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od Bless America

  감독 - 밥 골드웨이트

  출연 - 조엘 머레이, 타라 린 바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영화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이혼한 아빠와 공원이나 동물원에 가는 것보다 아이팟으로 게임하는 걸 즐기는 아이. 옆집은 상관안하고 고성방가를 일삼는 무책임한 부모들. 한 사람의 약점을 끄집어내서 놀림감을 만들고 비꼬고 웃기를 조장하는 언론 매체들. 이유 없이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그걸 인터넷에 올리는 허세에 찌든 십대들. 그리고 전날 본 방송 얘기로 하루를 보내는 수동적인 사람들.


  주인공 프랭크는 그런 것에 짜증이 난 사람이다. 예의 없는 것들을 싫어하고, 단점이 있는 사람을 놀리는 세상을 증오한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왜 이리 비 문명화된 사회처럼 노느냐고 말한다. 그런 그의 철학은 영화 초반에 회사 동료에게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대화 부분에서 드러난다. 아니, 대화가 아니다. 그 혼자 열 받아 떠드는 것이지.


  프랭크는 동료 여직원에게 꽃을 선물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에게는 동료애였지만, 상대는 스토킹이라 생각했나보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뇌종양 진단까지 받는다.


  그는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실행하기로 한다. 방송에서 그동안 보았던 예의 없는 것들을 응징하기로 한 것. 그 와중에 우연히 소녀 록시를 만난다. 둘은 이웃집에서 훔친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이 망하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이 되는 사람들을 죽이고 돌아다닌다.


  영화를 보면서 어릴 적에 본 ‘내추럴 본 킬러 Natural Born Killer’라는 작품가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는 연인인 두 남녀가 닥치고 죽이고 다녔다. 이 영화에서는 부녀로 보이는 두 남녀가 그러고 돌아다니고.


  그들이 그러는 데는 별로 이유가 없다. 단지 마음에 안 드는 것뿐이다. 자기가 정해놓은 기준이나 규칙,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상대이기에, 그들이 세상에 살아있으면 오염만 가속시킬 것이라는 자의적인 판단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물론 이 세상은 죽어 마땅한 놈들로 넘쳐난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것들 안 잡아가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쓸데없이 산소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만 배출하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닐 수 있는 걸까? 영화는 아주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 마구 총질을 하고 다니는 두 사람을 잡아낸다. 그들에게 살인은 유쾌한 여흥일 것이다.


  그런데 프랭크야 이미 죽을 날만 받아놓았으니 그렇다고 쳐도, 단지 이 세상이 지겨워서 뭔가 색다른 자극이 필요했던 록시는 대체 뭘까? 그녀 역시 프랭크가 진저리를 쳤던 다른 십 대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동료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방송에 자기들 얘기가 나온다고 좋아한다.


  결국 그도 자신이 혐오했던 그 부류에 속하는 인간이었다는 말이다.


  그가 바란 것은 진정으로 이 세상의 변화일까 아니면 늙고 지친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관심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을 이해하는 그 누군가였을까?


  그의 행동에 공감은 못하지만, 그의 생각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세상에는 의미 없는 전파 낭비격인 프로그램도 많고, 산소를 빼앗는 예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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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 강풀의 만화 ‘이웃사람’

  감독 - 김휘

  출연 - 김윤진, 김새롬,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웹툰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요일을 챙길 정도. 하지만 강풀씨의 만화를 영화화한 것 중에 재미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볼까말까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살을 몇 달 앞둔 조카가 자기 주민등록증 나올 날도 얼마 안 남았다고, 자기 친구들은 다 봤다고, 엄마아빠는 귀찮다 하고 누나는 바쁘다며 거절했다고, 그러니까 제발 데려가 달라고 며칠을 졸라서 결국 보기로 한 영화이다.


사실 19금이라 안된다 했더니, 옆에서 듣고 계시던 오라버니가 ‘살인범은 안 되고 악마는 되냐?’라고 하셨다. 어쩌겠는가? 중학교 때부터 미드 ‘슈퍼 내추럴’에 가끔 ‘엑스파일’을 보여준 내 죄가 크다. 결국 데리고 가게 되었다.


  내용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고, 웃음도 나오고, 긴장감에 발을 굴렀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싱크로율도 높았으며, 구성도 좋았다. 뭐 하나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았다. 11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짧게 느껴질 정도.


  굳이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왜 이 영화가 19금인지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웹툰에서 나에게는 안쓰러우면서 후덜덜했던 제일 마지막 장면이 빠져있다는 것 정도?


  도대체 어떻게 된 맨션이기에, 연쇄 살인범과 조폭 출신 사채업자 그리고 살인 도주자가 동시에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도통 모르는 세상이니까. 우리 아래층에 지난주에 어떤 사람이 이사를 왔는데, 아직까지 누군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그 전에 살던 사람도 일 년에 한 번, 정화조 청소비용 걷을 때만 보았다. 요즘 세상이 다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그 점이 안타까웠다.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라도 해봤으면 범인이 더 일찍 잡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단지 이상하다고 남을 의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의심스럽다고 이웃을 염탐하고 기웃거리다가는 경찰서로 끌려가기 쉽다.


  어쩌면 이건 우리가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타인에게 친절함을 베풀라고 교육시킨다. 하지만 그 타인을 동시에 경계하라고 알려줘야 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삭막한 도시의 이웃관계를 욕하면서, 정작 남에게 쉽게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남을 불신하면서도 동시에 믿어야 한다. 타인을 알려면 대화를 해보고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그 접근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상이 선하면 내면도 그럴 것이라 믿고, 외모가 험악하면 속도 마찬가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번지는 게 아닐까? 사기꾼일수록 외모가 번지르르하고 말을 잘한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서 기적을 보여준다. 그들의 목적은 다 달랐다. 누구는 납치되었으리라 짐작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하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였다.


  그들이 열심히 달려가는 장면에서, 문득 애인님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대사가 떠올랐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그렇다. 이 영화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라도, 마음을 모은다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생명이라고 알려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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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내가 어릴 적에 본 동화책의 표지, 오른쪽은 원서 표지. '왕자의 비밀'이라고 나온  책의 표지는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다.

 

 

 

  원제 - The Eyes of the Dragon

  작가 - 스티븐 킹

 

 

  언제였더라, 대학교 때였던가? 동네 도서관에서 어린이용 스티븐 킹 소설을 발견한 적이 있다. 앞을 들춰보니 꽤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빌릴 책을 골라놓았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책을 내려놓았다. 다음번에는 저 책을 빌리자!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때가 아닌지 그 책은 다시는 볼 수 없었고,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끝까지 보는 건데…….

 

  이후 그 책은 존재하지만 볼 수가 없는 여자 친구 또는 남자 친구 같은 상징적인 의미가 되어, 내 기억에만 남았다.

 

  그런데 얼마 전, 지방에 사시는 지인이 자신이 일하는 동네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으셨다는 염장을 지르셨다. 이럴 수가! 서울에는 없었는데! 그래서 그 책을 읽기 위해, 토요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노란 표지의 완전 어린이용 두 권짜리 책을 손에 받아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좋아서.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도 채 안 걸려서 다 읽었다. 물론 어린이 용이라 글자가 좀 크긴 했다.

 

  내용은 그냥 간단하다. 들랭이라는 왕국에 두 왕자가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왕위를 위해 태어난 큰아들과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언제나 실패만 하는 작은 아들. 그리고 모든 동화가 그렇듯이 나라를 말아먹겠다는 야심을 가진 궁정 마법사가 있다. 그는 자기가 맘대로 하기 쉬운 작은 아들을 위해 마법의 독약으로 왕을 죽이고, 그것을 큰아들에게 뒤집어씌운다. 뾰족한 탑에 감금된 큰 왕자. 그는 이제 목숨을 건 탈주 계획을 세우는데…….

 

  예전에 아주 잠깐 읽었을 때는 두근두근하고 왕자가 어떻게 탈출을 하는지, 마법사를 어떻게 물리치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에 완독을 하고 나니, 그 때의 감정과는 아주아주 많이 달랐다. 물론 내가 그 동안 나이를 먹은 것도 있지만.

 

  그 동안 범죄 수사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큰 왕자의 탈주 계획을 보고는 '얘는 편집증 환자가 틀림없어! 아니면 집착이 강하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인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마법사가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한 작은 왕자를 보고는 '아버지가 교육을 잘못 시켜서 애새끼가 저 모양이지. 역시 가정교육이 문제야.'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왕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은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큰 왕자는 사실 능력자였던 걸까? 이런 의문까지 들었다.

 

  도서관 문이 닫기를 기다려 지인과 심야 영화를 보고,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비록 무박 2일로 지방을 후다닥 갔다 왔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불필요한 사족을 붙이자면, 저 지인분이 지금 현재 내 애인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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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2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스티븐 킹 소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니. 몰랐어요 ( '')~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위해 먼 거리 달려가기는 그 마음... 저도 왠지 알 것 같아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바다별님~!

바다별 2012-08-27 23:30   좋아요 0 | URL
아직 저 책은 완역본이나 그런 걸로 나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아쉽죠. 감사합니다 ^^
 







 원제 - Mute Witness

  감독 - 앤소니 월러

  출연 - 마리나 주디나, 페이 리플리, 에반 리차즈, 올렉 얀코프스키


  어렸을 적에, 동생과 비디오를 꽤 많이 빌려보았다. 그런데 남매사이라는 게 뭐랄까, 영화에서 키스 장면만 나와도 서로 민망해했다. 그래서 주로 사람을 죽이는 호러 스릴러 영화를 주로 빌려다보았는데, 이런! 그런 영화에도 은근히 야한 장면이 종종 나오곤 했다. 하여간 처음에 그런 부분이 나오면 빨리 감기를 하거나 시선을 외면하곤 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가 아무렇지 않게 보았다.


  이 영화도 그 당시 동생과 함께 본 기억이 난다.


  소련으로 영화를 찍으러온 미국 제작팀. 주인공은 비록 말은 못하지만 소품 담당으로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려다가 뭔가 놓고 온 것이 생각나 다시 스튜디오로 향한 주인공 빌리. 그런데 누군가 영화를 찍고 있었다. 소련 측 스태프들이 포르노를 찍고 있었던 것. 발걸음을 돌리던 그녀. 하지만 뒤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그들이 여자를 죽이면서, 그 광경을 찍는 것이다. 현장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들에게 들켜버린 빌리. 겨우 언니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경찰을 불렀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은 단지 그녀가 영화 찍는 것을 오해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진짜로 스너프 필름을 찍고 있던 조직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인다. 동시에 그들을 노리던 비밀경찰도 사건에 개입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혹시라도 잡힐까봐 두근두근 조마조마했었다. ‘어떡해!’라거나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리다가 서로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 정도로 주인공이 스튜디오에서 쫓기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게다가 그녀는 말도 못하니, 전화로 누군가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더 손에 땀을 쥐고 안타깝게 보았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는, 배후에 엄청난 조직이 있다는 것도 나오고 비밀경찰까지 등장하니까 판이 아주 커진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극의 조임이 약간 풀어진 느낌? 갑자기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초점이 분산되면서 시선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빌리 언니 부부의 약방의 감초 역할은 팽팽하게 잡아당긴 긴장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등장 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래서 느슨하게 풀어주려다가 완전히 놓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꽤나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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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변승욱

  출연 - 박민영, 김동욱, 김예론

 

  작년에 이 영화를 혼자 보러 갔을 때, 자리에 앉으니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혹시 나 홀로 극장이 되지 않을까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공포 영화였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시간이 되자 우르르 몰려들었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가 그 당시 드라마로 주가를 높이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소연은.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펫숍에서 일하는 그녀 주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이상한 소녀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게다가 단골 고객이 의문사하더니 친구까지 갑자기 숨을 거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다고 믿으며, 소녀의 정체를 밝히고자 노력하는데…….

 

  동물들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개가 짖거나 고양이가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면, 거기엔 귀신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는 자기에게 해를 끼치면, 꼭 복수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호러 소설도 있고. 그래서 내가 애완동물을 싫어한다.

 

  이 영화는 그런 고양이에 얽힌 괴담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덧붙여 오래 전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까지 곁들여서. 영화를 보고나니, 고양이가 더 싫어지고 무서워졌다. 영화는 예상보다 덜 무서웠지만 말이다.

 

  보는 내내 다른 여러 가지 영화나 소설들이 떠올랐다. ‘주온’이라던가 ‘검은 물 밑에서’ 내지는 ‘링’같은 일본 작품들과 ‘검은 고양이’ 같은 미국 소설까지. 그래서인지 대충 다음엔 어떤 분위기나 장면이 나올 것이라 추측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중반 이후부터는 흥미가 약간 시들해지기도 했다. 음, 소녀가 죽는 장면은 슬프긴 했다. 불쌍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복수가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들을 그렇게 만든 주인이나 그 어른들을 원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들을 버리고 죽게 만든 이들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왜 애꿎은 사람들만 죽이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싫어하는 분홍색으로 염색을 시켜서? 애물단지라며 보기 싫다고 화를 내고, 잡혀온 고양이나 개를 죽이는 유기 동물 보호소 직원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사랑하는 할머니를 구박한 나쁜 아빠라서?

 

  이건 완전히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복수라기보다는 화풀이에 불과하다. 자신을 버린 주인은 강자이니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약자로 보고 괴롭히는. 게다가 떼로 한 명을 괴롭히니 이건 집단 괴롭힘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설득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복수의 대상이 잘못되었기에, 그들의 행동은 당위성을 갖지 못했다. 목적도 대상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 살인이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뻔한 전개에 예측 가능한 결말. 막판에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고질적인 신파조의 스토리. 그 덕분에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는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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