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으로 본 세계사 - 솔론의 개혁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천위루.양천 지음, 하진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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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솔론의 개혁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저자 - 천위루, 양천

 

 

 

 

  거의 모든 범죄는 돈 아니면 사랑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범죄만 저 두 가지 이유로 일어날까? 범죄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행위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하는 다른 행동들 역시 돈과 사랑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의 두 저자는 금융을 전공한 교수들이지만 아마 저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두 사람은 후기에 금융의 본질에 대해 알려면 과거부터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문화적 정치적 발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적었다. 그러니까 돈과 사랑 중에서 돈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헐!’하고 놀라는 부분이 많았다. 교과서나 일반 역사책을 볼 때는 그냥 단순하게 사건이 일어났다고만 나왔는데, 이 책은 그 뒤에 숨은 경제적인 이유까지 짚어주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역시 모든 사건사고의 뒤에는 돈이 관련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사고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일에도 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을 고르자면, 우선 영국과 스페인의 전투부분을 꼽겠다. 영국의 해군이 그냥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찔러서 해상권을 장악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뒤에 숨은 비밀을 알려줬다. 엘리자베스 1세가 영국 상인들이 스페인에 돈을 빌려준 차용증을 모두 수거해서, 한 날 한시에 환급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스페인은 경비를 줄여야했고, 그 때문에 전함의 수가 팍 줄어서 영국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 영리한 여왕 같으니라고!

 

  또한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배상금을 어마어마한 액수로 내야했지만, 거의 갚지 않아도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이 독일의 배상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서로 견제를 하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돈 앞에서는 적도 동지도 없었다.

 

  게다가 2차 대전 때 미국이 무기 대여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짭짤하게 돈을 좀 모았다는 대목에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음, 갑자기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타국의 전쟁은 나의 경제적 이득이라는 걸까?

 

  현대 금융 위기와 관련된 여러 회사들의 도산 부분을 읽으면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소로스, 이름만 막연히 들어본 사람인데, 여기서 읽어보니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제 회사 하나의 도산이 단지 회사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예를 들면 하나의 국가를 휘청거리게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오싹했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각 국가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주변 국가들도 진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인간의 역사는 돈 때문에 위기를 겪고, 또 돈 덕분에 그 위기를 극복한다. 그렇게 발전하고 또 몰락하기를 반복해왔다. 올라가면 내려가고, 내려갔으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파급력이 너무도 크다. 정부건 개인이건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려면 알아야할 것이다. ‘문명국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자유를 획득하기를 바라는 일은 가거에도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라고 토마스 제퍼슨이 말한 것처럼 말이다. (p.242)

 

  그런데 금융위주로 세계 역사, 특히 서양사를 주로 훑어보는데 뜻밖에도 교육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절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교육은 산업이 아니다. 만일 교육을 산업으로 간주한다면 그 민족의 문화는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며, 결국엔 인류가 부여한 교육의 사명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p.242

  창의성은 심사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복잡한 과정의 심사나 승인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창의성이 아니다. -p.446

 

  제목만 보고 ‘으아! 경제 얘기겠구나!’라면서 뒷걸음칠 준비를 하는 당신! 속는 셈치고 읽어보면,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보는 눈이 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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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해야 청춘 - 서툴지만 포기하기엔 이른 당신을 향한 독설
김용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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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서툴지만 포기하기엔 이른 당신을 향한 독설

  저자 - 김용태

 

 

 

 

  제목을 보고 한참 고민했다. 야해야 청춘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흔히 생각하는 야한 것을 말하는 걸까? 그러면 청춘이 겪는 성 고민? 그런데 '야' 옆에 한자 '野'가 보인다. 여당야당 할 때 야인가? 그러면 정치적인 걸 다루는 걸까? 하지만 표지를 보면 '그렇고 그런 어른이고 싶지 않다'는 말이 적혀있다. 도대체 뭐지? 흐음, 혹시 어른들이 이루어놓은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야라는 단어를 쓴 건가?

 

  온갖 상상과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니 아하! 저자는 야성을 되찾자는 의미로 야(野)를 썼다. 저자가 보는 이 제도화된 사회는 동물원이었다. 사람들은 회사나 사회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그곳에 안주한,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무능력하게 된 동물이었다. 그 때문에 사회를 비롯한 사람들은 발전이 없고, 꿈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사회는 발전은커녕 도태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그 때문에 청년들에게 오래전에 사라진 야성을 되찾으라고 충고한다.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자멸하고 마는 레밍 떼에서 벗어나고, 어른들이 주입시켰던 기존의 관습이나 성공에 대한 말도 잊으라한다. 그는 대신 너무도 빨리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그것을 선도하려면 어떤 자세로 임해야할 지 말해준다. 저자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1장인 '끼. 너는 한 번이라도 청춘이었던 적이 있는가'에서 저자는 놀라운 말을 한다. 바로 부모를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식의 말은 아니다. 저자는 자식을 소유물로 알고 과잉보호하는 부모와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식들에 대해 얘기한다. 나이만 먹었지 심리적으로는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부모에게서 벗어나 스스로 뭔가를 해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2장 '깡. 네 안의 야성을 깨워라'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부딪히고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깨우치고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을 겪어보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제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유리와 거울에 관한 것이었다. 유리는 안과 밖을 소통하게 만들지만, 거울은 자기 자신만 보게 만든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3장 '꾀. 창업하라, 끝없이 실패하라'에서는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한 여러 유명인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안정된 직장 -공무원, 대기업 등등-만 찾는 한국 청년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의 창업자들의 사업 초기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들은 남들이 해놓은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변형시키고 어떻게 하면 다른 분야와 융합을 시킬까 고민을 해서 앞서나갔다고 말한다. 저자는 피카소의 말을 응용하여 이렇게 얘기한다. '좀도둑은 모방하고 큰 도둑은 훔친다.'

 

  4장 '꼴. 도전하는 청춘이 아름답다'에서 저자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서 벗어나라고 얘기한다. 특히 '착한 소녀 증후군'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마음껏 뽐내라고 말한다. 청년 시절은 준비하는 시절이니,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충고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접했던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공부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다른 길을 찾기로 한 아이와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던 부모, 반면에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학문의 길을 강요하던 부모, 자식이 뭘 하건 별로 관심이 없고 결과만 중시하던 부모 등등. 과연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특히 자식의 성향과 관계없이 자기들의 의지를 밀어붙였던 부모들은 행복해졌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 밑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는지 아니면 무기력하게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알고 싶어졌다.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면, 조금은 달라진 미래를 꿈꿔볼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나부터 야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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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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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원제 - The Museum of Scandals (2013년)

  저자 - 엘레아 보슈롱, 디안 루텍스

 

 

 

 

  책의 제목과 부제, 그리고 러시아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키스를 하는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 난리가 났으면 났지, 그러지 않았으면 이상했을 그림들의 모음이다. 어떤 그림은 현재 시각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그림은 지금 봐도 '어, 이건 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개 문제가 된 것은 그 표현에 있어 너무 노출이 과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읽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글이 어렵다거나 그래서가 아니었다. 엎드려서 편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막내 조카가 '고모, 나 고모 스마트폰으로 게임해도 돼?'라면서 문을 열어서 책을 후다닥 덮어야할 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 보고 있던 부분이 성추문에 관련된 그림만 모은 파트여서, 아예 책을 덮어버렸다.

 

  아니, 난 그냥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을 뿐인데 왜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나 전전긍긍해야하는 거지?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나에게 예술과 외설의 차이란 이런 거구나! 순전히 주관적인 깨달음이긴 하지만, 당당하게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예술, 그렇지 않으면 외설! 그렇다면 이 책에 수록된 몇몇 그림들은 나에겐 아직 외설적인가보다.

 

  조카가 게임을 내 옆에서 한다기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게임을 하던 조카가 곁눈질로 보더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건 뭘 그린거야?' 자기가 학교나 성경에서 읽은 내용이 나오자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그 내용 나 교회에서 배웠어! 와, 지옥이 진짜 이럴까? 무섭다, 그치 고모? 너무 잘 그려서 사람들이 싫어한 거야?' 얘,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은근히 수다스럽다.

 

  그러다 둘이 황당해한 부분은 자신의 변을 통조림에 담아 팔았다는 예술가 부분이었다. 무척이나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막내 조카가 물었다. '고모, 진짜 똥이 들어있을까?'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산 게 아닐까?' 내 대답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언젠가 웹서핑에서 읽은 글귀를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줬다. '일단 유명해지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하건 좋게 봐준다잖아.' (원래는 앤디 워홀이 했다는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라는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백여 년이 지난 다음, 이 책을 후손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지금 논란이 되는 몇몇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 때는 뭐라고 평가할까? 내가 옛날 그림을 보면서 '뭐 이정도로?'하는 그런 생각을 할까, 아니면 내가 몇몇 그림을 보면서 '아, 이건 좀 심했네.'하는 것 같은 말을 할까? 어쩌면 예술 작품을 두고 이건 좋다고 하거나 저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그 시대 상황이나 사람들의 의식에 달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도 기준이 되는 뭔가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강제로 정의하는지가 관건이겠지.

 

  아,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은 남이 정해놓은 것에 따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벗어나고픈 사람들의 행위가 아닐까싶다. 그건 단지 예술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의 서평 이벤트에 신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뽑히지 못해서, 애인님에게 조금 징징거렸다. '읽고 싶었단 말이야, 진짜. 나 저런 거 좋아한다고.' 그러자 한참 듣고 있던 애인님이 '그래서 책 제목이 뭐라고?' 라고 물어봤다. 책을 검색하고는 '표지 때문에 읽고 싶었던 거 아냐?'하고 웃더니 '내일이면 도착한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왕 신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다. 오홋, 내가 막 징징거리면 책을 사준단 말이지? 좋았어! 다음 책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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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수 좋은날
이림니키 지음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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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림니키

 

 


 

  일러스트 작가라는 저자의 이름이 독특하다. 처음에는 외국인인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님의 성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합친 것이란다. 독창적이다. 글과 그림은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줄까 기대가 된다. 책장을 넘기자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글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가득 들어있었다.

 

  글은 저자 주변의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적었는데,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주었다. 그리고 어떤 문장은 ‘오! 멋져’라는 감탄이 일기도 했다. 처음 딱 보기에는 잔잔하지만, 읽다보면 그 밑에 엄청난 에너지가 잔뜩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처음 먹을 때는 ‘별로 안 맵네.’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먹으면 먹을수록 입에 불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불닭볶음면 같다고 할까?

 

  그리고 그림은 깔끔하면서 어딘지 울퉁불퉁하지만 꼼꼼하고 세밀하게 선과 색이 어우러져있었다. 또한 글이 말하지 못한 것을 그림이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수채화 같은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과 독특하고 세밀한 펜 선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을 줄 때도 있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잘 살펴보라고! 그곳에 내가 글로 적지 않은 것들이 들어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한 번 읽고 그림 한 번 바라보고, 그림을 본 다음엔 다시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 미처 몰랐던 부분을 깨닫기도 했다. 모든 페이지가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세상을 내가 보는 시각과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내가 깨닫지 못하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은 내 무지를 자각하는 부끄러움과 아직 난 부족하다는 경각심,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과 놀라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러했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으며, 잠시 창밖의 하늘을 보면서 멍하니 있기도 했다.

 

  언젠가 이 저자의 전시회를 꼭 가보고 싶다. 그때는 또 어떤 즐거움과 깨달음을 안겨줄까?

 

 

  고민을 시작했다면 가장 깨기 쉬운 고민부터 깨고 나와야한다. -P.79

  틀렸다고 말하는 게 무서워 지금 아무 것도 못한다면 그게 더 쿨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냥 “미안! 그때는 내가 잘못 생각했네!”하면 될 것이다. - P.163

  멀리서 보기에는 자리를 잘못 잡고 엉뚱하게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삐뚤삐뚤 자란 소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더 근사해진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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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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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원제 - Hot Art: Chasing Thieves and Detectives Through the Secret World of Stolen Art (2012년)

  저자 - 조슈아 넬먼

 

 

 

 

  저자는 미술품 도난에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대해 취재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예를 들면 은퇴한 미술품 도둑, 미술품 도난 사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형사, FBI 요원, 변호사, 보안 팀장 등등, 각계각층에서 어느 정도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450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 가득 담아냈는데, 그리 지루하거나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각 인물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고 현장감을 주는 흐름과 더불어 중간 중간 들어있는 미술품들의 사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도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나 FBI요원들의 뒤를 따라가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였다.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도 떠올랐다.

 

  이미 도둑들은 어떤 그림이 어떻게 보관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훔칠 수 있으며, 그것을 누구에게 어떤 거래방식을 통해 팔면 얼마의 이득이 남을 지 훤히 알고,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돈세탁용이라든지 마약 같은 것의 대금으로 미술품을 거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잡아야할 경찰들은 그런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책에서는 나온다. 사람이 죽어가고 죽을 위험에 처하거나 건물에서 불이 나는 와중에 그림이나 조각을 우선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건보다는 생명체, 그 중에서 동식물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먼저일 것이다. 그 때문에 각 기관사이의 교류가 거의 전무하고,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웠다.

 

  또한 도난을 당한 미술관이나 소유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에서는 혀를 찼다. 미술관은 그들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일 테고, 소유자들은 어쩌면 처음 취득을 불법적으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면 탈세를 목적으로 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할 대상으로 예술품을 구매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직 미술품 도둑의 말을 빌면 ‘훔칠 작품을 현명하게 선택하기만 하면 미술품을 훔쳐서 먹고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중략) 이 세계의 시스템을 잘 알기만 하면, 누구나 훔친 미술품을 세탁하는 데 합법적인 미술 산업의 세계를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을 훔치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다시 미술계에 되팔 수 있다.’고 한다. (p.88)

 

  저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니,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또 떠올랐다. 범죄자들은 부지런히 연구해서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경찰은 몰랐기에 그들을 막지 못했다. 아주 이름난 명화가 아니어서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한 작품을 여러 번 도난당한 미술관의 경우에는 어쩌면 관계자끼리 공모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들었다. 그런 식으로 보험금을 받거나 위조품과 진품을 바꿔치기 하는 걸지도…….

 

  언젠가 읽었던 단편이 기억난다. 제목은 잘 모르지만, 미술품을 하나 훔쳐서 복제화를 그린다. 그리고 원작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살짝 손을 대서 위작인지 진품인지 애매하게 만든 다음, 복제화를 원작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부호들에게 파는 것이다. 부호들은 자기 혼자만 보고 즐길 것이기에, 아무도 그것이 위작인지 아닌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범인인 주인공들은 여러 개의 복제품을 팔아 엄청난 돈을 나눠가졌다는 내용인데, 문득 이 책에서 얘기하는 미술품들의 운명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개인의 욕망, 그러니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희귀한 것을 자기가 소유하고 있다는 우월의식과 집착 그리고 남이 하지 못하는 걸 해내겠다는 성취감, 승부욕, 돈에 대한 갈망 등등이 결합해서 이런 사건들을 만드는 게 아닐까?

 

  옛날에 그 작품들을 만들었던, 그러면서 인정받지 못해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던 예술가들이 지금 자신들의 작품이 어떤 값어치가 나가는지 알면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좋아할까 아니면 이건 아니라고 할까?

 

  우리나라의 예술품들도 여러 일을 겪으면서 많이 도난당했다. 뭐가 없어졌는지 모르는 것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와 협조체계가 구축되어 예술품을 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이 감상할 수 있고, 단지 화폐가치로만 취급받는 것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문화재들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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