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가면 늘 나는 냄새가 있다. 나는 이걸 '밀가루 냄새'라고 한다. 킁킁 거릴 때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끓여주시던 수제비의 그 반죽 냄새가 나서 붙인 표현이다. 어릴 적 마냥 취하고만 싶었던 병원 냄새에서 이젠 이 냄새에 정을 붙이는 중이다. 오랜만에 짬뽕이 먹고 싶어 한 가게를 찾았다. 

나를 포함해, 손님은 넷. 남자 둘, 여자 한 분이 이야기를 나눈다. 나 회사원이요,라고 표시가 나는 그런 대화들. 한 남자는 갓 들어온 분 같고, 다른 한 남자는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소소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맞은 편에 핑크색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 장단을 맞춰주는 여자가 있다. 한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부장, 한 남자는 상무, 한 여자는 사장을 맡은 모양새다.  이들의 대화에 스며든 냄새, 내가 그들을 쳐다볼 때 나는 냄새, 밀가루 냄새가 난다.

광화문 거리를 지나면 늘 부딪히는 목걸이 부착하고 반듯한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보다, 불록한 배가 딱 튀어나온 타이트한 티와 널널한 청바지를 입고 인터넷에서 봤다며 호들갑떠는 연예인 가십거리를 박수로 맞장구치며 이야기하는 저들에게서 삶의 친근함을 느낀다.  

짬뽕이 나왔다. 국물을 마신다.  조미료가 없는 천연국물이다. 

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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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것엔 밀가루 냄새.
그럼 낯익은 것엔 어떤 냄새를 느끼시는지 궁금^^

얼그레이효과 2010-06-10 16:48   좋아요 0 | URL
낯익은 냄새는 생각해보니 아직 그 느낌을 정리해 본 적이 없네요..--;
 
가난을 엄벌하다
로익 바캉 지음, 류재화 옮김 / 시사IN북 / 2010년 5월
품절


지난 20여 년간 제1세계 및 제2세계에 이르는 경찰, 법원, 감옥의 부흥과 번영은 신자유주의 혁명의 결과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든 이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은 어떤 장애물이든 제거하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저임금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는 복지 제한 조치를 필연적으로 가져왔고, 이것이 다시 불안정 고용을 강화해 후기산업사회의 신 프롤레타리아를 만들어냈다.-26쪽

미국 형벌 형식의 세계적 순환을 추적하다 보면 미국 예외주의라는 개념적 덫을 피할 수 있게 되며,사회 스펙트럼은 정치적,경제적 굴성에 영향 받기 쉬워 그에 따라 형벌국가으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최신 모더니티'의 애매한 논리도 피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미국 형벌국가의 성장을 특이한 사례로만이 아니라 악성 사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사회의 불안을 형벌로서 통제하고, 그것을 가속화하고 강화하는 다수의 요소들 때문이다. 가령 기술관료 현장의 파편화, '개인의 책임성'을 주문처럼 외우는 도덕적 개인주의, 전체적으로 열악해진 노동 환경, 계급 및 인종 간의 심한 차별화, 최저 임금 노동에 굴복하는 흑인 계층 및 도심 게토화, 복지 축소 및 형벌(29)강화 수렴 프로그램에 적절한 타깃이 되는 게토.-29,30쪽

이 책에서는 연계-발전하는 복지(31)및 형벌 제도 문제를 공공정책의 도구적,표출적 기능이라는 하나의 이론 틀에 담음으로써 처벌의 정치경제라는 표준 매개변수를 버린다. 대신 지난 사반세기 동안 선진국가의 사회복지 및 형벌 정책의 변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관료적 분야'개념에 따라 논지를 전개한다. 인색한 워크페어, 후덕한 프리즌페어는 도덕행동주의라는 철학 아래 빈자를 훈련하고 감독하는 단 하나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신안을 만들어냈다.-31,32쪽

윌리엄 브래튼은 과거에 썼던, 그 지역에 연고가 있어 주민을 잘 아는 경찰이 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경비'방식이나 문제 해결 중심형 경찰 활동과는 정반대인 불관용형 경찰 활동 방식을 택했다. 개별 범죄자보다는 집단을 소탕하고 각종 특수 무기 및 장치들을 개발하고 재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그의 진짜 혁신은 다른 데 있다. 경찰의 전통 유산인 둔한 보신주의 관료 체계를 혁신한 것이다. 그는 당시 최신 경영 이론이던 '리엔지니어링'과 피터 드러커의 '목표관리론'을 적용했다. 우선 경찰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해 서장의 4분의 3을 퇴직시켰다. 또한 서장 평균 나이를 60대에서 40대로 낮췄다. 그는 경찰을 '이윤 센터'로 변모시켰다.여기서 이윤이란 범죄 등록 건수를 감소시킴으로써 발생한다. 이 단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치안 업무 성적표를 만들었다. -47쪽

국가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하면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의 사회적,경제적 원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책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책임은 이제 사회보장이나 경제 정책의 영역에서 철수한 국가가 아니라 그런 "반사회적 행위가 횡행하는"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하여 앞으로는 자기 책임 하게 자기가 사는 사회를 자신의 손으로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51쪽

톨레랑스 제로 정책의 타깃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복지국가한테도 버림받은 빈민층이다. 이들 빈민층은 경찰이 그들을 들볶는 데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마구 쓰면서 법원은 소송이 급증하는 바람에 예산이 없어 쩔쩔매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불균형 현상을 바라보면서 국가가 실천하겠다는 정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할 것이다.-60쪽

사회계급론은 말소되고, 이제 '능력자'와 '무능력자','책임자'와 '비책임자'간의 대조적인 기술적,도덕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회적 불평등은 이제 개인의 인성 차이, 즉 인지 능력(아이큐)의 차이-머레이와 헤른슈타인에 따르면-에 따른다. 그러니 이런 개인적 사안에 공공복지 정책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울트라 리버럴한 시각은 신기하게도 부권국가의 독단주의와 딱 맞아떨어진다. 부권국가는 기본적 시민성을 준수하도록 독려해야 함과 동시에 이를 원치 않는 자들에게는 낮은 임금과 처우를 부여하는 일까지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복지 업무와 경찰 업무는 불량하고 무능한 노동자 계층 인자들의 통제 및 재정비라는 논리를 순순히 따랐다.-68쪽

사회보장 정책 개혁 이후 능력 위주 사회에서 능력자와 무능력자라는 정체성은 이제 새로운 사회 계층 질서의 토대가 되었다. 이것은 이전의 계층적 차등을 가린다. 안락하고, 책임감 다하는 생활을 하는 자가 '부자'라 지칭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빈자'라 지칭된다. 이런 정체성은 어떤 사회 구조를 개혁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새로운 정책으로는 수입이나 계급이 아닌 인성 자체가 한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단층은(70) 부자와 덜 부자인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있다.-70,71쪽

'감옥-복지-상업 복합체'는 막 탄생한 자유 형무국가의 선도자다. 그 임무는 새 경제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인구를 감시하고 구속하며, 필요하면 처벌하고 무력화하는 것이다. 노동 성별 분할에 따라 형벌 부분은 우선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원조 및 후원 감독 부분은 이 남자들의 여자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 혼합 양식 제도는 미국의 정치적 전통을 따라 공공,민영 분야의 상호 침투가 그 하나의 특징이라면, 국가 차원의 도덕적 재무장, 그러지 않으면 탄압과 낙인찍기, 그 두가지의 융합이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120쪽

원치 않는 잉여 인간을 창고에 쟁여 넣기, 후기산업사회 프롤레타리아를 조(192)련하는 수단,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관리,통제하는 도구적 수단, 물리적 수단으로 감옥을 보는 것이 마르크스적 입장입니다. 반면 피에르 부르디외까지 이어져 오는 에밀 뒤르켕 학파들은 감옥을 통제 도구라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즉 소통의 도구, 표상화의 도구, 연극화의 도구로 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좋은 시민인 '우리'와 나쁜 시민인 '그들' 사이에 상징적인 경계선을 만들어내는 연극적 장치로 봅니다.-192,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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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디오영상회 엮음. 제3의 영상 - 비디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1991. 다보문화. 

유현목(1982.5). 비디오를 문화의 생명체처럼. 

16~17쪽 

요즈음 우리의 어린이들을 관찰해 보면 누구나가 느끼는 것처럼, 그들은 이미 우리들 지나간 세대들이 겪었던 문자부호적인 논리를 통한 사고방식을 떠나, 새로운 영상적 사고(16)의 특질을 체질화 하고 있음을 본다.  

황왕수(1982.4). 한국영화의 방향모색. 

57~58쪽. 

텔레비젼의 보급으로 극장용 영화가 점차 사양화 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만이 아닌 이미 오래된 세계적인 추세이고,또 어쩔 수 없는 시대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선진 외국에서는 텔레비젼과 싸우기 위해 시네마스코프를 개발하고 입체영화까지 등장해서 영화가 한층 대형화 됐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방편이었을 뿐 이미 텔레비젼에 빼앗긴 관객을 극장안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중략) 그것은 극장에 가지 않고서도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5mm나 70mm의 대형영화가 아니고서는 절대로 만족할 수 없는 관객도(57) 있지만, 자기집 안방에 편안히 누워서 텔레비젼 화면으로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고, 오히려 그편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근래 새로 등장한 홈 비디오는 극장용 영화에 더욱 위협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극장이나 텔레비젼에서 일정한 시간에 한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록해서 보관할 수도 있고, 서가에 책을 꽂아놓듯이 수집해 놓고,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61쪽 

영화가 반드시 필름만으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이유가 어디 있으며, 극장에서 영사기로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필름이든 테이프든 좀 더 편리하고 효과적인 것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며, 극장이든 텔레비젼이든 필요와 수요에 따라서 자연히 발전해 갈 것입니다.  

김대훈(1982.5). 영상 표현력의 세련을 위하여. 

65쪽 

(전략) 최근에는 VTR의 출현으로 시각영상의 정보마저도 팩키지화 하여 저장해두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안방에 앉아서 되풀이 반복하여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 때나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1회성을 탈피하고 인쇄매체처럼 반복 다회성을 갖게 됨으로써, 막강한 매체로 성장하고 있다.  

박상규(1982.12). 비디오 잡감 - 체험으로 배우는 비디오 - 

 199쪽 ~200쪽

+ 방안에 들여놓은 화분이 고장의 원인  

3년전 쯤의 어느 추운 겨울날, 잘 나오던 비디오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아파트를 방문했다. 친구의 얘기로는 3일전부터 VTR이 동작을 안해서 수소문한 끝에 기술자를 모셔와 보였드니, 드럼 헤드에 이상이 있다며 부속을 일본에서 구해와야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VTR에 전원을 넣고 작동을 시켜 보니 화면에 컬러가 전연 없고, 화면 가득히 스노우 현상만 생기는 드럼 헤드의 불량증세와 똑같았다. 그런데 쓰지도 않은 기계가 하루밤 사이에 고장이 났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한참 고심하고 있는데 방안에 있는 화분이 보였고, 나도 갑자기 더운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추운 밖에서 더운 방안으로 들어와 코트를 입은채 그대로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혹시 그게 아닐까? 하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친구에게 화분을 방안에서 옮기도록 하고, 헤어 드라이어를 가져오라고 하여 VTR의 드럼 헤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고 나서 VTR을 작동시켜 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컬러 화면은 조금도 이상없이 재생되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친구의 말인즉,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며칠 전(199) 에 값비싼 화분만 골라서 방안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전자제품이 습도와 은도에 약하지만, 특히 비디오는 더욱 민감해서 고장이 아닌 고장을 자주 일으키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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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라는 핑계로, 프라임타임을 '엉터리 맛집 기행'으로 메꿔버리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막장'이 싫어서, 차라리 아예 '막장'이라고 간주되는 tvn의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편이다.(이 무슨 해괴한 논리가?) 평소 <화성인 바이러스>를 꼭 챙겨보는 편인데, 또 최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러브 스위치>란 프로그램도 꼬박꼬박 챙겨보게 되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잠깐 프로그램 형식 소개. 30명의 능력있다고 선전된 / 혹은 개성있다고 표현된  여성 심판단들이 있다. 이 심판단들은 마음에 드는 남성 출연자가 나오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한 회에 2명의 남성 출연자들이 등장하고, 그 출연자는 총 3번 선택 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 과정을 통과하게 된다. 1차 선정 기준은 얼굴, 키, 옷 입는 스타일 등이다. 2차 선정 기준은 남자 출연자가 나오는 VCR을 보고, 그의 PR을 판단하는 것, 3차 선정 기준은 추가된 그의 여성 취향이다.  

정말 비호감이면, 1차에 올 블랙 아웃 판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제 방영분처럼, 일단 잘생기면 1차에 전원 합격 표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 보면 늘 느끼는 게, 사람이란 동물이 생각보다 참 섬세하다는 것이다. 수염이 어디에서 난 건 싫고, 어디에서 난 건 좋다는 둥, 슈트를 입을 때, 이렇게 코디를 했으면 좋겠다는 둥, 키는 어떤 정도가 적당하는 둥.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건 비단 여자의 몫만이 아니라는 거다. 나도 남자지만, 정말 '피곤할 정도로 세세하게 가리는'남자 또한 많은 것 같다. 여자의 키와 가슴 사이즈 문제는 예사이고, 혈액형 문제를 예민하게 꺼내는 사람도 있다. 나이는 몇 살 이하, 몇 살 이상도 측정되고, 어떤 직업이면 피곤할 것이다, 어떤 직업이면 괜찮다는 둥. 바로미터 자체가 무궁무진하다. 

근데, 가끔은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점점 '미디어'가 구성하는 시선을 통해 사람들을 평가하는 건 아닌가 하고 판단하게 된다.(이건 내가 담론이란 것 자체를 신봉하는 사람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내가 이런 사람이라, 미디어가 나를 그대로 재현해주는 게 아니라, 미디어에서, 특히 케이블 TV에 나오는 무수한 성인 드라마의 클리셰들을 학습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원 나잇 스탠드 후, 여성이 남성의 섹스 학점을 A,B,C로 채점하는 등등의 클리셰) 

그래서, 잘 돌아다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개팅 후기나 자신의 연애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진짜 우리 인생이구나 싶다가도, 이 사람 뭔가 드라마 흉내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도 이런 섬세한 센서를 들고 다니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진리만은 의심받지 않더라. 

"잘 생기면 다 용서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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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디어에 잠식당한 요즘 세대의 바로미터를 보면 말이죠.
정말 생각이 있긴 한건지...
가끔 걱정되어요.ㅠㅠ

얼그레이효과 2010-06-10 16:50   좋아요 0 | URL
또 이런 마기님의 걱정이, 좋은 젊은이들의 재치로 전환될 수 있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아울러 가져봅니다.(너무 진부한 멘트라 죄송 ㅎ)

Arch 2010-06-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러브스위치 즐겨봤는데 포맷이랑 하는 말들이 매회 비슷비슷해서 이젠 좀 시들해졌어요.
그래도 초반에 남자는 능력, 돈 뭐 이런게 아니라 음악 선곡과 외모로 선택을 하게 한건 신선했어요.

미디어뿐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보는 방식은 책이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다 학습된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개념지을 수 있는 남자를 만나면 꽤 지루해지겠단 생각도 들고. 혹은 잘 알 수 없는 상대를 나름대로 정교한 센서라는걸로 판별하려는건지도 모르겠고.

얼그레이님, 글 재미있어요.

얼그레이효과 2010-06-10 16: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ARCH님. 저는 그래서 요즘 '방콕'모드가 되었나봐요. ㅡ.ㅜ

2010-06-1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5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다보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억지로 참고 모르는 척 해줄 때가 있다 / 혹은 많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전혀 모르는 척 하고 듣는 쪽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나 지인이 A라는 이야기를 할 때, A가 예전에 읽어왔던 책의 내용이었다는 것을 감지하거나,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를 통해 알고 있던 정보라 해도, "아, 진짜?"라고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내가 많이 아는 사람이란 건 물론 아니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나 대할 때, 거부하거나 싫은 사람일수록, 그 사람에게 과한 칭찬을 해주는 성격을 가져서, 사람들을 곤란하게 할 때가 많다. 아마 이런 성격의 연장 선상에서 "아,진짜?"라는 내 표현도 해석될 수도 있으리라. (똑같진 않지만,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을 읽으면 이런 스타일의 사람을 묘사한 랑시에르의 언급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 생각보다 못된 사람이 아니라고 좀 합리화하고 싶은 건, 상대방이 너무 열성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논할 때, "어, 그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긴데.."라고 내가 말하면, 그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을까봐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점이다.  

밤 11시가 넘어, 갑자기 순대국이 먹고 싶어, 집 근처 순대국집에 갔는데, 두 남자가 축구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희화화시키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뒷담화가 펼쳐졌는데, 순대국을 먹으면서 귀동냥을 좀 하다보니, 한 사람에게서 유난히도 "아, 진짜?"란 표현이 자주 나왔다. 그리고 그 표현을 듣는 쪽인 사람은 쉬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스윽 한 번 쳐다봤을 때, "아, 진짜?"라고 하는 사람의 얼굴이 너무 환해서 왠지 나와 같은 과인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하얀 치아를 드러내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고 나서,  고추 하나를 씹었다.  

"아, 진짜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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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있는 걸 모르는 척 하기는 참 쉽지 않은데...
얼님은 진짜 믓지세요^^

얼그레이효과 2010-06-09 00:57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마기님.^^;;(그냥 평범남입니다.) 오랜만에 순대국을 먹었더니, 속이 뻑뻑하군요. 콜라 한 캔의 힘을 빌려야겠다는. 켁.

비로그인 2010-06-09 01:00   좋아요 0 | URL
순대국 먹으면 속이 퍽퍽해요?
나두 순대국 먹어봤는데...ㅋㅋ

얼그레이효과 2010-06-0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뻑뻑하더군요.^^;

알로하 2010-06-0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거의 모르는 체 해요. 친한 친구면 바로 안다고 얘기하는데 친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다 들어주는 편. '아 진짜?' 이것도 엄청 자주 쓰는데 전 이게 다 저의 귀차니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얼그레이님의 말씀에 기대어 합리화 좀 해야겠네요.^^

얼그레이효과 2010-06-10 16:51   좋아요 0 | URL
너무 합리화하시면, 언젠가 친구들이 "내 이야기 듣고 있지? 내가 뭐라고 그랬어! 말해봐!"하고 물어봅니다.ㅎㅎ 조심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