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울어요 - Autumn
토머스 하디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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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가 가장 서양의 고전 문학을 많이 섭렵한(?) 시기는 소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학구열이 무척이나 강하셨던 어머님께서 '교양' 혹은 '정서'를 이유로 잔뜩 사다 주셨던 것도 있었지만 막상 그 책 한 권 한 권이 너무나 재미있었달까. 오히려 '어린이들을 위한' 이라는 식의 책들보다는 그런 고전들이 훨씬 재미있었던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고전들은 지금 읽어도 그 때와는 조금 다른 맛이지만 훌륭한 맛을 내고.
그래서인지 최근 서점에 가면 즐비하게 있는 동화책이 아닌 어린이책들을 보면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저급의 컨텐츠'를 '아동문학'인 양 포장한 그런 책들을 볼 때.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저명한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약간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아동문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괴팍함(?)을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상업적으로 아동문학이라고 포장되어 등장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나이대의 독자들에게 부적절한 글들이다'라는 그의 강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가 그다운 깐깐함으로 엄선한 서양의 고전문학들을 모은 것이 이 '해럴드 블룸 클래식' 시리즈다. 원제는 'Stories and Poems for Extremely Intelligent Children of All Ages'. 해석하기에 따라 '모든 세대의 지극히 총명한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과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고, '모든 나이대의 지극히 총명한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과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생각하면 재미있다. '모든 세대의'라고 해석한다면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어린이들에게 좋은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모든 나이대의'라고 해석한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린이의 동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그런 책이라는 뜻일 테니까. 해럴드 블룸의 서문을 보면 후자의 해석에 더 가까운 뜻으로 이 시리즈를 편찬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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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공교롭게도 처음 잡은 책이 가을이었다. 계절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나도 모르게 적용된 것이었을까

총 8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 계절의 정서로 모은 단편소설 41편과 83편의 시로 구성된 '헤럴드 블룸 클래식' 중 처음 잡은 것은 5권인 가을편.
중국의 작가 린위탕의 '생활의 발견'에 의하면 가을은 부드러움, 연약, 순수, 소박, 고상, 관대, 가냘픔, 단순, 청명, 여유, 한가로움, 청량함, 실질적인 것의 이미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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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짧은, 하지만 재미있는 그리고 '환상문학'적인 단편들이 모여있는데, '테스'의 토머스 하디, '죄와 벌'의 톨스토이, '주홍글씨'의 나사니엘 호돈 등 그야말로 '명작'을 써낸 거장들의 작품들이 담겨있다.재미있는 것은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서양문학이라고는 하기 애매한 작품도 담겨있다는 것.  각각의 느낌은 꽤 기묘하면서도 매력적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소설들의 직관성이다. 거장의 작품들이지만 현학적이지 않고, 또 단편이기에 더욱 쉽게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그 매력은 그대로 살아있는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땅이 필요할까'와 20년 동안 주위 모든 지인들에게서 떠나 그들을 관찰하다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나사니엘 호돈의 '웨이크필드'가 가장 재미있었고 또 인상깊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리고 시편. 개인적으로 서양 시에 대해 굉장한 문외한이지만 한 편 한 편을 읽는 동안의 감정들은 꽤 각별했다. 비록 실력이 일천해서 서양시로서의 맛을 느끼지는 못 했지만 그 심상만은 확실히 느껴졌달까. 특히 표제작인 '이제 그만 울어요'의 자연의 순리와 슬픔에 대한 이야기는 꽤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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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부터 편저자 서문, 그리고 역자 해재까지 이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엮은이인 헤럴드 블룸의 의도에 대해 참 친절히도 다뤘다>

저자 소개, 편저자 서문, 역자 해재... 어쩌면 당연히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분명 거장들의 작품이지만 그들을 거장으로 만들어준 것은 대부분 장편이기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이다. 그리고 고전을 해럴드 블룸이라는 명평론가의 이름으로 모으는 작업이 있었기에 그 의도에 대한 밝힘이 있었어야 할 것도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로 왠지 이 부분들 때문에 이 책 자체가 '어렵고 지루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역자 해재까지 더했으니.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문과 해재가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성격상 이 두 글을 꼭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고. 그것이 조금 아쉽달까. 적어도 국내에서 썼을 역자 해재라도 조금 더 쉽게 써주었으면 어땠을까. 분명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었으니까. '지극히 총명한'이라는 단서가 붙긴 해도.

고전의 향기라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수식어를 쓰지 않더라도 이 시리즈 굉장히 매력적이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며, 저명한 평론가가 엄선한 작품들 답다. 읽기 쉬우며 재미있는, 그리고 짤막짤막해서 부담없는 단편들. 그리고 열심히 골라서 찾기도 힘든 거장들의 단편들을 모아둔 이 시리즈. 가을의 느낌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또 감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헤럴드 블룸의 서문과 역자 해재를 다 빼고 작품들부터 감상하길 권한다. 고전이라는 딱딱함이나 부담감이 전혀 없이 작품만을 감상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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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 - 단 하루도 거르지 않게 만들어주는 혁명적 플랜기술
와타나베 미키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더&리더(리더앤리더)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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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위한 희망찬 계획. 알찬 계획. 올해에는 정말 꼭 지켜야지 하며 계획을 세울 시기. 지금이 딱 그 시기다. 매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 눈을 희망으로 빛내며 올 한 해를 설계할지를 생각하면 참 즐겁다. 그 희망의 기운들을 모두 모으면 좀 과장해서 지구를 가득 덮을 정도가 될 거다. 하지만, 그 계획을 되돌아보며 반성할 때의 절망을 생각하면 바로 우울해진다. 아니, 그 계획을 되돌아보며 반성까지 할 거라면 더 낫다. 그 희망의 기운들이 금새 퇴색되고 '너무 바빠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등등의 변명 속에서 금새 계획의 시간이 아까운 상황이 되어버린다. 흔히 말하는 작심삼일. 뭐 요즘은 작심삼초라는 말도 생겼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셀 수 없는 수의 플래너, 다이어리들이 팔려나가고, 또 관련 서적들이 팔려나간다. 그러고보면 '다이어리'라는 이름에서 언제부턴가 '플래너'라는 이름이 대세가 된 듯 하다. 그야말로 '플랜'을 세울 수 있는 그런 도구로서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대부분의 작심삼일은 '잘못된 플랜'이 가장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도구를 탓하진 말자. 최근의 플래너들 정말 다들 잘 되어있다. 적어도 기본은 한다). 지킬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플랜이 잘 못 되어 있다면 어떻게 지키겠는가.
그리고 놀라운 것이, 대부분의 관련서적, 훌륭한 수식어들과 훌륭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그런 책들이 분명 읽고 있으면 '와, 내 소명은 무엇일까? 사명서는 어떻게 만들까? 훌륭한 계획을 세워봐야지!!'라는 동기 부여는 참 잘 되지만, 막상 계획을 세우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다이어리부터 시작해서 PDA를 한참 쓰다가 지금은 '프랭클린 플래너'를 3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왠지 정말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은 '장기계획'이라는 느낌에 섣불리 장기계획 세워보려고 끙끙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플래너'가 중요시하는 가장 큰 차별점인 '장기계획' 부분을 신경쓰다가 그것 자체가 고민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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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새로운 계획은 아직 '무리'라고 말하는 플래너 관련책은 처음이다. 하지만 정말 와닿는 느낌이랄까

이 책, '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를 처음 보았을 때 참 달라보였던 것이 바로 이거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 하나. 체크하고 메모하는 습관. 그것부터 고민하고 습관화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관련서적은 놀랍게도 참 드물다. 개인적으로도 꽤 여러 권의 플랜, 플래너 관련 서적들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 담겨있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었던 교훈을 담고 있는 책을 만났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가끔씩 주위 사람들과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프랭클린 플래너 류의 시스템 플래너들은 선물로 참 나쁘다. 높은 가격에 비해 제대로 쓸 의지, 그리고 체크와 메모의 습관이 없다면 싸구려 메모장으로 전락하고 말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체크와 메모의 습관화. 너무 중요하고 당연한 이야기라서 다들 중요시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게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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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천력 트레이닝 노트'는 '슬로우 슬로우' 전략 부분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부담이나 무리 없이 메모하고 체크하는 것을 습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

그리고 이런 '체크와 메모의 습관화'를 위해 별책 한 권을 할애할 만큼이나 이 단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슬로우 슬로우' 라며 느긋하게 하루 일과를 단 몇 개의 칸을 채우는 것만으로 돌아보고, 점차 그 내용과 칸수를 늘려가는 이 '실천력 트레이닝 노트'는 자연스럽게 플래닝을 습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직원들에게 플래닝을 적용시키려다 실패한 경험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플래닝을 하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만들어진 것인 만큼 플래닝 시작의 정곡을 찌르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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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일 가량, 총 3단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습관화 시스템은 꽤 훌륭하다. 오른쪽 페이지의 상단에 있는 것처럼 '대충 씁시다'라는 식으로 느긋하게 점점 습관화되는 것에 중점을 맞춘 그야말로 '실천력 트레이닝 시트'다

그리고 이런 단계를 자연스럽게 마친 후에 진정한 와타미 플랜이 시작된다. 플랜을 진행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저자의 고민들,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난 다양하고 요긴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다. 슬로우 슬로우 단계를 넘어서 퀵 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내용들이 프랭클린 플래너의 장기 계획 파트와 상당히 다르면서도 같다는 것. 역시 오랜동안 꿈을 찾고 이룩하려는 끝없는 노력의 결과는 비슷한 곳으로 가는 것일까? 그런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들 덕분에 개인적으로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는 나에게도 꽤 도움이 되었다. 약간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실제 꿈을 찾고(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굉장한 플래닝 기술, 그리고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잡고 있었던 저자에게 상당히 놀랐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룩해낸, 대단한 인물이 내놓는 노하우이기에 그 내용 하나하나는 상당히 값지고 인상깊었다.

솔직히 자기가 가진 꿈, 소명. 수많은 플래너와 관련서적이 부르짖는 궁극적인 그 개념들을 확실히 얻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수많은 책들이 뛰어난 인물들의 예를 들며 너무 쉽게 말하지만 그것들을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고 이루어나가는 것은 전부 나 자신의 몫이며 굉장히 오랜 시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와타미 플랜. 어쩌면 그 내용과 깊이 자체는 기존의 플랜 기술 관련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래너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이나, 매년 작심삼일로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광서방처럼 장기계획에 대한 어떤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는 꽤 다르게 다가올 매력적인 플랜 기술이다.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보며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참고서로 활용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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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 느낌으로 된 통일된 책 디자인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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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happy -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소냐 류보머스키 지음, 오혜경 옮김 / 지식노마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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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자주 다뤄지는 주제를 뽑았을 때 이 '행복'이라는 주제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이 이야기하고 또 방법론을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면 올 해 개인적으로 읽을 책들 중에서도 '행복', '행복한 이기주의자', '해피니스 업그레이드', '에너지버스', '굿나잇' 등 떠올려만 보아도 행복을 주제로 한 책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사실상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거나, 혹은 재테크를 하는 이유, 크게 보았을 때 세상을 사는 이유가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그 행복을 얻는 소재가 다를 뿐.

그리고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행복해지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참 많은 방법들이 소개되고 등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런 가운데 이 책, 'How to Be Happy -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어쩌면 또 한 권의 행복 방법론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행복론의 내용 자체는 기존의 수많은 자기계발서, 사회심리학서, 긍정심리학서 등과 일맥상통하며 아주 독특하다거나 새로운 것은 그다지 없다. 방법 그 자체로서의 행복 접근법을 원한다면 크게 얻을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접근법에서는 분명 큰 차별성이 있다. 바로 '과학'이라는 것. 저자 소냐 류보머스키는 무려 18년의 시간을 '행복'과 '행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고 이 책은 그런 연구의 결과다. 예를 들어 '몰입'이라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개념을 행복에 적용시킨다고 했을 때, 표본을 모으고 그 표본들에게 '몰입'을 체크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임상실험을 거치고 그 결론을 통해서 그 방법이 실제로 행복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몰입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연구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책에 있다는 것.

그런 덕에 굉장히 책 자체를 읽는 것이 흥미롭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그저 알고만 있었던 - 그래서 이러면 행복해질거야 라고 그저 짐작만 했던 - 행복 성취에 대한 방법론들이 왜 효과적인지를 이해하면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냥 아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분명 설득력의 농도가 다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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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가지의 연결과 확장.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과학적 요소들은 이 책의 기본 방향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오랜 연구를 통해 저자가 발견한 것은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사람마다 정말 크게 달라서 전체의 50%는 이런 선천적인 부분이며, 로또에 당첨되었다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등의 환경적 요인은 겨우 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분은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적다는 것은 정말 예상외였다). 그리고 나머지 40%를 우리가 개인적인 의지와 행동 등 '노력'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는 그런 결론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저 40%를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그것을 익히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방법 혹은 연습들을 과학적인 기반에서 설명하고 개인들이 자신에 맞게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그런 보고서이자 학술서이자 연습서랄까.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현재 자기 자신의 행복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설문조사식의 테스트 부분이었다. 테스트라 해서 일반적인 여성지에 있는 출처도 실질적인 정확도도 알 수 없는 그런 테스트가 아니라 확실한 연구를 통해서 만들어진 질문, 그리고 그간의 수많은 실험들을 통해서 정확도를 보증하는 그런 것들. 어떤 연습이든 자신의 상태를 알고 해야 훨씬 효과가 높은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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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행복 설문지. 현 상태를 인식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인식에 사용되는 도구의 정확도와 설득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행복. 인류라면 누구나 바라고 얻고 싶어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그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그리고 그런 만큼 이 책 꽤 만족스럽다. 비록 던지는 내용 자체의 참신함은 없으나(사실 더 이상 나올 개념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개념이 나와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나 자신이 갖고 있는 막연한 행복에 대한 개념을 좀 더 확실히 구체화시키고 이해하며, 그런 이해된 바탕에서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높다. 지도를 들고 길을 찾는 것과 지도를 그려가며 길을 찾는 것은 그 효율이 다른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이제 관건은 직접 길을 찾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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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인간의 연구는 물론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수많은 긍정심리학에 대한 정리는 이 책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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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H. 안나 수 엮음, 이창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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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립 박물관, 반 고흐전에서...

지 금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전. 반 고희 단일 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는 전시. 그 덕분에 휴일에 들렀던 서울 시립 미술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우리 나라의 문화 수준에 다시 한 번 놀라면서도 솔직히 편안하게 즐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하나인데 말이지. 뭐 '반 고흐'를 싫어한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아예 관심 없으면 몰라도. 그래서 그를 '아트 페어의 흥행보증 수표'라 부르는 걸까. 그리고 그런 만큼 이 시기에 반 고흐 관련 서적들의 출간이 새삼 눈에 띈다. 벌써 나온 책만 해도 다른 작가들보다 더 많아보이지만 역시 시기가 시기니까.
그 런 가운데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놀랐다. '그림책(?)은 이래야 해'라는 느낌이랄까. 훌륭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은 역시 최대한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 작품의 색과 질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한 고심을 한 느낌이랄까. 판형 자체도 대형 판형, 그리고 인쇄도 굉장히 잘 되어 있는데다 색감이 대단히 좋다. 지금까지 나온 미술 관련 서적 중에서도 월등히 좋은 편이라서 좀 알아보니 아주 까다로운 색분해를 거친 다음 반복되는 컬러 인쇄 뒤에 본문 코팅 과정을 한 번 더 거쳤단다. 이러니까 이런 색감이 나오나보다. 물론 대형판형에 그런 과정을 거친 덕에 가격은 꽤 높은 편. 하지만 분명 그 정도 값은 충분히 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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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꽃'을 실은 표지를 확대해서 찍어봤다. 마치 실제 유화의 덧칠이 느껴지는 듯한 뛰어난 인쇄와 색감은 이 책 전반의 질을 가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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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이 가득한 이 그림은 책의 속표지다. 속표지마저도 다른 작품을 이용해 더 감상하기 좋게 해 주는 제작사의 배려가 느껴진달까

전 반적인 책의 내용은 고흐가 쓴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다. 거의 대부분을 동생인 테오에게 보냈는데, 일반적인 서간집과는 조금 다른 것이, 어쩌면 이렇게 편지 한 장 한 장에 수많은 데생들을 남겼는지... 오히려 수많은 작가들의 고흐의 인생에 대한 평론보다 더 와닿는 느낌이다. 단지 서간집이 아니라, 그의 편지를 통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됨과 더불어 관련된 그림들을 함께 실어 그의 정신 세계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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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책의 구성은 각 연도마다 그 해의 고흐의 삶과 미술적 업적 등에 대한 평론, 편지 내용에 대한 번역, 편지의 원본, 그리고 관련 작품 으로 이루어진다.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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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초기 걸작으로 뽑히는 '감자 먹는 사람들'. 그 작품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갔는지를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는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니와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그 가 화가로서 불꽃처럼 살아간 것은 고작 15년 남짓. 그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화가로서 그가 이룩한 업적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 그의 그림을 평가할 때 말하는 이른바 천재성이나 광기, 강렬함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15년에 걸친 시간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편지들을 읽으며 고흐의 생각을, 그리고 그의 영혼을 어렴풋이나마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는 내가 알던 것보다 해박했고, 또 훨씬 지적이었으며, 천재라기보단 노력가였다. 그리고 공감이 가는 투명한 영혼을 갖고 있었고. 다만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우울함은 분명 느낄 수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 그리고 소울 메이트라고까지 할 수 있을 듯한 동생 테오와의 우애, 그리고 고갱과의 우정과 삶까지. 반 고흐를 좀 더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집에 두고 가끔씩 펼쳐보며 그를 느낄 수 있다면 한번쯤 구매해볼 만한 책이다. 책이라기보단 그의 인생록이랄까. 책을 이미 덮어버린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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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신의 삶의 가치를 재조명하려했던 고흐의 이 구절이 참 마음을 울린다. 이런 생각을 가졌기에 그렇게 처절하게 그림을 그려댔겠지. 그리고 이런 또 다른 고흐를 마나게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내가 아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또 다른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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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크기 비교. 대형판본이기에 훨씬 그림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찬조출연에는 '비서처럼 하라'가 수고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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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들고 다니며 읽을 책은 아니었다. 그만큼 크고 무거우며 속이 꽉 찬 책. 이 책을 들고 서울시립미술관을 누빈 한 여성이 다음날 양팔에 알이 뱄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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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8-04-0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전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못 보고 왔던 생각이 납니다.
도판이 참 화려하네요.
탐나는 책입니다^^

광서방 2008-04-02 16:00   좋아요 0 | URL
marine > 네. 저도 고흐전에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번 실패하고 두 번째 갔을 때에야 봤습니다. 일부러 평일 저녁에 갔기 때문에 조금 시간적으로 손해를 보긴 했습니다만, 가까이에서 뚫어지게 볼 수 있긴 했습니다 ^^;; 거기서 놀랐던 점이 이 책에 비해 도록이 너무 초라하더라구요. 그 때 이 책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인쇄 품질 등이 정말 훌륭합니다. 한 번 서점이든 어디든 꼭 보세요 ~_~
 
눈사람 마커스 - 인생에 힘이 되는 사람을 얻는 지혜
잭 마이릭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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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이라고 한 번 살짝 말해보자. Rock이나 Hip-Hop처럼이 아니라 Bossa nova처럼. 나직하게 천천히. 바로 그런 느낌이 '눈사람'이 갖고 있는 그런 따뜻함이 아닐까. 부드러운 여운이 남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눈사람같은 존재가 되는 것. 차가울지도 모르지만 따뜻한 느낌을 가진 그런 존재가 되는 것. 바로 그 것이 이 책 '눈사람 마커스'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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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 스타일로 말해보자. '눈사람'이라고. 눈사람들이 양각처리된 표지는 그래서인지 훨씬 맛이 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배를 만드는 청년 사장 마커스. 그의 뛰어난 조선 기술과 성실함은 최대의 크기와 최강의 내구력을 갖춘 그리스 최고의 상선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엄청난 비용을 약속하면서. 비록 아직 그의 회사는 그를 감당할 만한 규모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그의 야망, 그리고 열정, 그리고 욕심에 의해 그는 그 의뢰를 선뜻 수락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문제. '과연 누가 만드느냐'.

어디서 많이 본 상황 같다. 수많은 회사의 사장들. 열심히 일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한 끝없는 열정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힘들어보이더라도 저런 '대박'의 유혹이 다가오면 덥썩 문다. 분명 우리 회사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해낼 수 있을거라는 그런 다짐을 하며. 얼마간 힘들겠지만 다함께 야근 좀 하고 노력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쉽게 위기로 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만든 회사에 대한 열정과 실제 그 일을 함께 진행하는 직원들이 가진 열정은 그 차원이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런 힘든 상황에서 고개를 좌우로 내젓거나 혹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직원들이 사장에게는 야속할 따름이다. 함께 일하는 회사, 함께 키워갈 회사를 위해 그 정도라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결국 그 결과는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사장과 '희생을 강요당하는' 직원 사이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뭐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다 함께 최선을 다해도 될까 말까한 힘든 일을 서로가 대립하며 진행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책의 주인공 마커스도 마찬가지의 실수를 범한다. 그리고 하나 둘 사람들은 떠나가고 도저히 기일 안에 마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래서 마커스는 끝없이 방법을 강구하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 현명한 부인과 그가 조선업에 뛰어들게 했던 존경하는 바나바스 덕분에 그는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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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의 느낌 때문일까. 책 전반을 장식하는 삽화들도 굉장히 따뜻한 느낌. 그리고 참 어울린다는 느낌
그 길은 눈사람이 되는 것. 그 액면 자체의 차가운 눈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따뜻함을 전해줄, 그리고 그것을 파급시킬 그런 '뜨거운 눈사람'이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두 가지 진심을 말한다. 진심(盡心)과 진심(眞心). 즉 '마음을 다 해서 다른이의 진정한 마음을 얻어라'라는 것. 그리고 마커스는 정말 마음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훌륭한 결과를 낸다는 따뜻한 이야기.
어쩌면 참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우리들의 동양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진심을 다하면 하늘이 감동하며, 진심은 통한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와닿느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이 책, '눈사람 마커스'는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마커스가 변해가는 모습,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의해 변해가는 모습들, 그래서 뜨거운 눈사람이 늘어가는 모습들은 꽤 심금을 울린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나는 행복한 눈사람일까'라는 의문과, '나도 따뜻한 눈사람으로서 주위 사람들을 따뜻한 눈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의욕을 불러 일으켜준다.

미국의 유명 자기계발 전문가의 책에서 동양적인 교훈에 대한 열망을 느끼는 것.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런 열망을 끌어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충분한 가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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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회사 사람들이 하나둘 따뜻한 눈사람, 뜨거운 눈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과연 행복한 눈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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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친절한 자기계발서들의 단골 코너인 마지막 정리 코너. 친절하게 이 책의 주요 부분들을 정리해주고 있다. 다만 이것만 읽어서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열망'을 읽어낼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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