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사람들에겐 스포일러가 될지도) 

슈퍼스타 K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최종우승자를 뽑는 회가 아니라 그룹 미션인 것 같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여기엔 정말 사회란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임팩트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단순히 합동과 분란, 이런 것의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그 미묘함들. 착함과 악함 속에서 그 하나의 감정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의 설정. 참가자들은 아픔을 느끼지만, 우리는 여기서 인간 그 자체의 신랄함에서 오는 어떤 스릴을 느낀다.  

오늘 우은미 양이 떨어진 것에 대해 어이없어 하는 반응보다 우리가 더 공유하고 있는 건, 역시 저 친구는 노래를 잘 하지만,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다. 잔인한 상상이지만. 우은미 양이 우승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녀의 재능과 실력에 따라다니는 외부에 대한 그 꿈틀거리는 아쉬움을 '감동'이란 이름으로 포장할지 모른다. 결국 '감동'이란 것 자체가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망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버렸을 때, 우리는 또 한 번 느낀다. 아. 우리는 인간이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 우리는 인간미라는 의미와 너무나 멀게 떨어진 인간으로서의 '나'를 느끼면서, 내 스스로 만들어가는 가공된 인간미에 대해 치를 떤다.  그래서 때론 이 시대의 감동이란 비극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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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8 0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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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9 15: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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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8-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심사 위원들이 협의하는 내용을 보던 중, 희소성과 스타성이라는 말이 자주 오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우은미 양이 생각지 못하게 떨어지더군요. 외모가 안된다는 말을 스타성이라는 말로 돌려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가지 더 아메리칸 아이돌을 패러디한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심사위원들의 막말 컨셉도 패러디한 것 같더군요. 윤종신이 왜 깐족 대마왕인지 알았습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8-29 15:53   좋아요 0 | URL
작가진에서 캐릭터를 잡아주려고 했던 모습이 느껴지더군요. 다만..사이먼 코웰 같은 맛은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좀 아쉬웠어요.
 

 

 

오전에 잠깐 티비를 켰더니, 영화 <노팅 힐>을 하고 있었다. (비록 OCN을 비롯한 영화 케이블 채널, 그 절단의 폭력은 메스껍지만)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남자들이 로맨틱 코메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저 오늘 소개팅있는데, 어떤 식당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누가 커뮤니티에 던지면, '김밥천국이요'같은 자학의 시나 쓰지 말고) 홍상수나 에릭 로메르의 연애담이 최상급이긴 하지만,  그런 영화들의 애호가들만 '고급 미식가'로만 인정하는 건 사실 난 별로다. 뭔가 진부하고,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장면들만 있어도, 끊임없이 소비되고 기억되는 '클래식'들에 대해 이상한 혐오감 같은 걸로 조롱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이다. (물론 <이터널 선샤인>같은 영리한 우리 시대의 새로운 '클래식' 러브 무비 같은 작품은 아닐지라도) 로저 미첼 감독의 <노팅 힐>은 아무리 목이 따가와도 섭취하고 싶은 콜라 같은 '스테디 셀러'로서의 자격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인생을 늘 간접적으로 다루어 온 영화들로 큰 히트를 쳤다. <귀여운 여인>에서 (그녀는 영화 내용처럼 비록 성노동자는 아니었지만) 그런 '씁쓸한 과거'를 지워내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여성으로,  배우로서의 성공적인 새 인생을 맞이했다.그리고 1999년 <노팅 힐>은 성공한 영화배우로서, 헐리웃 스타로서 그녀의 삶을 중간 점검하는  계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다음달 우리나라에도 개봉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기대하는 이유는, <노팅 힐>에서 그녀가 브라우니를 먹기 위해 참담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자리에서, "이제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을 쳐다보지 않을 거라는 그 두려움.."에 대한 고백 이후, 그것을 초월한 혹은 의식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바로 '영화 안에' 나타날 예감 때문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저널리스트 역을 맡았다. 자신의 삶을 글로 다루던 사람들의 삶에 자신이 직접 들어가보게 된 것이다. 예전에 닉 놀티와 함께 찍었던 그 때 기자 캐릭터와는 정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우연이든, 혹은 나의 해석때문이든 그녀는 영화로 정말 자신을 이야기해보려는 배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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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0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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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도 한때는 '20대 필자론'에 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속하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보고, 지식인들의 동네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그 '20대'의 영역에 들고 싶다는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건 무엇보다 20대를 잘 대변해야 하는, '강(强)-20대'여야 함을 의미했으며, 그 누구보다 '20대 티'를 내지 않는 '비(非)-20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부딪혀온 경험으로선) 

2

2주 전, 프레시안 북 웹진에 실린 노정태 군의 서평을 보면서(사실 그건 서평이란 형식을 빌린, 20대 필자론에 대한 그의 비판으로도 더 강하게 읽혔다), 어떤 공감가는 대목들이 있었다. (그 서평을 읽으면서)그리고 이제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 내 위치에서, 그동안 해왔던 일들,그리고 시도해봤던 경험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물론,이건 2학년 9반이 3학년 0반으로 진급한다는 숫자의 변화, 그리고 그것에 의한 문제의 절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좀 앞서가는 생각, 아니면 과장된 생각, 혹은 낭만적인 생각. 나는 '20대 필자론'이 생기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이 사실 '20대필자'들을 기특한 아이 취급하는 그 윗세대의 시선이 아니었다. 내가 우려했던 점은 정작 이렇게 주목받으면서 나오게 된 일정한 그 '군(群)'에 대한 20대들 본인의 불투명한 의혹들과 시기심들의 누적이었다.(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그 '군'에 대한 사회적 담론, 특히 언론이나 출판사들이 만들어놓은 그 담론은 너무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전자나 후자는 따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란 걸 최근 이런 '20대 필자'들을 동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의심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만나는 사람들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들이 보여주려는 글의 '내부'보다는 '외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비판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 어떻게 생각합니까?란 질문에서 나는 그 사람의 글에 대한 의견, 그 주고받음을 느끼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외부적'이었다. 결국 그것은 20대라는 위치와 그들을 조명해주고자 애쓰는 윗세대 지식인들과의 관계를 품평하는 것으로 환원되거나, 돌고도는 루머들에 대한 뒷담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의 최종판은 결국 명성이었다.(김예슬 선언을 둘러싼 그 반응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그러면서 그 '명성'으로 모아지는 가운데 그들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누적시켜온 어떤 훈련의 의미들은 '똑똑하니까' ,'책을 많이 읽으니까','글을 잘쓰니까'정도로 쉽게 축소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결국 같은 20대들에게 20대 필자들로 묶인 사람들의 글은 '일간지에 기고를 하는 우리 또래'(그러면서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촉망받는'이란 엠블렘을 단 또래)로 취급받고, 이 안에서 '글의 내부'는 "잘 읽었습니다..^^"정도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상황. 나는 이 안에서 또 하나의 단계를 본다. '불신'에서 '불안'으로. 이건 단순히 나보다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그 사회적 형식을 취득한 자로서의 부러움과 시기심, 그 차원으로서 축소하는 문제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이것을 인정해버린다면, 우리는 '심리학적 위안'에 머무를 뿐이다. 오히려 나는 여기서 (과장된 생각이란 표현의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오늘날의 불안을 읽는다(김예슬 선언을 접하고 나서, 그 반응들을 둘러싼 당황스러움보다 더 깊은 우려).  사람들이 더 '사회학적'으로 되어가는 것. 사람들의 패턴을  쉽게 읽고, 평가하는 것. 그 안에서 그 패턴을 정형화시키고, 편리하게 무리로 집어넣어버리는 것. 이 안에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작품에는 '유망한','젊은'이란 수사를 던져주면 그정도로 족하지 않겠는가,라는 '예의없는 '기호 및 반응들의 난립. (결국 이런 반응 안에서, '유망한' 젏은'이란 기호는 '누구누구의 흉내를 내는~'으로 폄하/수렴되는 냉소적인 댓글들의 진수성찬) 

'나이- 명성'이란 외부의 기호에만 머무르다보면, 남는 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인데도, 그렇게 교회 내부 생활을 잘 아는 어른들 특유의 대화법, 그리고 뒷담화에 알맞는 소재주의식 비난'일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우리 세대들이 우리 세대들의 글을 '깊게'읽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있게 많이 썼으면 좋겠다. 이리저리 소심한 정리만 하지 말고, 또 너무 잘 보이려는 계획만 세우지 말고. 난 특히 아카데미 안에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속한 아카데미 안에서, 자신의 연구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자신없어하는 20대 연구자들이 보다 성실하게 그리고 밝게 자신의 노력을 보여주는 '성의의 기술'을 연마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는 젊은 연구자들의 노력을 너무 얕보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너무 주눅들어 있는 현실. 언론은 우리가 딱 그 정도의 나이이길 바라면서, 가끔은 그 정도의 나이를 벗어난 '할배'의 연륜을 보여주길 원하는  "그러면 우리보고 어쩌라고?"라는 반응을 나오게 하는 그 현실 사이에서. 이 기술은 보기 좋은 복수가 될 것이다. 자, 눈 밑에 점 하나 찍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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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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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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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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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베이비복스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한 팀으로 나왔다. 히트곡 메들리여서 공연 시간은 짧았지만, 그래서 뭔가 더 짠했다. 자신들의 히트곡이었지만, 워낙 손발을 맞춰본지도 오래고, 안무를 다 까먹어 자신들이 예전에 어떻게 했었는가를, 찾아내어 연습했다는 심은진의 이야기는 더 내 마음을 짠하게 했다.  

고등학교 때, 베이비복스가 나오면 얼굴만 예쁜 그룹으로 알고, 노래 자체는 가치 절하를 한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앨범 전곡을 다시 들으면서, 내 옛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단순히 과거의 힘, 추억의 힘 때문이 아니라) 노래 하나,하나가 색깔이 있고, 이 바닥에서 성공해야겠다는 독기도 느껴진다. (불화설이 가장 많이 퍼진 걸그룹 중 하나였지만, 사실 이 그룹만큼 '의리'와 '조직력'도 괜찮은 그룹도 있었나 싶다)

온라인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을 봤는데, 친구들이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기를.."할 때 '아..이것이 세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비복스를 언젠가 나훈아나 송대관처럼 말하는 시대가 곧 올거라고 생각하니,..(세상에 나의 이지 누님이 품절녀라니..).오늘밤은 베이비복스로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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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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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4: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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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성일, 정우열의 <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에 대한 리뷰를 a4 4장 분량으로 썼는데, 부주의로 날라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 이 새벽에 멍한 상태로,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자학과 자비 그 양극을 왔다갔다 한다.  

 2 

결국 이 책을 통해 정성일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텔레비전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 그가 최근 어떤 토크쇼에서 한 멘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한 인생을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매일 시시한 영화를 보면 됩니다." 

(리뷰는 당분간 내 마음에만 간직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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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8-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복구하신 리뷰 알라딘 메인에서 읽을 수 있나요?

얼그레이효과 2010-08-21 20:2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늘 올렸어요. 근데 처음 맛은 안나는 듯요..^^ 좋은 주말 되세요~

2010-08-23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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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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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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