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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얼마전 [금각사]를 읽었던 일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다 싶어진다. [금각사]를 읽었기에 [부도덕 교육강좌]가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재여서일까. 이토록 다른 느낌의 작품을 쓸 수 있는 까닭은...
1925년생 미시마 유키오는 좀 특별한 사람이었다. 유복하게 태어나 자랐고 열 세살때부터 천재작가의 길을 걸어왔으나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간.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그 어떤 외로움이 그를 이토록 평범하지 못하게 살다가게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금각사]를 읽었을때엔 작가의 프로필과 맞아떨어지는 공통분모가 읽혀졌으나 [부도덕교육강좌]는 의외였다. 너무나 밝고 유쾌해서 마치 오쿠다 히데오가 쓴 짧은 단편들을 읽는 느낌이 든달까.
자라면서 "하지마라.하지마라"했던 어른들의 충고들을 뒤집으며 작가는 우리에게 "하라,하라"를 독려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 거짓말을 많이 하라, 친구를 배신하라, 약속을 지키지마라, 치한을 환영하라, 남의 불행을 기뻐하라, 마음껏 참견하라 등등 "우리는 모두 타인의 불행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전제하에 도덕이라는 가면을 벗으라고 충고한다. 그의 역설이 재미난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소설같이 살다간 천재작가는 1960년대 출판된 책으로 2010을 살아가는 우리를 움직인다. 전혀 촌스럽지 않은 문체로.
그의 45년 짧은 생이 아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을 만났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그가 얼마나 넓은 폭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쉽다. 그가 버린 나머지 세월들이...
그리고 그가 썼을지 모를 많은 작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