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먹은 그릇과 저녁 먹은 그릇이 함께 있다. 나는 점심때 점심도 모자라 얼씨구 그릇을 먹었고, 그릇은 어라? 언제 저녁을 먹은 게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녁 먹은 그릇까지 내가 먹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다행인 건, 저녁을 먹은 그릇이 그릇을 먹은 나를 먹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결과로 인해 주방은 지금 매우 주방주방한 상태에 있다. 나의 게으름에 넌더리가 나도 백번은 났을 텐데 그래도 그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샤방샤방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무한역설의 태도에 다름 아닌 가상의 제스처임을 내 어찌...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상태. 잠안잠안한 상태. 악스트 2015. 09/10월호 몇쪽 읽다가 자야겠다. 작년 이맘때 샀을 법한 책을 이제야 펼치다니. 놀랍다놀라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