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미 - 웹 2.0과 플랫폼 경제학
김태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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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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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자주 들러서 읽는, 아니 RSS에 등록해두고 새 포스팅이 생길 때마다 읽는 블로그 하나가 있다. 어딘가에서 본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아주 우연히 덧글과 트랙백의 바다에서 건졌던 그 블로그는 태우's log - web 2.0 and beyond 라는 곳이다.
한참 관심을 가졌던(그리고 지금도 관심을 갖고 있는) 웹 2.0의 개념과 관련 소식들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어쩌면 딱딱할 수 있는 '학술적' 느낌이었음에도 분명 '사람냄새'가 난다는 것에 이끌렸던 듯 하다. 지금도 내 RSS 구독 목록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고.

그리고 그 블로그가 책이 되었다. 훨씬 보강되어서. 그리고 제목도 '미코노미'다. 'Me(나)'와 'Economy(경제)'가 합쳐진 신조어. 블로그를 들렀을 때마다 느꼈던 '학술적'인 느낌과 '사람냄새'가 합쳐진 그런 제목에 나도 모르게 제목을 보고 웃고 말았다. 그럴 줄 알았어. 라는 생각에서.

간단하게 말하면 그가 말하는 미코노미(MeConomy)는 웹을 비롯한 각종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표현과 생산의 능력이 갖추어진 개인이 과거 기업의 고유영역이었던 공급자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개인이 중심에 자리를 잡는 경제체제를 뜻한다. 기술의 발전과 웹 2.0의 확산을 통해 실제적으로 나 자신이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그것들을 이용하고, 그 결과 어떤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을 생각해봐도 웹 2.0 관련 서적은 꽤 많다. 이 책에 담겨있는 상당부분의 사례들과 이론들 이미 다루고 있는 책들도 많고.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책들에서 발견할 수 없는 동양적인 정서가 담겨있다는 느낌. 그래서 추천사의 한 부분에 '웹 2.0' 서적이 아니라 '웹이쩜영' 서적이라고 한 거겠지. 그가 말하고 싶은 것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술적인 것도 현상적인 것도 아니다. 그런 기술과 현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방향이 굉장히 옳다고 느껴지고. 일반인이 참가하고 그런 일반인의 동조와 열정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웹 2.0을 통한 경제활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저명한 웹 2.0 서적들을 읽어보면 그런 사람들이 하나의 '리소스'로서만 취급되고 그렇게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나오진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놀랐다. 그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와서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에 말이다. 나도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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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웹투포인트오'가 아닌 '한국의 웹이쩜영'을 말하는 것이 미코노미다


특히 그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태우's 웹 2.0 여행'이었다. 웹 2.0에 관련한 저명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저자는 미국 여행을 기획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런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터. 저자는 결국 이 여행을 후원받을 생각을 하고, 절실하게 호소한다. 그리고 그런 호소와 절실함은 수많은 사람들의 후원을 이끌어낸다. 비용적인 후원 뿐 아니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까지도. 한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 결국은 쉽지 않은 여행, 쉽지 않은 인터뷰, 그리고 그를 통해 쉽지 않은, 그리고 가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 참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코노미'의 전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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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이 때 꽤 관심을 두고 보았었던 저자의 웹 2.0 여행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는 웹 2.0 관련 도서로서 미코노미는 꽤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읽기도 어렵지 않으며, 처음 책을 낸 사람답지않게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지식으로서 받아들이기도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존재가. 한참 광풍처럼 몰아치던 웹 2.0의 바람이 조금은 사그라진 상황이긴 하지만 이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최근 그 관심이 사그라진 이유를 이런 '사람냄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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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한국에서 쓴 한국적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례의 경우 한국의 사례가 아주 적은 분량으로만 후반에 소개되어 있다는 것. 좀 더 많은 사례가 책 전반으로 녹아든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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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 고즈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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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 누구라도 소설 한 권은 쓸 수 있다.'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막상 '너의 자서전을 써봐'라고 한다면 글쎄. 위인도 아니고 내 주제에. 라고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 였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바뀌었다. '내 인생의 자서전을 한 권 써 보고 싶다'라고.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 되돌아보면 참 소중한 순간들도 많고 뼈아픈 순간들도 많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큼 소중한 유산도 없을 것만 같다. 예전 '위대한 유산'이라는 책과 의도라는 면에서 통한달까. 의미 자체는 훨씬 더 넓은 것이겠지만.
나 조차도 우리 아버님, 어머님, 혹은 할아버님, 할머님이 들려주셨던 당신들의 이야기를 지금 생각해도 참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물론 잔소리같이 들리는 것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을 책으로 남길 수 있다면. 우리 어머님의 자서전을 한 권 갖고 있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보니 나오는 답은 딱 한 가지였다.
'그것만큼 소중한 책이 또 있을까'라는.

그리고 하나 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이유.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미래를 그려보며 가질 수 있는 행복감, 그리고 반성의 시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설계라는 '자서전을 쓴다'라는 행위에 얽힌 일련의 작업들 역시 마찬가지 답이다.
'그것만큼 소중한 시간이 또 있을까'라는.
일기를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루하루의 삶의 기록이 아닌 내 인생 전반에 대한 곱씹음과 반추, 그리고 미래에의 투영이 될 테니까.

이 책,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은 실제 그렇게 자서전을 써나가고 있는 저자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써낸 책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굉장히 유효적절하다.


35. 어린 시절의 영웅은 누구였는가?
29. 10대 시절 경험한 여름밤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라. 별자리를 바라보며 나눈 대화나 품었던 희망이 있는가?
25. 그 때 가지 않은 길은 무엇이고 지금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6. 아기가 태어난 첫 순간의 기억을 말해보라.
41.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해지거나 여전히 지니고 있는 자신의 가치는 무엇인가?

자서전을 쓰고 싶게 하는 동기부여를 한 후, 각 시기에 관련된 질문을 넌지시 던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유명인들의 답변들을 예시로 담아두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적어보기를 종용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한 시기, 한 시기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한 권의 자서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각각의 질문들은 참 다양하면서도 세심하며 구체적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이 하나하나의 질문들이 결국 나 자신의 삶의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려준다. '어떻게 이런 것을 잊고 살았지?'라는 반문을 하게 하는 인생의 편린들이 말이다.
몇 묶음의 즐거움과, 몇 사발의 안타까움, 그리고 한 움큼의 부끄러움을 동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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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 과연 나는 얼마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그 때의 나를 그려보고 다짐하는 것. 미래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평생의 분량으로 이루어진 이 책 속의 480여개의 질문들. 서른 남짓의 나 자신이 이 질문을 모두 대답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질문들을 대답하는 동안 맛봤던 각별한 시간들은 나머지 질문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게 했고 한동안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는 그런 시간을 가졌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그리고 황혼을 바라볼 때, 각 시기의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기필코 이런 답변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그런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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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한 권씩 자서전을 쓰겠다는 구본형씨의 추천사. 다른 것은 제외하더라도 '나를 위해 쓴다'는 그 구절만은 참으로 공감한다


모든 사람들은 시간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들. 돌이켜보면 모두 소중한 시간들. 그 시간들을 기록해둔다는 것만으로도 참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그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있는지. 그 시간의 기록을 남겨보자. 그리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나 자신의 자서전을 써보자. 그 시간 자체가 소중한 시간일테니. 아니면 적어도 이 책이라도 한 번 읽어보자. 하나하나의 질문을 받는 순간 떠오르는 그 기억들을 기분좋게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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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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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라일락 피면, 그리고 이번 호기심.  '청소년문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아무리 봐도 청소년이라 하기 힘든 나이의 광서방이 관심을 두고 읽고 있는 '창비 청소년 문학'.
그간 소년, 혹은 청소년들을 위해 발간되던 수많은 소설들이 '눈높이를 청소년에 맞추는 노력'과 '수준을 그들, 혹은 그 이하로 맞춰버리는 실수'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면서 아동 문학(사실 아동문학이 수준 낮은 문학은 아니지만) 중에서도 수준 이하의 책들이 돠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창비 청소년 문학은 현격한 차별성을 보여왔다.

이 책, 호기심은 그런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중 하나로 '사랑과 성'이라는 사춘기의 민감한 소재를 제대로 청소년문학으로 녹여넣으려는 그런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분명 질풍노도와 사춘기로 대표되는 10대의 성과 사랑은 이미 지나버린, 그래서 퇴색되어버린 어른의 감성으로 건드리기 쉽지 않은 애매한 소재이기도 하다. '세대 차이'라는 말 정말 무시하기 힘든 일이며, 섣불리 요즘 정서를 따라해보다가 보면 오히려 공감을 불러오기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비 청소년 문학의 '소설가와 동화 작가가 모여' 각자의 색깔대로 만들어내는 청소년 문학은 이번에도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을 해냈다.
박정애 씨의 '첫날밤 이야기'처럼 아예 '외할머니 이야기'라며 전통적인, 하지만 여러 시대에도 통용할 수 있는 살풋한 사랑 이야기를 내놓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10대들의 감성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이용포 씨의 '키스 미 달링' 등의 작품도 있고 상담 선생님인 자신의 경험과 청소년인 상담자의 엇비슷한 고민을 통해 구세대의 10대의 사랑과 현세대의 그것을 서로 감싸안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작품까지, 한 책 안에 담겨있는 7개의 단편들을 통해 다양한 청소년 문고의 시도와 그 성과가 엿보인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비평가 '헤럴드 블룸'의 '상업적으로 아동문학이라고 포장되어 등장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나이대의 독자들에게 부적절한 글들이다'라는 문제의 제기와 일맥상통하는 그런 노력이 한국의 청소년 문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며, 실제적으로 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나도 만족할만한 그런 책, 그리고 실제 주독자가 되어야 할 청소년층이 읽어도 만족할 만한 그런 책들이 나와주고 있으니까(실제 추천해본 결과 꽤 좋은 반응을 보였다). 사실 '난해함을 풀어가며 지적 유희를 즐길' 그런 문학이 아니라면 누가 읽어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좋은 책이 아닐까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기에 더욱 그런 노력을 '청소년문학'에 하고 있는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에 관심이 가는 것이고.

하지만, '호기심'에 딱 하나 아쉬운 것은 전체적인 재미와 함량 이었다. 개인적으로 읽고 참 마음에 들었던 시리즈의 전작들, 그러니까, 구덩이, 라일락 피면 에 비해 이번 호기심은 좀 부족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못 읽을만큼 수준미달이라거나 함량미달의 글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아쉬움일 뿐. 하지만, '창비'라는 브랜드가 갖는 무게, 그리고 창비 청소년 문학이라는 뛰어난 그릇, 전작들의 뛰어남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좋은 기획과 의도, 그리고 한국 청소년 문학 계에 훌륭한 시도인만큼 조금 더 한 편, 한 편의 품질을 높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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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2 - 변화의 힘 마시멜로 이야기 2
호아킴 데 포사다.엘렌 싱어 지음, 공경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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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가 국내에 가져온 반향은 정말 상당했다. 좀 부풀려서 비교하면 마치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노선을 걸었다고 할까. 200만부가 넘는 대단한 판매량이 그랬고, 스토리텔링형 자기계발서의 출판 전쟁에 불을 붙였던 점이 그랬다. 그리고 그를 통해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도 있고. 그리고 그에 따른 구설수가 일파만파 큰 문제로 부각되었던 점도 그랬다.
한 교수의 '만족유예' 실험에 착안하여 내놓았던 '마시멜로 이야기'. 이 한 편의 이야기가 세계 시장의 규모로 보았을 때 그리 크지 않은 비율의 한국 책시장에서 그렇게나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을 생각하면 참 재미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출시된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의 한국판 인사말(5p)에서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라는 호아킴 데 포사다의 인사말을 보면서 빌 로퍼(스타크래프트 발매 당시 제작사 블리자드의 얼굴마담)를 떠올렸던 것은.
개인적으로는 당시에 그다지 큰 느낌은 없었다. 이 달에 읽은 책 - 2007/02에서도 당시의 감상을 밝혔었지만 좀 늦게 읽었기 때문일까? 수많은 스토리텔링형 자기계발서들이 난립했던 2007년 초(지금도 사실 별반 다를 바 없이 치열하지만)로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에는 그리 경쟁력이 없다는 느낌. 나쁜 책도 아니고 개념도 흥미롭지만 거기서 그만이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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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는, 억만장자이자 '만족유예' 실험에 참가했던 조나단이 별 목표없이 의미없는 삶을 살고 있던 자신의 운전기사 찰리의 멘토가 되면서 '마시멜로 법칙'을 전해주어 찰리가 더욱 행복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전작의 이야기의 후속이다. 언제나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는가?'가 궁금하기 마련.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만큼은 꽤 솔깃했고 한 시간 남짓의 정독을 통해 다 읽어낼 수 있었다.

전작이 '아직 마시멜로를 먹지 마라(Don't Eat the Marshmallow-Yet!)'는 기본 원칙을 밝혔다면 이번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절대 게걸스레 마시멜로를 먹어치워서는 안 된다(Don't Gobble the Marshmallow-Ever!)'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전작은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좀 더 미래의 큰 성과를 향해 정진하자며 작은 성과를 통한 동기부여 효과와 기본적인 '마시멜로 법칙'의 개념을 밝혔다면, 후속작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그 다음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는 지속적인 마시멜로 법칙의 적용에 대해 밝히고 있다.


1. 세상을 바꾸는 방법과 자기 자신을 바꾸는 방법이 잇다면, 둘 중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2. 삶에서 멋진 일이 생긴다면 먼저 누구에게 전화하겠는가? 나쁜 일이 생길 경우에는?
3. 여행할 때 머릿속에 있는 한 군데 목적지가 중요할까, 트렁크에 든 백 장의 지도가 중요할까?
4. 숲에서 '큰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 두 가지를 동시에 만났는데 하나만 죽일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죽일 것인가?
5. 신념과 행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6. 찰리가 마시멜로의 길에서 방향을 바꾸었다면,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

위의 여섯가지 질문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성공퀴즈'이다. 멘토인 조나단은 마시멜로를 게걸스레 다 먹어치워버린 찰리에게 저 퀴즈를 던져주고 자기의 삶을 저 퀴즈에 대입하여 자기 자신이 직접 마시멜로의 법칙에 맞는 성공의 길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찰리는 결국 성공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독자가 함께 따라가면서 실질적인 '마시멜로 법칙'의 방법론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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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된 CEO' 등에서 꽤 인상깊었던 추덕영씨의 일러스트는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일조한다

그렇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고, 또 곰곰히 이런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고 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의 삶이든 유혹도 있고 방종도 있기 마련. 그런 삶을 어떻게 좀 더 진취적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냐는 것은 끝없는 자기반성과 계획, 그리고 동기 부여, 행동의 연속일 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한 번 더 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가치는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읽었던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비교해보았을 때 그리 큰 비교우위는 느낄 수 없었다는 전작과의 동일한 느낌이 좀 아쉽다. 워낙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상 '마시멜로 법칙'이라는 것 자체가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기본적으로 말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며 그렇기에 두 번째 이야기에서 밝힌 '방법론'이 다른 책에 수없이 등장하는 것들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윌 스미스 이야기나 존 고다드 이야기도 이미 많이 알려져있으며, 특히 존 고다드의 이야기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어떤 자기계발서든 마찬가지다. 그 책이 독자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그 개념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모든 자기계발서 중 가장 값진 책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나에게는 그다지'였다는 것일 뿐. 그리고 내가 이런 평을 쓴다 해도 전작의 무게만큼, 그리고 브랜드의 유명도만큼 그 어느 다른 자기계발서에 뒤지지 않고 팔려나갈 것이다. 그런 만큼 읽는 사람들이 이 책의 최대한의 가치를 찾아내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에도 나오듯, '행동하지 않는 신념은 무의미한 것'이니까.

다만, 이런 구설수는 이제 그만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저 인기 때문에 생긴 터무니없는 소리만은 아닌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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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블리 사람들 - Summer
마크 트웨인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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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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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블룸 클래식을 두 권째 읽었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해럴드 블룸이 엄선한 고전 명작 단편소설과 시의 앤솔로지, 해럴드 블룸 클래식. 전체적인 해럴드 블룸 클래식의 리뷰는 이제 그만 울어요 - 거장들의 숨결이 가득한 가을빛 마스터피스를 참고해주시고, 이번에는 책 자체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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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무성함, 힘참, 위대함, 장대함, 강함, 영웅적인 기상, 기이함, 위험함, 호방함... 여름을 대표하는 이런 수많은 이미지들이 가득 담겨있는 2편 점블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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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강의 왕
런던 태생의 작가이자 비평가, 화가였던 존 러스킨의 단편이다. 굉장히 전형적인 권선징악적 이야기. 탐욕이 가득한 두 형과 그 밑에서 고생하지만 언제나 착하고 순박한 동생 글룩이 등장하며, 글룩이 황금강의 왕을 만나 황금강을 탐험할 기회를 얻고 결국 두 형은 벌을 받고 동생 글룩이 복을 받는다는 전형적인 우화 혹은 전래동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각 캐릭터들와 배경, 그리고 황금왕 등이 굉장히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며 그 이미지의 묘사가 굉장히 뛰어난 편. 또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탁월하고 우스꽝스러워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새끼 코끼리
'정글북'으로 유명하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루디아드 키플링. 코끼리의 코가 왜 길어졌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이루어진다. '악어는 저녁밥으로 무엇을 먹을까?'라는 질문을 가졌던 새끼 코끼리의 귀여운 호기심에 대한 앙증맞은 이야기. 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병 속의 도깨비
'보물섬',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너무나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와 그가 들어있는 병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알라딘의 램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문제는 죽을 때까지 소유하고 있으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 병을 살 때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는 두 개의 단서 때문에 귀여운 지니의 이미지와 다른 두려움이 있다. 우연히 이 병을 소유하게 되었던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이미 자신의 소원들을 모두 이룩하고 병을 파는 데 성공하지만 사랑을 위해서 다시 그 병을 사게 되고 느끼는 고뇌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희생하려는 아름다운 아가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개인적으로 이 책 속의 훌륭한 단편 소설들 중에서도 꽤 마음에 드는 단편.

유려한 로켓 불꽃
너무나 유명한 동화집인 '행복한 왕자'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는 '유려한 로켓 불꽃'을 통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서 큰 인상은 없었지만, 언제나 그의 교훈적인 글은 짧지만 뭔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또 다른 단편인 '<욕심쟁이 거인 The Selfish Giant>'을 참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테네시주의 저널리즘
'톰소여의 모험'으로 너무나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단편.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기 바쁜 테네시주의 언론계를 통해서 언론을 풍자한다. 굉장히 과격하고 폭력적이지만 표현이 워낙 우스꽝스럽고 재미있으며 폭력의 강도가 황당할 지경이여서 오히려 폭력적이라거나 무자비한 느낌이 전혀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리키-티키-타비
또 한 편의 루디아드 키플링표 우화(?). 귀여운 새끼 몽구스를 구해준 한 집안이 그 몽구스 덕분에 무서운 코브라들의 위협에서 구해지는 꼬마 몽구스의 모험기. 의인화된 동물들의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묘사가 상당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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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블리 사람들
루이스 캐럴과 함께 난센스 문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에드워드 리어의 시. 세상을 여행하는 점블리 사람들의 장편시로 엉뚱하고 유쾌한 초록색 머리와 파란색 손의 점블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엮었다. 시적인 느낌이지만 워낙 판타지 세계관틱한 느낌의 글이어서 상당히 독특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시의 경험이 일천해서인지 이 시가 표제작이 될 정도로 훌륭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냥하기 좋은 수사슴
존 데이비드슨의 작품으로 '시적 환상'으로 유명했던 작가 덕분일까? 서양시로서도 상당히 독특한 느낌이랄까. 수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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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이었던 '이제 그만 울어요'와는 꽤 다른 느낌이었던 '점블리 사람들'. 여름의 이미지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어서 굉장히 빨리, 그리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병속의 도깨비'처럼 소재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처절한 경우에도 그런 유쾌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랬기에 더욱 '거장'들이 썼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달까.
고전은 역시 고전의 향기가 있다.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 그리고 두 편의 시를 읽는 동안 단 한 편도 부족하다거나 별로라는 느낌 없이 각자의 독특함과 매력을 뽐내준 작품들. 역사를 통틀어 '고전'으로 인정받을, 그리고 '거장'으로 인정받을 작품, 그리고 작가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 이름만큼의 탄탄함이 고전 속에는 살아있으며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그런 생명력을 읽는 것. 참 값진 기회라는 생각이다. 비록 나 자신이 헤럴드 블룸이 언급했던 '지극히 총명한 어린이'도 아니고, 아직까지 동심을 잃지 않은 그런 감성적인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어려서 읽었던 고전들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불러일으켜주는 것만 보더라도 '고전'이 가진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단편 또는 시였기에 더욱 쉽게 빠르게 읽혔고.
고전도 그냥 고전인가. 헤럴드 블룸이라는 명평론가의 이름값이 한 번 더 얹혀진 고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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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기에 가장 좋아했던 작가 중의 하나인 마크 트웨인. 비록 '테네시주의 저널리즘'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는 것은 굉장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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