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에린브로코 비치]가 감동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성경에서나 약자가 이기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왔으나 에린 브로코비치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승소해냈다. 얼마전 읽었던 소설 [파견사원 마이]도 그 연계순서 단계의 감동을 전하는 소설 중 하나였다. 그리고 또 한 권. [하늘을 나는 타이어]가 있었다.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의 작가인 이케이도 준이 쓴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도요타 사태를 예견한 화제작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그 내용이 차제 불량에 관한 소재로 출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을 향해 쏘는 직격탄은 바위에 계란치기처럼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이 소재의 소설은 드라마의 원작이 되고 베스트셀러화가 되면서 이케이도 준을 나오키상,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 후보에 까지 올려 놓는 쾌거를 창출해냈다. 작은 운송 회사의 자동차 타이어가 빠져 사람이 죽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나비효과처럼 큰 파장을 사회에 던지게 되고 대기업 아래에 묻힌 도덕성과 기업윤리에 대해 크게 질탄해내는 직격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첫장의 제목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당신의 기억"이라는 것은 멋진 시작이기도 했다. 시작과 동시에 제목이 [하늘을 나는 타이어]라고 지은 저자의 의도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 했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라...리콜사태와 대기업의 도덕적 책임회피에 관한 사회고발적 성향의 소설이라면 조금 더 무겁고 딱 떨어지는 제목이 적합하지 않은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흡인력 있는 소설을 정신없이 읽어가는 가운데 그 이유가 찾아졌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도 아니고...라는 외침 속에서. 통렬하게 꼬집는 비판의 목소리가 실려 있는 제목이었다. 타이어는 절대 하늘을 날아서는 안되는 부속품이다.
선대로부터 물려 받은 아카마쓰 운동회사의 사장 아카마쓰는 회사 운송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타이어가 날아가 사람이 죽는 인사사고를 보고 받는다. 그때부터 사람을 죽인 회사라는 여론과 은행의 압박, 나아가서는 학생인 아이들의 학교내 왕따까지...한순간에 생활이 지옥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비불량일리 없다는 결론을 얻은 가운데 자동차의 생산회사인 호프 자동차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아카마쓰는 대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호프 자동차 내에서 근무하던 사와다는 회사가 리콜사태를 쉬쉬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동안 리콜해야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결과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무시한 채 서류조작까지 해 왔음을 알게 된다. 사내 내부고발자가 되는가 싶더니 돌연 그는 불의 세력과 타협하고 더 좋은 자리를 보장받으며 이를 무사시키는 쪽으로 노선을 갈아탄다.
호프 자동차가 은폐해 온 최근 3년간의 타이어 분리 사고에 대한 품증부 조사 결과를 보면 총 24건 중 17건의 평가를 조작함으로써 사용자측 정비 불량으로 결론내려 중소 영세 기업의 도산을 초래해왔다. 스스로가 살아남으려 힘 없는 이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소설이 도요타 사건을 연상시키는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전에 한 인간이지 않습니까?
머리를 후려 맞는 것 처럼 튀어 나온 아카마쓰의 외침은 우리 모두가 사회에 던져야 할 목소리일 것이다. 또한,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야!!!
는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외침이었을 것이다.
호프 자동차가 리콜을 선언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거액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인한 판매저조도 이유거리가 되었다. 반면에 은폐해버리면 수십억, 수백억 경비 절감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쉽고 저렴한 일을 선택했다. 사람의 생명까지 희생시키면서~!!!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화가나기 시작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없이 물들어있는 관료주의나 주먹구구식 해결방안도 화가났지만 무엇보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 가고 있는 인물들에 화가나기 시작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여 일군 일류 기업이라는 대기업이 타이틀 하나만으로 정직한 서민들의 입을 막고 눈을 찌르고 손을 자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타이어 살인. 이 소설은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한 개인과 기업에 관한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다. 진실이 둘 일이 없다는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시시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도 그 점에 있다. 사실 묵직한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므로 글로 남겨두는 것은 불필요한 일 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심도있게 다루어진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작품에 범접할 수 없는 상상력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어도 충분히 그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참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된 문제재기형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