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고 춤춰요 세계는 내 친구 2
김삼현 그림, 국립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기획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 아이들은 유난히 까꿍 놀이를 좋아한다. 그것도 발달단계 중 하나라고 하니 많이 놀아주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무작정 손으로 가렸다 보여줬다를 하면 어느새 재미없어진다. 아이들이야 재미있겠지만 어른들은 얼마나 재미없을까. 그래서 여러 가지 책이 많이 나와있다. 아이들이 친숙하게 만나는 동물 그림도 있고 띠 동물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나라의 가면 그림이 나왔다.

대표적인 몇 개의 나라 인사말과 탈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물론 구멍이 뚫려 있어서 책을 얼굴에 대면 바로 가면처럼 놀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펼치면서 깜짝 놀랐다. 인도네시아의 가루라가 나오는데 알록달록 색깔도 화려하지만 팝업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무심히 넘겨 보다가 깜짝 놀란다. 그리곤 탄성을 지른다.

겉표지까지 알뜰하게 이용을 해서 어는 곳 하나 그냥 불필요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책 모양이 이상하게 원의 1/4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얼굴에 대 보는 순간 알았다. 바로 얼굴 모양이라는 것을. 여하튼 재미있는 책이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 큰 아이들도 이러니 어린 아이들은 더욱 좋아하지 않을까. 이걸로 까꿍 놀이를 한다면...? 아마도 무서움이 조금씩 생기는 영아라면 혹시 울지도 모르겠다. 워낙 탈 모양이 알록달록하고 어느 것은 약간 무섭기 까지 하니 말이다.

에버랜드에서 사파리를 타러 가는 길이 생각난다. 근래에는 안 가 봐서 모르겠지만 예전에 갔을 때는 벽에 원주민들의 탈이라던가 여러 물건이 걸려 있었다. 이 책을 보니 그것들이 생각난다. 여기에 나오는 탈 중 하나인 뉴질랜드 마오리족 탈은 혀를 쑥 내밀어 적을 겁줬단다. 비록 탈에는 혀가 없지만 옆의 그림에 혀를 내민 모습이 나오는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이왕이면 이것도 팝업북으로 해서 혀를 내밀 수 있게 만들었으면 무척 재미있었을 텐데... 괜한 욕심 한번 부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며칠 전에 아이가 갑자기 앨범을 들고 나와 펼쳐본다. 요즘은 디카로 찍어서 현상을 안 하기 때문에 아기때 사진만 있는 데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처음부터 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하는 말...
"엄마, 할머니 이 때는 40 몇 살 이었어?"
"응, 아마 그럴 걸. 왜?"
"아니, 그냥..."
하며 얼버무린다.
아이의 마음을 간파하고 얼른 물어보았다.
"왜, 할머니가 젊어 보여서?"
했더니 그렇단다. 불과 5년 정도 전인데도 아이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나보다. 난 우리 엄마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아이들은 종종 물어본다. 엄마도 아기 였을 때가 있냐고... 아니면 할머니도 어린이였을 때가 있냐고... 어른이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건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겠다. 하긴 나도 엄마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이런 때도 있었나 새삼스러운데 직접 보지 못한 모습을 상상하려니 짐작도 안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 책의 저자 오카다 준은 환상적이면서도 무언가 독특한 형식의 글을 쓴다. 한 명의 주인공이 전체를 끌고 나가는 것 보다는 이처럼 여러 명이 각자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방식을 좋아하나 보다. <신기한 시간표>도 읽으며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이 책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다.

한 맨션에 사는 학년이 제각각인 열 명의 아이들이 다같이 야구를 하다가 비를 피해 미끄럼틀 아래로 모이면서 심심해진 아이들이 하나씩 자기의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침 지나가던 201호 아마모리씨를 보고 각자 겪었던 믿지 못할 일들을 이야기한다.

무엇엔가 이끌려 공원 미끄럼틀 위에서 지휘를 했던 데루오, 옆집이 바다로 변해서 놀다 온 이치로, 그런 이치로를 바다에서 만났다는 교코 등 모든 아이들이 신기한 일을 겪는데 거기에는 하나같이 아마모리씨가 연루되어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모두 아마모리씨를 마법사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쓰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도 자기들과 똑같은 감정이 있는 사람임을 ''문득'' 깨닫는다. 젊었을 때가 있고 가족이 있었으며 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아이들은 아마모리씨가 오늘 이사 간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는 멋진 이별 선물을 준비한다.

마지막에서는 아이들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마도 아마모리씨는 다른 곳에 가서는 은든자처럼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정을 느끼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의 마음을 받았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 멋대로 키운 아이 더 크게 성공한다 - 내 아이 성격에 꼭 맞는 성공 교육법
윤태익 지음 / 더난출판사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기사에서 보았는데 외국에서 살다 온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사회가 경쟁적이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점이 외국과 다르다고 답했단다. 아니 아직도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니... 우리가 어렸을 때 숱하게 교육받았던 것이 질서에 대한 것이 아니었나. 하긴 요즘은 모두 ''내 아이''만을 외치니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이야 없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까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왜 그리 이해가 안 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면 모두 다 일당이 되어 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아이들을 제지하기는 했는데...

어려서부터 공공질서에 대한 것을 꾸준히 착실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커서도 별 의식없이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기에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닌데...''라며 읽기 시작했다. 사실 작가에게 딴지 걸 빌미를 찾기 위해 책을 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내 생각은 ''어! 괜찮은데...''로 바뀌었다. 일단 ''제멋''이 아니라 ''제 멋''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 그러고보니 나도 처음에는 ''제멋''으로 이해했다. 그러지않아도 요즘 모두 아이들 기 안 죽인다고 아이들이 공공질서를 안 지켜도 그냥 두는 것을 보며 속으로 열불내고 있었는데 제목까지 이런 책까지 나왔으니 이 사회는 어찌될까 내심 열부터 낼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내 속내를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이 착실하게 설명을 덧붙여 놓았던 것이다. 그것을 읽는 순간 이 책을 읽어도 열받는 일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어그램은 MBTI 강의를 들을 때 언뜻 듣기는 했다. 처음에 MBTI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를 모르고 살았는지... 나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게 살았는지를 깨달았고 더불어 남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은 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구나를 인정했던 것이다. 물론 인정하기는 쉬웠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다.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인정하는 단계까지 왔다는 것이 커다란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일 년 반 전의 일이다. 그 약발이 떨어질 때쯤 이 책을 읽은 것이다. 그동안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는 것을 이 책이 다잡아 주었다. 그래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것이 아니야... 아니 똑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애니어그램에서는 사람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머리형, 가슴형, 장형. 사실 이 말들은 생소해서 자꾸 MBTI로 대입하며 읽었다. 어차피 사람의 성향을 구분짓는 것이므로 말이 약간 달라도 특징은 비슷하니까. 읽으면서 내내 우리 아이는 머리형인가? 아니 이 부분을 보면 가슴형인데... 많이 왔다갔다 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여러 유형이 있고 복잡할텐데 일반인들이 보기 쉽도록 9가지로 분류했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 그래도 기초적인 지식은 갖출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내 아이를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내가 만들어야 하는 아이가 아닌 길을 안내해주기만 하면 되는 인격체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성적으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계속 끄집어내지 않으면 자꾸자꾸 마음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서 결국은 보이지 않게 된다.

나같은 심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다. 제목에서부터 오해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프롤로그만이라도 읽는다면 결국 확실한 독자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서문을 읽고 나면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을 읽으면서 제목 때문에 왔다갔다 하기는 처음이다. 현재 나와 있는 교육서는 대부분 그 목표점을 성공에 맞추고 있는 듯 하다. 성공이라... 무슨 의미의 성공일까?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 가고 결국은 좋은 직장 다니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너무 성공지향적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무엇보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부터 가르쳤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질서는 지키도록 우선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내용에서 트집 잡을 것이 없으니까 괜히 제목 갖고 트집 잡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사랑 옐러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5
프레드 깁슨 지음, 칼 버거 그림, 김민석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사고체계는 참으로 묘하다. 내가 어느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그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극과 극을 달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례로 동물의 생존을 다룬 다큐드라마에서 얼룩말을 잡아 먹는 사자가 있을 때 주인공을 사자로 하면 잡아먹는 게 당연하게 보인다. 만약 사자가 사냥을 못해서 굶고 있으면 어서 나가 아무 동물이라도 잡길 바란다. 그러나 만약 주인공이 얼룩말이라면 잡아먹는 사자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이처럼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하나의 행동이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이는 것이다.

한 때는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많이 있었다. 광활한 대지를 말타고 다니며 사냥하고, 원주민과 싸우고,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하게 보내는 그런 영화를 보고 감동을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을 보여주는 주체가 미국인이 아닌 원주민이었다면 내 느낌은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황망하게 잃어버리고 쫓겨나야 했던 그들의 입장에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야만적인 백인의 행동에 분노했겠지. 이 책에서도 인디언들이 트래비스의 집으로 쳐들어오기도 했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그들의 행동이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이 주가 아니므로 잠시 잊기로 하자.

서부 개척 시대. 황무지 땅에 정착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자연환경과 싸워야 하고, 사나운 짐승들과 싸워야 하고, 가난과 싸워야 했다. 대부분의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으며 온 식구들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 애써야 할 그런 때였다. 오죽하면 아버지는 돈 벌러 떠나고 열 두 살인 트래비스가 가장 노릇을 하며, 지금의 열 두 살 아이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일을 척척 해 냈을까. 대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도 트래비스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을 보면서 그냥 자연과 떨어져서 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온갖 영화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오래되어서 제목도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냥 그 느낌과 어떤 장면들이 오버랩되곤 했다. 거기에 등장인물인 옐러라는 개가 추가되었고... 소년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옐러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또 그 후유증은 얼마나 컸을까. 내 가슴이 다 아프다. 그래도 다행이 정말 다행이 옐러의 분신이 남아 있어서 책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덮을 수 있었다. 그렇게 트래비스는 어른이 되어 가고 다시 점박이 강아지에게 정을 느끼며 아픔을 딛고 성숙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리 옐러의 분신인 점박이 강아지라도 옐러를 대신하진 못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아팠던 기억이 흉터로 조금 남겠지. 그 흉터 위로는 새로운 추억이 쌓일 테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엠마, 네가 참 좋아 꼬마 그림책방 21
패트리샤 폴라코 글.그림, 송미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둘째에게 책을 읽어 주려고 이 책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무슨 책인지 궁금해서 따라 온 큰아이가 말한다.

"이거 패트리샤 폴라코 거 아냐?"

어쭈, 제법인걸. 꿈이 그림책 작가라고 하더니만 조금의 가능성이 보인다. 비록 다음 날 아무래도 글쓰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 안되겠다며 일단 보류중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려운 이름까지 술술 나오는 것을 보며 내심 뿌듯했다. 물론 패트리샤 폴라코의 그림은 척 보면 아는 그런 그림이지만...

코끼리는 회색이니까 흑백으로 그렸다치지만 그 밖의 모든 배경도 모두 흑백이다. 아니 흑백이라기 보다 연필로 그린 단색화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 중에서 오직 엠마 만이 빨간 색 원피스와 양말을 신고 있다. 그래서 눈에 더 잘 띈다. 그러고보니 속표지에도 온통 엠마의 원피스와 같은 빨간 무늬이고 제목조차 같은 무늬다.

엠마는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친구다. 함께 유치원에 가고 함께 놀고 밥도 같이 먹으며 함께 자전거도 타고 숙제도 같이 한다. 거기다가 가끔씩 '우리'집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다음 날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엄마가 축구 연습장에도 데려다 준다. 그런데 그만 차가 펑크가 났다. 난 보질 못했는데 아이들은 용케도 알아낸다.

이처럼 주인공은 무엇이든지 엠마 케이트와 함께 한다. 병원도 같이 가고 심지어는 편도선 수술도 같이 받는다. 목욕도 함께 하고 말이다. 이쯤되면 아이들은 생각한다. 나도 엠마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더구나 긴 코로 재미있게 놀 수도 있잖아? 타고 다닐 수도 있고... 이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책장을 향해 넘긴다.

<밤이 되면 나는 종종 침대에서 엄마 아빠에게 우리 둘이 함께 한 일을 이야기해요.

그러면 엄마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엠마 케이트라... 멋진 상상이구나.

잘자, 좋은 꿈 꾸렴."하고는 내게 입을 맞추고 이불을 덮어 주세요.>

어, 그런데...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할 엄마가 없다. 대신... 긴 코로 머리를 쓰다듬는 커다란 코끼리가 있을 뿐이다. 그 순간 아이가 외친다.

"헉!"

그러고는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렇다. 분명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습의 엄마는 거기에 있었다. 단지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끼리 '엄마'가 있었던 것이다. 아~~~, 이 무서운 고정관념. 왜 꼭 사람이 주인공이며 화자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지금까지 이런 식의 책은 보질 못했다. 코끼리 입장에서 상상의 사람 친구를 만들어서 노는 이야기라... 반대의 경우는 많이 보았다.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서 무서움도 이겨내고 두려움도 극복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도 어지간히 의외였나보다. 이제는 읽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찬찬히 읽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헐~' 소리를 낸다. 사실 난 이 책이 코끼리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읽었는데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었던 아이들은 어땠을까.

이런 것이 진짜 그림책이다. 글만 읽으면 코끼리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다. 어느 곳에도 코끼리가 화자라는 단서는 없으니까. 그러나 글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 많은 것을 그림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라고 권하고 싶다. 누군가가 읽어주면 아이들은 자연히 그림만 집중해서 보게 된다. 만약 혼자서 읽는다면 글에만 집중하느라 자칫 이 느낌을 모르고 지나칠 수가 있다. 그러니 꼭 읽어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