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김재진 지음 / 렛츠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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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 먹고 살 일만 걱정없으면 되었고, 저자가 처음에 그랬듯 나와는 무관한 일쯤으로 여겼다. 취업, 다이어트, 직장생활, 문화생활, 여행, 취미활동이 주된 관심사였지 정치와 역사, 사회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방관자인 채 살아왔다. 단지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사건·사고들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정도였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 쯤으로 생각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터전에서 누군가에게 벌어진 일이고 언제 어떻게 같은 일이 되풀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관심했고 내 삶이 바빠 애써 외면한 채 살아왔다. 사회적인 이슈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을 뒤흔드는 문제라는 걸 광화문 촛불집회로 자각하게 되었고,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정국으로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혐오증과 무관심, 과거에 대한 망각은 권력을 쥔 자들이 의도하는 일이 아니던가?


불과 해방 후 71년만이다. 세계사적으로도 드물게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6.25 전쟁을 지나오면서 이미 정신적으로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것은 아닐까? 근현대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닌 잔인무도한 대학살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혹할 뿐이다. 전쟁이라는 비극보다도 사실 반공, 빨갱이라는 미명 하에 죄없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임을 당해야 했다. 그 당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다른 나라 이야기도 아니고 이 땅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역사와 국가편을 읽다보면 국가가 주도한 국가폭력 문제는 상당히 심각했다.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대강 사업, 용산 참사,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소록도 주민 학살, 원폭 피해자 문제, 거창산청함양 주민 집단학살, 국민보도연맹원 학살, 국민방위군 사건, 제주 4.3 사건, 여순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금강산댐 사건, 유서 대필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등 쉽게 넘길만한 사건들이 아니다. 반민특위는 강제 해산되어 제대로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고, 과거사위원회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모두 해산되어야 했다.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사건들이 많을텐데도 또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슬픈 대한민국 이야기>는 역사, 국가, 자본주의·복지, 노동, 교육·언론, 경제·정치, 시민 등 매우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중요 이슈들은 빅브라더와 시민K의 눈으로 꼬집어내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문제들을 저자는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신민화 정책을 펴면서 그들 권력에 종속되길 바라는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정치, 경제권력은 시민이 아닌 신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들이 펼치는 정책과 시스템을 부정하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장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빅브라더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사회시스템이 움직이도록 하면 된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으려면 늘 깨어있고 사회문제가 우리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마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잊혀졌을 많은 사건들을 떠올려보라. 큰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반복되는 사건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는 내겐 가장 큰 사건이었다. 급성장의 여파로 인해 인간의 탐욕이 지배했고 이는 부실공사와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합작품인 셈이다. 경제양극화로 인해 일자리 부족과 생활고는 많은 사람들을 벼량 끝으로 내몰았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이 많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경제는 계속 발전해가는데 우리들의 마음은 점점 여유가 사라지고, 오직 돈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겨우 버텨내고 있다. 다른 가치보다 돈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땅에 벌어졌던 역사를 잊지 말고 후대에 계속 알릴 의무가 있다. 이 아픈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면 어떤 비극이 펼쳐질 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답답했고 평소 고민해오던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어서 한 편으로는 통쾌했다. 연대의식, 문제제기, 의문, 시위 등 사회의 통념에 물음표를 제시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거북이와 토끼로 본 동물들의 경주 이야기를 읽다보면 같은 통조림 제품만 양산하는 학교 시스템이 생각났다. 사회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대학입시와 성적 등수에만 목매는 상황과 대치되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모두가 희망과 꿈을 품을 수 있는 건전하고 밝은 사회가 올 수 있을까? 불과 30년 전만 해도 같은 이웃이었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던 존재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서로가 경쟁상대이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이웃이 되었을까? 정말 슬픈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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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글쓰기
정숙영 지음 / 예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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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이 다 그렇듯 겉으로 봐선 모른다. 만일 전업작가로 일할 때 겪는 많은 일들은 작가라는 타이틀에 가려 다 좋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취미는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 취미가 직업이 되버릴 때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내게도 하나의 낭만과도 같은 직업을 꼽으라면 여행작가가 있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면서 책까지 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여행이라는 마법과도 같은 단어로 젊음, 청춘, 자유, 즐거움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일상 속에서 단지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이기까지 한다.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재능 중 체력만 제외하면 내게 딱 맞는 직업이다. 출사나 팸투어를 다니고 리뷰를 남기며 사진촬영도 꽤 좋아한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여행자의 글쓰기>라는 책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작가의 솔직담백한 여행작가의 세계를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여행자의 글쓰기>는 확실히 한 권의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알찬 꿀팁들이 많다. 글쓰기 훈련을 위한 몇 가지 팁도 반복해서 연습하다보면 좋은 문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있을 듯 싶다. 목차를 만들고 문법에 맞는 잘 된 문장을 만드는 등 작가로 도전하려는 사람이나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들어두면 좋을 듯 싶다. 시중에는 정말 많은 여행에세이들이 나와있고 나 역시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을 읽어왔다. 일단 여행이라는 테마가 들어가면 에세이나 가이드북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다. 그런 연유로 여행작가는 어떻게 되는지, 여행작가만으로 수입은 괜찮은 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여행작가만 하기에는 확실히 돈이 아쉽다. 여행경비를 자비로 갔다 오는 케이스가 많고 여행사나 항공사에서 협찬을 받은 경우는 정말 운 좋은 케이스인 것이다. 작가는 2년 이상 생계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면 도전해도 좋다고 하는데 읽고나니 여행 시작부터 끝나고 난 뒤 골방에 앉아 하루종일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라는 게 한 사이클인데 단지 여행을 마쳤다고 끝이 아닌 것이다. 여행 중에는 틈틈히 노트북에 정보나 메모, 글을 남기고 여행지에 대한 사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왕이면 영어나 제2외국어 쯤은 간단하게 회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다. 


분명 장점이 많지만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선 글부터 잘 쓰고 볼 일이다. 어쩌면 가장 비효율적인 자영업이라는 작가의 진단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낸다고 당장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다 인지도를 높여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이 어디 쉬운가? 일반인이 쓴 여행에세이도 많이 읽어봤는데 전문작가 못지 않게 잘 쓴 것도 있지만 평이한 수준에 머무른 감상기를 담은 책도 왕왕 있었다. 아마 여행작가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의 부제가 제대로 설명해주리라 본다. 여행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비밀노트를 통해 풀렸다. 여행작가로 산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다방면에서 팔방미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여행작가. 언제가 도전해볼만한 직업인 것 같다.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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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 옛 초상화에서 찾은 한국인의 모습과 아름다움
이태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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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형태의 카메라가 개발된 시점은 1936년대라고 한다. 그 이전 시기의 서양에서는 카메라 옵스쿠라같은 광학기구를 이용해 입체감과 원근감을 구현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실제 눈을 통해 보는 것 달리 이 기계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사람도 이 장치를 사용하면 연필로 사물의 윤곽을 쉽게 그릴 수 있다고"고 물리학자 포르타의 말에서 보듯 풍경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화가들에게 꽤 유용하게 썼음을 알 수 있다. 기존보다 생동감 넘치는 풍경화들이 나오게 된 배경에도 궤를 같이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옵스쿠라가 발전하면서 더욱 사실성이 강조되었고 구체적인 묘사가 가능했다.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에서 이런 부분을 언급한 건 흥미로운 일이다. 조선시대엔 대표적으로 정약전의 집에 카메라 옵스쿠라를 설치하고 이기양의 초상화를 그린 사례가 대표적이지만 어떤 화가가 그렸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동양화는 주로 풍경이나 해학물, 가례의식, 역사 상상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편인데 정교하게 그린 초상화를 박물관에서 직접 보면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로 섬세하게 그렸다. 그 시대의 인물들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면서 전체적으로 흘러나오는 풍모와 지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찍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초상화는 당대 최고로 칭하는 화가들이 주로 그렸는데 흥미로운 점은 조선 후기 1780년대 카메라 옵스쿠라를 활용했을 가능성이다. 그 근거로 이명기가 그린 초상화의 입체적인 표현과 손을 드러낸 포즈, 투시도법에 근거한 바닥의 사선처리를 들고 있다. 의습을 보면 명암이 발견되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명확한 인물의 축소비율과 형식미는 눈대중으로만 그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약용을 통해 들여온 카메라 옵스쿠라가 이렇게 초상화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는 점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소득이다.





조선후기 초상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양의 카메라 옵스쿠라가 조선시대에까지 영향을 끼쳐 초상화에도 활용되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위 작품은 <채제공 65세 초상> 금관조복본으로 1784년 이명기가 그렸으며 보물 제1477호 개인소장 중인 작품이다. 비단에 수묵채색을 하였고 수염 한 가닥, 바닥의 문양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유지초본과 흑단령포본이 남아있으니 어떤 방식으로 그렸는지 대강 알아볼 수 있다. 서양 미술에만 익숙해져서 조선시대의 그림은 고리타분에 여겨왔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후기에 성행한 초상화의 역사와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재 남아있는 것만이라도 후대에 잘 보존해주길 바란다. 전쟁과 환란에 불태워져 소실된 작품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중한 문화자산을 알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지킬려고 하는 노력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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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갈 곳 잃은 민심, 표류 중인 국가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
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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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다시 기성세대에게 묻고 싶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왜 나오게 되었고 3포 세대, 7포 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정치 구호 속엔 국민을 위한 정치나 마음 보다는 정쟁이나 당파 논리에 휩싸여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선거철만 오면 길거리마다 명함과 유인물이 뿌려지고 기계적으로 기호 몇 번을 외치는 인사와 귀 따가운 확성기 소리만 남발할 뿐 오직 표를 얻기 위한 노력 외에는 없는 듯하다. 지키지도 않을 선심성 공약과 일단 배지만 달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 평소 들를 일이 없는 재래시장에 찾아와 악수와 웃음을 흘리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씁쓸한 이유다.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일까? 기득권층과 부유한 소수의 국민만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아무리 위법을 저질러도 교도소에선 극진한 대우를 받을뿐더러 곧 광복절 특사다 뭐다 해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금의환향 한다. 


정치권은 서로 공천받겠다고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 어떤 원칙도 기준도 없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건 그들을 제재할 법안이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표류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을 보면 대부분 명문대나 판검사, 변호사, CEO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되려 기득권층이니 국민의 손과 발이 될 수 있을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성찰과 정치권에 던지는 쓴소리는 공감한다. 그런데도 불편한 시각은 곳곳에 존재했다. 작년 광화문 시위에 대한 논설은 거의 보수세력에서 보는 시각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도적인 입장에서 본질을 본다기 보다 시위대는 테러리스트로 둔갑해서 사회을 혼란시키는 악의 축일 뿐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시위는 이보다 더 격렬하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요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도 제대로 보장받은 적이 있을까? '독선과 폭력은 법치국가의 적이다'라면서 경찰의 과도한 과잉진압과 채증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다. 균형을 잃은 시각이 아쉬울 뿐이다. 


면세점 인허가권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차피 대기업들만 입찰했고 롯데 면세점이 몇 군데 탈락했다고 깊은 충격에 빠질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국정교과서만 해도 짧은 시간 내에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현행 교과서가 줄곧 편향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근현대사만 해도 다루지 않은 사건들이 많다.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문제가 많은 교과서를 배우고 시험까지 치른 것일까?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은 무엇일까? 뉴라이트에서도 주장한 것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를 단 학교도 채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을 왜 떠넘기려 하는 걸까? 뜻있는 사학교수와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듣지 못한 걸까? 국정교과서로 통합하는 것은 바로 역사를 획일화의 틀에서 보겠다는 것인데도 말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바뀌지 않는 이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쓴소리를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바뀐 것 없이 그대로가 아닌가? 근데 부록에서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명가'라는 꼭지는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라 낯간지러웠다. 그로 인해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끌어냈다거나 좋은 선례를 남겼는지 잘 모르겠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박 대통령 쪽에서 키워준 측면도 적지 않다는 대목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자택감금시키고 납치하려고 했을까? 인과론적인 접근은 이렇게 위험하다. 오랜 기간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 뭔가 정치권과 사회에 쓴소리와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해 아쉬웠다. 최근 언론에 기고된 글들을 취합한 뒤 그 글에 논평을 다는 방식을 취하는 이 책은 되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재확인시켜준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치부의 근원까지는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표피적인 형태로만 전하는 메시지에서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를 그대로 드러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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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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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맨부커상 수상자의 작품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2권에 걸쳐 방대한 양의 책을 썼다는 점도 놀랍지만 등장인물 소개와 배경 설정, 루미너리스 지도까지 매우 촘촘하게 설계되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이렇게 호흡이 긴 장편소설을 집필해냈다니 대단한 재능이다. 32개국에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이며 가디언과 옵서버, 인디팬턴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특이한 문양의 원 안에 이름들이 적혀있는데 바로 열 두 남자들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에 얽힌 살인 미스터리를 쫓고 있다. 주인공들은 점성술에서 말하는 별에 해당되는 사람들인데 워낙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전체를 이해하면서 읽기에도 벅찼다. 


19세기는 뉴질랜드도 금광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금맥을 캐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던 시기였다. 금을 캐면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고 한마디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시기였다. 호키티카 마을도 그 중에 하나였는데 발퍼라는 사람이 월터 무디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온통 남자들 뿐인 비밀스런 어느 호텔의 흡연실에서 열 두 남자를 만나면서 천천히 사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별, 행성, 육지, 영향력 따위로 나뉘어서 이걸 한 번에 이해하며 읽는다는게 머리를 아프게 했다. 장편소설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가 파악되면 몰입하면서 읽기 쉬운데 루미너리스는 소설 속에 점성술의 틀이 녹아있어서 줄거리를 제대로 알려면 점성술을 알아야 이해하기 빠를 것 같다.


1부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1권에서는 한 사건 안에 열 두 남자 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인물들과 관련되어 있고 은둔자의 죽음, 창녀의 자살소동, 부유한 청년 실종사건 등 굵직한 미스터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초반에 나오는 월터 무디가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화자로 등장하는데 살인 사건은 역시 범죄자가 누군인지를 밝혀나가는 일이라 확실히 몰입하긴 좋은 소재다. 1권에서는 사건을 풀어놓느라 지루하게 꾸역꾸역 넘겼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하나둘 잡아가면서 읽는 재미와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1권보다 2권은 훨씬 더 두꺼운데도 과연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아마 1권은 2권의 사건을 완결짓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고 시간과 공을 들여 읽는다면 확실히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런 재능은 어디서 왔을까? 복잡하게 얽힌 여러 건의 사건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완벽하게 책으로 만들어냈고 게다가 흥미를 더해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역량을 가진 소설가가 나오길 기대하며 앞으로의 후속작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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