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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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과 재즈에 탐닉하던 소년은 어느새 자라 소설가가 되었다. 그의 소설에 전 세계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문학의 진중한 무게감을 잠시 접어두고 [빵가게 재습격]이라는 다소 웃기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 작가의 이름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그리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가볍게 책자을 넘기기엔 미안한 무엇인가가 언제나 걸림돌처럼 걸려 있었고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마음이 허락치 않아서였다. 

[IQ84]를 최근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세상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 권인 [빵가게 재습격]을 통해 그 생각들이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 버렸다. 무엇이었을까. 이토록 다른 이질감은...

한 작가의 작품일진데, [빵가게 재습격]은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있다. 특히 스키복면을 하고 빵가게를 습격하는 그림의 두 인물은 무슨 불켜진 전구등처럼 웃기기만 했고 소설 속의 그 발상도 기발하다못해 특이해서 웃음이 계속 나왔다. 그만큼 황당스러웠다고나 할까. 

우연히 아내에게 10년전  친구와 함께 빵가게를 털었던 추억을 이야기했다가 아내의 보챔에 의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30개 약탈하기에 이르른 그들 부부. 어찌보면 범죄지만 어찌보면 일탈인 그들의 도둑질은 그렇게 하나의 단편으로 끝나버리지만 그 황당함 속에서도 현대 도시인의 충동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코끼리의 소멸>,<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태엽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등 총 6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지만 책의 제목과 일치하는 [빵가게 재습격]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그 황당함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쁜 마음도 그렇다고 착한 척 하는 마음도 실려 있지 않은 그저 충동적인 마음이 담겨 있는 그 단편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다른 단편들의 감동은 하나의 단편에 묻혀 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색채가 옅어져 버렸다. 

성공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데, 이렇듯 원하는대로 쓸 수 있는 작가야 말로 성공한 작가가 아닌가 싶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그 중간쯤에 서 있던 나의 발걸음을 조금쯤은 좋아하는 쪽으로 더 딛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 [ 빵가게 재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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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미스터리 야! 2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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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묘한 괴기스러움이 묻혀져 있을 것만 같던 오리하라 이치의 [타임캡슐]은 상상의 범위를 또 벗어났다. 언제나 독자의 상상을 빗겨가는 그의 소설 속엔 중독성이 있어 절대 읽기를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데 나는 아직 "오묘함"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다른 좋은 단어를 찾지 못했다. 대체할 좋은 단어가 생각난다면 언제든 바꾸어 표현하고 싶기도 하지만 여러 편을 읽어도 아직은 오묘하다....였다....

 

[타임캡슐]은 다른 외국 영화에서도 흔히 나오는 소재지만 그 풀어가는 방식은 역시 오리하라 이치 스럽다. 영화 [노잉]에서도 타임캡슐은 잠시 등장하지만 [타임캡슐]에서만큼 궁금하게 만들진 않는다. 오리하라 이치의 타임캡슐은 그 물건에 궁금증을 둔 것이 아니라 엮여 있는 사람들에 그 미스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재미가 점점 증가된다.

 

스물 다섯의 아야카. 원하는 대로 카메라 를 다루는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지만 열다섯의 그 나이에 비해 딱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런 그녀가 10년 전 친구들과 묻었던 타임캡슐의 개봉을 위해 친구들을 하나, 둘 다시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친구찾기는 아야카가 시작했지만 그들 앞에 배달되는 이상한 편지는 그녀의 작품이 아니다.

 

열 다섯. 타임캡슐을 묻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고가 나서 직접 묻는 현장엔 가 보지 못했던 아야카. 두 명의 등교 거부생까지 배제하면 총 다섯명의 아이들과 다케다 선생만이 그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 전 추억만들기"는 다섯 명의 아이들만이 참여한 놀이였고 그들은 "홀"에 대한 죄의식을 나누어 가지면서 졸업했다.

 

아야카는 이제 "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우편배달부를 찾는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고스케가 실종되고 이제 아야카는 세 가지 일을 풀어가야하는 중심인물이 되어 있다.

 

미와 미와, 유아시 고스케, 도미나가 유미, 사사쿠라 후미오, 쓰루마키 겐타로...이 다섯명은 십년 전 그날 대체 어떤 사건을 저질렀던 것일까.....

 

타임캡슐은 추억을 묻은 것이 아니라 범죄를 묻은 것이 되어 버린 [타임캡슐]을 읽어 나가며 살아 있다는 것보다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함께 깨달아 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감으로 인해 책임져야 할 것들이 커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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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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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사각]을 읽으면서 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 편의 소설을 묶어 "도착"시리즈를 펴냈다는데, 그 이음성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언젠가는 꼭 도착 시리즈를 다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더랬다. 그리고 그 두번째 이야기 [도착의 론도]의 읽기를 끝냈다.

 

도착의 사각과 도착의 론도는 얼핏봐서는 번역이 달라 제목이 약간 빗겨간 소설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연결되는 바가 없는 전혀 다른 소설이다. 도착의 사각이 진실이 망상이 되는 순간 반전이 찾아온다면 도착의 론도는 끝까지 읽어야 반전의 내용이 무엇인지 진위를 살필 수 있다.현실과 허구가 뒤섞여 그 어느쪽이 진실인지 모호해져버린다.

 

추리소설 신인상 응모를 위해 최고의 집중력으로 작품을 완성해 냈던 야마모토 야스오. 그는 어느 순간 원고도 잃고 친구도 잃은 불행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작품을 위해 조금만 참자!조금만 참자!를 다짐하며 살아온 날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위해 워드프로세서화 해주겠다면서 원고를 가져갔다가 잃어버려 미움을 산 친구는 살해당했고 자신은 한동안 그 살해범으로 오인받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정신이 혼미해질만 한데....

 

반면 백수 나가시마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원고를 읽다가 자신의 작품인양 신인상에 덜컥 응모해 버렸다. 시라토리 쇼라는 가명으로... 그 원고 [환상의 여인]이 수상작으로 뽑히고 베스트셀러화가 되면서 진실을 되찾으려는 야마모토와 거짓을 이어가려는 나가시마의 반목이 시작된다. 사실 나가시마는 [환상의 여인]의 진가를 알아보고 자신의 작품화 하려는 욕심에 야마모토를 살해할 계획까지 세웠다. 약간의 오해가 보태져 야마모토인줄 알고 친구를 살해해버렸지만 말이다.

 

도착의 론도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며 읽을 수 없는 까닭은 엎치락뒤치락하며 결말을 알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읽어야 이 두 사람 외에 또 다른 반전의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환상의 여인]은 야마모토의 것도 시라토리의 것도 아니었다. 또한 결미부분에 원고를 가지러 온 손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한 어떤 트릭이 존재할까봐 계속 앞뒤 페이지를 연결해가며 되읽어야 할만큼 [도착의 론도]는 헷갈리게 하고 있었다.

 

결말에 와서도 결코 그 속도감은 느슨해지지 않는다. 결말은 더 스피드 있게 밀어붙여져 사건을 재미속에 던져넣어버린다.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이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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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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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엄마

라니. 작가 사노 요코는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놓으면서 말하고 있다. 세상의 어느 딸이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모습에 기뻐한다는 말인지....

엄마를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가의 어린시절을 살펴보며 평생을 학대하고 괴롭혀 왔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해방감이 치매라는 병을 통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계모냐"라고 말할만큼 딸에 대한 미움을 감추지 않았던 엄마. 그런 엄마가 실은 스물 둘에 오빠를 낳으면서 2년터울로 마치 기계처럼 7명의 아이를 순서대로 낳아왔고 그 중 세명을 잃어야 했던 사연이 털어놓아진다. 서른 넷에 자식 셋을 앞세운 여인의 한. 그리고 그 한을 내리받아야 했던 그 딸.

엄마와의 화해는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엄마. 
모든 자식을 감싸고 바르게 양육해야 할 엄마가 어딘지 모르게 삐뚤어져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유년시절 추억 속에서 삐죽삐죽 솟아 나오고 있다.  

나는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 

고 고백하는 딸의 고백은 용감했다. 신 고려장의 느낌이 든다는 어머니의 위탁.  선진국형 시스템이라며 병든 어머니를 시설에 맡기는 일들은 드물게 보게 되는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 돈을 지불하고 부모를 버렸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머니를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싫어했다는 그녀. 정신이 멀쩡한 어머니를 한번도 좋아하지 않았다는 고백은 너무나 정직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뒤이은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는 그녀의 죄책감은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는 표현으로 마무리 된다. 사실 어머니라는 대상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연인을, 자식을, 친구에 대한 사랑을 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나름의 자기 합리화를 갖고 있지만 요코는 달랐다. 

그 정직함으로 인해 고백의 충격여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진다. 강한 부정은 긍정인 것처럼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외침은 도리어 미워하는 만큼 사랑했다는 식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버리고 싶은 딸의 고백은 그래서 하얀 백지처럼 시리고 또 아프다. 

소설은 그렇게 서로 부정하는 삶을 살아왔던 엄마와 딸의 애증어린 관계를 또 다시 세상에 펼쳐 놓는다. 모녀관계를 그리는 또 다른 소설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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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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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서점이 있다. 
[사치코 서점]은 그랬다. 서점이 사건을 만들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서점을 오가며 사건에 휩싸였다. 서점이 사건을 불러오는 것인지, 아니면 사건에 휩싸일 사람들을 불러 들이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수국이 필 무렵]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유부녀 히사코와 "나"가 도망치듯 떠난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동네에 사치코 서점이라는 서점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 앞 라면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아주 잠시 오인 받았던 추억을 "나"는 회상한다...

[여름의 낙서]는 어느 해 여름,데려다 키운 형이 사라지면서 병약하던 소년 "나"가 형을 그리워하는 추억이 담겨 있다. 이 역시 사치코 서점 근처에서 일어나던 일이었다. 

[사랑의 책갈피]는 구니코의 "환상여행"적 체험이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이미 죽은지 오래된 책의 저자와 교감하며 마치 영화 동감에서처럼 시대와 죽음을 넘나드는 메모를 전달하게 되는 사연이 담겨져 있다. 

[여자의 마음]에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마사오의 가족에 대한 이상한 일들을 하츠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단편이다. 슬프고 가련한 여자의 마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빛나는 고양이]에서는 가난한 "나"에게 매일 찾아오던 고양이 차타로에 관한 이야기다. 하얀 호랑이 같았던 차타로는 만화가를 꿈꾸던 가난한 예술가에겐 영혼의 안식처 같은 존재였고 늘 들리던 헌책방 사치코 서점의 주인 역시 그 당시의 위로였다고 훗날 만화가가 된 가난했던 "나"는 회상하고 있다. 

[따오기의 징조]와 [마른 잎 천사]에서도 각각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상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회상하며 이야기 사이사이에 함께 떠올려지는 사치코 서점에 대해서도 회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치고 서점은 사건의 주무대도 아니고 이끌어가는 중심추적인 공간도 아니지만 그들은 추억과 서점을 하나로 뭉쳐 기억해내고 있다. 

공포스럽지도 않고 몽환적인 환상도 없지만 약간 기묘한 사건들을 가지고 일상을 비틀어 놓은 소설이 슈카와 미나토 스러웠다. 몇몇 작품들에서 보여준 그 기묘함이 [사치코 서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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