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먹은 그릇과 저녁 먹은 그릇이 함께 있다. 나는 점심때 점심도 모자라 얼씨구 그릇을 먹었고, 그릇은 어라? 언제 저녁을 먹은 게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녁 먹은 그릇까지 내가 먹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다행인 건, 저녁을 먹은 그릇이 그릇을 먹은 나를 먹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결과로 인해 주방은 지금 매우 주방주방한 상태에 있다. 나의 게으름에 넌더리가 나도 백번은 났을 텐데 그래도 그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샤방샤방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무한역설의 태도에 다름 아닌 가상의 제스처임을 내 어찌...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상태. 잠안잠안한 상태. 악스트 2015. 09/10월호 몇쪽 읽다가 자야겠다. 작년 이맘때 샀을 법한 책을 이제야 펼치다니. 놀랍다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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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6-10-23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저와 흡사하나 올려주신 글의 묘사와 품격은 완전 다름!!!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잠안잠안한 상태에는, 최민석 초단편 소설집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을
권합니다~~^-^

컨디션 2016-10-23 20:02   좋아요 2 | URL
온갖 집안일에, 또 온갖 집안일을, 또 온갖 집안일이 매일매일 모기떼처럼 습격하는 우리네 아낙들(뿐만은 아니지만)의 십분의일이라도 공감해주리라는 믿음으로 말장난을 치다보니 거저 얻어걸리게 된 `묘사와 품격`이 아닐까 합니다ㅎㅎ

최민석, 이라는 작가 저는 잘 모르는데, 트리제님 추천하시고 하니 꼭 한번 찾아 읽어볼게요^^ 그러니까 불면퇴치용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 체험해보는 차원에서 말이죠ㅎ

비로그인 2016-10-24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좋은 밤되세요.

컨디션 2016-10-24 23:34   좋아요 1 | URL
아, ^^ 알파벳님도 좋은 밤 보내고 계시죠?
평소엔 잘 몰랐는데, 알파벳이라는 글자를 한자한자 쓰고보니까, `벳`이라는 글자가 참 사랑스럽고 우아한 느낌이 드네요. 벨벳도 생각나고 베티도 생각나고...그러네요^^

비로그인 2016-10-24 23:36   좋아요 1 | URL
우아한 느낌이 드는군요.
컨디션님 감사합니다.
컨과 션도 한자한자 보면 상쾌한 느낌이 드네요.

컨디션 2016-10-25 00:01   좋아요 1 | URL
컨,은 사실 좀 센 발음이라서..컹(개짖는소리) 또는 킁(코푸는소리) 같은 느낌에 가깝다고 저는 늘 생각(주장)하는 바입니다ㅎㅎ 션,은 맞아요. 상쾌한 쪽에 가깝죠. 션한 맥주한잔 할때 그 션한 느낌이라^^

2016-10-24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 언더그라운드의 전설 찰스 부카우스키의 말년 일기
찰스 부카우스키 지음, 설준규 옮김, 로버트 크럼 그림 / 모멘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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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평생은 여전했다. 낮에는 경마장에서 시간을 죽이다시피 했고 집으로 돌아오면 글을 썼다. 죽기 직전까지 그랬고 말년에 특히 더했다. 첫장편(우체국)을 발표한 1971년은 그의 나이 50이었고 1994년에 여섯번째 소설(펄프)를 발표했다. 1920년에 태어나 1994년까지 살았다. 근데 왜 이 책에선 7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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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름 모를 가을꽃을 만났다. 너무 밝게 무더기로 피어 있어서 깜짝 놀란 나머지 깜박한 게 있다. 아주 가까이 피어 있었는데도 향기를 맡지 못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요며칠 전후로 찍어놨던 사진들.
여름부터(어떤 건 봄부터) 피기 시작했던 꽃들인데 요즘도 있다. 신기할 것까지야 있을까마는 신기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아 신기하다 신기해 신기방기해. 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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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8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름 몰라도 인식하는 것에서 부터 사진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네 찍어야 겟다는 그 마음의 발로가 소중한 거니까요.

컨디션 2016-10-18 23:02   좋아요 4 | URL
누군가, 꽃이나 식물에 해박한 누군가 이름을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구요, 아무리 바빠도 꽃인데, 이순간이 아니면 안되는 건데..하는 다급한 마음으로 풀밭에 엎드려보는 이런 재미마저 없다면 무슨 낙으로 농사를 하겠나 싶어요. 제 마음의 발로라면, 뭐 그런 마음자세로 폰생폰사(?) 하고 있지요ㅎㅎ

커피소년 2016-10-19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ㅎㅎ뭔가 귀여운 글 감사드립니다..^^

꽃을 보고서 신기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마음이 그만큼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것이겠지요..

컨디션 2016-10-20 21:17   좋아요 1 | URL
글이 귀엽다고 하시니 아고..이거 좀 민망하긴 해도 기분은 참 좋네요^^
 

가을이 10월이고 시월이 가을이라면
아, 그러고도 모자라 그 한가운데
햇빛도 스스로를 못이겨 눈부신 날, 누구의 이름이었나.
설핏 지나치자니 단단히 붙들린 마음.

아름따다 드리오리라던, 그 이름을 불러 본다던
아름답고 아름답기를 바란다던 그 더딘 마음을

어떻게 할까 어떻게 좀,
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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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10-17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가 참 싱그럽습니다.

컨디션 2016-10-17 21:51   좋아요 1 | URL
오늘 딴 따끈따끈한 사과예요.^^ 싱그럽다는 표현이 더할 나위없이 감사하네요~~

yureka01 2016-10-17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과 아주 좋아합니다..정말 맛나게 보여요..한입 베어 물면..그 식감이란 ㅎㅎㅎㅎ아삭함은 사과의 매력~~~

컨디션 2016-10-17 23:36   좋아요 2 | URL
오, 사과 좋아하시는군요^^ 갑자기 하정우가, 김 대신 사과 한입 크게 베어물고 입가를 스윽 문지르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는 듯한 환각이..ㅎㅎㅎ

2016-10-18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10-18 21:00   좋아요 2 | URL
저도 작년에 처음으로 사과를, 나무에 달린 실물사과를 보았답니다.^^ 주먹 크기만한 게 꼭지 하나에 의지해 매달려있는걸 보니 마냥 신기하고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올해는 그런 감정이 좀 덜하네요..익숙해지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듯요.ㅜㅜ
반사비닐은 그야말로 온 삭신을 다 동원해야하는 필수작업인지라 며칠동안 아주 진저리를 치며 했답니다ㅎㅎ

2016-10-18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10-19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이렇게 토실토실 잘 키워내시느라 그동안 애정과 땀과 정성을 쏟으셨군요. 말이 필요없는 증거네요!
앞으로 사과 먹을때마다 컨디션님 생각날것 같아요.

컨디션 2016-10-20 21:22   좋아요 0 | URL
오? 어제 분명 댓글 달았는데 지금 보니 없네요? ㅜㅜ 댓글이 날아가는 일이 가끔 있긴 해도 이번 경우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ㅠㅠ

저도 사과 좋아하시는 hnine님 생각 많이 하곤 한답니다^^
 

해가 떴다. 비 온 뒤라 더 반갑다지? 나도 얼른 뜨자. 사과가, 익은 사과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꼭 돌아와서 할 일이 있다. 기다림이란 언제나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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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10-17 20:28   좋아요 2 | URL
오늘 바빴다면 바빴구요^^ 근데 이 정도는 전초전에 불과해요ㅎㅎ 이제부터 이 컨디션은 수확을 앞둔 몸이기에 다리 힘 팔 힘 어깨 힘 허리 힘..또 무슨 힘..아무튼 온갖 힘을 다 길러야 합니다..힘힘힝ㅠㅠ

2016-10-17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10-17 20:37   좋아요 2 | URL
저녁 잘 먹었습니다.재충전 중이구요.^^
못난이 사과가 지천에 널려있고 앞으로 수확하는 내내 그럴 것이기에 즙은 뭐 따논 당상입니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