함해서 근 20년을 배운 뒤 비좁은 취업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옆집과 치열한 경쟁의 정글을 헤쳐나가야 하며 다른 길로 갈려고 하며 험난한 과정을 홀로 이겨내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대로 고착화된 채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당하며 버텨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가 수십년 동안 이어져 이제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투명경영,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사내 문화, 성과위주가 아닌 능력중심으로 누구에게든 공평한 승진 기회와 기여도에 따른 평가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부터 탄탄하게 내실을 다질 때 성장동력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도 30년간 경영활동을 해온 기업인으로서 경험과 생각을 썼겠지만 솔직히 그 주장과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청년실업, 저출산, 고용불안(비정규직 문제), 불안한 경제 등 산업성장인 동시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만들어놓은 급성장의 결과로 지금 청년세대는 3포세대, n포세대라 불리우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만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중점 과제다. <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거창한 수식어나 선언적인 표현보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아쉬웠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문제가 아닌 다방면에 터진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아직 이 책을 통해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에 내놓은 많은 정책과 법부터 제대로 지키면서 정직하게 경영했다면 사회면에 실리지 않을텐데 말이다. 회사원 개개인을 파트너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소모품으로 쓰다 버리는 존재로 취급하느냐 하는 기업 마인드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성장은 함께 목표에 집중해서 혼연일체로 노력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노력에 따른 합당한 대우와 대가를 약속하면 그만큼 더 회사와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움 패러다임을 제시해도 공감이 가지 않으니 더 답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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