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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이여영이 전하는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
이여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0년 6월
평점 :
자신 있노라던 세상에 지쳤고, 믿을만하다던 사람에 치였다.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라고 이여영은 말한다. 그녀의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는 힘있고 거칠었는데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약간 유해진 느낌이다. 전편의 거침없음을 기대했던 나에게 이 책은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았던 점은 여느 인터뷰북들과는 다른 기술 때문일 것이다.
보통 인터뷰서적들을 보면 그의 약력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게 써놓은 내용들이 일관적이다. 거기에다가 그날의 인터뷰 느낌이나 주인공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중심문장처럼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여영의 인터뷰는 달랐다. 상대방이 주인공이 아니라 언제나 그녀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인터뷰 대상을 기다리면서의 느낌, 그리고 그 대상이 나타나자 그와 함께한 시간의 줄거리, 짧으면서도 그날만이 글의 앵글속에 담긴다. 그래서 좋았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할지도 모른다....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얼마전 읽은 어느 광고 천재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1등이 아니면서 멋진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2등도, 3등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인터뷰 중 말했다. 만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유독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라고. 그녀 역시 그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은 것은 아닐까. 특별히 뭔가를 하거나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부류. 그녀 역시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재연배우 이중성, 피겨스케이터 김나영, 만화가 김효갑,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환 을 비롯한 교수,기자, 요리사, 가수 PD,작가, 애널리스트,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이여영이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 순간 자신을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기준을 남의 판단에 맡겨두지 않았고 원칙을 지켜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커다란 바다 어장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제각각 분류도 다르고 먹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푸른 바닷물에서 솟구쳐 오르며 살아있음을 알리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처럼. 그 빛나는 비늘을 가진 물고기들처럼 파닥대는 그들의 모습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세상이 몰라줘도 미래가 알아주면 된다 는 말과 어떤 순간에도 꿈과 원칙을 잊지 말라 는 말은 책을 읽으며 찾아낸 최고의 명언이 아닌가 싶다.
다음주를 준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주말, 나는 내게 다가올 한 주를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할지를 고민하기 위해 많은 생각 속에 나를 담금질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2등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가는 그들 중 하나일 수 있다면 2등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