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윤리위원회 엮음. 내 딸의 미소를 찾아주세요 - 불법비디오 추방에 관한 충격고백.1987. 고려가.

7쪽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첫째가 그 나라 그 민족의 도덕적 소질입니다. 인간의 도덕적 소질을 좀먹는 벌레라 할 수 있는 퇴폐와 폭력은, 그래서 더욱 뜻있는 사람들의 근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최근 우리 생활주변에는 불법비디오가 크게 범람하고 있읍니다. 이 불법비디오의 태반이, 심한 음란물과 잔혹한 폭력 범죄물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것을 주로 청소년들이 보고 있다는 데 있읍니다. (중략) <정신적 에이즈>라고까지 불리는 불법비디오를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는 데.. 

조연경. 불법 비디오,우리의 자녀를 망친다  

14쪽 

그러다가 한 친구의 집에서 우연히 음란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해외근무로 집에 안 계셨고, 어머니는 시내에서 찻집을 운영하고 있어 집은 거의 매일 비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이 몰려 있기에는 알맞은 장소였다. 어느날, 그 친구의 어머니가 봐서는 안 된다며 이불장 속에 숨겨 둔 비디오를 친구들과 함께 꺼내 보게 되었다. 어머니의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혹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김정자. 초야의 무법자.   

21쪽

나는 숙희에게 설겆이를 부탁한 다음 비디오가게로 향했다. "보고 즐길 만한 테이프 한 개 주세요" 사오십대로 보이는 남자 주인은 힐끔 한번 쳐다본 다음, "마침 좋은 테이프를 가지고 온 참이었지요."하며 벽 쪽에 나란하게 세워진 것이 아닌 모퉁이의 가방에서 한 개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제목은 <초야의 무법자>였다. 나는 여고시절에 흥미있게 봤던 <황야의 무법자>를 연상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기대에 찬 숙희는 비디오와 TV를 연결하고 있었고, 나 역시 흐뭇해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유간숙. 팔아버린 비디오. 

52쪽 

시장에 갔다 오니 아이들이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나는 무슨 테이프인가 싶어 잠시 지켜보았다. 나는 무슨 테이프인가 싶어 잠시 지켜보았다. 중국 무술영화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내용은 도무지 알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테이프 화질이 너무 형편없었다. 시커먼 어둠 속에 그림자만 왔다갔다하니 아이들은 자세하게 보고 싶은 마음에 비디오에 눈을 붙이다시피 하여 보고 있었다.  

"이 따위 테이프를 뭐하러 빌어 오니?" 

"엄마, 그래도 지금 극장에서 한창 하고 있는 영화란 말예요. 2천 원 주고 볼 것을 1천 원에 볼 수 있으니 좋잖아요." 

53~54쪽 

우리가 비디오를 산 것은 남들보다 훨씬 늦은 불과 몇달 전의 일이다. 아이들이 친구들 집에는 다 있는데 우리는 왜 안사느냐고 보채도 척 넘어 왔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아는 집에 다녀오더니 멋진 녹화 프로를(53) 보고 왔다며 우리도 비디오를 사야겠다고 말했다. 생물의 신비와 동물의 생태계,자연과 인체의 변화, 과학 생활, 세계의 여행, 흘러간 명화 등 볼 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 일을 혼자 하느라 TV 볼 시간도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비디오 같은 데는 별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남편이 열을 올리면서 설득하는 바람에 우리집에도 비디오가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비디오를 들여놓은 뒤부터 나에겐 엉뚱한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기게 된 셈이었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테이프에 시간을 빼앗겨야 했고, 아이들이 행여나 좋지 않은 프로를 보지는 않나 하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아이들은 아무거나 무조건 보려고 안달을 했고, 나는 그것을 막으려 했으니 싸움은 끝없이 이어질 판이었다. 나는 점점 비디오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 

윤옥선. 동전 한 닢이 준 뜻밖의 충격. 

57~58쪽 

(전략) 도시화의 덕분인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비디오 상점들이 도처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나 각종 상점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마련한 사원가족 아파트로서 수십 동이 넘는 5층짜리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 아파트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두 명 정도의 자녀를 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 부부들이다. 그리고 비디오를 갖추고 있는 가구가 타지역보다 많은 이유는, 남편이 다니는 직장의 계열회(57)사 중에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있어서 사원들이 보너스로 지급받았거나 사원가격으로 할부구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혜영,잘쓰면 양약, 못쓰면 독약. 

69쪽 

(전략)그제서야 동생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파하면 곧바로 만화가게의 밀실로 가거나 아니면 삼류극장으로 가서는 외설 비디오를 보았다고 했다. 삼류극장에서는 오후 4시와 6시 사이에만 외설물을 틀어 주고 그 이후에는 성인들이 오기 때문에 보통 일반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이면 단골 만화가게에 가방을 맡겨 놓고 청량리 근처의 심야다방이나 청계천 상가에 가서 외설물을 보기도 하였으며, 가끔 그런 종류의 비디오가 있는 친구네 집에서 부모가 안 계신 틈을 타 몰래 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영이.단속에 앞장선 반상회. 

99쪽 

아뿔싸! 이건 차라리 동물들한테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화면 가득히 비치고 있었고, 제대로 녹음이 안 된 상태에서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와 시끄러운 신음소리가 화면 밖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음란 비디오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거기에 모여 있는 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할 테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타일렀다. 그런 것을 보려고 여관을 찾은 창민이가 죽도록 미웠으나, 우선 어떻게 해서 그곳을 찾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  다섯 명이 1인당 2천 원씩을 내어 1만 원을 만들어 주면 1시간 40분짜리 비디오를 보여 주며, 테이프는 날마다 내용을 바꾸어 틀어 준다는 것이었다.  

김분옥. 독(毒)을 먹은 아이.  

136~137쪽 

사십대의 여인이 주인이라는 그 만화가게는 아침부터 청소년 손님들로 부산했고, 오후가 되면 책가방을 든 중고등학생들로부 만원이었다고 한다. 또 만화가게 안에는 내실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가 있는데, 내실에는 비디오 시설과 2십여 개의 의자가 나란히 준비되어 마치 허름한 소극장처럼 꾸며져 있었다고 한다.(136) 아이들은 만화를 보며, 또는 만화가게 안에서 팔고 있는 먹을 것으로 요기를 하면서 비디오 상영 시간을 기다렸고, 그 중에는 술 내기 화투를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138쪽 

요즈음은 만화가게뿐만 아니라 오락실, 분식집, 심지어는 일부 서점에서까지 불법 비디오를 보여 주면서 천진한 아이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니, 참으로 슬프고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관과 호텔, 카바레와 술집, 다방은 물론 목욕탕, 이발소에도 비디오 시설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래서 음란 비디오를 틀어대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왜 나와야만 하는가? 

송주자. 멍이 드는 동심의 세계. 

159쪽 

좁은 단간방에 시장 점포 여인네들이 우르르 모여 앉아 방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 집 주인인 섭이 엄마가 요즘에 새로 구입한 비디오로 인심을 쓴다 하여 다들 모여 앉은 것이다. 

160쪽 

비디오를 산 축하주인지 인심 좋게 맥주 한 잔씩이 돌려졌다. 그리고 나서 좁은 방을 더욱 더 좁아 보이게 하는 두꺼운 커튼이 이중창에 가려지자, 이윽고 비디오의 화면이 선명해졌다. 난생 처음 보는 도색영화에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현란한 장면들로 금방 머리 꼭대기까지 피가 몰려 솟아오르는 듯했다.  

원복순. 질좋은 비디오를 위한 홍보. 

169쪽 

그러니까 81년도 초부터 비디오가게가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제 남편은 그간 부진하게 해 오던 일을 청산하고 새로이 이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읍니다. 테이프는 문공부의 심의를 거친 정품만 취급해야 했으나, 비디오가 선보인 초창기였던지라 정품의 내용이 부실했던 것은 사실이었읍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손님들의 취향 

170쪽 

이 재미가 있는 불법 외화라든가 아니면 심지어는 음란 비디오까지 찾게 되니,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당장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그때부터 불법 비디오가 만연하는 계기가 된 셈이었지요. 

윤옥희. 잉크 한 방울의 흔적. 

172쪽 

1980년대 초에 오일 파동이 가라 앉으면서 칼라 TV 시대가 도래하자, 비디오와 전화가 있어야만 문화인에 든다는 이상한 풍조가 가정주부들 사이에 만연해 있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너도나도 비디오를 장만하느라 법석이었다. 그러나 우리집에는 비디오가 없었으므로 옆집 태웅이 엄마가 저녁 늦게 은밀히 본 비디오 내용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면 비디오 있는 집이 무첫 부러웠다. 태웅이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적금을 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비디오부터 사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했다. 

진소현. 불법 비디오 추방운동. 

195쪽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 비디오가 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 있고, 중 ,고교생의 책가방 속에서 도색 비디오 테이프나 그림들이 종종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라는 표정이다. <천 원만 내면 만화도 보여주고 야한 비디오도 틀어 준다>는 문구를 버젓이 밖에 내걸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포장마차에서도 비디오를 보여 줘야 장사가 잘 되고(이를 비디오맨션이라 한다고 함). 또 변두리 지역의 여관에서는 여관을 찾는 손님들에게 으례 도색영화를 보여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비디오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문화의 한 단면으로 뿌리깊에 자라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태원. 강력한 입법조치로 근절책 마련해야. 

이태원(전국극장연합회 회장) 

237쪽 ,238쪽

특히 저희 극장협회 측으로 볼 때 현안의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수입을 추진중이거나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국의 허가를 받아 상영일을 기다리며 극장에서는 선전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극장 옆다방에서는 전혀 삭제되지 않은 오리지날 필름이 불법 비디오로 거림낌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심의에서는 수입이 불가토록 결정된 작품이 자막까지 삽입되어서 얼마든지 판매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극장이나 다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비디오 테이프 판매점들의 음성적인 점조직을 통해 가정에가지 파고드는 지하 판매망이 전국에 산재하고 있으며, 외국으로부터 반입해 들여오는 반입조직, 외국여행자들이 입국시 현행법으로 허용되는 5편 이내의 휴대입국, 미8군 PX 등을 통한 유출, 이러한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셔 불법 비디오 테이프의 사업조직은 날로 비대해지고 주객이 바뀌어서 확고히 굳어(237)져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239쪽 

말을 다시 정리해보면, 똑같은 내용을 담은 똑같은 성질의 것이 한쪽은 영화필름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단 1편이라도 공연윤리위원회의 정식 심의를 받아 수입이 허가되어야 하고, 똑같은 구실을 하는 비디오 테이프는 음반에 관한 법률 중의 음반이란 개념으로 예속시켜 버린 법의 미비때문에 5편까지는 아무런 심의나 허가없이 반입되어 다방 같은 불특정 다수인 앞에서 마구 방영되어도 뚜렷한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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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의 종언 바리에테 5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6년 4월
품절


오늘은 '근대문학의 종언'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는 근대문학 이후 예를 들어 포스트모던 문학이 있다는 말도 아니고,또 문학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도 아닙니다.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학이 근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고,그 때문에 특별한 중요성,특별한 가치가 있었지만, 그런 것이 이젠 사라졌다는 것입니다.-43쪽

내 자신이 일본에서 문학비평을 해온 경험으로 말하지만,근대문학은 1980년대에 끝났다는 실감이 있습니다. 소위 버블,소비사회,포스트모던이라고 불리던 시기입니다.-46쪽

고진이 녹색평론 김종철에게, / 그는 자신이 문학을 했던 것은 문학이 정치적 문제에서 개인적 문제가지 온갖 것을 떠맡는다,그리고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순조차도 떠맡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언제부터인가 문학이 협소한 범위로 한정되어 버렸다.그런 것이 문학이라면 내게는 필요가 없었다,때문에 그만두었다는 것입니다.나는 동감을 표했습니다.-49쪽

이제까지 감성적 오락을 위한 단순한 읽을거리였던 '소설'에서 철학이나 종교와는 다르지만,보다 인식적이고 실로 도덕적인 가능성이 발견되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소설은 '공감'의 공동체,즉 상상의 공동체인 네이션의 기반이 됩니다. 소설이 지식인과 대중 또는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공감'을 통해 하나로 만들어 네이션을 형성하는 것입니다.-51쪽

근대소설은 말하자면 음성이나 삽화에서 독립한 것인데,그것은 글쓴이에게도 독자에게도 커다란 상상력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청각적 미디어가 나오게 되자,그런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58쪽

일본적 스노비즘은 역사적 이념도(72)지적이고 도덕적인 내용도 없이 공허한 형식적 게임에 목숨을 거는 것과 같은 생활양식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전통지향도 내부지향도 아니며 타인지향의 극단적인 형태인 것입니다.거기에는 타자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밖에 없습니다.-7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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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와 담론분석 - 언어와 정체성에 대한 담화
크리스 바커.다리우시 갈라신스키 지음, 백선기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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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는, 언어가 세상을 이해하고 문화를 구성하는 중심수단이자 매개물이라고 주장하는 인문 사회과학자들과 더불어 '언어적 전기(언어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 계기)'를 가져다준 학문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실제로 문화연구 내에서 언어를 바라보는 현재의 관심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전개되며,'문화의 의미'를 보다 확장하는 경향을 지닌다.첫째, 문화는 그 어떤 다른 현상(예를 들면 생산양식 같은 것)에 귀속되지 않고 그 자체의 특정한 메커니즘과 논리로 탐구된다.-1쪽

둘째,이전에는 문화와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여겨지던 사회구성체가 이제는 점점 문화적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문화적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경제 권력'이 문화적으로 이해된다.왜냐하면 경제 권력은,'기획'과'마케팅'이라는 영역의 질의에 따라 생산과 소비의 사회적 관계를 포함하는 일련의 의미 실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간 행동의 중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또한 인문과하과 사회과학의 주요 의제에 문화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것이다.-1쪽

푸코에게 주체는 고정된 보편적 실체가 아니라,규칙적 체계(문법)에서 '나'를 구성하는 담론의 결과이다.주체성은 담론(적)형성물로서 획득하며, 말하는 주체는 담론(적)주체 위치 이전의(선험적)존재,즉 세계를 이해하는 담론에서 비어 있는 공간이 기능에 의존한다.살아 있는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유사하게 보이게 하는 데 필요한 담론에서의 주체의 위치를 '획득하는'것이 필요하다.주체적 위치란 담론이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견해나 일련의 규제적 담론적 의미다.말을 한다는 것은 특정의 주체적 위치를 획득하는 것이며, 담론의 규제된 권력에 종속되는 것이다.-21쪽

어떤 관점에서 보면 게임이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언어 게임이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이라면, 이 규칙은 구조주의에서 상정하는 것과 같이 언어의 추상적인 구성물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에서 그것의 작용을 제한하는 구성규칙이다. 언어규칙은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우리의 화용적인 이해를 구성한다.-25쪽

권력은 비록 그것이 명확하게 그렇다고 해도,단순히 사회적인 것을 함께 보유하는 접착제,또는 일련의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종속하게 하는 강제적 권력이 아니라, 사회 행위의 형태를 생성하거나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다.이러한 관점에서 권력은,비록 강제성이긴 하지만 또한 가능성이기도 하다.그렇게 말하면서 문화연구나 비판적 담론분석 모두 종속된 그룹들에 대한 특정한 관념을 지녀왔다.-41쪽

언어에서 그리고 언어를 통해 우리의 문화화가 우리의 가치,의미,지식을 나타내기 때문에,언어의 한계는 우리의 세계에 대한 인지적 이해의 경계를 표시하게 된다.-47쪽

로티주의의 화용주의와 후기구조주의 문화연구는 문화정치가 '이름 짓기'에 대한 투쟁과 자신을 재-서술하는 권력을 포함한다는 재-서술의 정치라는 것을 공유한다.문화는 세계에 대해 경쟁하는 의미와 서술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우고,화용주의자가 권력의 양식 안에서 진실을 주장하는 투쟁의 장이다.-88쪽

문화연구에서는 현대 문화정치가 주체성과 정체성이라는 문제에 집중해 왔다고 이해된다. 주로 문화정치는 성과 민족성이라는 이슈와 관련이 있다. 한 사람을 존재하게 하는 조건인 주체성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주체로서 존재하게 하는 언어 습득인 문화 과정의 결과라는 것이 명백하다.정체성은 고정된 실체로서가 아니라,감정적으로 논쟁이(95)일어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서술로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정체성은 담론수행적인데, 이는 정체성이 명명되는 것을 규정하거나 생산하는 담론적 관습으로서 가장 잘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95쪽

분석의 첫 번째 단계는 분석이 반복 가능하고 경험적으로 증명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약 어휘-문법적 분석이 유효하며, 그러한 분석의 사용이 문화적 맥락 내에서 '의사-객관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분석자 자체가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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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문학이론 9
사라 밀즈 지음, 김부용 옮김 / 인간사랑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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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서론 中-푸코의 작업에서 사용되는 담론이라는 용어가 발생시키는 의미들의 범위를 각각 규정해 볼 수 있다. 푸코가 제공하는 첫번째 정의는 가장 광범위한 것으로, 모든 언술들의 일반 발생 영역이다.즉 의미를 가지거나 실제 세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모든 발화는 담론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대략 정의로서 푸코가 특히 초기에 이론적 수준에서 담론의 개념에 대해서 논의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된 것이다.이러한 용법은 개별 담론이나 다수의 담론들에 대해서보다는 담론 일반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19쪽

두 번째 정의에서 그는 담론들, 즉 일정 방식의 규칙성을 갖는 것으로 보이고 정합성과 공통성을 유지시키는 힘을 갖는 것으로 보이는 일군의 발화들을 개별화하여 규정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 정의하에서는 여성성의 담론,제국주의의 담론 등등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푸코의 세번째 정의인 다수 언술들의 설명 근거가 되는 규칙에 지배받는 실천으로서의 담론은 아마도 이론가들이 가장 공명하는 정의일 것이다.,나는 세 번째 정의에서 푸코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실제로 생산된 발화나 텍스트보다는 개별적인 발화나 텍스트를 생산하는 규칙들과 구조라고 생각한다.이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에 지배받는다는 담론의 본성이다.-20쪽

담론의 구조는 특별한 맥락에서 형성되는 관념, 견해, 개념, 사유 방식, 행동 방식의 체계성 덕분에,그리고 이러한 사유와 행동 방식의 효과들 때문에 감지될 수 있다.따라서 우리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일군의 담론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남성과 여성은 그들 스스로를 성적 주체로서 정의하는 변수들의 일정 범위 내에서 행동하기 때문이다.이러한 담론적 틀은 어느 범위까지를 성적인 것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경계를 정한다.-35쪽

담론을 효과를 갖는 어떤 것으로 보는 견지에서는 진리,권력,지식이라는 요인을 고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담론이 효과를 갖는 것은 이러한 요인들 때문이다.푸코에게 진리는 발화에 고유한 어떤 것도 아니며 인간의 갈망의 대상이 되는 이상적인 추상체도 아니다.그는 진리를 훨씬 물질적이며 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중략)따라서 진리는 선험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각 사회가 작업을 통해서 생산해내야 하는 것이다. 푸코는 진리로 간주되는 것으로부터 특정 형태의 지식을 배제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수행하는 노력에 대해서 분석한다.(예 : 건강에 대한 '대체 지식'이 정통 의학과 같은 지위를 부여받지 못할 때)-36쪽

담론들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담론들, 자신들에 대해서 진리와 권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사회적 실천과 다른 담론들과의 끊임없는 갈등 상태로 존재한다. -37쪽

제2장 담론과 이데올로기 中 - 푸코는 "진리"의 위치에서 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주체로서의 자신은 그 당시에 통용되고 있는 담론적 체계가 부과한 한계 내에서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이것이 비판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다만 이것은 사유될 수 있는 것, 특별히 "알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중략)푸코에게는 모든 지식은 사회적/제도적/담론적 압력의 결합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론적 지식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지식 중 일부는 지배적 담론에 도전할 것이며 일부는 지배적 담론과 타협할 것이다.-57쪽

담론과 실재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견해, 라클라우와 무페의 것 중- "모든 대상은 담론의 대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은 사유 밖의 세계가 있는지 여부나 실재론과 관념론의 대립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지진이 일어나거나 벽돌이 한 장 떨어지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존재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상으로서의 고유성이 '자연적 현상'또는 '신의 분노 표현'으로 구성될지의 여부는 담론 영역의 구조에 달려 있다. 부정되는 것은 이와 같은 대상이 사유의 외부에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대상들이 출현을 위한 어떤 담론적 조건 밖에서 스스로 대상으로서 구성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주장이다.(라클라우&무페,1985:108)-82쪽

따라서 푸코는 현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는 우리가 무엇을 유의미하다고 자각하며 어떻게 대상과 사건을 해석하고 의미 체계 내에 자리잡게 하는지는 담론 구조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푸코에 따르면 이러한 담론 구조들은 대상과 사건을 우리에게 실재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나타나게 만든다.-82쪽

영역을 한정짓는 것은 담론적 실천의 집합을 성립시키는 첫번째 단계이다. 그러면 담론이나 대(83)상이 활성화되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인식자는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담론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권위와 정당성의 질문과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매번의 활성화는 어느 정도 그러한 언술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용법들과 그 이용을 위한 미래의 규칙들을 조정한다(물론 그러한 언술에 무엇이 일어날지는 필연적이지 않다 하더라도).각 언술은 다른 언술로 이끌고, 어떤 의미에서는 각 언술에 미래의 언술이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의 변수들이 깊이 새겨져 있어야 한다.-83쪽

담론은 단순히 개별 식물 집단들과 같은 물질적 대상만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담론은 또한 어떤 사건이나 연속된 사건들을 개별 문화가 실제 사건이나 심각한 사건으로 깨닫게 되는 서사들로 구성한다. -86쪽

우리가 세상을 파악하는 유일한 길은 담론과 담론 구조를 통해서일 뿐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이러한 파악의 과정에서 우리는 경험과 사건을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구조들에 따라 범주화하고 해석한다.그리고 이 해석의 과정에서 우리는 이 구조들에 확고함과 정상성을 부여한다.우리는 이 구조들을 벗어나서는 사유하기 어렵다. 푸코는 이러한 구조들을,(87)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데올로기 개념을 정립할 때 제안했던 것처럼 단순히 제도나 권력 집단의 개입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이 구조들이 단순히 추상적이고 임의적이라고 제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제도적/문화적 압력과 담론의 내적 구조가 결합되어 형성된 힘이 있으며, 이 힘은 항상 권력집단이나 제도의 의도와 욕망을 능가한다고 여긴다.-87쪽

언술은 푸코에게는 어떤 제도적 힘을 가지며,그리하여 어떤 권위의 형태에 의해서 타당성을 부여받는 발화들이다.(중략)푸코의 고고학적 분석은 이러한 언술들의 생산과 질서화를 지배하는 지지 체계,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언술들이 "진리로"발화되고 그리하여 언술로 분류되는 것을 배제하는 체계에 관심을 갖는다.-97쪽

전체로서의 담론은 개별 담론들의 생산을 위한 규칙과 과정의 집합체이다.하나의 담론은 어떤 제도화된 힘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은 언술들의 집합체이다.이것은 언술들이 개별자들이 행위하고 사유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그러나 우리는 담론들이 동일한 힘을 갖는 언술들의 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즉 언술들은 어떤 제도적 압력,기원이나 맥락의 유사성 때문에,또는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이유로 함께 모여 있다.-98쪽

말해질 수 있는 것의 두 번째 배제 작용은 정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그리하여 합리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의 담론들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진다.푸코는 여러 다른 역사적 시기에 광인의 말은 신적 통찰력의 수준에 이른 것으로 간주되거나 완전히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주장한다.-103쪽

배제적 과정에 더하여 푸코는 담론들의 구성 자체가 내(105)적 메커니즘을 갖는 것에 주목했다. 이 메커니즘이야말로 담론들의 존재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 순환적 메커니즘의 첫번째가 해설이다. 다른 이론가들에 의해서 해설되거나 비판,주해되는 담론들은 타당성과 가치를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105,106쪽

따라서 해설은 어떤 텍스트들이 계속해서 인쇄되고 교육 체계 내에서 가르쳐지고, 연구자들의 작업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해설자가 거의 쓰여지지 않은 텍스트들의 분석을 시작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담론의 두 번째 내적 통제자는 분과과학이라는 관념이다.이것은 말해질 수 있는 것과 일정 영역에서 사실 또는 진리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을 결정하는 더 큰 질서의 담론적 집단이다.따라서 각 분과과학은 어떤 방법,어떤 명제와 논증의 형태,어떤 대상 영역이 참으로 간주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108쪽

담론은 몇 명의 사람들이 어떤 유형들의 발화를 할 수 있는지를 한정하는 의례에 의해서 제한된다. 예를 들어 사제나 판사만이 합법적으로 결혼을 주관할 수 있다.(중략) 푸코는 교육 체제를 진리에의 자유로운 탐구가 격려되는 계몽적 제도로 보기보다는 단순히 담론의 규제 형식으로 본다.-111쪽

담론의 규칙을 정확하게 준수하는 지식 형태는 비준받게 될 것이다.-112쪽

푸코는 독창적인 어떤 것이 말해지기는 매우 드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산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전에 생각되었던 것의 제약 내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논지를 펴면서 창조성의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게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개발되었을 때 푸코는 저작권의 관념에 대해서 질문한다 - 개인 이외에도 새로운 관념의 생산에 연루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푸코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용 조건에 분석의 초점(114)을 맞추며, 아마도 사회에 의해서 인가받거나 사회의 준거틀 내에서 수용 가능한 것으로 분류되지 않는 고안이나 아이디어들을 분석하고자 할 것이다.-114,115쪽

제인 오스틴의 작품 전체는 일관성을 부여받고 초기 소설에서 후기 소설에 이르기까지 진보라는 용어로 말해지며, '미숙한','성숙한'이라는 형용사로 이 진보가 기술된다.(중략)푸코가 의문시한 것은 이러한 진보에 대한 서술과 작품 전체라는 관념이다. 왜냐하면 그는 이것이 우리가 전기적 정보에 대한 지식에 입각해서 텍스트에 부과한 질서는 아닌지 질문하기 때문이다. (중략)그는 우리로 하여금 저자의 생애에 입각해서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서 벗어나게 해준다. 저자의 생애는 푸코에게 또 다른 일단의 텍스트들이다.-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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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문화, 언어
박해광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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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中 경제적 합리성의 영역이 투입과 산출이라는 효율성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면, 언어는 이 원이를 중심으로 의미작용의 영역을 구성한다.여기에는 의미의 산출과 재생산,지배적 가치의 생산,정당성의 구성,저항 언어의 형셩 등 복잡한,이른바 의미의 정치가 작용하고 있다.기업조직은 곧 복잡한 의미의 망이며,이 망을 따라 기호와 상징들이 산포해 있다. 그래서 문화와 언어는 기업공간의 의미작용의 영역을 좌표화하고,그 속에서 작동하는 의미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5쪽

또한 언어와 상징의 차원은 개인의 의식과 태도에 관련된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고전적인 문제의식에서 이데올로기는 '사람의 의식과 인식을 움직이거나 혹은 가로막는 비물질적 실체'로 이해되어왔으며, 궁극적으로 행위와 제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았다.그러나 이런 이데올로기 개념은 그 모호성과 측정 불가능성 등의 이유 때문에 개념적 유효성을 상실해왔다. 언어와 담론의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이런 모호성은 극복될 수 있으며, 그 현실화의 효과도 측정할 수 있게 된다.담론은 이데올로기를 물질화하는 장이기 때문이다.-5쪽

담론은 단순한 언어적 반영물이 아니라,현실을 해석하고 규정하며 재해석함으로써 현실을 구성하고 또 재구성하는 적극적인 힘이다.언어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지만, 담론은 언어에 부착되어 있는 중립적 도구의 이미지를 거부한다.(중략)언어에 부과되는 사회적 제약은 담론 형태를 통해 사회적 힘으로 전화한다.-5쪽

제2장 담론,권력,이데올로기 中 / 담론이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한다면,이데올로기 담론 속에서 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담론이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방식을 질문할 수 있다.-50쪽

'창문이 열려 있다'가 수행문이 되는 것은, 발화자와 수취인에 있어 발화자의 언표가 명령이 되는 경우다.이 언표가 연인 관계에서 남자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것은 남자의 권위가 여성에 대한 명령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진술문과 수행문의 구분이 논리적이고 맥락적인 문제였듯이, 순수한 수행문과 이데올로기적 수행문의 구분 역시 논리적이고 맥락적인 것에 불과하다.-56쪽

이데올로기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경우 수행문이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언표가 행위로 실현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표현하는 경우다. '5년 이내에 세계 일류 회사가 될 것입니다' '반드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해야 할 것입니다'등의 수행문은 행위실현을 미래로 유보하면서 그 언표의 실현과 상관없이, 말함으로써 행위를 유발하고자 한다. 언표의 실현은 발화자의 권력에 의해 직접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수행문 형식은 반복을 통해 권력적 언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이데올로기적 수행문에 대한 청자의 거리감을 해소한다.-57쪽

일상적으로 경험되고, 중립적이며 일반화(64)된 것으로 이해되는 점, 주체를 포섭하면서도 주체가 그것을 스스로 이용한다고 여기게 하는 점 등이 언어와 이데올로기가 공유하는 공통점이다.(중략)담론은 이데올로기가 현존하는 방식이자 재생산되는 통로이며, 동시에 언표적 힘의 행사를 통해 그 자체가 하나의 권력작용이 된다.또한 담론은 이데올로기의 물질성을 담보하며, 자유로운 발화 주체를 구성하는 이데올로기의 공간이다.-64,65쪽

여기서 기호와 현실의 경계, 나아가 담론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인식론적 논점이 제기된다. 그 하나는, 모든 사회적 현상이 기호적 현상으로 환원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그것을 실재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여 현실을 사상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논리적 비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현실에 대한 접근방법으로서의 환원과,현실을 기호와 담론으로 대체하는 환원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마치 기호적 의미를 통해서만 사회적 사실이 현실화되는 것처럼 비약된 논리를 제시하는 이론들은 결국 사회의 실재성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65쪽

담론이라는 개념 자체가 언표를 순수 언어적인 현상으로 취급하는 언어학적 전통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언어의 사회적 성격 혹은 구속성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인데, 나는 이 문제를 담론과 사회 혹은 담론과 그 외부라는 문제설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담론 외부'라는 개념은 담론이 언어적 한계속에 머물지 않으며, 비언어적 현실과의 연관 하에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즉, 담론 외부는 담론과 연관되어 있는 사회적인 혹은 비담론적 실재를 지칭한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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