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 9일) 사과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한동안 사과(농사) 페이퍼를 등한시(?) 한 것도 있고, 모두들 힘들었던 혹서의 시간을 어찌어찌 보내고 이제 선선한 가을바람도 불고, '농사와 노동 그리고 삶이라는 조건,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라는 연구논문이 곧 출시(?) 된다는 소식도 왕왕 들려오고(왕왕 들은 것이므로 당연히 뻥입지요) 그리하여, 이 모든 걸 걸고 넘어지겠다는 객기를 안주로 삶아놓고 음주를 일삼는 등등의 둥가둥가 퇴폐적인(?) 나날을 보내던 차에, 사진을 좀 올려봅니다.
사과 사진을 올리던 중에 키보드 장애로 급조된 제목을 달았고,
수정 단계에서 황급히 비공개로 바꿨다.
마땅한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연분홍' 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었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가 생각났다.
이미자 버전으로 잠깐(첫소절 30초) 들어보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 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는 너.
이제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너의 이름은 대체로 이러하다.
희끄무레.(으흠)
허여스름.(흠흠)
허여멀금.(응?)
밍숭맹숭.(으응?)

이제 2단계로 접어든 너.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어정쩡.
어중간.
어물쩍.
어리벙.

드디어 3단계에 이른 너.
이름을 불...러 본..다.
(아이고 컨디션아,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그래도 불러.. 본다..
연...
분홍..
치마..
(으.. 오글거린다는 게 이런거구나.ㅠㅠ)

찾아보니 8월 30일 찍은 사진도 하나 있네요.

마침 메뚜기가 앉아있길래 숨죽이며 찍은 건데,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색깔 차이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지만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억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군요.
시간이라는 것.
그 시간의 허락 뒤에 찾아오는 것들. 그 안에서 흘러가는 것들.
그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발 맞춰 간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또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