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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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름다워도 이런 저주를 받게 된다면,
절세미인의 칭호는 루펜속으로 던져버리고 싶어지지 않을까. 여왕벌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닌데 그녀는 여왕벌이었다. 접근하는 모든 남자를 죽게 만들 운명이었으며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들을 죽음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외딴 섬 월금도의 도모코는 외할머니와 가정교사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그 옛날 자신처럼 홀로 자란 아름다운 어머니의 손에 살해되었고 어머니도 병들어 죽어버렸다. 그런 어머니의 유언은 18세가 되면 서류상만 혼인관계였던 양아버지 긴조가 있는 도쿄로 가서 살라는 것이었는데, 그 18세가 되던 해에 도모코 주변은 피로 물들어 버린다. 

정말 저주일까. 세상의 그 어떤 피조물보다 아름답게 묘사된 도모코.  양딸을 위해 세 명의 사윗감 후보들을 불러 모은 긴조. 어딘지 불안정해보이는 긴조의 친아들과 예전엔 도모코 집안의 하녀였던 긴조의 아내. 수상하게 계속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젊은 남자와 늙은 남자.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한 가운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하나하나 실타래 풀듯 풀어나간다. 

19년 전 아버지를 어머니가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했던 도모코 앞에 밝혀진 진실은 너무나 참혹한 것이었고, 인간의 끝없는 희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여왕벌]이다. 이 작품은 생각보다 유명한 작품인 듯 했다.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고 다섯 번이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인기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듯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어진다. 사실 그동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 비해 좀 이질적인 느낌이 섞여 있긴 하지만 여왕벌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숨도 쉴 틈없이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끝까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긴다이치 코스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진실을 향해있어 집중하게 만든다.

모든 남자들을 죽게 할 운명이라는 도모코. 결국 그 운명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작품을 끝까지 읽은 사람들이라면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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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3 - 부상신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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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쿠모가미라는 것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혼을 갖게 된 물건을 가리킨다. 쓰쿠모가미 = 부상신. 이 책의 부제를 보면서 부상신이 무엇인지 한참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의미의 단어가 없으니까. 

<참외선인>에 나오는 첫 에피소드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노인이 참외수레를 운반하는 병사들에게 참외를 나누어주길 원했으나 거절당하고 그 참외씨를 얻어 물어 붓자, 참외들이 주렁주렁 나타났다는 얘기. 그리고 그 참외는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다 나누어 먹어도 차고 넘쳤다는 다음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 노인이 사라지고 나자 수레의 참외들이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얘기. 그렇다 우리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동화지만 이것이 일본에서 유래가 된 것인지 아니면 차용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익히 잘 알고 있는 그 이야기로부터 이번 3편은 시작되고 있었다.


<가모가와 강변에서 비단함을 건네는 여자의 이야기>는 다소 괴기스럽다. 어느 날 다카코의 하인이 정체모를 여자에게서 받은 상자안에는 눈알과 남근과 껍질채 벗겨낸 머리가죽이 들어 있었고 그 중 머리가죽은 다카코를 노리며 저택에 잠입한다. 상상만으로도 오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머리가죽이 제 혼자 돌아다니다니..결말은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빈약했지만 오싹한 소재임에는 분명했다.

세이메이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초탈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주 쓸쓸한 모습이기도 하다. 야오의 말처럼 "남들과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도, 남들보다 무언가가 뛰어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쓸쓸한 것은 세이메이 님. 당신도 마찬가지시지요."라고. 이 한 문장이 정말 세이메이를 쓸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때로 세이메이는 시인처럼 변하기도 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옮겨가는 것..계절이로군"이라는 제법 운치 있는 대사도 흘러나온다. 그에게 삶이란 치열한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고 그 속에서 헤엄쳐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멀리서 관망하다가 가끔 신경써줘야할 그런 것들에 지나지 않는듯 했다. 그의 이런 기이함 때문에 그는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것처럼 보인다.

쓰쿠모가미. 여기에는 원혼이 있는 사람부터 쓰쿠모가미형태의 원혼들도 많이 등장한다. 오랜세월을 거치면서 인간이 아니지만 혼을 가지게 된 것들..어쩌면 원혼이 있는 인간보다는 덜 무서운 것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괴기스럽게도 하고 때로는 신비스럽게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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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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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대한만큼의 내용이 결말에 배치되어 있지 않을때
우리는 "실망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이책...처음부터 끝까지 좀 묘하다~

 아주 멋진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 [얼어붙은 송곳니]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표지디자인이 왠지 섬뜩한 것이 공포물이나 추리극일것 같은 기대심리가 생겼다.

역시나 "자연발화"가 소재라니.
서프라이즈에서나 보아왔던 인간에게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현상인 "자연발화"
어느날 갑자기 몸에 불이 붙은 사람을 목격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기괴한 일일지.
실제로 그런 끔찍한 일을 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글의 소재로서는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소재를 어떻게 풀어갈지, 재미를 끊기지 않게 이어갈 수 있는지만 주의한다면
멋진 글이 나올듯도 했다. 하지만,


 +...심야의 한가로운 패밀리 레스토랑...

     갑자기 한 남자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시체...자연발화....+

 

로 시작되는 이 대목때문에 서점에서 얼른 계산해버린 책이긴한데,

 

자연발화라....

 

이 신기한 소재로 계속 이어갈 줄 알았던 내용은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고속도로에서 지방국도로 빠지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고,
결국엔 원한으로 인한 복수극이라는 결말이긴 한데...
그 결말자체도 뭔가 깔끔하지는 않고...
실망스럽다기보다는...묘하다~는 느낌이 정확할 것이다.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고 어지러운 그런 느낌.

 정말 묘~한 그런 느낌의 소설이었다.


좋은 소재를 양념하는 기술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과 함께
같은 소재가 있다면 어떤 글이 나오면 더 재미있을까도 함께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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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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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금각사]를 읽었던 일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다 싶어진다. [금각사]를 읽었기에 [부도덕 교육강좌]가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재여서일까. 이토록 다른 느낌의 작품을 쓸 수 있는 까닭은...

 

1925년생 미시마 유키오는 좀 특별한 사람이었다. 유복하게 태어나 자랐고 열 세살때부터 천재작가의 길을 걸어왔으나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간.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그 어떤 외로움이 그를 이토록 평범하지 못하게 살다가게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금각사]를 읽었을때엔 작가의 프로필과 맞아떨어지는 공통분모가 읽혀졌으나 [부도덕교육강좌]는 의외였다. 너무나 밝고 유쾌해서 마치 오쿠다 히데오가 쓴 짧은 단편들을 읽는 느낌이 든달까.

 

자라면서 "하지마라.하지마라"했던 어른들의 충고들을 뒤집으며 작가는 우리에게 "하라,하라"를 독려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 거짓말을 많이 하라, 친구를 배신하라, 약속을 지키지마라, 치한을 환영하라, 남의 불행을 기뻐하라, 마음껏 참견하라 등등 "우리는 모두 타인의 불행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전제하에 도덕이라는 가면을 벗으라고 충고한다. 그의 역설이 재미난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소설같이 살다간 천재작가는 1960년대 출판된 책으로 2010을 살아가는 우리를 움직인다. 전혀 촌스럽지 않은 문체로.

 

그의 45년 짧은 생이 아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을 만났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그가 얼마나 넓은 폭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쉽다. 그가 버린 나머지 세월들이...

그리고 그가 썼을지 모를 많은 작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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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소설 - 하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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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부터 살게 된 미국보다 일본에 대한 향수를 간직해온 저자 미즈무라 미나에. 그런 그녀 앞에 조국의 근대화는 반가움보다는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 "시간"을 애도하기 위한 작품이 [본격소설]이라는데, 일본판 폭풍의 언덕이라고 해서 더욱더 주목받게 된 작품 읽기를 완벽히 마쳤다. 


오랜만이었다. 읽기를 마치면서 이토록 알찬 내용을 읽게 된 것은. 고전 혹은 순수문학 파트의 소설을 읽은 지 꽤 된 것 같은데, 2010 읽은 책 중 열손가락에 꼽을 좋은 책 중 한 권이 바로 이 본격소설이다. 

웅장하면서도 편안하게 읽히며, 거짓이면서도 진실을 간직한 소설. 
화자가 후미코일때 보여지던 세상은 마지막에 후유에 할머니의 고백으로 뒤집어 보여진다. 똑같은 과거를 누군가의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게도 혹은 추악하게도 비춰지는 것이다. 

후유에의 고백으로 인해 유스케는 그간 있었던 잘 맞춰지지 않아 억지로 끼워놓았던 퍼즐의 조각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삼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다시 찾아간 장소에서 유스케는 "시간"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침식하고 있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부유층 소녀 요코와 사생아 다로 사이의 불행한 사랑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기며 세월을 엮어온 것을 보며 인연이란 역시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느낀다. 모두가 연관되어 있으면서 또한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뒤로 물러서 있다. 

이런 짙은 향을 풍기는 소설에 왜 [본격소설]이라는 딱딱한 제목이 붙은 것일까 의아해했으나 번역후기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본격소설이란 일본 근대문학을 서구문학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이며 비평과 관련된 단어라고 한다. 서구문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이 붙어도 좋을 자신의 소설에 본격소설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 역시 저자인 미즈무라 미나에의 선택이라고 했다.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본격소설은 우리의 재미를 강등시키지 않는다. 강등은 커녕 더 충동질 시키고 있다. 연인이 얽힌 연애사, 가문과 가족들이 얽힌 애증의 고리,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집단의 사회성 표출까지. 소설은 고전의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재미만은 현대물의 그것과 다를바 없었다.
 
이쯤해서는 작가 미즈물 미나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그녀의 작품들이 얼마만큼 번역되어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지런히 찾아다녀봐야겠다. 단 한권의 감동으로 끝날지, 다음 권으로 이어질지는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판단이 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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