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6
사라 페니패커 지음, 최지현 옮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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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매년 학예발표회를 했다. 각자 또는 몇몇이 모여서 한 가지 이상씩 발표를 하는데 특기가 없는 아이들은 난감해 한다. 고학년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니까 덜한데 저학년의 경우는 부모가 더 심란해 한다. 모르긴 해도 특기가 별로 없는 둘째 같은 아이들 마음이 딱 클레멘타인 같지 않았을까. 다행히 그곳에서 잠깐 다니다 전학을 왔는데 여기 학교는 그런 행사가 없어 안도했다. 

재능 발표회를 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클레멘타인은 신나기는 커녕 심란하기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발표회를 할 만한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 마거릿은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클레멘타인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재능이 없어 걱정이라고 은근슬쩍 선생님께 암시를 줘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니 더 애가 탄다. 오죽하면 역할놀이를 할 생각을 할까. 동생이 개가 되고 클레멘타인이 주인인 놀이를 말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의 반응이 재미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왜 안 되는지 깨닫게 유도한다. 연습할 때 난장판이 되어도 선생님은 한숨을 쉴 지언정 틀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클레멘타인의 엄마는 또 어떻고. 운동화를 사러 가서 온갖 신발을 신어 보고 까다롭게 굴어도 그대로 둔다. 나 같으면 혼쭐을 내줬을 텐데. 작가는 그런 어른의 시각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아이 입장만 생각하나 보다. 신발을 사러 누가 갈지를 정하기 위해 클레멘타인의 엄마와 아빠가 벌이는 실랑이를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로 상의하고 타협하는 부부가 있을까. 이런 게 바로 문화의 차이라는 건가 보다. 

클레멘타인은 우여곡절 끝에 재능 발표회 감독을 아주 잘 수행해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재능이 아무것도 없다고 좌절할 뻔했는데 그래도 재능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재능은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클레멘타인은 천방지축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기에 미워할 수가 없다. 툭 하면 교장 선생님에게 달려가 투정 부리는 모습까지 귀엽다니까. 게다가 그림이 재미있다. 클레멘타인의 표정을 너무 잘 표현했다. 톡톡 튀는 글과 툭툭 던지는 듯한 문장에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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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하나면 되겠니? 신나는 책읽기 26
배유안 지음, 남주현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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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던 작가가 처음 쓴 저학년 동화란다. 작가들은 저학년 동화를 쓰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학년은 아직 논리력이나 비판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할 수도 없어서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용이 재미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은근슬쩍 하는 이야기를 만난다. 즉 어렵다는 뜻이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닐 게다. 

처음엔 누구나 아는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은이가 개미굴로 들어가는 장면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개미에게 콩을 하나 둘씩 줄 때부터 나중에 도움을 받으리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뒤로 갈수록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네가 할머니의 기운을 가둔다는 설정이나, 알고 보니 지네도 할머니 콩을 먹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 선천적으로 나쁜 마음을 가진 건 아니라는 이야기는 예상을 빗나갔다. 개미들과 은이가 힘을 합쳐 지네와 싸울 때는 지네가 악이라고 생각해서 은이와 개미를 응원했는데 나중에는 지네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결국 은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에게 지네에게도 콩을 주라고 부탁한다. 자연을 인간의 입장에서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 그 자체로 존중해주는 작가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두부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의 곤궁한 삶 때문에 혹여 은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 아니, 전혀 아니다. 밝고 명랑하며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은이의 모습을 보니 나까지 행복해진다. 힘겹게 맷돌 돌리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뿌리치는 은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 그런데 지네가 사람 침에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네에게 물린 할머니가 침을 뱉으며 하는 말을 그냥 흘렸는데 나중에 은이가 지네와 싸울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써 어린 독자들도 새로운 사실을 알지 않았을까.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겉표지에 콩 하나도 나눠 먹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던데 솔직히 거기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지네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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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들썩대는 뿔난 마음 고집 - 행동교정 5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10
양승완 지음, 정주현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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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이나 쇼핑몰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울거나 바닥에 뒹굴며 우는 아이를 본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지만 한편으론 그 부모는 얼마나 힘들까 싶어 안쓰럽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고집이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엄마 아빠가 고집이 센데 그게 어디로 가겠나. 다만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지 않을 뿐이다. 어렸을 때는 어느 정도 고집을 부려도 그러려니 하며 넘길 수 있지만 공동체 생활을 할 때도 그런다면 그땐 문제가 된다. 이 책에서도 유아기의 고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을 때의 고집을 이야기한다. 

착하고 순종적인 해학이가 친구 준호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뭔가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암시한다. 해학이는 고집을 부추기는 도깨비 떼깨를 만나서 모종의 거래를 한다. 개암을 깨물 때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신 색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 절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던 엄마도 개암을 깨물면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안 해학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대신 색 하나를 잃어버려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두 번, 세 번 반복되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도 못된 아이는 아니라서 개암을 깨물지 않으려고 노력하나 보다. 하지만 개암을 깨물지 않고도 자기 뜻대로 되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못된 아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자 신 나지만 한편으로는 떼깨가 결코 좋은 도깨비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그러다 결국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서 이제는 잃어버린 색도 차츰 찾게 될 것이다. 물론 도깨비 떼깨와도 무조건 못된 친구니까 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길을 알려준다. 중간중간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거나 잘못된 것을 알려주는 짤막한 이야기가 있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맥이 끊기는 단점도 있다. 어른들은 좋아하는 부분이지만 아이들은 그냥 넘겨버릴 가능성이 많다. 뭔가 이야기가 억지스럽고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고집이란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에는 이처럼 고집 지수를 체크해 보는 부분이 있어 둘째에게 해보라고 했더니 다행히 지금처럼 지내면 된단다. 어른이 되어도 쓸데없이 고집 부리는 경우가 많은데(신기한 건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 와중에도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아볼 줄 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어떤 마음인지 아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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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지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 - 행동교정 3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8
노지영 지음, 순미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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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긍정적인 감정도 있지만 부정적인 감정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야하는 건 아니다. 모든 감정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아마 그래서 이 책에서 짜증을 '지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고 표현한 것일 게다. 짜증을 내는 원인을 잘 살펴보면 그 안에 숨겨진 궁극적인 감정은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괜히 이유없이 짜증을 내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불편을 주는 영웅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정을 잘못 표현하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짜증나게 만든다는 걸 알려준다. 사실 영웅이의 행동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았던 나조차 짜증이 날 정도다. 그러니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은 오죽할까. 그러다 게임에서 만든 분신이 나와 영웅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친구들과 화해하게 만든다. 물론 집에서 짜증내는 원인도 알려주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 짜증을 내는 원인을 탐색해 보면서 감정의 중요성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이 너무 쉽게 해결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뭔가가 빠진 것 같다고나 할까. 특히 영웅이가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진 계기가 핸드볼을 잘했기 때문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만약 영웅이가 핸드볼 경기에서 못했다면 친구들과 화해하기 힘들었단 얘기가 된다. 사실 영웅이가 나중에는 핸드볼 연습 때 별다른 트집을 잡지 않은 것이 큰 변화였는데 그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다. 과정보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라는 설정이 조금 찜찜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아이에게 짜증이 나는 때는 언제인지,  짜증이 날 때 어떻게 하면 괜찮아지는지 적어보라고 했다.  표지에는 책 제목을 쓰더니 폭탄을 그려 넣는다.


짜증이 날 때가 개가 말을 안 들을 때란다. 지도 내 말을 안 들으면서 강아지가 말을 안 들으면 짜증나는가 보다. 세 번째는 바로 요즘 있었던 일이다. 아마 그래서 더 생각이 났을 것이다.


짜증날  때는 대개 잠을 자거나 가만히 있으먼 조금 누그러지는데 연호도 그 방법을 사용한단다. 마지막 방법은 한 때 많이 사용했던 것. 누나가 짜증나게 하는데 말로는 못 당하고 때릴 수는 없어서 방에 들어가 베개를 때렸었다. 지금은 같이 짜증낸다.

 
그렇다면 기분이 좋을 때는 언제일지 적어보라고 했더니 역시 자기에게 좋은 걸 해줄 때를 적었다. 헌데 마지막은 역설적이다. 대회 나가기 위해 연습할 때는 짜증을 내다가도 상을 타면 기분이 좋은가 보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그런 대회에 절대 안 나간다고 매번 이야기했는데 상을 타서 좋았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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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 씨가 받은 유산 미래의 고전 17
조장희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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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우리집 강아지와 똑같은 종류의 강아지가 차를 피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얀 털은 누렇게 변했고 털길이는 삐죽빼죽인 것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강아지거나 유기견 같았다. 그걸 본 남편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그 강아지가 있으면 데려다 씻겨주란다. 그건 키워도 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강아지를 키운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골에 데려다 놓으면 안 되냐고 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말이다. 얼마나 안돼보였으면 그 무심한 사람까지 불쌍하다고 할까.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벌어지는 일도 다양하다. 버려지는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욕심으로 성대 수술을 하거나 새끼를 낳을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우리도 유혹을 안 느낀 건 아니지만 강아지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덕분에 지금도 영역표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작가는 작정하고 이런 문제들을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고양이 미요가 겪는 일들을 통해 사람들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밥과 고급 간식을 먹고 쥐를 보면 무서워할 정도로 대접받고 자란 미요가 시장 생선가게 할머니네 집에서 살게 된 원인이 참으로 어이없다. 미요를 키우던 주인 친구가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구해줄테니 큰 고양이는 자기에게 달란다고 낼름 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처럼 쉽게 그간의 정을 털어낼 수 있을까. 사실 무슨 동물이든(하물며 사람도!) 새끼가 훨씬 귀엽고 예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강아지를 갓 데려왔을 때 엄청 귀여웠다며 그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강아지를 남에게 주고 싶지는 않단다. 

그렇게 주인을 떠난 미요는 새로운 집에서 새 임무를 부여받는다. 바로 고양이 본연의 임무인 쥐를 잡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미요는 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니 쥐를 잡기는 애초부터 틀렸다. 결국 그 집에서 도망쳐서 가게 된 곳이 미요가 자신을 찾게 된 할머니네 생선 가게다. 상대를 자신에게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할머니를 통해 미요는, 아니 괭이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때로는 불편했다. 꼭 그걸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을까 하는 부분도 있었다. 뒷표지에 있는 평론가의 글을 보며 은근히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인 <건방진 도도군>을 연상하며 읽었다. 그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많은 메시지가 녹아 있었는데 이 책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따라가는 듯해서 밋밋했다. 하긴 이게 원래는 11년 전에 나온 책을 이번에 다시 펴낸 거라니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10년 사이에 우리 어린이 문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모두 이런 작가가 초석을 다져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씌어질 당시를 기준으로 보자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보편화되기 전에 벌써 이런 문제를 다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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