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초코가 좋아요 장난꾸러기 메메 시리즈 3
마크 서머셋 지음, 프래듓 차터지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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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마가 사랑하는 '북극곰' 그림책은 크게 웃라인과 찡라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웃긴 그림책과 찡한 그림책인데, 이번 주에 만난 <핫초코가 좋아요>는 대표적인 웃라인이다. 아마 표지에 등장하는 양과 칠면조가 눈에 익으신 분들이 있으실 텐데, 이들은 이미 3권째 등장하는 “주연배우”들로 '메메'는 똑똑함을, 칠칠이는 '개그'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꼬마는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칠칠이가 이번에는 또 뭘 먹으려나~”하며 미소부터 짓는다. 

 

어른들도 웃음이 터지는 <핫초코가 좋아요> 속으로 들어가 볼까. 아 그전에 뭔가 먹고 있었다면 얼른 삼키셔야 한다. 읽다가 뿜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잊지 마셔라.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는 꿀팁! (사실 거의 모든 책을 더 재미있게 읽는 꿀팁이지만) 이 책의 전작인 <똑똑해지는 약>과 <레모네이드가 좋아요>처럼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화를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즐기실 것. 아이는 메메, 엄마는 칠칠이로 나누어 일러스트만으로 대화를 상상해보자.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지 않은 아이도 만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상상해낼 수 있을 터. 우리 집에서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상상했는데 메메가 혼자 먹으려 숨겨놓은 핫초코를 칠칠이가 찾아오고, 그걸 못 먹게 하려고 방귀로 기절시키려다가 둘 다 기절해버리는 허무개그를 떠올렸다. 

 

우리의 상상과 너무 다른 책의 내용을 읽으며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떠올라 더욱 깔깔 웃을 수 있었다. 포스트잇 독서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박진감 넘치는 독서가 가능해지는 것. 포스트잇을 하나씩 때 가며 책을 읽으면 뒤의 내용을 알 수 없어 더욱 재미가 있다. 특히 이 책은 대화체이다 보니 대답이 궁금해서 마음이 쫀득해지는 것. 메메와 칠칠이를 만날 때마다 아이가 하는 말이지만 이번 책 역시 “메메는 너무 똑똑하고 능청스럽고 칠칠이는 너무 바보 같아서 자꾸만 칠칠이 편을 들어주고 싶어져요.”라고 하더라. 

 

메메와 칠칠이의 대화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가 된다. 나라면 어떻게 말했을지, 친구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기분이 어떨지 등 메메 혹은 칠칠이의 마음에 아이의 마음을 대입해보면 아이와 한층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북극곰에서 재미있는 책을 선물해주신 덕분에 아이와 깔깔 웃기도 하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는 메메와 칠칠이가 무엇으로 복수혈전을 펼치게 될지 상상해보며, 우리도 따뜻한 핫초코를 나눠 마셨다. (마시멜로는 빼고!) 

 

아, 내일은 찹쌀양이 연출한 '메메와 칠칠이 쇼'가 이어질 예정이니 기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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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싸육아 - 0~4세 알기만 해도 차이를 만드는 육아 대원칙 6
박정은 지음 / 래디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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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기 시작하면 아기가 납득할 수 있는 설득이나 타협 등의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가 클수록 이해할 수 있는 규칙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아이에게 적용되는 규칙도 점차 많아질 거예요. 아기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 지나치게 과한 것도 좋지 않습니다. 한계 설정을 과도하게 하는 것, 적게 하는 것 모두 아기의 자기 조절력과 사회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요. (p.417)

 

육아에 있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스스로 낯간지럽고 민망하지만 “라떼~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건데!” 싶어지는 책을 만났다. 바로 <베싸육아>. 맞다. 900만 조회 수 화제의 육아 유튜버 베싸TV의 그 베싸육아다. 뭐 워낙에 유명한 분이니 이 분에 대한 설명은 접어두고 책에 대해 이야기만 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근거 있는 육아”를 모토로 하는 분답게 전 세계 2000여 개의 논문을 집대성하였으며, 본인이 겪었던 '정보의 함정'을 후배 엄마들이 겪지 않게 하려고 이 책을 냈다고 한다. 

 

나는 엄마를 맹신했던 터라 검색보다는 '엄마 의견'에 더욱 기울였으나, 아마 대부분의 요즘 엄마들은 넘쳐나는 정보의 호수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건져 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 정보의 출처는 명확한가? 유명한 박사님의 정보라지만 내 아이에게도 적합한가? 등의 혼란도 함께 건져 올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그렇게 검색되는 거의 모든 궁금증이 들어있다. 영유아기의 자율성, 수유텀, 모유 수유와 분유 수유의 차이, 모유 수유 엄마의 식사 혹은 영양제, 이유식이나 유아식, 수면 교육, 놀이 및 책육아, 발달과 훈육 등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라도 포털에 입력해보았을 키워드가 가득 담겨있는 것.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는 이미 0~4세의 나이를 훌쩍 지나왔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읽고, 육아 뚝심을 지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펼쳐본 페이지는 '모유 수유'였다. 원래 발췌독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0~4세까지 육아를 하는 내내 나를 가장 고민에 빠지게 하고, 번뇌하게 했던 것이 모유 수유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가 5개월 때 복직하여 유축기를 짊어지고 다니면서까지 '완모'를 한 일명 '독한 엄마'였기에 상처가 되는 말을 수없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이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향이 어쩌면 수유텀 없이 늘 배불리 먹이고자 하는 할머니와, 모성애와 죄책감을 섞어 반응 수유하는 엄마의 극성에 기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또 장난감과 책육아에 대한 부분도 집중해서 읽었는데, 가진 재주가 책 읽는 것뿐이라 어쩌다 보니 책육아를 해온 나지만 우연히 권장하는 내용을 잘 지켜왔고, 그로 인해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기 주도 독서를 하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여전히 수면독립을 하지 못한 '숙제 못 한' 알 수 없는 마음에 여러 생각을 더 하기도 했다. 

 

물론 이 <베싸육아>에 담긴 육아 지식도 100%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99명에게 맞아도 우리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그것은 '우리 집 육아법'이 아니 너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후배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이 책은 '내 방법이 맞아'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공부해봤더니 이런 게 맞더라. 그러니 너도 이런 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때? 이런 거 찾아보는 거 어때? 아니면 이렇게 한번 시도해볼까?' 하고 권한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를 위해 성장하고, 사랑하며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라고 권한다. 이토록 탄탄한 근거와 팩트를 꾹꾹 눌러 담아놓고서도 '나는 이렇게 해보니 좋더라, 너도 한번 해보는 거 어때?'라는 너그러움을 문장 속에서 만나보며 유명세를 탄 소위 '육아 전문가'들의 얼굴이 떠오르더라. 물론 그들의 학업과 경력은 존중하지만 한두 번 본 아이를 두고 당당히 “이 아이는 이런 상태. 이렇게 고쳐야 함”이라고 말하는 것에 우려를 느껴왔기에 '아이 중심'으로 말하는 이 책이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맞다. 이 책은 진솔하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고,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하지 않는다. 소중한 아이들에게 이상한 병명이나 별명을 붙이지도 않고, 덤덤히 필요한 지식만을 전달한다. 그마저도 육아로 바빠서 다 읽지 못할까 봐 '결론'부터 말해준다. 

 

작가님은 수천 시간을 사용해 얻었을 지식을 독자들은 몇 시간 만에 얻는데도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책. 아마 이 책은 많은 독자에게 '우리 집에 상주하는 친정엄마'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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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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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아동노동과 착취를 줄이는 데 보조적 역할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작 아동노동과 착취를 줄인 주요인은 부모와 자녀 간 소득 격차의 확대, 교육에 대한 태도 변화였다. 교육에 대한 태도 변화가 대부분 인적자본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임을 고려하면 산업화가 가장 진전된 국가에서, 거기서도 산업화가 가장 빨랐던 지역에서 아동노동의 고난이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p.103) 

 

 

종종 지인들과 과거의 어느 순간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농담을 한다. 그리고 그 농담의 끝은 그때가 행복했을까, 지금이 더 행복할까인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곱씹어보면 참 아이러니한 대화 아닌가. 과거와 지금의 생활 수준은 비교할 대상도 아닐 만큼 차이가 큰데 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어느 시점과 지금의 행복을 비교하는가. 이렇듯 발전이 결코 긍정적인 면만을 지니지 않음을 느끼며 점차 비관적인 방향으로 흐르려고 할 때 <인류의 여정>은 나를 다시 낙관적인 생각으로 이끌어 나온다. 기술의 발전, 인구, 문화에 지리까지 포함한 너른 시선으로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광범위하고도 놀라운 책 덕분에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 

 

<인류의 여정>은 경제학자 오데드 갤로어 교수의 '대중적인' 첫 책인데 이미 전 세계 30개국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 출간되기 전부터 <총균쇠>, <사피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평에 궁금함이 앞섰던 책이라 출간과 동시에 읽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화법에 매료되어 커피가 식어버리는지도 모른 채 집중하여 책을 읽었다. 

 

인류의 기원으로 시작하여 인류의 정착과 문명의 형성, 농업의 시작과 인구의 변동, 가속화된 산업화와 더불어 일어난 교육, 인구의 변화와 성장 등에 대해 찬찬히 풀어가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동노동에 관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막연하게 지식인들의 성장으로 아동이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 위로 새로운 지식을 얹으며 또 한 번 모든 것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 '부와 불평등의 기원'으로 엮인 2부에서는 빈부격차의 원인, 불평등한 발전, 여러 제도와 문화의 요인, 지리의 한계성에 대해 풀어냈는데, 그럼에도 낙관하는 저자의 생각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제도와 문화, 지리 그리고 다양성 측면에서 지역적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다양성 관련 정책에 더해 문화와 기술의 확산을 통해 지역적 격차를 최대한 좁히고 뿌리 깊은 요인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p.282)라는 그의 말에 동의와 응원을 동시에 담아보기도 했다. 

 

저자가 30년간 공부한 내용을 300페이지가량으로 '얻어'보는 것에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책 속에는 놀라운 범위의 지식과 통찰력, 그리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풀어낼 실마리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러나 묵직한 지식과 달리 문체는 전혀 무겁지 않았기에 어려움 없이 일어낼 수 있었다. 세상 어느 학자가 지리적 한계를 잔디밭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고 <오즈의 마법사>로 기술의 진보를 이야기한단 말인가! (만약 -그와 내가 같은 언어권이라는 전제하에- 내가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으면, 나는 분명 그 수업에 풍덩 빠져 있었으리라.) 

 

아무래도 한동안 세계는 야수의 아가리를 벗어나는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불평등은 쉬이 사라지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불평등의 기원 속에서 더 나은 방식을 찾고 빈곤의 문제도, 인류의 번영도 해결할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그 풍요로운 미래에 작게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우리나라를 벗어나 전 인류적인 개념에 넣어보게 만든 책, 과거의 비관적인 사례에서 낙관적인 미래를 꺼내는 새로운 시선과 통찰을 만들어준 깊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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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 세트 - 전4권
오거스타 맥마흔 외 지음, 피터 클라크 총괄편집, 민유기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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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권력의 구조가 최초의 도시화 이후 항상 어디서나 존재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공동체적 제도와 그 도시적 편재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기원전 제 1천년기 중반에 갑자기 나타나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가장 흔히 보이는 공동체적 제도들은 서양(로마제국)과 동양(헬레니즘, 비잔티움, 이슬람 도시) 모두에 계승되었다. (p.347)

 

초기도시에서 거리의 배치나 신전 및 여타 구조물의 배치, 또한 넓게 기록된 도시 형태의 일부 측면을 근본적인 종교적 신념 및 종교적 관행과 연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종교적 축제의 일부였던 행렬은 또한 공통적 종교활동의 일반적 형태였다. 시민 인구와 물리적 도시는 고대 종교의 몸체였고, 거리는 혈관, 달력과 축제는 심장이었다. (p.375)

 

 

사실 도시는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역사의 거의 모든 순간은 도시를 제외하고 말하기 어렵고,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간 것도 도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도시만을 놓고 역사를 풀어낸 책은 쉽게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옥스퍼드 세계도시 문명사>를 만났을 때 나는 놀라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꼈다. 아! 어쩌면 세계사를 이해하는 초석이 도시의 문명사였겠구나, 하고 말이다. 

 

사실 4권이나 되는 분량은 책에 대한 도전을 머뭇거리게 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읽어야 한다는 욕심을 가지지 않고 초기도시, 전근대 도시, 근현대도시로 나누어서 천천히 읽는다고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혹시 나처럼 이 책의 분량 때문에 두려움이 앞서시는 분이 있다면, 천천히 두고 읽으시더라도 이 책은 꼭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도시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깊이 풀어낸 책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게 같다. 또 나처럼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으니 그 누구라도 쉬이 읽을 수 있게 잘 써진 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옥스퍼드 세계도시 문명사> 1권은 초기도시를 모은 책으로 메소포타미아, 고대 지중해 도시,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국 등의 도시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의 전반에는 각 도시의 구성, 형성 등에 거론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연달아 읽었던 지중해의 도시들에 대해 깊은 흥미를 느끼며 읽었다. 지중해의 도시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발전해왔던 형태, 고대 도시가 구축되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물류나 도시화가 착착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책의 후반부는 각각의 도시들을 경제, 인구와 이주, 권력과 시민권, 종교와 의례, 계획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실 후반부를 읽다 보니 앞쪽도 이렇게 주제에 맞추어 진행했더라면 더욱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도시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었더라면 뒤의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각 도시를 주제에 맞추어 풀어주니 평면적이었던 도시의 특징들이 입체처럼 느껴졌다. 경제가 도시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또 경제로 인해 쇠락하는 여러 도시를 떠올려보며 읽기 너무 좋았다. 또 도시의 계획에서는 로마제국에 대해 읽으며 그간 읽어온 책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옥스퍼드 세계도시 문명사 2권에서는 <전근대 도시>로 중세의 유럽, 오스만제국, 중국과 일본의 전근대 도시, 라틴아메리카 등에 대해 만날 수 있다. 3권과 4권으로 이어지는 <근현대도시>는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국, 중동에 대해 만나게 되며, 산업화나 빈곤, 인구 불평등에 세밀히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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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보는 돈의 역사 - 물물 교환에서 비트코인까지 빠르게 보는 역사
클라이브 기퍼드 지음, 롭 플라워스 그림, 한진수 옮김 / 한솔수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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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는 물건을 소유하는 방법도 있었어. 암소의 수명은 15년 이상이야. 암소는 사람들에게 날마다 우유를 줄 뿐 아니라, 죽고 나면 고기와 가죽도 주었지. (P.15) 

 

스마트머니를 상상해보자. 앞으로 돈은 프로그래밍에 의해 생겨날 수 있고, 각종 장비에서 전자 신호로만 오고갈 수 있어. (...) 전자 제품에 내장된 지갑도 가능해질 거야. (...) 미래의 스마트 자동차는 사용할 때마다 속도와 주행거리에 따른 요금을 부과할지도 몰라. (P.106)

 

 

어느 날 아이가 쌀을 한 컵 달라고 했다. 쌀을 한 컵 주면 자신이 현관을 물티슈로 닦아주겠다고 한다. 짐짓 예상은 했으나 모르는 척 물으니 “옛날에는 쌀이 돈이었데요”하고 대답한다. 돈이 없던 시절에 쌀이 화폐의 역할을 하기는 했으나, 지금 너에게 쌀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쌀을 가지고 무얼 할 건지 묻자 잠시 고민하던 아이는 “그러면 초콜릿으로 5개 주세요, 현관은 사실 이미 물티슈로 닦았거든요.” 하며 웃는다. 뭐지 이 녀석, 가르쳐주기도 전에 지불가치를 알아버린 건가!

 

그렇다. 어느새 아이가 엄마와 거래를 할 만큼 자라버렸다. 하지만 내가 그냥 기쁘고 기특한 마음에 젖어있을 엄마는 아니지! 이럴 때 슬쩍 <빠르게 보는 돈의 역사>를 꺼내 든다. 아이가 관심이 있을 때야말로 최적기! 이 책이야말로 아이가 시도했던 물물교환에서 비트코인까지, 돈이 지나온 세월부터 앞으로의 가치까지 한 권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잉카제국에서 노동의 대가로 받은 '미타', 동물을 키워 재산을 축적하는 사람들, 피지인들에게는 관심도 받지 못한 금 등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최초의 금속 돈, 은행의 발생과 주화를 둘러싼 전쟁 등을 쉽고도 알차게 다룬다. 이 책이 놀라운 것은 대화체로 쉽게 이야기를 끌어가는데도 주식이나 지분, 투자가치 등에 대해서도 꽤 깊은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더해져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에 부담감을 덜어준다. 아이는 정사각형 포탄을 만들어 주식을 잃은 사람들의 그림에 “왜 그런 이상한 물건에 투자를 한 거야!”라고 말해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원래 투자는 그렇게 혹해서 하는 거야.. 또르르) 

 

책의 앞부분이 물물교환, 지폐나 주화가 나타나게 되는 과정, 만들어지는 공정, 은행이나 주식, 차용증 등이 만들어진 역사를 다루었다면 뒤쪽은 화폐의 개념과 미래의 화폐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겠다. 물가의 상승, 주가의 폭락, 재화의 가치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화폐의 힘'을 만나보기도 했고, 플라스틱 카드나 통화동맹, 암호화폐 등 현대와 미래의 지불수단 등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 앞으로의 돈의 변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단순히 '화폐'의 좁은 개념을 벗어나 경제에 대한 가치, 상식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뒤쪽에 수록된 돈 퀴즈를 같이 풀어보기도 하고, 돈과 경제를 풍부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알려주신 여러 사이트를 직접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용어설명이나 찾아보기 등도 제시해 주어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내용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아이가 화폐나 경제에 대해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포괄적인 개념을 다루는 책을 통해 반복하여 학습한다면 분명 아이의 경제 센서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믿는다.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돈'에 대해 제대로, 재미있게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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