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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 씨가 받은 유산 ㅣ 미래의 고전 17
조장희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평점 :
며칠 전에 우리집 강아지와 똑같은 종류의 강아지가 차를 피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얀 털은 누렇게 변했고 털길이는 삐죽빼죽인 것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강아지거나 유기견 같았다. 그걸 본 남편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그 강아지가 있으면 데려다 씻겨주란다. 그건 키워도 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강아지를 키운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골에 데려다 놓으면 안 되냐고 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말이다. 얼마나 안돼보였으면 그 무심한 사람까지 불쌍하다고 할까.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벌어지는 일도 다양하다. 버려지는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욕심으로 성대 수술을 하거나 새끼를 낳을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우리도 유혹을 안 느낀 건 아니지만 강아지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덕분에 지금도 영역표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작가는 작정하고 이런 문제들을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고양이 미요가 겪는 일들을 통해 사람들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밥과 고급 간식을 먹고 쥐를 보면 무서워할 정도로 대접받고 자란 미요가 시장 생선가게 할머니네 집에서 살게 된 원인이 참으로 어이없다. 미요를 키우던 주인 친구가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구해줄테니 큰 고양이는 자기에게 달란다고 낼름 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처럼 쉽게 그간의 정을 털어낼 수 있을까. 사실 무슨 동물이든(하물며 사람도!) 새끼가 훨씬 귀엽고 예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강아지를 갓 데려왔을 때 엄청 귀여웠다며 그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강아지를 남에게 주고 싶지는 않단다.
그렇게 주인을 떠난 미요는 새로운 집에서 새 임무를 부여받는다. 바로 고양이 본연의 임무인 쥐를 잡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미요는 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니 쥐를 잡기는 애초부터 틀렸다. 결국 그 집에서 도망쳐서 가게 된 곳이 미요가 자신을 찾게 된 할머니네 생선 가게다. 상대를 자신에게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할머니를 통해 미요는, 아니 괭이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때로는 불편했다. 꼭 그걸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을까 하는 부분도 있었다. 뒷표지에 있는 평론가의 글을 보며 은근히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인 <건방진 도도군>을 연상하며 읽었다. 그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많은 메시지가 녹아 있었는데 이 책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따라가는 듯해서 밋밋했다. 하긴 이게 원래는 11년 전에 나온 책을 이번에 다시 펴낸 거라니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10년 사이에 우리 어린이 문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모두 이런 작가가 초석을 다져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씌어질 당시를 기준으로 보자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보편화되기 전에 벌써 이런 문제를 다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