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밀린 숙제가 꿈에서까지 찾아와 나를 괴롭히진 않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라고, 도무지 마음에도 없었던 소리를 내뱉게 되는 것이 북플앱을 깔고부터의 일이다. 지남철에 이끌린 손가락은 또 하나의 지남철이 된다.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 엿가락이 되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잡고 늘어지는 나날을 연명하고 있다. 뭐 좋다. 오늘은 12시가 되기전에 반드시 취침하고 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 곧 11시가 되었을 때 단호하게 떨치고 나가야 한다. 이 모든 어수선함을 말끔히 정리하고 곧바로 책을 집어드는 것. 그건 명백히 하나의 행위에 다름 아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된다. 취침전 점호. 가장 효과적인 절차상 의례.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보낸 한 권의 책이 어느 러시아 작가이자 연극배우(?)인 무슨무슨스키의 <배우수업>인데 매력적인 목차는 확인했고 이제 남은 건 미리보기 뷰어창으로 몇쪽을 읽어보자는 것이다. 아마 금방 졸음이 쏟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