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번개가 번쩍! - 별의 진실을 밝힌 천문학자 세실리아 페인 바위를 뚫는 물방울 17
커스틴 W. 라슨 지음, 캐서린 로이 그림, 홍주은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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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서 무엇이 될래.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래. 

아마 우리 아이들이 수없이 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아이가 가장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은 “지구의 환경을 지키게 하는 사람”과 “우주를 연구하고 비행하는 사람”이다. (중간중간 위인전을 읽거나 멋있어보이는 직업을 보면 바뀌기도 하지만, 보통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이가 꿈꾸는 미래를 지지하고, 더 다양한 것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고 싶기에 다양한 책과 경험을 주고자 한다. 이번에 아이와 만나본 책은 별의 진실을 밝힌 천문학자, 세실리아 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내 머릿속 번개가 번쩍!』이다.  

 

일단 '별'과 '천문학자'는 아이의 관심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주제들이고, 최근 '훌륭한 여성'에 심취(권기옥, 이태영, 박남옥 등의 스토리에 풍덩빠진 상태) 해있기에 『내 머릿속 번개가 번쩍!』은 아이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는 늘 좋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번 『내 머릿속 번개가 번쩍!』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실리아 페인의 성장과정, 학업과정, 꿈을 꾸게 된 계기, 꿈을 이루는 과정까지를 탄탄히 다루어 이해를 높였을 뿐 아니라, 섬세한 표현으로 충분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소 글밥이 많은 편이기는 하나 문장 호흡이 길지 않아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읽기에도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또 뒤편에는 세실리아 페인의 업적과 일생, 별이 태어나는 과정을 상세히 담아주어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기만 해도 위인전을 읽은 만큼의 이해와 감명을 얻도록 해주었다. 또 천문학에 대한 용어설명도 덧붙여주어 아이들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우리 아이는 이 페이지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또 한 번 “우주를 연구하고 비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멋진지 감탄하더라.  

 

『내 머릿속 번개가 번쩍!』의 일러스트도 세실리아 페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한 몫했다.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배경을 변하게 하여 분위기를 느끼게 도왔고, 컬러나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덕분에 심정의 변화를 예상하기 쉬웠다. 특히 세실리아가 아서 에딩턴의 강연을 듣는 장면이 인상적이라 느꼈는데, 세실리아만 다른 명도로 표시해주어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는 그림책같은 스토리와 일러스트로 인해 한층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어쩌면 모르고 살지도 모를 인문들을 만나게 해주기도 하고, 이미 유명한 인물들의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머릿속 번개가 번쩍!』처럼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는 아이들의 꿈을 더욱 섬세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꿈은 동사라고 했던가.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부모는 꿈을 동사가 아닌 명사로 표현하면서 아이에게는 어디서 듣고 온 대로 동사로 꿈을 꾸라고 강요한다. 우리 세대는 동사로 꿈꾸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아이들의 꿈은 정말, 동사여야 한다. '바위를 뚫는 물방울' 같은 시리즈는 그것을 돕는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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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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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겁니다. 

한 명밖에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습니다. 나를 낳아준 사람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낳은 사람을 구할 것인가. 그리고 제가 얼마나 찢어지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는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겁니다. 미래가 창창한 쪽이 살아남아야 한다거나 어머니라면 당연히 자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은 딱 질색입니다. 그런 사람이야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도망칠 게 뻔할 겁니다. (p.80)

 

 

이미 '밀리언셀러'라는 당당한 별명을 달고 나에게 온 책, 『모성』. 바쁠 때 가장 손에 잡지 않는 영역이 소설인데도 이 책을 읽은 것은 밀리언셀러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 「고백」이 꽤 재미있었던 것도 한몫했고. 그런데 『모성』을 읽고 난 후 뭔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기분이 쭉 남는다. 그래, 결과적으로는 해피앤딩인 이 소설에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사족을 붙이고 있는 것인가. 

 

전작에서도 그랬듯, 미나토 가나에의 스토리는 매우 탄탄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참신하다 여겨진 부분은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듯한 문체 덕분에 독자에게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고, 주인공과 같이 고민하게 하는 입체적 효과가 있다. 물론 주인공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함도 있지만, 이름은 몰라도 전혀 상관없다. 

 

사실 『모성』이라는 제목으로 어떤 내용의 소설이 진행될지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점점 뜨악하더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의 비교문이 싫은 나는, 이 책의 전제조차 버겁더라.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면 나는 그 자체로 견딜 수 없었을 것 같다. 아무튼, 엄마와 딸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과 그것을 겪는 당사자, 또 선택되는 이들(!), 주변인들의 심리상태를 엿보며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놀라워졌다. 

 

그래서일까. 소설인데도 읽고 나서 오래 여운을 남겼다. 모성에 대해, 감히 선택할 수 없는 문항에 대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이라는 감정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더라. 독자에게 이렇게 다양한 고민을 품게 하는 자체가 훌륭한 소설이라는 반증 아닐까? 대부분 소설이 재미있게 읽고 서서히 잊히는데, 이 책은 읽고 난 후 더 선명해지는 묘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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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상처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 - 사춘기에 가려진 아이들의 진짜 고민과 마주하고 이해하기 바른 교육 시리즈 30
성진숙(우리쌤) 지음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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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사춘기에 자신을 찾지 못하면 평생 사춘기로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p.89) 

 

말 한마디의 힘,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긍정의 말이 나를 살렸다면, 부정의 말 또한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며 중요한 순간에 귓가에 속삭였다. 그것을 떨쳐내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 나를 만나는 많은 사람, 특히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순간순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p.151)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 제목부터 뼈를 때린다. 맞다, 우리는 그 누구도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아니, 아이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지 않은 세상에서 상처 주지 않기란 너무 어려운 일. 하물며 내 아이조차도 나와 다른 인격체, 다른 성향이기에 나도 모르게 상처입히게 되는 것. 그렇다면 아이에게 상처입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도 고민할 문제다. 그때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가 내게 묻는다. “당신은 아이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온전히 들어주는 부모인가?” 과연 이 문장에 즉각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모가 존재할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뼈를 맞는 기분으로 시작한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뼈 때리는 말, 즉 맞는 말이 가득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아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아이에게 상처 주는 줄도 모르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엄마가 아니라서 감사했다.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 1장에서는 부모에게 말하기 힘든 아이들의 속마음을, 2장에서는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다룬다. 또 대화가 잘 통하는 부모나 아이의 성장 특성에 대해서도 다루기에 매우 유익하다 느껴졌다. 가장 정성 들여 읽은 부분은 3장, “대화가 잘 통화는 부모” 편이었다. 특히 아이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무척이나 아프고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지만, 섬세한 아이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며칠 전에만 해도 “나는 엄마가 닳지 않는 물건이라도 내 것이면 나한테 물어보고 만지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두루두루 좋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 오히려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에게는 자칫 친구에 대한 불평을 키울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에 놀라고 미안해졌다. 

 

온통 내가 '저지른 일'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반성모드에 돌입해야 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이 뼈만 때리냐. 아니다. 아이에게 한발 다가설 수 있도록 여러 팁을 방출해준다. 감정을 배제한 덤덤한 말투를 통해 오히려 우리 아이와 나의 대화를 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타인의 사례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배우게 하기도 한다. 또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는 중간중간 제시된 “아이 눈높이로 이해하기”를 통해 스킬을 키울 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앞의 내용을 차근히 정리해보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완성형 아이'와 '과정형 아이'에 대해 다루는 4장도 읽을거리가 풍성했다. 이 장에서는 작가의 교단생활이 다뤄진다. 이 내용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이 세상에 많다면, 아니 우리 아이의 공교육 중 이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대화할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이 인생에 한둘만 있어도 우리의 아이들은 힘을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다'라는 말을 하기엔 어느새 나는 8년 차 엄마가 되어있다. 제법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나는 서투르기만 하다. 아니, 서툰 주제에 익숙해져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에게 지우지 못할 기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막중하다. 함부로 할 수 없다.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에서 읽는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겠지만 그 마음만은 절대 옅어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또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에게 긍정의 추억으로 남을지 부정의 추억으로 남을지 순간순간 고민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고민하고, 변화해서 세상에 아픈 아이들이 줄어들면 좋겠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세상이 안 바뀐다는 한심한 소리 하지 말고, 일단 내 아이 마음부터 안 아프게 하면 분명 세상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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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 우리말 표현력 사전 6
이윤진 지음, 임광희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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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엄마는 귀에 피가 나고, 아들 엄마는 쫓아다니다 무릎에 피가 난다”라고 했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지만, 어쩜 저렇게 찰떡같은 비유를 떠올렸나. 우리 아이는 특히 나와 있을 때 수다력이 상승하곤 하는데, 미워할 수가 없는 게 대화의 70%가 질문이다. 그것도 유용한 질문. “엄마 △△이란 말이 뭐예요?”, “엄마 ~할 땐 뭐라고 말해요?”, “엄마 ○○가 영어로 뭐에요?” 등. 물론 이런 상황을 대비에 진즉 다양한 버전의 사전을 갖춰뒀지만 여전히 “엄마 사전”이 최고인지 끝없이 나를 찾아준다. 그런 우리 아이가 요즘 많이 묻는 게 단위와 한자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알찬 내용이 가득한 한솔수북의 “우리말 표현력 사전”을 슬쩍 건네준다.

 

특히 우리말표현력사전 6권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은 아이의 궁금증뿐 아니라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어 엄마에게도 무척 유용하더라.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에서 만날 수 있는 어휘는 무척 다양하다. 흔히 사용하는 명, 마리, 인, 개, 자루 등에서부터 두름, 쾌, 올, 홉, 되 등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단어까지를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요즘 마트는 다 g이나 ml로 표현되는데 이게 왜 필요하냐고? 모르는 소리!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는 “바늘 한 쌈과 오징어 한 축, 고등어 두 손을 합치면 모두 몇 개인지 쓰시오”라는 등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우리 또래 엄마들에게도 어려운 문제지만,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을 읽은 아이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 

 

더욱이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은 부모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니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읽고, 서로에게 퀴즈를 내는 형식으로 읽는다면 정보도 얻고 재미도 즐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우리 아이처럼 실제 예문을 만들어서 말해본다면 더욱 빠르게 자신의 재산으로 만들 수 있을 터.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에 나오는 어휘들은 실생활과 교과학습에 필수적인 내용을 엄선한 것으로,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에게 유용한 내용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익해도 어려우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은 다양한 예문과 일러스트를 활용해 이해도를 높인다. 아이들이 알쏭달쏭하다 느끼기 쉬운 우리말 표현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 무척이나 좋았다. 

 

아이들과 매일 하는 소꿉놀이. 그저 사고파는 것으로 그쳤다면, 오늘부터는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헷갈리지 않게 쏙쏙 세고 재는 말』에 등장하는 표현들도 더불어 사용하면 어떨까? 분명 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수학과 국어 모두를 공부하는 살아있는 학습지가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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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 바람이 없으면 비둘기는 더 자유로울까? 필로니모 8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에밀리 바스트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란상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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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한적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자유를 빙자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나의 영역을 침해받는 것이 싫듯 나 역시 타인을 침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공공장소 등에서 더 잘 누리기 위해 제시되는 규칙들을 꼼꼼하게 읽고, 그 규칙을 잘 지킨다. 물론 그런 성격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잘'사는 스스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도 나의 권리와 의무만큼 타인의 권리와 의무도 중요하다고 가르치며, 아이에게도 허용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완전히 구분하려 노력한다. 다행히 우리 아이도 나와 비슷한 성향인 덕분에 우리 집에서는 그 균형을 잘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 편을 읽으며 이에 관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아이 역시 이 책 덕분에 엄마가 말하는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듯하다. 

 

노란상상의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는 '바람이 없으면 비둘기는 더 자유로울까'라는 주제로 한계 안에서 누리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때때로 일상 속에서 방해를 받거나 구속을 당한다고 느낀 것들이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하고, 더 성숙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돕는 것. 공기의 저항 때문에 더 높이 날 수 없다고 착각하는 비둘기가 사실 바람이 없으면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를 둘러싼 '구속'이 울타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규칙 등을 지키는 것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의 삶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는 것.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 편을 읽으며 자유와 의무에 대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게 생각하던 것을 비둘기 이야기로, 또 공원의 규칙으로, 엄마와의 약속 등으로 풀어 이야기하니 아이는 이내 쉽게 받아들이고 “병원에 가는 것이 싫어도 병원에 가야 빨리 낫는 것도 칸트의 사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하더라.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철학이기에, 이런 생각을 나누며 아이의 생각이 자라기도 하고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더불어 엄마 역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더 쉽게 철학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물론 처음 철학가들의 사상을 접할 때는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노란상상의 『필로니모』 시리즈는 선명한 그림체와 간결한 문장으로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한때는 나도 철학이라는 영역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을 살면 살수록 철학만큼 '거의 모든 영역'인 학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철학을 쉽게 접하고 이해하게 해주고 싶기에 『필로니모』는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 『필로니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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