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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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슈카와 미나토는 좀 독특한 소재로 글을 마무리 짓는 작가처럼 보인다.  [새빨간 사랑]만 봐도 그랬다. 약간 괴기스러우면서도 딱히 무섭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로맨틱 호러 5편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시전설 세피아]도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2권,3권,4권 볼 수록 작가의 작품 방향이나 작가만의 필체를 알 수 있게 되는데,,,슈카와 미나토는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는 작가였다. 이 작가. 아직까지는 어떤 작가라도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단 2권만 읽었을 뿐이니까...

노스탤직 호러작가라고 일컫어지는 슈카와 미나토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작가가 꿈이었다고 했다. 백수 생활을 각오하고 팔 년을 습작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꿈을 이루어내었다.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다 잘쓰는 것도 매력적이겠지만 자신만의 특색있는 한 분야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작가로서 멋진 일이 아닐까 싶다. 결국 작가라면 분야를 넘나들던 전문 영역을 가지던지 간에 창작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슈카와 미나토는 로맨틱 호러라는 독특한 자신만의 분야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전문성으로 인해 더욱 빛나는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보면서 작가의 매력에 한동안 빠져 살아보고 싶어졌다. 

오츠이치처럼 뼛속까지 떨리게 만드는 공포는 아니지만, 미야베 미유키처럼 사람과 사회가 무서워지게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 슈카와 미나토는 자신만의 공포영역을 구축한 것처럼 보인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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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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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노트]는 처음 발견했을때부터 소재면에서 놀라운 작품이었다. [트루먼쇼]는 소재의 신선함에 반해 내가 저 트루먼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게 할만큼 타인에 대한 시선에 무거움을 느껴야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둘 다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조종되는 삶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쓰리]에서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소설 속에 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옛날 노예제가 남아 있던 시절 프랑스에서는...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귀족에 의해 평생을 조종당하다 급기야 죽여지기까지 했던 한 소년의 운명 노트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누구의 삶이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날조되는 것을 우리는 견딜 수 있을까. 

[쓰리]는 한 소매치기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범죄자와 약자의 팽팽한 신경전과 악의적인 인물이 가진 생각으로 물들어가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보여주는 좋은 소설의 예이기도 했다. 천재 소매치기 니시무라는 그물에 걸려버렸다. 애초부터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야기 속 한 소년과 동일시 된다. 

외톨이에 죽어도 알아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편리함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니시무라. 마지막 의뢰를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의 선택은 달라졌을까. 마지막으로 던져진 피묻은 동전은 희망이었을까.

쓰리는 달콤하기 보다는 씁쓸하지만 몸에 좋은 약처럼 빠르게 흡수되어지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인격이나 캐릭터의 강렬함보다는 그의 직업이 소매치기이며, 악랄하기보다는 외로움과 동정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점으로 부각된다. 게다가 그물에 먹잇감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몰아가는 악의적인 인물의 등장은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된다. 

작가 스스로가 "대표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쓰리]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색다른 맛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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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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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묘한 느낌은 풀어가는 방식뿐만 아니라 그것을 남기는 방식에서도 느껴지곤 했다. [심홍]을 접했을때 머리위로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전달되었다. 이런 소재의 소설도 있구나 라는.

 

기존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많은 사연들이 소설의 소재가 되어 왔지만 피해자의 딸이 가해자의 딸을 찾아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이전엔 들어본 바가 없었다. 잘 짜맞춰진 추리소설 같았다면 감동은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당연히 존재하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범인의 딸을 찾아내는 가코의 모습은 차라리 인간적이었다. 게다가 스스로를 체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던 미호에게도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동정심이 기울어진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둘 다 피해자다. 누가 먼저 잘못했고, 누가 더 크게 잘못을 했던 간에 그들 부모 사이의 일은 그들의 일이고 동갑내기인 열 두살 두 소녀의 삶이 일그러진 것은 소녀들의 탓이 아니었다. 수학여행길에 가족이 살해된 사실을 알고 인생이 바뀐 가코도, 어느날 밤 돌아오지 않는 아빠 대신 들이대어지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시선을 참아내야했던 미호도 사건 속에서는 피해자다.

 

하지만 피해자인 동시에 그들만이 멈추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기에 견뎌내야하는 쪽도 그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코의 아빠가 의도적 도발을 해 버린 것인지, 미호의 아빠쪽이 심실상실 상태의 범죄를 저질렀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어지지 않은 채 끝나도 좋았던 이유는 포커스가 두 소녀, 즉 20살이 된 두 여성에게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채 미호에게 접근했다가 도리어 그녀의 지난 8년간의 삶이 자신과 똑같이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가코.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는 범인의 딸에게 묘한 공동심리를 품게 되었지만 반대로 그녀를 망치고 싶은 마음도 함께 공유하며 아슬아슬한 본인만의 도덕적 줄다리기를 해야했을 가코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은 언제나 그녀를 옭죄어 왔는데,나만 살아남아서 미안해....라는 되뇌임은 균형이 맞지 않는 고백이기도 했다. 살아남은 것은 그녀의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이 살해당하는 도입부에서의 감정과 범인의 상신서로 시작되는 또다른 진실 속에서의 변화하는 감정,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망가뜨리고 싶어진 20살 가코와 마주치는 미호가 나오는 대목에서의 감정은 바닷가의 급물살처럼 파도를 타며 자꾸만 뒤집혀져 갔다.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면서 몰아가는 소설의 감정선은 그래서 막장을 다 읽고나서 탈진하게 만들었는데, 그만큼 강렬한 필체로 노자와 히사시가 적어가고 있었기에 글의 재미는 어느 순간에도 늦춰지지 않았다.

 

심홍. 제목도 소재도 내용도, 필체도, 스토리 라인까지 너무나 진해서 한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돌게 될 듯 하다.

 

거울처럼 닮은 두 여인의 삶은 20살 언저리에서 교차되었다가 다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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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노는 아이들 - 상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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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다....그는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그만...멈춰 주었으면 좋겠다. 살려줬으면 좋겠다. 

첫페이지부터 우리를 긴박하게 몰아간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른채 우리는 인물의 공포를 함께 느끼면서 숨을 멈추게 된다. 누가 죽는 것인지, 왜 죽이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계속되는 공포를 죽어가는 이와 함께 겪여야만 했다. 

소설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왠쪽하고 오른쪽. 둘 중에, 골라."라니. 어느쪽이든 포기할 수 없는데 인물은 오른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잔인하게 눈이 도려내진다. 무엇을 위해서 첫장면부터 이토록 강렬하게 시작하는 것일까. 

[밤과 노는 아이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과 함께 소설은 그 강렬한 서막을 열고 있었다. 

고즈카 고타는 츠키코와 함께 D대 게시판에서 "정보공학"논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4년간의 미국 유학이라는 달달한 부상과 함께 생활비로 충분한 액수의 용돈까지 매월 지급되는 멋진 기회였다. 기무라 아사기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수려한 외모의 가는 기럭지의 신체, 동화속에서 톡 튀어 나왔을 법한 아사기가 고타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둘 중 하나가 뽑힐 거라는 믿음이 강한 가운데 의외의 심사결과가 메일로 도착되었다. 

최우수상은 해당자가 없는 상태로 아사기와 고타 는 다른 3명과 더불어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만 로또 당첨자의 수령 유예기간처럼 i라는 지원자가 본인 사실 여부를 거치게 된다면 최우수상 수상자로 발표하겠다는 이상한 결과였다. 

그리고 아사기의 쌍둥이 형으로 밝혀진 i의 살인게임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살인이 시작된다. 참으로 독특한 이야기 구성이었다. 영화 쏘우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우리는 알 수 없는 궁금증으로 빠져든다. 범인도 알고 이유도 알지만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너와 함께 이 세상을 증오하고 복수할 거야."라는 아이의 염원은 살인을 불러오지만 그는 또한 [데쓰노트]에서처럼 "살인사건의 범인은 접니다....저를 찾아내 주십시오."라고 또 하나의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과연 잡히고 싶었던 것일까.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대범하게도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살인을 게임하듯 저지르는 범인. 흡사 사이코 패스적인 그 범인의 정체는 읽는 독자인 우리들 밖에 알지 못한다. 마치 연극의 독백처럼.


아카가와 츠바사. 18세. 6월11일 실종.
실종되고 나서야 부모는 자식이 제 생각같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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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트립
모리 에토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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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끝까지 읽었으나 이해할 수 없었다.
암호나 기호로 이루어진 것도 아닌데, 이 소설의 단편단편의 내용들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외계인일까. 이런 상상들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코드가 맞다, 안맞다를 반복할 수 없는 종류의 답변을 이 책을 향해 쓸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이야기는 처음도 없고 끝도 없고 그 가운데 토막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물건찾기경주]의 경우 한 페이지 반 동안의 내용이라곤 랏타의 엄마가 "엄마들의 물건 찾기 경주"에서 일등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인데, 랏타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다가와 달리게 된 엄마는 종이를 뽑는 순간 얼굴이 얼어붙어 버렸다. 

"김정일의 연애편지"

세상에 초등학교 운동회, 학부모 달리기에서 무슨 이런 괴상한 과제를 내는 것인지...교문을 뛰쳐나가며 엄마가 짜낸 전략은 김정일 유혹하기 부터라니....그리고 소설은 끝나버린다. 

수많은 단편들이 이런 식으로 짜여져 있다. 어느 시점에 웃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짧고 엉뚱하다. 그래서 제목이 쇼트트립인가보다 싶어진다. 모리 에토라는 작가는 대체 어떤 상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작가인지 궁금해졌다. 

진한 핑크색의 책 속에는 이런 엉뚱한 소설이 가득하다. 호기심이 이는 독자라면 당장 구해 페이지를 넘겨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엉뚱함을 기대하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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