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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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저자 - 최준영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부제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저자는 그 외에도 ‘노숙인 인문학자’, ‘거지 교수’ 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별명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준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통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활동을 하는 구나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신춘문예에 당선자이며, 실천 인문학센터 운영위원, 교수 그리고 유명 강사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에 참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함은 많지만, 그의 모든 목표는 오직 한 가지를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문학과 삶의 의지를 알리는 것이다.


  이 책은 에세이라는 부제처럼,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일들에 대해 짧은 감상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떨 때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질타를 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걸어온 삶을 얘기하면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힘이 없고 약한 게 아니라, 속에 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 느낌이다.


  노숙인들이나 여성 가장들처럼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과연 인문학 강의가 필요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노숙인의 예를 들면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조건이 아니라 삶에의 의지와 용기’라는 것이다.


  이건 꼭 노숙인들이나 여성 가장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현실이 어렵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이다.


  물론 꿈만 좇는 말같이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정적인 생각으로 사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사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좋을 거라고 본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면, 앞이 암울하다고 인상만 쓰고 있으면 얼굴에 주름도 더 지고, 입술도 더 튀어나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느낌만 주고…….


  1장과 2장에서는 저자가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3장과 4장은 저자가 접했던 인상 깊은 작품들에 대한 단상,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까지 어떤 생각으로 써왔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적혀있다.


  특히 4장은 저자가 생각하는 글쓰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4장의 소제목이 이 책의 제목인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이다. 저자는 소설이 허구를 다루고 있지만, 진실 되게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구를 다룬 소설이지만 진실 되어야 한다? 한참 생각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조금은 알듯했다. 그런데 그걸 여기에서 풀어보려고 하니까, 뭐라고 말해야할 지 모르겠다. 무조건 허구를 다룬다고 해서 중심이 없다거나 개연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 될까?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제일 인상 깊은 것은 알베르 카뮈가 했다는 ‘분명한 글에는 독자가 모이지만 불분명한 글에는 평론가만 꼬인다.’는 말이다. 이건 글뿐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p.87에 나오는 ‘실수에 대한 대응 실수’부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반성을 하게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무조건 앞만 보라고 강요한 것은 아닌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자라고 생각하고 버려두진 않았는가. 이래저래 생각과 반성 그리고 후회와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게기가 되었던 책이었다.


  개인의 실수에 대해 가혹하고 냉정한 사회적 대응이 빚은 결과가 바로 사회적 약자의 출현입니다.

  우리 사회에 우승열패의 신화는 존재하지만 패자부활의 신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국가의 실수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개인의 실수에는 때로 관대함을 보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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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 척추, 관절, 허리, 일상의 통증을 이기는 법
황윤권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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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척추, 관절, 허리, 일상의 통증을 이기는 법

  저자 - 황윤권



  자주 듣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 책 광고를 들었다. 건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듣다보니 약간 관심이 생겼었다. 바로 이 책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광고였다. 하지만 최근 병원이나 의사가 알려주지 않는 비밀이라는 광고로 건강법에 관한 책이 마구 쏟아져 나와서, 그런 대세를 따른 책인지 아닌지 확신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몇몇 분들이 쓴 리뷰를 읽으면서, '흐음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들어오자마자 책을 펼쳐봤다. 두툼했다. 목차를 보니 1장 무릎, 2장 허리, 3장 근육과 힘줄 그리고 4장 머리와 상체로 이루어져있었다. 각 장은 우선 왜 그 부분에 통증이 느껴지는지 원인을 설명하고, 병원에서 주로 하는 진단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런 통증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예를 들면 체조라든지 평상시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그림을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일 년에 한두 번 침을 맞으러 다니는 곳은 허리라서, 2장을 후다닥 펼쳤다. 허리 통증의 대부분이 근육통이라는 말에 다소 안심을 했다. 아, 허리뼈가 다친 게 아니구나. 그리고 허리 운동법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나와 있었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 스트레칭하기와 앉았다 섰다하는 운동법 그리고 허리 근육을 두들겨주는 방법이 뒤이어 나왔다.


  그리고 허리 디스크란 뭔지 설명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조심해야겠다. 의자에 앉을 때도 바르게 앉고, 오래 앉았다 싶으면 가끔은 일어서서 허리를 풀어줘야겠다.


  거기에 나온 운동법을 따라하는데 나도 모르게 '악!'소리가 나왔다. 어쩐지 더 아픈 것 같다고 애인님에게 전화해서 징징거렸더니 '자기가 운동 부족이라 그런 거지. 그만큼 안 쓰는 근육이 많다는 거야. 매일 꾸준히 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그런 건 나도 아는데. 난 그냥 토닥토닥해주길 바란 것뿐이라고. 왜 그리도 여자 마음을 몰라! 내가 그걸 몰라서 징징거렸을 거 같아?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2장을 읽은 후 3장 손목 통증 부분도 주의 깊게 보았다. 자판을 많이 치다보니까 가끔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했다. 거기가 4장의 목과 어깨도……. 헐, 이러고 보니 내가 꼭 무슨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같다.


  한 번 읽어보고 책장에 꽂아둘 책은 아니었다. 체조 사진을 복사해서 컴퓨터 옆에 붙여두고 생각날 때마다 따라 해봐야겠다. 그리고 간혹 어디가 아프다 싶으면 책을 펼쳐보고. 아, 아무래도 엄마에게도 읽어보시라고 해야겠다. 큰올케에게도 권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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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6 : 말하다 나는 오늘도 6
미쉘 퓌에슈 지음, 브루노 샤젤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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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arler, 2012년

  저자 - 미셸 퓌에슈



  ‘나는 오늘도’라는 총 아홉 권짜리 철학 에세이의 하나이다. 각권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저자가 그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사랑하다’, ‘설명하다’, ‘먹다’ 등등이 있다. 내가 고른 책은 ‘말하다’이다.


  책은 무척이나 얇고 그림까지 들어있어서, 다른 철학에세이에 비하면 그리 많은 글이 들어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범위는 다른 책 못지않게 폭이 넓고 깊었다. 아, 이런 식으로 생각이 뻗어갈 수도 있구나하는 감탄도 들었다. 시작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하고 사소한 것이지만, 이후 진행은 그 이상이었다.


  저자는 말하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동물들이나 기계가 인간과 똑같이 말을 한다면, 그것들이 끔찍할 정도로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 말한다.


  하긴 그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돼지나 소를 잡아먹는데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살려달라고 비는 돼지나 소의 목을 어떻게 칠 수 있단 말인가? 반대로 그런 돼지나 소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같은 인간끼리도 잡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말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초반 20페이지까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자의 페이스에 휘말린 것 같았다. 저자가 의도한 대로 생각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바로 논리의 힘인가?


  이후 저자는 말이라는 것이 인류 문명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풀어놓는다. 말이 있어서 후세에 기술을 전달하기 쉬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을 배우는 것은 바로 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사람에게 이름을 붙여야 누군지 알고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논한다.


  이 부분에서 문득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떠올랐다. 아, 그런 거구나. 그래서 시인은 내가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고 했던 것이구나. 그래서 빛깔과 향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누군가 불러주길 원했던 것이구나. 예전에 단지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시의 내용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그 때보다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그건 망상이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저자는 말과 감정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사람사이에 말이 끼치는 영향도 언급한다. 하고 싶은 말, 하기 싫은 말, 감추고 싶은 말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읽으면서 무척이나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대화는 합의에 이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는 문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렇지’라고 중얼거렸다. 지금 사회를 보면 그 대화가 부족해서 벌어진 많은 불행한 일들이 많다. 작게는 내 주변도 그렇고, 넓게는 나라 전반을 봐도 그렇다. 대화가 없으니 이해도 없고 배려도 없고 합의도 없다. ‘말’이라는 아주 좋은 수단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침묵도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왜 침묵을 못 견디는지 원인을 파악하며, 그것이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침묵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음, 내가 생각하기에 침묵이 필요하긴 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여유는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단기간의 침묵이어야지, 끝없는 침묵은 절대 좋지 않다고 본다.


  앞에서 느꼈던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자의 논리에 휘말려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휘말림이었다. 어쩐지 내 생각이 깊어지고 폭이 넓어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지만, 괜찮았다.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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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설렘으로 집을 나서라 - 서울대 교수 서승우의 불꽃 청춘 프로젝트
서승우 지음 / 이지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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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서울대 교수 서승우의 불꽃 청춘 프로젝트

  저자 - 서승우



  띠지 앞부분에 ‘도전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지나간다. 움켜잡을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그리고 책 뒤표지를 보면 ‘꿈을 이루기 위해 향동하는 젊은 그대들에게……’라는 글이 있다. 음, 이 책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일종의 자기 계발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무인태양광자동차경주대회’를 개최하면서, 그리고 대학에서 여러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과 관공서를 찾아다니면서 대회의 효용성을 설명하고 지원을 얻어내며 경험한 여러 시행착오들,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고장 난 1호차를 대신해 2호차를 제작한 추억, 여러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니면서 느낀 것을 차분하면서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참 활기차고 자신감 있으며 의욕적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긴 그러니까 무슨 일이 닥치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사람들을 만났겠지.


  저자는 그런 기억들을 자신이 만든 ‘제이피-드라마(JP-DRAMA)’라는 단어에 맞추어 풀어낸다. Justification 명분, Plan of goals 계획, Distinction 차별성, Role 역할, Accuracy 정확성, Making a team with professionals 전문가의 도움, Advertisement 알림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JP는 계획입안단계이고, DRAMA는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공감할 수 있는 실행 계획을 세우며, 나만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한 다음, 의미 있는 역할과 동기를 부여하여, 매사에 정확하게 모든 것을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전문가를 찾아가고, 나를 알리는데 겸손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무작정 뜬구름 잡듯이 내일은 다 잘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 잘되려면 오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한 기본 능력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우스갯소리로 로또가 당첨되길 원하면 기도만 하지 말고, 당장 나가서 로또 한 장이라도 사라는 말이다. 아프고 흔들려서 청춘이 아니라, 다음번에는 아프지 않고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는 것이 청춘이라는 뜻이리라. 음, 마음에 든다. 첫인상이 좋아서인지 책의 뒷부분 내용도 괜찮았다. 자기 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성공은 자잘한 성공으로 성취감을 맛본 사람이 거머쥘 확률이 훨씬 높다. (중략) 성공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리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준비하는 것이다. -p.26


  공학도지만, 저자는 인문학에도 상당한 내공이 축척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인용하는 문장들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뿐이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당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는 시인 에머슨의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장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레프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라는 책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잊지 말고 꼭 읽어봐야지.


  아침 설렘으로 집을 나서라는 제목은 그러니까 하루 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에 옮기라는 뜻이기도 하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이제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발을 내딛으려는 어린 친구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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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빛난다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외 지음, 김동규 옮김 / 사월의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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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원제 - All things shining : reading the Western

  저자 - 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



  어떻게 뭐라고 써야할지 멍한 상태였다. 날씨때문일까? 아니면 책을 다 읽고도 받아들여진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모르겠다. 마음 속 구석에 처박힌 비뚤어진 심성을 드러내면, '그래요, 아는 거 많아서 좋겠네요.'라는 툴툴거림이 지금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어쩌면 부러움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사건에서 중심을 잡아내고, 그것에 연관된 작품을 떠올리고, 거기에 연결되는 철학 사조나 역사를 연상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그 철학 사조나 역사가 시간별로 차근차근 정리되어있다면,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 사이사이에 교묘하게 드러내고 있다면, 그건 놀랄 일이다. 처음엔 '이렇게 연결시킬 수 있구나!'라고 감탄하고, 뒤이어 그 능력을 부러워한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부제에서 잘 드러나 있다. 요즘 사람들은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특히 서양 역사나 고전을 현대에 접목시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까 차례차례 연결이 되어있었다.


  1장 '선택의 짐'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제일 많이 하는 것, 선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 질문에서 저자들은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데카르트와 니체까지 연결되면서 신의 유무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러면서 2장 '우리 시대의 허무주의'에서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라는 요절한 작가의 얘기를 꺼낸다.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다루다가 루터와 소설 '백경 Moby Dick'으로 연결된다.


  3장 '신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펄프픽션 Pulp Fiction, 1994'으로 이어진다.


  4장 '유일신의 등장'은 이제 그리스 로마 신들이 물러가고 기독교가 그 자리를 차지한 때를 이야기한다. 너무도 상반된 두 시대이기에 기존의 신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예수는 어떤 입장이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5장 '자율성의 매력과 위험'은 단테의 '신곡 神曲 La Divina Comedia'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칸트와 데카르트를 등장시켜 실존과 허무주의에 대해 얘기한다.


  6장 '광신주의와 다신주의 사이'에서는 소설 '백경 Moby Dick'이 다시 등장한다. 여기에서 저자들은 이 소설에 대해 낱낱이 해부하고 분석한다.


  7장 '우리 시대의 가치 있는 삶'에서는 루 게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 병으로 죽어가야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던 사나이. 그와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하면서, 저자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논한다.


  선택에 관한 문제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으로 맺어지는 책 전반적인 흐름이 놀라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연결이 어색하다거나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왜 이 이야기가 나올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뒤로 가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그렇구나.’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소설 ‘백경’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줄 몰랐다. 어쩐지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팍팍 느껴졌다.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6장에서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와 대사를 분석하는데, 와 진짜 저런 식으로 비평받으면 작가의 멘탈이 가을에 곡식 추수하듯이 탈탈 털릴 것 같았다. 어쩌면 멜빌이 이미 죽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책을 다 읽었는데 기억나는 건 단 두 가지이다. ‘백경’과 ‘펄프 픽션’. 언젠가 이 두 개를 꼭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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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고래 모비딕은 참 아름다운 문학이라고 느껴요.
두껍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다 읽으실 수도 있어요~

바다별 2013-12-17 16:1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