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재미있게 보기 - 조종국(편). 조선일보사. 1993년.  

후회하지 않는 비디오 선택법. 

비디오 매니아가 돼라 

비디오 애호가들을 지칭하는 용어 중 매니아(Mania)라는 말이 있다. 열중, 열광, 심취라는 사전적 해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비디오에 미친' 사람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디오에 미치지 않으면 진정한 비디오 애호가가 되기는 어렵다. 그저 무료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비디오 숍을 들르는 사람은 영화가 단순한 볼거리 이외의 아무 것도 되지 못한다. 영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해 온 모든 예술을 한 자리에 결집시켜 놓은 총체적 장르다. 영화를 '한 세대의 꿈'이라고 명명한 가브(6)리엘 살바토레의 표현대로 36mm 필름 안에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비디오 매니아가 되려면 달리 할 일이 없어 비디오를 시청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극장개봉작에서 벗어나라 

우리나라 비디오 문화의 고질적 병폐는 창작 예술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영화의 복사판 구실에 머무른다는 것이다.그래서 명작과 태작의 구분이 극장 개봉작이냐 아니냐로 판가름나고는 한다. 이른바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아집과 편견이다. 스스로 영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대하면, 그저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입관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 미개봉 걸작들이 비디오 숍 한 구석에서 먼지와 함께 뒹구는지를 안다면 놀랄 게 틀림없다. 한 편의 영화는 그것이 주는 감동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극장 간판이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유명배우가 출연한 작품이 아니라고 해서 변변찮은 작품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철저히 지양하도록 하자. (7)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시청한 작품의 내용을 모두 입력해 두긴 어렵다. 현명한 비디오 매니아들은 주연,감독,줄거리 정도는 반드시 메모하는 습성을 견지한다.  

비디오 숍 주인의 권유를 무시하라   

1989.9. 로드쇼. 임권택 비디오영화. 259쪽. 

임권택감독의 영화를 '발견'한 것은 오히려 베를린과 동경이다. <만다라>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영화제에 소개된 그의 영화는 <씨받이>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지금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 콜렉션이 '명작 수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면 한국영화로서는 임권택감독의 콜렉션이 그 결론이다.   

1990.1. 로드쇼. 홍콩영화 10인 10색. 263쪽. 

홍콩영화의 스타들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은 감독 이름을 주목하라. 그렇다면 다이나마이트 액션과 환타스틱 로맨스가 홍콩영화의 3대 천재 수이 하크, 재키 그리고 액션전문감독 칭시퉁의 것임을 것이다.  

1990.6. 로드쇼. 깐느영화제 수상작.274쪽. 

깐느영화제는 역사, 정치적인 상황속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삶이라든지 우리들 삶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작품에 호의를 베풀어 왔다. 그렇기에 홍콩액션영화나 헐리우드 오락영화에 길들여긴 관객의 입맛에 안맞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비디오 라이브러리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황금목록'이다.

1991.12. 로드쇼. 긴급제안 컬트영화 걸작 100. 193쪽. 

온 세상에 갑자기 컬트 '사깃꾼'들이 천하대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컬트영화를 알린 것은 전적으로 영화광들의 사랑에 대한 응원과 지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컬트영화는 장사꾼들의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영화광이라면, 그래서 92년 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컬트영화를 지키는 싸움에 나설 것을 긴급히 제안합니다. 우리는 컬트영화 진영에 대한 전면적인 논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이 100편의 영화는 바로 그 선전포고입니다. 제발 더 이상 순진한 영화광들을 농락하고 짓밟으며 거짓 프로그램으로 그들을 현혹시키지 마십시요.   

1991.12.로드쇼. 91년 '절대' 추천하는 비디오 BEST 10. 284쪽. 

적어도 로드쇼 독자이자 영화라는 매체를 무척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제 또 한 해가 가기전에, 이미 여러 번 소개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개봉작을 굳이 선호해온 시청자들을 위한 또한번의 경고! 

1991.12.로드쇼. 91년 컬트 비디오 BEST 10. only for VIDEO MANIA. 286 - 287쪽. 

이 페이지는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를 중심으로 엮어보았다. 조금은 골치가 아플지도 모르지만 올해 이 작품들을  놓친다면 '절대'후회는 따놓은 당상! 그러나 주의할 점은 이 품목들은 첫번째 들린 비디오 샵에서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기에 끈기를 갖고 섭렵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보물찾기의 기쁨을 되길!  

1992.8. 로드쇼. 명장면 연구, 당신도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다. 177-178쪽.  

177쪽 

영화광의 이상한 애정 : 영화광이 되는 첫번째 입문은 하장면을 '다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번을 다시 보아 암송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화면 뒤에서 움직이는 감독과 카메라와 조명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평론가로 데뷔하는 첫 걸음이다. 자, 여기서 포기하면 당신은 자격상실이다.  

178쪽

쇼트 BY 쇼트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비디오와 텔레비전 모니터, 그리고 끈기와 인내, 영화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요구된다. 왜 이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가? 그러니 이 과정이 없다면 당신은 평생 영화 '구경꾼'이라는 지탄을 받아도 자업자득이다. 전문영화광을 위한 입문 코스. 

첫째, 모니터(tv 수상기도 괜찮음)가 딸린 VTR(또는 LDP) 

둘째, 스탑 워치-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SHOT-BY-SHOT을 하다보면 씬이나 쇼트의 길이를 재고픈 생각이 반드시 들기 마련이니까. 

셋째, 필기도구 - (무언가 끄적거려야 '공부'하는 맛이 날 테니..)  

가) 2헤드 VTR : 가장 싸고, 흔하고 속도로 여러번 보는 데는 이걸로도 충분하지만, 깨끗한 정지화면과 정확하게 프레임 단위로 화면을 보려면 4헤드 VTR을 사용해야 한다. 

나) 죠그 셔틀이 없는 4헤드 VTR : 2헤드니, 4헤드니, 7헤드니 하는 표현이 기술적으로 무엇을 의하는 지는 SHOT-BY-SHOT에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4헤드 VTR로 무엇을 '볼'수 있느냐는 데 있으니까. 우선 지저분한 줄이 가지 않은 선명한 정지화면을 볼 수 있고, '슬로우' 버튼을 누르면 천천히 움직이는 화면을 깨끗하게 볼 수 있고(속도도 대개 조정할 수 있다), 정지시킨 상태에서 한 프레임씩 전진하면서 아주 짧은쇼트의 길이를 정확하게 잴 수 있다. 단, 특정한 프레임을 '잡아내려'할 때 테이프를 전진, 후퇴시키는 일이 상당히 짜증스럽다. (후략) 

- (중략)- 

SHOT - BY - SHOT 이렇게 한다. 자, 장비를 갖추고서 비디오테이프를 VTR에 꽂아 원하는 장면을 찾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1) SHOT -BY- SHOT 하려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속도로 2번 이상 되풀이해서 본다. (줄거리의 흐름, 대사,연기,음악,음향 등에 주의할 것. 이것만으로도 처음 보고 지나쳤을 때보다 훨씬 많은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 (2) 장면 전체의 길이와 쇼트의 수를 세어본다 . (중략).(3) 특이한 쇼트를 정지화면이나 슬로우 모드에 놓고 유심히 관찰한다.  

1992.8.로드쇼. '숨은'걸작을 찾아서 365일 대추적. 281쪽. 

로드쇼는 싸움을 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것은 혈흔이 낭자한 격투기가 아니라, 네모진 비디오 갑속에 숨어있는 뻔뻔스런 상혼과 걸작모독에 대한 전면적 항의인 것입니다. 구석에서 찾아낸 공포소설의 귀재 스티븐 킹의 호러 무비 올 리스트와 함께, '복원'을 위한 비망록을 시작합니다.  

1993.8.로드쇼. 웃기는 영화 베스트 10. 232쪽. 

다음의 리스트들은 영화의 장르를 따지거나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는 평범한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감독은 이미 상식이란 틀을 벗어나 기존의 장르와 문화현상들을 마구 짜집기하고 비틀고 있으니까. 스스로 영화광임을 자처하고, 아카데미 수상작에 연연해 하지 않는 안목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만을 위한 항목임을 밝혀둔다. 당신의 그 까다로운 눈을 향해 이제 패로디와 아이러니의 융단폭격이 시작된다. 올여름의 피서방법으로 마음껏 웃고 싶은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영화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헤집어 보기 바란다(엔드 크레디트까지). 

233쪽 영화광 필견 비디오 리스트 150. 

238쪽 컬트영화 베스트 10 

'컬트'라는 말이 이제 낯익다. 거리에는 '컬트'라는 카페까지 들어섰다. 작년에 <델리카트슨>이 컬트 딱지를 붙이고 서울에 입성했고, <블루 벨벳>,<바톤 핑크>까지 컬트 명찰을 달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컬트는 이른바 '홍콩 느와르 붐'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87년 이후 심심찮게 대동소이한 현상을 보이는 몇몇 컬트영화와, 좀 다른 형태로 자리를 찾은 경우를 모았다. 썩 호기심이 생기거나 설득력있는 리스트는 아닌 셈이지만(아마도 독자들은 열 편 중 7-8편은 거의 보았을 테니까), 각각이 제 나름대로 궁색하나마 한국의 컬트영화임을 자처하는 근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994년 1월. 로드쇼. 극장이 외면한 볼만한 비디오작.250-251쪽. 

251쪽 

지난달에 이어 볼만한 미개봉작을 장르별로 소개한다. 극장이 수용하지 못하는 좋은 영화가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이 페이지는 테리 길리암 감독의 <여인의 음모>,<숀 펜의 헬스 키친>,<휴전>,뮤지컬<분홍신>등 영화광들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들 중심으로 미개봉 걸작들을 소개한다.   

1994년 3월. 로드쇼. 극장이 등을 돌린 비운의 영화 네편.244-245쪽. 

245쪽. 

3월의 비디오 추천작으로는 아예 극장 간판이 올라가지 못했거나 극장에서 상영되었다고 하더라도 흥행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네 편을 골랐다. <사회에의 위협>,<바디 에어리언>이 전자의 경우이며 <화엄경>과 <미녀 드라큐라>가 후자의 경우이다. 비록 많은 관객이 놓쳤더라도 오락성과 예술성으로 타 영화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네 편을 감상해보기 권한다. 

1997.2월. 로드쇼. 신작 비디오 가이드. 244쪽. 

이 달 출시작들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명성만큼, 혹은 광고된만큼 극장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것들을 다시 한 번 평가할 기회가 될 것이다. 고르는데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운 것이 이번 달 비디오 출시작들의 형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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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
앙드레 바쟁 지음, 박상규 옮김 / 시각과언어 / 1998년 7월
구판절판


유명한 미이라 콤플렉스 비유가 나오는 앙드레 바쟁의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 중 일부를 옮겨본다. / 조형예술에 대한 정신분석을 해본다면 시체의 방부보존 관습이 조형예술 발생의 기본요인이 되는 것으로 생산될 수가 있다. 회화와 조각의 기원에는 미이라 콤플렉스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었을 것이다. 이집트 종교는 인간심리의 기본적인 욕구, 즉 시간의 흐름에 대한 방어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죽음은 시간의 승리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인간의 육신의 외관을 인위적으로 보존하는 것은 말하자면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그것을 떼어내는 것, 곧 그것을 생명권 내에 안치시키는 일이다.그러니까 죽음이라고 하는 현실 자체에 직면하여 그의 살과 뼈를 보존함으로써 이러한 외관을 지속시킨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3쪽

초상화(영상)의 제작은 온갖 인간중심적인 공리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한 것이다. 더 이상 인간 사후의 영생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를 않고 좀더 일반적으로,그것 자체로서 자율적으로 지상적인 운명을 띠고 있는 현실의 모습은 근사한 어떤 이상적인 우주의 창조 그것이 문제로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만일 우리가 회화작품에 대한 인간의 더할 수 없는 찬탄 밑에서, 외형의 영속성을 통해 시간을 이겨낸다고 하는 이 원초적 욕구가 가려져 있음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회화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만일 조형예술의 역사가 단지 그 미학의 역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심리학의 역사라고 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유사성의 역사,(혹 이렇게 불리기를 원한다면) 리얼리즘의 역사라고 해도 좋다.(14) 이렇게 사회학적 시야에서 본 사진과 영화는 지난 세기 중엽에 발생한 근대회화의 정신적, 기술적인 중대 위기를 매우 자연스럽게 설명해줄 것이다. -14,15쪽

인간의 손이 개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화상 위에 어떤 의혹의 그림자를 던지게 한다. 실제로 바로크 회화로부터 사진으로의 이행에 있어 본질적인 현상은(모방의)단순한 물리적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색채의 모방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사진은 오랫동안 회화보다 열등한 채로 남을 것이다).(사진이)인간을 배제한 기계적인 재현이라는 것에 의해 우리의 착각에의 욕구가 완전히 만족되어진다고 하는,하나의 심(17)리적 사실에 있는 것이다.-17,18쪽

양식과의 모델에의 유사성과의 사이의 갈등이 비교적 근대적 현상이어서, 사진건판의 발명 이전에는 그 갈등의 흔적이란 거의 발견되지를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샤르댕의 그 매력적인 관객성이 사진과의 객관성과 전혀 다르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피카소를 오늘날 신화가 되게 하고 조형예술의 형식적 존재성을 규정하는 여러 조건과 동시에 이것들의 사회학적 기반을 모두 의문에 부치게 한 리얼리즘의 위기가 실제로 시작된 것은 바로 19세기이다. 유사성의 콤플렉스에서 해방된 근대 화가는 그것을 대중의 손에 넘겨주었고 대중은 그 때부터 유사성을 한편에선 사진과,또 한편에선 오로지 사실에만 전념하는 류의 회화와 동일시하려고 했다. -18쪽

사진가의 개성은 피사체의 선택, 그것은 어떤 각도에서 잡는가, 또 그 사상의 교시능력이 어느 만큼 있는가 하는 데 의해서만 작동을 하는 것이다. 비록 그 개성이 최후의 작품에 눈에 뛸 만치 반영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화가의 개성과 똑같은 자격으로 거기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예술은 인간존재를 기반으로 하여 성립하는 바, 오직 사진에서만이 우리는 인간의 부재를 향유할 수가 있는 것이다. -19쪽

회화는 동시에 더 이상 유사성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사진보다 열등한 기법의 하나, 몇 가지 재현방법의 대용수단ersatz의 하나에 불과하다.우리의 무의식의 저 근저에는 사물에 대하여 그것을 대강 전사한것이 아닌, 그 사물 자체의, 그러나 일시적인 우연성으로부터 해방된 그 사물 자체를 좀더 완전하게 무언가에 의해 대체시켜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바, 이러한 욕구를 충분히 발산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사물의 화상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사진 렌즈밖에 없다. 사진의 영상도 핀트가 안맞았거나 형이 왜곡되었거나 혹은 색이 변해 자료적 가치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생겨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역시 모델의 본체로부터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곧 모델 그 자체인 것이다. 앨범 사진의 매력은 거기에서 유래한다.-20쪽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유령 같은 회색 또는 갈색의 저 그림자들, 그것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가족 초상화가 아니다.그것은 예술의 마술적인 효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정한 기계장치의 효과에 의해 자신의 시간 속에 정지되어서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와진 생명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현존인 것이다. 왜냐하면 사진은 예술처럼 영원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해 방부처리를 행하여 다만 시간을 그 자신의 부패로부터 지킬 뿐이기 때문이다. -20쪽

초현실주의는 그 조형상의 번태론을 창출키 위해 사진건판의 젤러틴 감광막에 도움을 구했을 때 이미 그같은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초현실주의에게는 미학적 목표가 우리의 정신에 대한 영상의 기계적인 효과와 분리될 수 없음이 이런 까닭에서이다. 상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사이의 논리적인 구별은 초현실주의가 출현한 이래 사라져가는 경향이 있다. 모든 영상은 사물로 느껴지고 모든 사물은 영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중략)해방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완성이기도 한 사진은 서양회화가 사실에의 집념을 결정적으로 떨어버리고 그 미학적인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게했던 것이다. -23쪽

<완전영화의 신화>중 일부를 옮겨본다 / 영화는 관념론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갖는 관념은 영화가 실현하기 이전부터 그들의 두뇌 속에서 순전히 이념적인 세계에 속하는 것으로서 지극히 확고하게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기술이 탐구자들의 상상력에 준 시사보다도 관념에 대한 물질의 강인한 저항 쪽에 있다. 더구나 영화는 과학적 정신의 도움을 거의 받은 바가 없다.-25쪽

영화는 산업상의 발견에 거의 항상 선행하여 존재하는 관념이 대략 근사하게 그리고 복잡화한 형으로 실현시킨 것에 다름 아니요. 산업상의 발견은 그런 관념을 실제로 적용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하여 영화가 그 가장 초보적인 형태에서조차 투명하고 유연하며 내구력이 있는 지지체와 순간적인 상을 포착할 수 있는 건조한 감광유제를(그밖의 것이라곤 18세기의 시계보다도 훨씬 구조가 간단한 기계장치였을 뿐이다)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는 것을 오늘날 우리가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영(26)화의 발명에 이르는 결정적인 단계들은 모두가 그같은 필요조건이 충족되기 이전에 벌써 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26쪽

영화가 스스로에게 첨가해가는 온갖 개량은 모두가,역설적으로 말하면, 영화를 그 기원에로 근접케 하는 것일 따름이다.요컨대 영화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인 발견들이나 산업적인 기술들은 영화의 발전에 있어 대단히 큰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으나 그것들을 영화 발명의 제일 원인으로서 위치시킴은 적어도 심리학적인 견지에 서서 보면 인과관계의 구체적인 순서를 뒤집는 일이 될 것이다.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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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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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0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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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희의 집은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잠깐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가구도 필요 없어요.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깨끗하게 살죠. 또 어떤 사람들은 거리가 왜 그렇게 깨끗하냐고 묻습니다. 첫째 이유는 원래 그 장소들이 황폐하기 때문이에요. 스태프들은 여기에 뭔가 더 넣는다고 하고, 나는 뭔가 더 빼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꼭 삶과 같은 게 아니에요. 그럴 거면 영화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실을 모방하는 건 아주 나쁜 버릇이지요. - 장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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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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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의 비극 또는 시간낭비의 불가능>중 일부를 옮겨본다 / 이 자유시간의 질, 리듬, 내용 등 - 자유시간이 노동이라고 하는 강제 후의 잔여의 시간이든 아니면 '자율적인' 시간이든 -모든 것이 또 다시 개인간의,사회범주간의, 사회계급간의 차이표시기호가 되고 있다. -228쪽

어쨌든 대부분의 사물은 이론적으로는 교환가치와 분리할 수 있는 일정한 사용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시간은 어떠한가? 어떤 객관적 기능이나 특수한 용도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시간의 사용가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시간에 그 사용가치를 되돌려주는 것,시간을 비어 있는 차원으로 해방시켜서 개인의 자유로 가득 채우는 것이야말로 '자유'시간의 근저에 있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체계에서 시간은 사물로서,즉 각 사람이 '의향에 따라서' 투자해야 하는 해,시,일,주 등의 엄밀한 의미에서의 시간적 자본으로서만 '해방'될 수 있다.시간은 계량된다고 하는 점에서 생산체계의 추상성이라고 하는 완전한 추상성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진정으로 '자유로울'수 없다. -230쪽

소유되고 소비되는 하나하나의 사물에서와 같이, 자유시간의 일분 일분 속에서도 각각의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싶거나 아니면 만족시켰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소유된 사물 및 실현된 충족 속에도, '자유롭게 처분하는' 시간 속에도 욕망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곳에 있는 것은 '소비'된 욕망의 잔재에 불과하다.-231쪽

시간이 사물인 것과 똑같이, 모든 생산물은 결정화된 시간으로 간주(232)될 수 있다(그것들의 상품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에 의해 생산된 상품이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해'주어, 이 절약이 구매대상이 되는 한에서는 여가시간의 결정이기도 한 것이다. 주부에게 있어서 전기세탁기는 자유시간을 의미한다. 그것은 매매될 수 있도록 사물로 변형된 잠재적 자유시간이다(이 자유시간을 주부는 텔레비전을 보는 데 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전기세탁기의 선전을 보는 데 쓸지도 모른다!)-232,233쪽

교환가치 및 생산력으로서의 시간의 이러한 법칙은 여가 전체에 침투한다. 여가만이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모든 강제와 구속으로부터 기적적으로 벗어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생산체계의 법칙은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 법칙은 계속해서 또 어디에서나(도로에서든,해수욕장에서든,클럽에서든) 시간을 생산력으로서 재생산한다.시간을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으로 분할하고 후자를 자유의 초월적 공간의 시작으로 삼는 피상적인 견해는 신화에 불과하다.-233쪽

시간을 여봐란 듯이 헛되이 보내는 경우에도 우리는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캉스라고 하는 자유시간은 여전히 휴가를 얻은 자의 사유재산이며, 1년간 땀을 흘려서 얻은 하나의 재이다. -234쪽

따라서 여가와 바캉스에서,노동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똑같은 목적달성에서의 도덕적,이상주의적 집념,즉 강제의 윤리를 볼 수 있다. 여가는 완전히 소비의 일부이지만,소비와 똑같이 충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충족을 위한 행위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햇볕에 살을 그을리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탈리아와 에스파냐로의 관광여행 및 각지의 미술관 순례, 의무적이 된 해변에서의 일광욕 및 체조, 특히 피곤(236)한 줄 모르는 '미소'와 '사는 즐거움' 등은 모두 사람들이 의무와 희생 그리고 금욕의 원칙에 맹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다. 이것이 리스먼이 말하는 '오락 도덕'이며, 여가와 쾌락 속에서 구원을 얻는다고 하는 순수하게 윤리적인 차원-다른 목적달성의 기준에 따라서 자신의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모르되 - 이제부터는 그 누구도 면죄될 수 없는 차원이다. -236쪽

오늘날에도 평균적인 인간이 바캉스 및 자유시간을 통해서 요구하는 것은 '자기실현의 자유'(어떠한 자기를 실현하고, 어떤 숨겨진 본질을 나타낸다는 것인가?)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용성, 즉 흥청망청 쓸 수 있는 자본(부라고 해도 좋다)으로서의 여분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유를 그는 우선 요구하는 것이다. 여가의 시간은 소비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극히 중요한 사회적 시간이 된다. -240쪽

여가의 근본적인 의의는 노동시간과의 차이를 나타내라고 하는 강제이다. 따라서 여가는 자율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시간의 부재에 의해 규정된다. 여가의 본질적 가치를 만드는 이 차이는 도처에서 그 내포된 의미가 나타나고 있으며, 과장되고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 여가의 모든 기호,(241)태도,실천 속에서, 또한 여가가 화제가 되는 모든 언설에서 여가는 그러한 과시와 끊임없는 과장으로 살아가며, 자기선전에 의해서 성립하고 있다. 여가에서 모든 것을 탈취할 수 있는데, 이 사실만은 삭제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여가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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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자주 다녀 고향의 애틋함이란 건 없지만, 그래도 내 몸이 맞닿은 첫 도시는 부산인지라, 이 도시에 관한 아련함이 많이 남아 있다. 동보서적이 곧 문을 닫는다는 기사가 국제신문에 실려 옮겨 놓는다.  영광문고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2010.9.25. 국제신문.

부산 최대 서점 중 하나이자 30년 전통의 향토문화기업인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동보서적(대표 김두익·55)이 문을 닫는다.

동보서적 관계자는 24일 "동보서적 서면본점의 영업을 오는 30일까지만 하고 폐업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같은 결정을 서점 구성원들과 주요 거래처 등에 공식적으로 알린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고객의 혼란과 불편을 덜기 위해 해운대구 우동 홈플러스 내에 운영 중인 동보서적 센텀시티점은 당분간 영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로써 1980년 12월 3일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한복판에서 문을 열고 지난 30년 동안 부산 시민들에게 지식의 곳간이자 문화적 쉼터 구실을 해온 동보서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대형서점인 동보서적의 폐업은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상의 압박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동보서적 측은 "지난 수년에 걸쳐 계속해서 매출이 줄었고 회복되지 않았다"며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서점들이 강력한 할인정책을 펴는 바람에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는 시민들이 크게 줄어든 점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할인을 무기로 내세운 온라인 서점으로 소비자들이 쏠리는 상황에서 수익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지역서점이 많은 비용을 들여 초대형 매장을 유지하는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동보서적의 폐업 소식은 지역 출판·서점 업계와 문화계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보서적은 부산의 손꼽히는 번화가이자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해 문화적 상징성이 높은 도심 공간 구실을 했고, 적극적인 문화 후원 활동을 펼쳐 부산에서 '문화기업'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동보서적은 3개 층 2000㎡(600여 평)의 매장에 35만 종 65만 권 이상의 책을 보유한 서점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서점으로서는 유일하게 독자적인 서평잡지 '책소식'을 1986년부터 발행(2009년 웹진으로 전환)해 지역문화의 지평을 넓혔다. 또 부산청소년연극제 주최, 어린이글쓰기공모대회와 당선작품집 발간, 요산문학제 독후감 현상공모, 독자와 함께하는 문학기행 등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직접 펼치거나 후원했다. 동보서적이 부산 문화예술인들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한 사례도 많다.

부경대 남송우(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부산 시민이자 문화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충격이 크고 지역문화 차원에서 보아도 큰 손실"이라며 "동보서적은 특히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쳤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서점은 지식의 창고인데, 부산 요지의 대형서점이 사라진다면 부산의 문화적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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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5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2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요! 저 그 서점 좋아하는데, 왜, 왜! ㅠㅠ

얼그레이효과 2010-09-27 10: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아쉽습니다.

릴케 현상 2010-09-2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

얼그레이효과 2010-09-27 10:54   좋아요 0 | URL
ㅜ.ㅜ 안타까운 기사네요.

빈센트 2010-09-2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포스팅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동보는 제게도 많은 추억을 준 곳인데... 부산지역, 서점도 서울자본이 다 ..... 어쩌나... 슬픕니다. 많이.

얼그레이효과 2010-09-28 00:02   좋아요 0 | URL
서점 냄새 맡기의 일상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