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과수원 농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비닐걷이에 대해, 가을걷이와 발음이 거지 똑같네유, 암튼 요거에 대해 한말씀 올리겄습니다.(뵌 적도 없는 마을이장 톤으로:)


이 비닐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어느 때부턴가 사과 농사의 필수가 되버렸쥬. 10월 중순, 빠르면 초순도 좋구먼요, 암튼 그때부텀 이걸 깔어야 합니다. 왜냐, 왜 필수냐, 잎따기를 왜 헙니까. 글쵸. 햇빛 잘 받으라고. 해를 잘 봐야 때깔이 고울 것 아닙니까. 근디, 아래쪽 열매덜은 잎을 암만 따줘봐야 해가 안들어요. 그래서 요 반사비니루가 필요한 거요. 잘 알겄쥬?
(아, 안되겠다. 정신차리자. 나만 재밌어하는 것 같다 ㅠㅠ)
흠흠..
다시 컨디션을 되찾은 후..
비닐을 걷다 보니 아직도 달려있는 사과가 보였어요. 보기엔 제법 크기가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 사진)

(두번째 사진)

그리고 오늘은 이런 일도 있었지요.
지난 10월 초 비닐을 깔다가 주머니에서 빠지는 바람에 생이별을 한 후, 무려 석달만에 만나게 된 잃어버린 나의 폰.(통화나 카톡기능만 빼곤 다 되는 폰) 그 폰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비는 수십차례 내렸고 비닐 아래 음습한 곳에 깔려있다가 얼씨구나 세상 빛을 보게 된 영광과 기쁨을 누구와 함께 하리오, 하고 물었더니, 알라딘 밖에 더 있겠수. 하고 답하더군요.

배터리의 습기를 제거하고 충전기에 연결했더니 멀쩡하게 잘 살아있더군요. 반사비닐 아니었으면 택도 없었겠지요. 비와 바람과 추위를 막아준 비닐에게 인사 한마디 건네시지, 했더니 이러는 거예요. 쉿, 비닐이예요. 제 걱정과는 달리 아주 개운하게 푹 자고 일어난 얼굴로, 지가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된 것마냥 말이죠.

오늘은 정말 날이 푹해서 여차저차 미뤘던 호스줄도 이렇게 잘 감아놓았어요.
그동안 동태처럼 딱딱하게 얼어 있어서 구부릴 엄두를 못냈거든요.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오늘 한낮은 어느 봄날처럼 따스했습니다.
풀들이 너무 이뻐서 잠시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쓰다듬어 보았는데 정말로 온기가 느껴졌거든요.

오후 5시 가까운 무렵의 서쪽 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