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을 하러 나선 김에, 뭐라도 하나 건질 요량으로 내가 한 일은, 빗줄기였다. 마침 투명 비닐 우산이었다. 빗방울이 톡톡, 카톡처럼 떨어졌다, 라고.. 쓰고 마는데, 사실 난 카톡을 안한다. 아니 못한다.. 혹시라도 털릴까봐? 그건 아니지만 내 명의의 폰이 없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만 꼭 그건 아니고, 어쨌든 그렇다. 이 시점에서 난 갑자기 국민감시법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 단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이와 관련한 요근래 사안에 대해, 일어난 일에 대해, 감동과 실망과 무엇과 무엇과 다시 생겨나는 코드와 워딩, 이런 것들 앞에 난 무엇 하는 인간인가, 생각해본다. 결국 알라딘에서 놀고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 뿐이다. 냉소? 맞다. 철저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은 그냥 쉬운 냉소. 이것인 것이다. 아,
다시 빗방울로 돌아가자.
톡톡.
카톡이나 두드리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