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언니는 간다 - 앵그리 영 걸의 이명박 시대 살아내기
김현진 / 개마고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당당지수'와 '명랑지수'를 늘 자신의 양분으로 사용하는 에세이스트 김현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펜을 들었다. 먼 곳을 다녀온 곳도 아닌데, 연구실에 있는 동안,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일부러 계단을 내려갈때도 난간을 붙잡았다. 넉넉한 신호등 초록불일지라도 계단을 두,세개 씩 건너 뛰어 가는 사람처럼 하지는 않았다. 그냥 이 풍경에 스며들기로 한 것이다. 신도림역은 여전히 붐빈다. 종로역 오줌 냄새는 반갑다. 하지만 손은 부르르 떨고 있었고, 마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나중에 내가 갈 지옥 불구덩이에 미리 맡겨두고 싶었다. '이승'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마음이 사실 앞선다.  

지난 한 달은 살면서 텔레비전을 가장 많이 본 날 같다. 논문을 쓸 때도 ytn, cnn, 국내 3개 방송사의 뉴스 타임을 꼬박꼬박 챙기며 정황을 살폈다.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탐색하자는 목적보다도,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망하겠다는 극한의 절망감이 내 안에 있었나보다. 나도 '그 분'의 죽음에 울었다. 그런데 더 울고 싶은 것은 결국 세상은 "거 봐 내 그럴 줄 알았어..", "그걸 이제 알았어"와 같은 냉소주의자들의 심보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꺼낸 나도 사실 냉소주의자겠지) 

내가 너무 순진하게 살았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국민의 '공분'이 담긴 소식을 누군가 성실히 전하면,   '18'하는 사람까지야 좋다지만, "어이구 그걸 이제 알았어, 이사람아"라고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그래, 냉소주의자만큼 이 세상에 애정이 많은 사람 또 없겠지.."하며, 가라앉힌다. 왔다갔다, 왔다갔다 수십 번. 결국 나는 프로이드가 말한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다가온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다. 더욱 열심히 살아도, 그 '열심'이 '그냥 열심'인 것. 뭔가 이 '열심'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의 끈을 놓치 않으리라. 하지만 이 분노는 '준엄'해야 한다. 엄격하지 않은 분노는 적에게 더 맛있는 먹잇감을 줄 뿐이다. 우리는 현재 정치인들이 얼마나 사도매저키즘을 좋아하는지 목도하고 있다. 그들을 격려하는 것은 '당근'이 아니라 '채찍'이다. 그들은 맞으면 맞을수록 더 좋아한다. "어디들 욕해봐라, 거리로 나와봐라, 저항해봐라."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을 우울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마치 예전에 봤던 만화 <드래곤볼>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끝판 대장'의 이미지라고 할까.그들은 우리가 슈퍼사이아인이 될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그래 "머리 쭈뼛 세워봐. 자식아."하면서  머리위에 음표들을 새기고 있는 지도.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신자유주의 비판'이라는 이름을 꺼내선 안 된다. 데이비드 하비의 책 한 권 읽고 나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 그리고 이 정부를 비롯한 이 모든 정세를 비판하면, 그 사람의 분노는 일찍 소멸될 공산이 크다.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덤벼야 한다. '올바른 욕'도 중요하지만, '예의바른 삽질'도 중요하다. 삽질을 해서, 이 나라를 말아 먹으려는 또 다른 삽질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10대 우수론이니, 20대 개새끼론을 뛰어넘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탓'의 정치의 자제다. '~탓'의 정치가 내부 분열로 간다면, 우리는 앞으로 이 나라를 정말 떠나고 싶을지 모른다.   우리, 분노하자! 우린 이 분노를 영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이 분노는 준엄해야 한다. 엄격하고 진중하게.  

그러기위해 우리는 이 모든 지성의 유령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만나'를 버리지 말고, 차근차근 모아야 한다. 그것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또 재생해야 한다. '위신'의 허영을 버리고, 지금은 모두가 겸손해야 할 때다. 역사는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준엄한 분노를 통해 '겸손한'인간이 되길 바란다.  이 모든 자양분을 냉소와 환멸의 '수박냉면 한 그릇'을 먹을 때 분비된 침으로 사용하지 말고, 그 침을 지금 거리에 뱉어야 할 때이다. 갈 길을 모르겠는가. 우리가 잘 아는 그 장면. 침을 손에 확 뱉어 나머지 손으로 탁 치자. 어딘가 길은 보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뉴캐피털리즘 - 표류하는 개인과 소멸하는 열정
리차드 세넷 지음, 유병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적인 것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사회과학도를 위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히
  

어제 한국언론학회 50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는데, 대학원생 우수논문상 시상식에서 장려상 

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좋네요. 연구에 참여했던 분들께 가장 감사한데, 무엇으로 보답해드려 

야할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쟈 2009-06-06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마늘빵 2009-06-06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립니다. ^^ 큰 상이네요.

hnine 2009-06-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자랑하실만 합니다. 축하드려요. 앞으로의 행보에도 도움이 많이 되겠는걸요 ^^

어느멋진날 2009-06-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네요 ^^

얼그레이효과 2009-06-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다들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영롱 2009-08-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씨네21에서 뭐 좀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네요. 잘 지내시죠? 너무 오랜만이다~^^ 아, 이게 접때(꽤 오래 전...) 통화할 때 물어봤던 내용, 그에 관련된 논문이죠? 와.. 좋은 성과가 있었군요. 축하축하!^-^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대학원 탈출기'라니. 정말 대학원으로부터의 물리적 탈출이라도 있었던건지!

얼그레이효과 2009-10-28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 - 모더니티총서 2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7
노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김수정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따뜻한 사회과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엘리아스의 학술적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