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가게들이 문을 많이 닫을까봐, 장을 한꺼번에 많이 봤는데, 다음 추석때는 그리 안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추석은 '내려가는 자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 '남아있는 자들'을 위한 날이 될테니까. (명절날, 순대국집에 혼자 순대국 먹으러 온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거야.ㅎ) 이제 '고향'이란 점점 사라질 개념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휴식처'만이 남았을 뿐이다. 서울/비서울의 경계는 점점 강화되고, 시들시들했던 '내부식민지론'은 은밀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명절은 '휴가의 기능주의'의 테두리 안에 걸쳐있고, 언론의 관용적인 명절 풍경은 명절의 진실을 감추게 될 듯하다. 동아시아 블록 안에서의 경쟁과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의 관련성 속에서, 가장 두려운 미래는 (사람들이 가장 그저 그렇게 치부하는)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담론의 세계가 아닐지. 이제 고향은 언젠가 돌아갈 곳이 아니라, 늘 '관리되어야 할'곳이리라. 노스탤지어가 아닌 합리적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관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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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2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누르면서도 씁쓸하네요...
혼자 명절을 보내신 건가요?
평소보다 조용하고 나른한 시간(폭우가 망쳐놓긴 했지만)을 보낸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혼자 순대국 먹으러 가진 않았는데...
힘 내세요!!! 늘 들르지만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9-27 10: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와님!^^

2010-09-25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미 엠마뉴엘. 요즘 즐겨 듣는 기타리스트. 기타의 왕 중 한 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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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5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운표(교수).경향신문.1960.8.27.시청각교육으로서의 영화 상.4면. 

작금 영화계의 하나의 과제로서 소위 영륜 문제가 논의되고 있어 오랜 독재정권 하에서 관이 일방적으로 영화를 검열하던 것을 국산영화의 제작자나 외화수입업자가 영화내용이나 선전 방법들에 자율적인 규제를 설정하여 이 '매스.미디아'가 국가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특히 청소년들에게 주는 해독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시속에 맞는 움직임으로 보아 기꺼운 일이라 할 것이다.(중략). 그러나 이와 같이 영화의 창시자들이 영화의 교육성을 예언하고 또 상업성을 부정배격한데 반해서 영화는 그 제작과정의 거대한 기구는 대량대중성을 띤 전달방법의 특질상 또 특히 그 극적인 편집상의 감정유발력, 극단적인 자극성 등등으로 말미암아 일개인의 창작이기보다 근대산업의 하나의 상업품으로서 성장하여 영화는 창작예술이기보다 먼저 대중의 흥취물로서의 상품으로 교육물이기보다 선전오락물로 발달하였고 또 그것이 대량대중을 특질로 하는 근대사회정신계보의 표현수단으로서 등장하게 되어 이제 전세계에 걸쳐 영화산업은 자유기업주의에 편승하여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으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대중영합의 날극적요소는 대중을 유인흡착케 하여 대중은 부지불식간에 영화광이란 불치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의 연간영화투자액삼십억불, 영화관 육만오천, 주간평균입장자 이억오천만의 놀라운 숫자를 나타내고 있으며 한국 역시 국산영화제작본수, 내외국영화상영본수, 그 놀라운 영화감상열로 보아 그 어느나라에 못지 않은 영화애호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권이혁(교수).경향신문.1962.11.5.가을과 학회광.3면. 

(중략) 여러가지 취미광이 있다. 독서광,영화광,연애광,야구광,등산광,텔리비광 등 각양각생이다. 이들에 비히여 못지 않은 것에 학회광이 있다.  

경향신문. 1978.1.14. 영화 7인의 독수리. 5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영화를 별로 보질 못했다. 특별하게 싫어해서라든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항상 비행기에 관한 일들로 쫓기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다. 새삼스레 이런 일을 생각해보니 참 재미없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전에 한 두번 영화를 보기도 힘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특정한 영화를 세 번씩이나 보게 됐으니 남들이 들으면 갑자기 영화광이라도 된 듯 생각할지 모르겠다.  

조화유 생활영어.경향신문.1985.2.7.그 여자는 영화광이야.6면. 

야구를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켜 야구에 미쳤다는 표현으로 '야구광'이라고 흔히 부른다. 이 '광'에 해당하는 영어표현은 buff이다. 영화광은 movie buff,골프광은 golf buff이고, 골동품광은 antique buff이라고 한다. (중략) buff라는 단어가 얼른 생각나지 않으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fan이란 단어를 써서 movie fan, baseball fan이라고 해도 같은 뜻이 된다. 이밖에도 광이란 뜻으로 freak와 addict가 있지만 이것은 몰라도 좋고 buff fan 두 가지만 기억하면 족하다. buff와 fan을 굳이 구별하자면 buff는 buff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이고 fan은 덮어놓고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송혜숙 (교수). 경향신문. 나의 여가(16) 짜릿한 행복에 젖는다. 스크린 속에 나를 묻고. 1985.6.14.6면. 

내가 영화를 보러다니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부터인가 싶다. 처음엔 부모님이나 대학생이던 언니를 따라 다니던 것이 곧 혼자 영화관을 다닐 정도로 담대해졌고 점점 영화를 즐기는 광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그간 본 영화편수를 세어봤더니 무려 150편 정도가 되었다. 요즈음 영화의 내용이나 다양성과 비교해볼 때 꽤 괜찮은 영화적 상황 속에서 자란 셈이다 싶아 새삼 다행스러웠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많은 영화의 무엇이 그리 좋았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캘 수는 없으나 못본 영화가 상영이 되는 곳이면 어디에 있는 상관없이 쫓아다니며 봤고, 영화를 보는 순간만은 나는 모든 것을 망각한 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수없는 영화들속에서 나는 세상을 배웠고 주인공과 함께 갈등을 겪으면서 컸다. 아무리 시시한 영화라도 내게는 다 배움이었고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는 동안 영화배우나 감독을 다 기억하게 되었고 이들의 경향까지도 내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었으며 이른바 영화광이 되었다.  

영화에 대한 나의 취향은 미국 유학시절에 접하게 된 베리만 영화시리즈를 보면서 달라지게 되었다. 나는 베리만의 영화세계에 빠졌고 그의 영화적 자전기를 읽어내게 되었고 그의 배우들을 감탄스러워했으며 이어서 펠리니의 영화들을 계보적으로 훑으면서 봤고, 이러한 편력은 트뤼포,뷔뉴엘,파스비더,안토니오니,헬조그 등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들의 영화도 횟수를 더해감에 따라 특정한 매너리즘에 빠져들기 때문에 여기서 채워지지 않는 불만을 나는 지하영화들까지도 찾아다니며 해소해야 직성이 풀리게 되었다. 그러한 나의 영화 편력은 한국에 온이래 전면중지에 처하게 되었는데 이점은 살재미가 없어질 만큼이나 안타깝다. 그런대오 의무감 반, 호기심 반으로 보는 습관을 갖게 돼 미흡하기는 하나 배창호라는 감독과 안성기라는 배우때문에 희망을 새삼 갖고 이들의 영화적성장을 꾸준히 따라다니며 보고 있다. 습성처럼 되어버린 영화벽은 감독이나 배우가 인간으로서 성숙하는 변화의 모습을 작품으로 귀결시키는 과정을 즐기는 버릇으로 변신된 것이다. 
 

동아일보.1990.7.27. 스타 "연기 제대로 해낼지 겁나요" '너에게로 또다시' 신인배우 정주연양. 30면. 

(전략) 정주연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반드시 우연이나 행운만은 아니었다. 중학생때부터 워낙 영화를 좋아해 주3편 정도는 관람을 하고 중고교생관람불가의 짙은 성애물도 훔쳐보는 영화광이었다는 것. 그리고 끝내 연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진학도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다고 말한다. 그녀가 본 영화로는 찰리 채플린의 '키드'가 웃음과 감동을 주었고 최근 개봉된 '시네마천국'역시 예술성이 높아 감명깊게 봤다는 것. 

경향신문.1990.4.20. 3년만에 영화출연 재주꾼 전영록 노래에 작곡에 pd에 바빠요. 19면. 

전영록(36)의 재능은 어디까지일까? 그는 가수이면서 만드는 곡마다 히트시키는 인기작곡가이며 dj에다가 5월1일부터는 불교방송국의 pd까지 맡을 예정이다. 게다가 영화배우 겸 영화음악작곡까지 맡아 만능탤런트임을 과시하고 있다. "노래도 한 1년 쉬었지만 영화 출연은 3년 만이에요. '친구야 친구야'(최인현 감독)라고 운동권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3월부터 촬영 시작했어요. 가수긴 하지만 중대 연극영화관에선 연출을 전공한 영화학도였지요." 실제 나이보다 15년이나 어린 대학생 역할을 맡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는 개구쟁이 모습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et와 백투더퓨처에 이르기까지 약 2천장의 영화레이저디스크를 소장한 그는 영화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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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95.6.28. 탤런트 이종원의 신념. 나는 영원한 자유인 '인기에 구속받기 싫다'.30면. 

(중략) 사실 모델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할만큼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좋아하는 게 있다면 운동뿐이었다. 핸드볼 농구 수영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고 한때 육체미 선수를 지망했던 전력도 있다. 그러나 요즘엔 집에서 역기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대신 비디오광이 됐다. kbs 2tv 젊은이의 양지와 mbc tv 짝을 찍느라 매일 새벽이 돼서야 들어오지만 비디오 한 두편은 꼭 봐야 잠이 든다. 한 달에 보통 40편 이상은 꼭 본다. "제 이상형을 알고 싶다면 영화 '온니유'를 보면 돼요. 얼마전 비디오를 봤는데 여주인공 마리사 토메이한테 완전히 반했거든요" 

경향신문.1995.6.27. 남자배구대표 김상우 '이유있는 반항' 청산 돌아온 불꽃의 사나이.32면. 

(중략) 키 1m94, 83kg,의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며 뛰어난 점프력과 체공력을 이용, 국내 최고의 중앙속공수로 떠오른 김상우는 비디오광이다. 병져 누운 어머니때문에 마음이 울적할 때면 '홈 코미디물'비디오를 몇 편이고 보면서 기분을 전환한다.  

동아일보.1993.4.5.30분 내 음식배달..3분 세차..즉시 대출..시테크 산업 각광. 9면.   

(중략) 금성사는 비디오광을 위해 최근 2배속으로 돌려도 대사와 자막이 찌그러지지 않아 시간을 2배로 절약할 수 있는 더블 VTR을 내놓았다.  

조선일보. 1994.5.9. 신세대 직장인군 컬러풀 칼라 몰려온다.9면.

카피라이터 윤해웅씨(35)는 장발에 캐주얼차림이 트레이드 마크다. 비디오광인 윤씨는 거의 매일 한편씩 비디오를 빌려본 끝에 지난해 2백64편을 기록하고서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골든회원으로 뽑혔다. 컬러풀 칼라들의 분방한 옷차림은 창조적인 발상에 기울이는 개인적 노력에 비하면 부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일보.1995.6.25.재벌총수들 나의 스트레스 해소-건강비법. 유형별 스트레스 해소. 16면.  

김회장은 또 비디오를 즐기는 데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중국무협비디오가 주종이다. 하룻밤에 4~5편까지 볼 정도의 비디오광(광). 비디오에 빠져들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데, 외국에서 비디오를 보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한 적도 적지 않다는 것. 긴장하면 끊었던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조선일보.1993.9.8. 우리집은 영화도서관 회사원 최인화씨(매니아).16면. 

주식회사 삼미의 기획관리실 최인화차장(38). 그는 영국의 영화전문지 엠파이어, 미국의 프리미에르 지 등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화잡지를 2년째 정기구독할 정도의 영화광이다. 1년여의 캐나다지사 근무 때 모았다는 쿠바-중남미 등 제 3세계의 희귀한 영화를 비롯, 그가 수집한 영화비디오만 1천5백개.  그동안 모아둔 영화관련 기사 스크랩만 라면 박스로 5~6개, 여기에다 5백여권의 영화 원서를 갖춰놓고 있는 그의 집은 웬만한 영화도서관을 방불케한다. "주위에 나만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은근한 자부심이 비칠 정도다. 그의 앞으로의 희망은 영화일.(중략) "영화를 이야기할때면 항상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다시피 하는 시민 케인 조차 출시돼있지 않은게 우리 비디오문화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비디오배급회사나 일반 대여점들도 문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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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걱정은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내가 장례식을 잘 리드할 수 있을까?이다. 아버지는 늘 내가 생활점수가 떨어진다고 핀잔을 주셨다. 나는 어린 시절 형광등을 가는 법부터 라면을 끓이는 법까지. '책만 읽고, 생활력이 떨어지는 아들놈'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던 아버지로부터 하나,하나 배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삼양라면을 혼자 끓여 먹고 나서, 대충 물로 씻어놓은 냄비를 보신 아버지가  나를 기특해 하셨을 때, 그 쾌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 스물 아홉살이 되어도, 여전히 효도다운 효도 하나 못해 드리고, 돈을 타 쓰는 아들놈이라는 이미지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 청년들의 이미지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미지가 개인화되었을 때 다가오는 아픔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당당함'과, '비경제인이라는 사회적 시선에 기죽음'이라는 뒤섞임 속에서 강화된다. 연달아 우수한 회사에 취업한 연구 동료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내가 잡고 있는 졸업 논문의 한 자, 한 자에 대해 담겨진 애정이 하루하루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 할 때가 바로 내 현실이라는 건 감출 수 없을 듯하다. 

몇 년 째, 집에 내려가지 않는 이유엔, 그냥 공부하느라 바빠서,라는 진부한 핑계보다는 내 스스로가 집에 내려갔을 때 여전히 나를 따스하게 받아주실 그 가정의 이미지가 나를 어린 시절의 온기로 뒤덮어, 그냥 멈추게 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 느낌을 인정한 건 최근이었다. 그래서 이 온기가 유지되고, 내가 어디에 있든지, 이 온기의 힘이 나를 이 삶의 생존자로 유지해주겠지,라는 '습관적 희망'에 기대게 할 때, 정작 그 온기의 멈춤. 그것을 보여줄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을 가끔 꿈에서 마주치게 되고, 나는 깨어나서, 서랍에 들어있는 통장 몇 개와 잔액을 새삼스럽게 확인해본다. 

이 생을 실감난 것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 결국 '돈'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장례식'이라는 죽음의 의례로 나에게 다가온다는 건, 내 스스로에게 시사적이고, 뭔가 사회적으로 말하고 싶게 만드는 상징성이다. 그것이 꿈이라는 내 '형식의 장치'라 하더라도, 그것이 형식이기 때문에 실재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건, 내 스스로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마는 것이리라. 오히려 그것이 형식이며, 그 형식이 꿈은 결국 환상 아니겠니?, 현실은 다를거야.라고 선언하는 순간, 닥치는 삶 그 자체의 불확실함, 그리고 우연은 (과장을 보태어) 영혼을 잠식한다. 

며칠 전, 홍상수의 영화를 보러 광화문에 갔다가, (때마침 내가 광화문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 30분 전) 사원증을 걸고 오늘은 어떤 점심을 먹을까 웃으며 건물을 나오는 사람들을 쳐다봤을 때, 그리고 그 쳐다봄을 통해 문득 생긴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소모한 에너지를 충전할 데가 없다는 적막감으로 하루앓이를 할 때 쯤. 나의 치열함이 결국 책의 운명과 논문으로 가게 된 (어쩔 수 없는 이 순간) 이 시간에 내가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냥 '하고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결국 아버지의 장례식장이 나오는 꿈 속에서도, 현실에서 내가 만지고 있는 책과 논문에서도, 내가 마음 속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다가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저 직장인의 건물에서도 내가 없는 시간은 무엇일까. 나는 정말 이 삶에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정성일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이 사회를 둘러싼 무자비와 무능력.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말 자체에 대해 결국 힘내자,라는 말밖에 건네줄 수 없는 내 자신이 밉고 또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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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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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8 0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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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9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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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1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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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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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1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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