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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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빠르고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 때문에 눈 앞에 닥친 일만 신경 쓰며 불편하거나 효율이 낮은 일, 실용적이지 않은 것이나 당장 쓸모가 없는 일은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p.83)

이 책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좀 하자면,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철학에 대해 어찌나 심도 있는 이야기를 이어가는지 사실은 읽는 내내 멈춰 해당 문헌을 읽기도 해야 했고, 찾아보기도 해야 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재미 삼아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말에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긍정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이 책을 통해 철학이 다소 가까워 진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사실 처음 이 책의 앞쪽에 책 사용설명서가 있어서 무슨 도서가 사용설명서가 다 있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사용설명서는 분명히 필요한 것이 맞았다. 이 책에는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에 대한 인용문들이 많이 제시된다. 또 생각해 볼만한 질문을 계속 던지기 때문에 잠시도 쉬엄쉬엄 읽을 수 없다. 계속 생각해야 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하며, 나의 철학도 수립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포인트는 정말 너무 유익해서 메모할 것들이 많았다.

-      친구와의 사이에서 건강한 관계가 구축되려면 내가 나 자신이어야 하며 내가 계속 나 자신이기 위해서도 외로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p.29)

-      연애가 궁극적으로 자기 확대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느끼는 불안과 기쁨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p.49)

-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대로도 괜찮을까 회의가 든다. “계속 돌진하다간 망가지고 말 거야.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더 천천히 가야지싶다가도 소외 당할까 봐 따돌림을 당할까 봐 무리하게 노력한다. (p.84)

-      성숙한 어른이라면 상대방을 접할 때 확실히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때 사랑과 정의보다는 충서라는 관대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용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건 상대방을 신뢰하고, 그 사람이 반드시 책임을 전가할 줄 아는 인격자임을 끝까지 믿는다는 뜻이다. (p.237)

마음에 담아 두고픈 문장이 참 많았고, 책의 군데군데 제시된 명언도 너무나 좋았다. 내가 읽은 고전의 명언이라면 읽은 대로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고, 읽지 않은 것은 또 읽지 않은 그대로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되어 찬찬히 읽었다.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 뭐 따로 있는가. 이렇게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힐링이다.

-      나는 내 인격 가운데 있는 인간을 멋대로 처리하여 그것을 해하거나 무너뜨리거나 죽일 수 없다. – 칸트,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      정의의 법 중 가장 신성한 것, 침범에 대해 복수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은 것은 이웃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법이다. –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      그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그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게 나라서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 몽테뉴

내가 가장 오래도록 마음을 두고 읽은 부분은 살아갈 의미에 대한 부분이었다. 남보다 나의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로 시작된 이 장은 나에게 커다란 의문을 던진다. 절망할 때 나의 모습이 어떤지, 미래가 없이 인간다움을 꿈꿀 수 있는지. 예시로 나오는 것은 나치 수용소. 나도 최근에 아우슈비츠에 대해 읽었던 덕에 이 부분을 읽으며, 보다 심도 높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삶을 연명하는 것과 미래를 계획하는 것 중 과연 어느 것이 위에 오는 개념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섣불리 그래도 연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치졸한 자존심 탓인가, 여전히 숨쉬는 나의 꿈 때문인가 알 수가 없다.

인생이 경주가 아닌 완주라고 했던가. 어쩌면 인생은 완주이기에 우리는 철학서를 읽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일년 중 단 며칠이라도 진정 번뇌하고 생각하며 삶다운 삶을 살게 될 것 아닌가. (경쟁이었더라면 철학서를 읽고 고뇌할 시간이 없었을 듯 하기도 하고.)

우리는 분명 꽤 많은 시간을 이해 없이 보낸다.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기도 하고, 거짓말과 위선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나와 타인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밀며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에 남는 공허함은 채울 길이 없다. 바로 그곳에 철학을 채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이상향에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부디 이 책은, 빌려보지 말고 구매하시길 바란다. 빌려서 촉박하게 읽어갈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붙잡고 공부하고 고민하며 읽어야 한다. 스스로 한 장을 며칠 안에 읽겠다는 목표를 세워도 좋다. 어찌되었건 반드시 한번은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더 읽어야 할 다른 책을 분명히 만나게 될 것이고, 철학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다른 철학서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만나지 못한 것. 그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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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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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덕분에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떤 책임을 지고

또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p.61)




 

언제인가 다른 리뷰에도 쓴 적이 있는 듯하지만 나는 번아웃 증후군의 정확한 예시다나는 멍하게 앉아 나를 식히는 시간을 잠시도 가지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읽어야 하고닦아야 하고정리 해야 하고메모 해야 하는 정말 하루 종일 뭔가 하는 애인 것이다물론 이 일개미 성향은 대체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아왔다바지런한 이미지정돈된 집 등그러나 정작 나를 돌아보게 된 어느 날내가 나에게 느낀 감정은 나 왜 이렇게 바쁘게 살지” 였다손미나 작가의 책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눈물이 났다카푸치노 같은 색으로 적어둔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 인가나는 지금 행복한가”(p.6) 하는 글씨에 나도 모르게 격해진 것이었다사실나의 눈물 자체가 정답이었다나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사는지 모르기 때문에 눈물도 나는 거고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으니 지치는 것일 테다사실은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답만 찾으려 했다난 진짜 행복한지진짜 나는 괜찮은지.

 


나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에서 성장했고그리 넘칠 것도 없지만 그리 부족하지도 않았다그래서인지 내가 만나게 되는 결핍의 원인은 대체로 내 안에 있었다아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공허함과 제자리에 멈춘 무료함 등이 책을 읽으며 느낀 한가지는내 내면의 민낯을 대할 때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 핑계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그래서 때로 불행했고때로 아프고때로 길을 잃었다늘 정도를 걷자고 말하면서도 나는 매일같이 길을 잃거나 나를 잃었다오늘도 감정의 물을 먹은 스펀지 같은 나를 힘겹게 꺼내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이 책처럼내가 걷는 길이 꽃길이니 부디 내 길을 잃지 말자며.

 

  


 

배경이 달라졌을 뿐 대부분 웃는 얼굴인 그녀의 사진들이 말하듯그녀는 수많는 긍정 메시지를 나에게 전한다.

 

-      때때로 뒤통수를 맞기도 하지만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옯겨 가는 발걸음에는 언젠가 행운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인생에 완벽한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된통 당하더라고 가능성이 보이는 길이라면 한번 더 속아주며 열심히 내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p.79)


-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맞닥뜨렸을 때 상황을 유리하게 발전시키는 힘은 바로 자기 안에 있다문제가 복잡할수록 당황하는 대신 상대와 자기 자신을 치밀히 분석해 알맞은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p.97)


-      인생은 수많은 갈림길이 있고어느 누구도 그 모든 길을 걸을 수는 없다진부한 표현이지만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이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다만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가지 않은 길을 마냥 부러워하거나 동경하며 살아갈 것인지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을 더 좋은 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 말이다. (p.173)





 

책을 중반쯤 읽었을 때, “주어진 삶에서 행복 찾기라는 소제목을 만났고문득 행복을 다시 생각해봤다매일 쓰는 육아일기에늘 만족하는 삶을 살자고 쓴다사실은 그것이 행복을 찾는 포인트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만족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안다하지만 정작 내 스스로의 일에 있어서 나는 종종 만족하지 못했고불평을 잔뜩 늘어놓기도 했다그러면서 늘 행복하고자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버둥대며 하루를 산다그런 내게 그녀가 묻는다이미 답을 알고 계시지 않나요단지 용기가 나지 않는 건 아닌가요?” (p.190)




 

맞다나는 이미 답을 안다내가 나에게 집중한다면내 소리에내 마음에내 삶에내 하루에내 시간에내 가족에그리고 그 수많은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에게 귀를 기울인다면 나는 분명 훨씬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상처받을 주변 사람들커리어의 타격 같은 것보다 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그 어떤 것도 나 자신보다또 나를 꼭 닮은 내 아이보다 귀한 것은 없는데 내 길이 아닌 길을 걷고자 힘겨워하고내 삶이 아닌 것을 탐내느라 진짜 내 삶의 아름다움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돌아보려 노력했다오늘의 나를 보려 노력했다나는 정말 내 삶에서 누구를 위해또 무엇을 위해 정성을 다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그 고민의 끝에 내게 남은 것은 열 손가락도 채우지 못한 단어들이었다가족그리고 글맞다나는 이미 답을 안다내가 찾아낸 이 단어들이야 말로 내가 평생에 걸쳐가장 정성을 들이며 키워온 화분과도 같다그 화분이 장미처럼 화려한 꽃을 피울지강아지풀처럼 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꽃인지는 그 화분이 꽃을 피우고 나서야 알게 될 일이다그러니 비어있는 화분을 바라보며 스트레스 받기보다는자라나는 열매 그대로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매일 꽃길만 걸으라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꽃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그런들 어떠하리내가 나를 사랑하면 자갈밭도 꽃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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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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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정말이지무시무시할 정도로 재미있다일단 시작하고 나면 멈출 수가 없다행복이란 이런 것이다레고를 조립하는 동안에는 마감걱정도 사라진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p.64)


 



밤은 짧아걸어 아가씨야.” 아마 이 책은 읽지 않았더라도제목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제목도 특이했고 책 표지도 강렬했으니나도 워낙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이젠 주인공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제목만큼은 여전히 강렬히 인상에 남아있다. (표지도그렇게 강렬했던 저자의 에세이 북이 나왔다그것도 첫 번째 에세이 북이라고원래도 에세이를 좋아하는 내가 유명작가의 에세이라고 하면 안 읽고 버티는 건 사실 어려운 일.


 

책을 받아 들고 살펴보는데띠지에 적힌 말이 읽다가 졸리면 자랜다아니 이건 무슨 소리야피식 웃음을 흘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정말이지 이 책은 촘촘한 글씨가 무색하리만큼 휘리릭 읽혀졌다일단 문장력이 좋기도 했고소재들도 다 너무 재미있었다.

 



 

-      책상 위에도 사과하고 싶은 것들이 정신 없이 굴러다닌다그 중에서 비교적 큰일을 고르라면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이다소설이란 기묘한 것을 쓰는 사람 중에 절대 거짓말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천지신명에게 맹세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실은 나도 거짓말만 하고 산다. (p.113)

-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설정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모순들을 모두 테스트해보려는 것에 틀림이 없다. (p.306)

-      암초에 부딪힐 때는 사전에 설계한 것을 뛰어넘는 엄청난 소설이 태어나려고 한다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그러니 내게 막힌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p.368)

 

 

사실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라는 책 제목 때문에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했다이건 뭐 하자는 책이지하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가 뒤통수를 한대 크게 맞았다이 책은 재미있었고유쾌했고신났고깊었고다정했고뜨거웠으며냉철하기도 했다이제 반대로 저자가 나에게 이게 뭐 하자는 서평이지” 라고 물어도 나는 사실 대꾸할 말이 없다이 모든 감정은 전부 사실이기 때문에.



 

난 어쩌면 거의 평생을 글을 쓰고 싶어했던 사람이다여전히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날마다 이렇게 활자 중독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그 욕심에 난 평생 일기를 쓰고매일 리뷰를 쓰는지도 모른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쉽게 쓰는 것 같은” 작가들에게 선입견과 질투그 중간 즈음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저자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그 선입견을 벗어 던지지 못했을 거다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했다쉽게 쓴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이 사실은 얼마나 명문인지. (물론 정말 쉽게 쓴아니 아무렇게나 쓴 글들로 책을 내는 이들도 있기는 있다.)



 

그가 수없이 암초에 부딪히며 써내려 갔을 글들을 다시 읽는다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하고문단을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그리고 이제야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그는 말한다모험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모험에 대한 글을 쓰고귀신이 보이지 않아서 괴담을 쓰며하늘을 날지 못하니 소설을 통해 하늘을 날아본다.(p.386)” 문득 행복하지 않아 행복한 글을 쓰지 못한다고 불평하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나는 오늘 무엇을 욕심냈던가왜 그 욕심을 글로 써내지 못했던가.

 

결국 좋은 글은 우리에게 생각을 던져주는 것이라고깊은 밤 혼자 조용히 내일의 나를 그려보며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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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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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트래블의 이번 이야기는 블라디보스토크다

얼마 전 언니가 이 곳에 여행을 간 덕에 몹시나 배 아파했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될 줄이야아마 언니가 알았다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고 슬퍼할 것 같다. (만약 이 책이 있었더라면 언니의 여행이 훨씬 풍성했을 테니 말이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편에서도 각각의 여행스팟맛집사진포인트 등을 매우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믿고 보는 여행가이드북이라는 말이 실감날 수 밖에특히나 이번 책에서는 횡단열차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보는 내내 당장 캐리어에 짐을 구겨 넣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사실 내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바로 신하촌이 책에서는 신한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독립운동 포인트 등은 없어 안타까웠고.

 

매달 방에 앉아 세계를 여행하듯 셀프트래블 시리즈를 만난다나에겐 역시 책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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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노베르트 로징 글.사진,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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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해가 뜨기 전에, 그 전날 북극곰 씨름 선수들을 본 현장에 다시 가 보았습니다. 밤새 갠 하늘은 분홍빛으로 밝아지고 두 녀석은 얼음 위해 평화롭게 누워있습니다. 시합으로 지친데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둘은 눈을 먹으며 몸을 식혔습니다. 잠시 후에 곰들은 다시 일어나더니 결정타 한 방을 날리려고 앞발을 뻗어 마구 흔들어댔습니다. 하지만 곧 성의 없이 잽을 몇 번 날리고는 다시 좋아하는 눈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털썩 드러눕더니 휴식을 취했습니다. (p.143)



먼저 책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네셔널지오그래픽에 많이 수록되는 사진작가인 노베르트 로징의 사진첩이다. 그는 약 18년간 캐나다의 북극지역 (허드슨 만의 서쪽 해변)에 지내며 북극곰, 북극여우, 바다코끼리, 고래 등의 동물을 찍었고, 북극광과 태양 등의 현상, 눈 폭풍 등에 매료되어 지속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왔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었던 것은 작가의 말에 적힌 한 줄 때문이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아이와 앉아 꺼낸 이 사진첩에는 “제 열정이 여러분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란 말이 적혀있었다. 그 말은 거짓말처럼, 책과 닿은 내 손끝에서 그의 열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훗날 다시 찾아보고자 출판사를 검색하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오마이갓! “북극곰”을 출판한 곳이 내 사랑 “북극곰” 출판사라니. 말 그대로 “북극곰의 북극곰”이었구나.

그리고 결국, 이 책은 우리 집에 왔다.



아이와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아이는 이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말했다. “이거 우리 도서관에서 봤지” 하고. 오 기억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괜한 뭉클함이 다가왔다. 그날, 이 책을 보며 말도 잘 못하던 녀석이, 아기곰과 엄마곰의 키스신(?)을 흉내 내던 게 떠올라서. 2011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열정을 10년 즈음 지난 지금, 한 아이에게 전달되었다면 작가는 어떤 마음이 들까. (그런데 그는 아직도 한국에 못 와본 것일까?)



- 북극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땅입니다.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면적도 넓고 강력한 힘도 있지만 사실 이 북극지역은 너무나 연약합니다. (p.13)

- 처음에는 새끼 곰들이 어미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지만 곧 눈 위에서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새끼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서 점점 상하게 자라며 신체 조절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p.25~26)

- 어미 곰은 낮잠을 자기 전에 몇 시간 동안이나 새끼들을 등 위에 올려놓고 새끼들과 놀아줍니다. (p.31)

- 곰은 대부분 인간에게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에 호기심이 많고 굶주린 동물에게 겁이 날 정도로 근접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p.129)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사진을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곰이 아기를 사랑하는 이야기와, 곰이 개를 따뜻하게 앉아준다거나. 꽤 많은 사진인데도 아이랑 바라보며 몇 일간 또 펼치고, 또 펼치며 이 책을 사진으로 읽고, 구경하고, 만났다. 그리고 저녁이면 나 혼자 다큐멘터리를 듣는 기분으로 읽고,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그렇게 한참을 보냈다. 만약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북극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어디서 구경해본단 말인가. 정말 작가의 말처럼 극북에 가볼 날이 평생에 있을까.



이 책이 그냥 쉬이 읽고 덮어지지 않는 것은,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가 담아온 열정도 무시할 수 없고, 이 아름다운 북극이 사라져간다는 게 무섭기도 해서다. 물론 저자가 환경을 보호하자고 외치는 페이지는 없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북극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샴푸 한번 더 짠 것 조차 죄스러워진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 게 범죄라고 느껴진다. 백마디 말보다, 눈 위에 누운 북극곰 사진 한 장이 훨씬 깊은 감동을 준다.

나는 가만히 방에 앉아 경이로운 북극을, 북극곰을, 바다코끼리를, 북극여우를 만나고 있다. (무려7,000일이라는 시간 동안 기록된 것을, 나는 편안히 방바닥에 앉아, 그것도 이 여름에 북극을 여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자연 그대로의 날 것을 보여주다 보니 우리가 상상하는 하얗고 예쁜 북극곰이라기보다는 바다코끼리를 공격하고, 피를 핥는 등의 모습도 그대로 있고, 또 때로는 본능을 넘어서는 모정을 드러내는 사진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전혀 꾸며지지 않은 것에서 느끼는 절대적인 감정인 듯 했다.

그래, 어쩌면 이 말이 정답인 듯하다. 자연 그대로의, 절대적인 책. 부디 이 책을 우리 아이가 직접 읽을 수 있는 날에도 북극 어딘가에는 북극곰이 그대로 헤엄치고, 사냥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본능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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