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 전쟁에서 살아남기 2 만화로 보는 세계사 대사건
정나영 글, 현보 아트스쿨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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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나라나 지구라는 곳에서는 동일한 시간대를 살아가건만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다른 듯하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우리나라에서 특정 시기에 일어난 어떤 일은 그저 그 시기에 여기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지 동시대에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과 연결지어지지 않는다. 물론 외국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다던가 국교를 맺는던 일 등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일은 연결이 되지만 그 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따로 존재하기 쉽다. 근래에는 매체가 발달해서 그런 현상이 거의 없다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겠다. 먼 훗날 후손들은 내가 느끼는 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남북전쟁을 하던 시기가 마치 먼 옛날 같은 기분이 들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현재와 비교적 가깝다고 느끼는 시기인 구한말의 시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제서야 '시기'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래서 요즘은 국사와 세계사를 함께 연결시켜 알려주는 책들이 꽤 있다. 뭐, 아무리 많이 있어도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만.

 

  미국의 남북전쟁하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보다 텔레비전 드라마가 생각난다.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패트릭 스웨이지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지기 전에 출연했던 어떤 드라마였다. 둘이 친한 친구지만 남부와 북부라는 지역 때문에 서로 적이 되어야 했던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였지, 아마. 그야말로 대의를 위해서 싸워야 하는 시기였다. 로버트 리 장군이 노예 제도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집이 남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남부를 위해 싸울 뿐이라는 논리와 같다.

 

  온샘이 그러한 남북전쟁 한복판에 떨어져 당시의 모습과 모순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다. 비록 온샘의 방귀 때문에 북부군이 전쟁에서 이겼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펼치지만(실은 아이들이 이걸 진짜로 믿을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설마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에게서는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닌 경우를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노예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라던가 노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백인들의 모습 등은 당시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나는 남북전쟁에 대해 고등학교 다닐 때 알았던 것 같은데(뭐, 중학교 때 배웠을지도 모르지만 기억나지 않으니까.)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벌써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니,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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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머 랜드 -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영문법
M. L. 네즈빗 지음, 하정임 옮김, 조현정 그림 / 다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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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권이 아닌 이상 영어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도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어찌어찌 넘겼다지만-그래서 지금도 영어가 두렵지만-지금 아이들은 그때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영어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고, 그래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그래서 실력이 훨씬 늘었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지만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우리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준답시고 품앗이 모임도 해보고 영어책도 읽어보려 했으나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과목보다 특히 영어는 꾸준히 하는 게 관건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지 않다. 큰아이는 최근들어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헌데 문제는 둘째다. 겨울방학 동안 문법을 시키기 시작했으나 도대체 개념이 잡혀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이 있다지만 정확히 품사가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일단 개념을 잡아주는 단계에서 이야기식으로 된 책을 접하게 하면 어떨까 싶다. 특히 이야기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라면 아주 만족하지 않을런지. 우리 아이는 남자라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 구조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각각의 품사가 자신을 변호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다른 품사가 펼치는 반론을 읽다 보면 그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그렇듯 문법에도 예외없는 규칙이란 없기 때문에 단 한 마디로 결정지을 수 없어서 더 어렵다. 형용사와 명사가 싸우고 또한 형용사와 대명사와 싸우지만 모든 품사가 다른 품사와 연관되지 않을 수가 없으니 이런 싸움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러면서 각 품사를 설명하고 그와 연관된 품사에 대해서도 설명하니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만 이야기 형식이기 때문에 한번 읽기보다 여러 번 읽어서 완전히 이해해야 각 품사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이 끝나면 영어로 된 글이 나와서 읽는데 그것도 나름 재미있다. 또 이야기에서 읽었던 부분을 잘 기억하고 있다면 나중에 그와 비슷한 문장이 나왔을 때 응용도 가능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국어를 잘 하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듯이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로 된 책을 많이 보라고 하는 것일 게다.

 

  상당히 오래전에 나온 책인데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 아마 품사의 특징에 대해, 그리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재미있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품사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을 때, 그러니까 입문서로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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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권리가 있어! 뚝딱뚝딱 인권 짓기 1
인권교육센터 ‘들’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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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스개 소리로 그런 말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예산이 제일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가 그들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물론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투표권이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예산이 책정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이 봤을 때 필요한 예산일 뿐이다. 진정으로 어린이가 원하지만 어른이 보기에 별 시답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뒤로 밀린다는 얘기다. 엄연히 어린이도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따지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른의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자라지 않은 어른일 뿐이기에 어른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에서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나 아직도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이 간혹 있다. 그래서 '내 아이를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이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지만 때로는 정확하게 구분짓기 애매한 것들도 있다.(이럴 때는 애정남에게 물어봐야 하나?) 책에서도 문제제기는 하되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들이므로. 예를 들면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혼자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주위 어른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정확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이라던가 영진법 같은 경우는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의 경우도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직 어려서 합리적인 생각이 힘들고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어른이 사사건건 관여하지만 어린이도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알아야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당한지 알 수 있고 개선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즉 아예 모르고 넘어가는 것과 알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후자의 경우는 언제든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 책의 역할이자 기능을 후자에 두고 싶다.

 

  '아동 인권'이라 하면 웬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 거창한 설명이 나올 것 같아 선뜻 책을 집어들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만화로 사례를 이야기해 주고 있어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만화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간략하게 설명하고 어린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사실 살다 보면 정답을 알려줄 수 없는 상황이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책을 만들어가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즉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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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7가지 결정적 순간들
필립 윌킨슨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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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전을 이끌었던 두 나라 중 하나인 소련이 무너지던 날, 그보다 앞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였던(외적으로만 비슷했지 내적으로는 많이 달랐지만) 독일의 장벽이 무너지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전에도 커다란 사건이 있었을 테지만 아직 어려서 세상사에 관심갖지 않던 때와 달리 두 사건은 어느 정도 세상을 알 나이에 맞닥뜨린 일이라 더욱 생생했을 것이다. 당시도 훗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로  기록될 날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당시를 사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건만 그 현장에 '내가' 있다는 게 중요했다.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당시는 별 것 아닐 것 같았던 일이 결과적으로 커다란 '사건'이 되는 경우이 가끔 있다.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이 쏜 총 몇 방이 1차 세계대전으로 번질지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그 전쟁은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연결되지 않았던가. 어디서나 암살은 있어왔지만 암살이 일어난다고 해서 모두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그 사건이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임에는 틀림없다.

  이 밖에도 영화로도 나와서, 아니 영화로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라던가 인간이 달에 착륙하던 일과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으며 쓰나미라는 말을 일반화시킨 인도양 지진해일 등 단순한 사건에서 더 나아가 그 후에 여러 모로 영향을 준 사건 7가지를 말한다. 내가 보기에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사건도 있고(비행선인 힌덴부르크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내 개인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제 다시 퇴행하게 될 사건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바로 우주 산업이다. 2011년, 미국에서 NASA에서 하던 일을 중지하면서 앞으로 우주 산업은 자연히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그 사건으로 인해 인공위성이 발전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첨단산업이 지금에 이를 수 있었으니 결정적 순간이 맞긴 하다.

  어느 한 사건을 단지 '사건'으로만 인식하면 근시안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은 물론 차후에 끼칠 영향까지 두루 생각할 줄 알아야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사실은 모두 알 것이다. 예를 들자면 1차 세계대전 당시 남성들이 전투에 나가자 그 전까지는 집안일만 하던 여성이, 남성이 하던 일을 대신하면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모든 일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것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할 게다. 그러한 책에 이 책을 끼워넣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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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1218 보물창고 3
게어트루트 엔눌라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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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꿈에 어느 선배가 나타났다. 가끔 이야기 나누거나 어쩌다 술자리에서 만날 정도일 뿐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선배라 무척 의외였다. 왜 갑자기 그 선배가 꿈에 나타났을까.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 선배를 생각할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그 선배는 사고를 당해 저세상으로 갔지. 졸업 후에 일어난 일이라 나중에서야 그 소식을 들었지만 그래도 내 뇌리엔 크게 자리를 잡았었나 보다.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을 읽다 알았다. 내가 왜 그 꿈을 꿨는지. 아마 죽음에 대한 책을 읽으며 무의식중에 그 선배가 생각난 듯하다. 그것도 책에서 꿈에 죽은 사람이 나타나는 이야기를 읽을 때 비로소 알았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게 죽음이다. 하물며 애지중지 키우던 식물이 죽어도 속상한데 함께 이야기 나누고 사랑하던 사람이 죽는다면?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아 회피하곤 한다. 강아지를 키운 지 5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둘째가 걱정한 게 바로 그거였다. 나중에 이 강아지가 죽을 때 어떡하냐고. 나도 그 때가 걱정되긴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의 일이니 그때가서 걱정하자고 안심시켰다. 만약 강아지가 죽고 난 후 그와 비슷한 강아지를 다시 데려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게 꼭 잘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개의 아이들은 정들었던 강아지가 죽었는데 금방 다른 강아지에게 정을 줄 수가 없을 뿐더러 죄책감까지 가지기 때문이란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애도기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아이들에게 가급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죽음. 그래서 우리도 장례식장에 갈 때 가급적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 고모부가 돌아가셨을 때조차 남편과 나만 갔다 왔다. 당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고모부와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기에 그나마 괜찮을 것이라는 위안을 할 뿐이다. 

 이 책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지만 어찌 보면 어른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때로는 아이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어른을 대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살짝 헷갈리긴 했지만 이처럼 내 자신과도 마주하기 힘들었던 이야기, 그래서 회피하기만 했던 이야기를 읽고 약간의 용기를 가졌다. 물론 읽으면서 내게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에서는 '만약 내게'라는 가정을 자꾸 할까봐 건너뛰기도 했다. 아직도 나는 죽음을 터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확실하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고 확신한다. 참, 아이가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물어볼 때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 필요가 없다는 글귀가 소중한 정보였다. 책에서 줄곧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하기에 그에 관한 것도 당연히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라고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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