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펜 수채화 캘리그라피 - 사계절 예쁜 그림과 감성 손글씨가 만나다
지영캘리(최지영) 지음 / 경향BP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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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따라 그림을 그리며 나도 몰래 내뱉은 한마디. “작가님 최소 마법사”

 

나처럼 캘리그라피에 욕심을 가진 이들은 더할 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 잘 그리고 싶다.”라는 욕구를 가졌을 테다. 아기자기 귀여운 색연필 그림들은 또 어떻게 그려본다지만, 이놈의 수채화 앞에서는 늘 초라해졌다. 학창시절 붓을 잡아본 게 마지막인 내가 무슨 수로 그림을 잘 그린단 말인가. 몇 권 사들인 수채화 책은 그렇게 책장을 장식하는 용도가 되어버린 것.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수성펜의 번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은 알았지만 정말 그럴듯한 수채화가 될까? 그런 의심의 마음으로 펼친 책이었는데, 이런 맙소사! 

작가님, 도대체 제 손가락에 무슨 마법을 부리신거죠?

 

사실 수성펜은 내게 있어 제일 만만한 필기도구다. 직장생활에서도 “라떼”같이 플러스펜 검은색과 빨간색을 고수해왔고, 집에서도 뭔가 기록할 때 쉽게 손이 가는 게 플러스펜이다. 글씨는 플러스펜, 캘리그라피는 붓 펜. 그렇게 오래도록 내 손에 익힌 도구가 '물감'으로 변할 수 있다고하니 나에게 이 책은 부담감을 주지않는 그림책이었던 것. 마침 작가님도 그림을 배워본 적 없으나 쉽게 수채화를 그리고 싶어 만난 도구가 수성펜이었다고 기록하시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목차에서부터 이 작가님은 '찐'이라는 느낌이 왔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진 목차를 보며 “여기 있는 정도만 그릴 수 있으면 일 년 내내 캘리하며 충분히 그림 그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어떤 책에서는 “그래서 이 그림은 언제 써먹어요?” 하는, 작가의 사심이 묻어나는 그림이 가득할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은 오늘 배워 오늘 써먹을 그림들이 가득했다. 욕심내지 않고 그 계절에 맞는 그림들을 하나둘 따라 그리다 보면 그릴 수 있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재료 설명에서부터 선 긋는 법, 물이나 수성펜의 순서까지 상세히 기록해두셨기 때문에 진짜 생초보들도 충분히 수성펜 수채화 고수로 거듭나게 된다. 

 

각 페이지의 구성은 단순하다. 글씨를 읽지 않고도 이해가 가능할 만큼 상세히 표현해주셨는데, 문장도 매우 쉽고 편안하게 써주셔서 그저 천천히 따라 하기만 해도 그림이 하나 뚝딱 완성된다. 7살짜리 우리 꼬마도 너무 재미있다며 그림을 따라 그렸는데, 7살짜리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운 그림들이 몇몇 탄생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작을 먼저 보여주시는 구조가 참 좋았던 게, 종이의 어디쯤에서 그림을 시작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도 있고, 글씨가 배치될 부분을 미리 계획할 수 있어 실용적이었다. 모든 페이지에는 동영상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살짝 애매하거나 손놀림이 어려운 부분은 영상을 보며 따라 할 수 있어 한결 쉽게 느껴졌다. 

  

몇 년간 욕심내오던 보테니컬 수채화를, 이제 나도 그릴 수 있다. 종이의 크기도 구애 없고, 재료 매우 단출하다 보니 아이와 공원에 갔을 때도 돗자리에 앉아 쓱쓱 그림을 그리니 잊고 살던 감성이 가득 채워진 기분이었다. 

 

감히 작가님께, 이 책의 2편을 권해드리고 싶다. 다음 책은 꽃, 사물, 풍경, 날씨 등의 주제는 어떨까. 사심을 가득 담아, 작가님의 다음 책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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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이빨 비룡소의 그림동화 101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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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먹여 살려온 세월을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와 손주. 어떤 분위기가 연상되는가? 애잔하고 안쓰러운 분위기를 상상했다면 틀렸다. 체스를 두는 할아버지와 손주는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이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짠하지 않다. 다정하고 유쾌하다. 물론 할아버지의 허풍에서 살짝 애잔하려 했으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은 언제나 그렇듯 슈퍼맨이다. 짠하다는 생각보다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진다.

 

할아버지는 왜 이빨이 하나밖에 없냐는 손자의 물음에 “한때는 나도 강철 이빨이었다”는 대답으로 시작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유령을 만나기도 하고, 이빨 클럽도 간다. 바나나를 먹다 빠지기도 하고, 나무오리를 깨물어 뽑히기도 한다. 가족을 꾸리며 이빨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 할아버지는 이빨 쓸 수 있는 그 모든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짠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분명 찡한 일이다. 코끝이 시큰해지려는 찰나, 할아버지의 마지막 이빨이 빠지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반전 개그, 허무개그가 그림책에 숨어있다니! 결국, 할아버지의 이빨은 행운의 부적이 된다. 그렇게 또 인생은 계속되는 거다. 

 

워킹맘을 둔 탓에 “할미, 손주 돌보는 할빠”와 커온 우리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무척이나 각별한데, 그런 할아버지가 이 책을 읽어준 덕분에 아이는 더욱 신이 났다. 책을 읽고 난 뒤 “할아버지도 아픈 사람들을 엄청 많이 구해주셨죠? 할아버지도 강철 이빨이에요” 하는 바람에 나도, 아이의 할머니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래서 이 책은 짠한 게 아니라 찡하다. 

 

어린 시절 아이들의 세상은 좁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 조금 더 확장한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정도랄까. 그래서 더 크게 느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가족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깔깔 웃으며 술술 읽다 보면 저절로 가족의 소중함, 살아가는 이치, 추억 등을 깨닫게 된다. 엄마의 설명 하나 없이 이 책을 온전히 받아들인 우리 아이도, 우리 집 강철이빨인 내 아빠와 아이 아빠에게도 멋진 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우리 집 아빠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

2. 나의 좋은 점을 자랑해보아요. (비룡소 비버북에서 참고)

3. 우리 집 추억의 물건을 선정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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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반짝반짝 - 2011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43
이윤우 글.그림 / 비룡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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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책은 “온 세상이 반짝반짝”이라는 그림책입니다. 글 밥은 페이지당 2~3줄 정도로 간략하여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의 메시지와 일러스트의 깊은 이야기들은 큰아이들에게도 절대 부족하지 않은 책이랍니다. 

 

이 책에는 반짝이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별, 가로등, 불빛, 이슬, 물결, 물고기. 그리고 자동차나 유리병. 아마 유리병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감 잡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인위적인 반짝이는 것들이 자연적인 반짝이는 것들을 위협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어느 것이 아름다운 반짝임인지, 어느 것이 안타까운 반짝임인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우리 아이의 대답이 명답이었습니다. “적당히만 반짝이면 자동차도 가로등도 꼭 필요한 거잖아. 유리병도 잘 버리면 다시 태어나니 아름다운 반짝임이고.” (이런 것들 두고 우문현답이라고 하는 거겠죠?)

 

일러스트. 정말 아름답습니다. 명도를 절제한 듯한 일러스트는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고, 크고 단순한 인물, 사물을 통해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이야기해줍니다. 특히나 엄마의 눈에 들어온 아이의 반짝임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 종종 꺼내어 봅니다. 문장도 시 같아서 아이와 한 줄씩 번갈아 읽으면 아이가 글씨도 더 잘 읽게 되고, 의성어와 의태어도 익히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또 읽은 후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참 많았기에 '한국 안데르센 상 대상'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좋은 상을 받았다고 다 좋은 책도 아니고, 많이 팔렸다고 다 좋은 책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처럼 아이가 생각할 것이 많은 책, 읽는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는 그림책이 진짜 좋은 책 아닐까요?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시를 읽듯 한 줄씩 번갈아 읽었어요. 또 바꾸어 읽어요.

2. 반짝이는 것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반짝임은 커져야 하고 어떤 반짝임은 작아져야 하는지 이야기했어요.

3. 우리 주변에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요. 

4. 세상이 더 반짝이도록 산책을 하며 카트 한가득 쓰레기를 줍고 함께 분리수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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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소년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야시마 타로 글.그림, 윤구병 옮김 / 비룡소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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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은 “까마귀 소년”입니다. 사실 이 책 때문에 “마곰이의 그림책”이라는 폴더를 열었습니다. 언제인가 이 책을 올렸더니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칼데콧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걸작인데 저평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표지가 무섭다고 한 사람도 있었으나, 전혀 무섭지 않으니 부디 이 책을 펼쳐보시길)



책의 시작은 외롭고 작은 땅꼬마입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무섭고 낯선 한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쪽에 숨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아이에게 관심이 없고, 아이도 점점 '사람'보다는 책상 무늬, 자연의 소리, 계절의 변화 같은 것에 관심을 두게 되지요. 그렇게 아이는 학교의 책상이나 수도꼭지처럼 '그냥 있는 무엇인가'가 되어갑니다. 이소베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소베 선생님은 아이가 꽃을 세세히 알고 있는 것을 압니다. 아이가 아는 자연을 대단히 여겨줍니다. 아이의 꼬부랑 글씨를 좋아해 줍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의 그림을 게시판에 붙여줍니다. 이윽고 아이를, 친구들 앞에 세우기까지 합니다. 아이는 학교를 오간 6년간 들은 까마귀 소리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게 되죠. 새끼까마귀의 소리를, 엄마 까마귀의 사랑을, 아침을 노래하는 까마귀와 슬픈 까마귀까지. 아이들은 왜 땅꼬마가 까마귀 소리를 그토록 잘 알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고 눈물을 터트립니다. 이제 땅꼬마는 더는 외톨이도, 바보 멍청이도 아닌 '친구'가 된 것이죠. 



어때요? 아직도 이 책의 표지가 무섭게 느껴지시나요?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개근상을 홀로 받은 아이의 이야기에서 저는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저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6년을 꼬박 학교에 왔을까. 까마귀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동조하지 않았어도 방조한 모두가 가해자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책이었습니다. 감정이입이 좋은 우리 아이는 책을 읽다 말고 덮어 표지를 가만히 안아주고 홀로 앉은 아이를 토닥였습니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 순수한 아이에게 무엇을 설명해주어야 할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지만 제 걱정과 달리 아이는 이 책을 오롯이 받아들였습니다. 혹시 어떤 친구가 땅꼬마처럼 혼자라면, 자신이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리라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친구를 미워하는 친구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으로 다시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있다고 하지만, 순수한 아이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친구.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을 놀리거나 미워한 적이 있는지, 혹은 미움받은 적은 있는지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가해했다면 그것을 해결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어야 하고, 아이가 당했다면 일단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시기를. (일단 안아주고 나서 해결을 꼭 찾아주세요) 걱정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면, 아이마다 가진 각각의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걱정할 단계로 발전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관계는 이소베선생님입니다. 앞의 5년은 선생님이 없었을까요? 분명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죠. 어른들은 이미 압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남는 이름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는 것.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모르기에, 너무 모든 인연에 아파하지 않기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이기적인 소리일지 모르지만 저는 종종 아이에게 “배려도 존중도 중요하지만, 배려나 존중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해줍니다. 배려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저는 우리 아이가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라거든요. 


부디 세상의 모든 아이가 “땅꼬마”나 “바보 멍청이”가 아니길, 간절히 기도하는 밤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괴롭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2. 이소베 선생님이 아이에게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요.
3. 나를 아프게 했던 순간들을 털어내고, 내가 아프게 했던 순간이 있다면 반성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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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숙제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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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에 앞서, 이 책에는 작가의 정치적 견해가 다소 포함되어 있다. 이견도 있으나 도움을 얻은 바도 있어 정치적 견해는 되도록 배제하고 도서의 내용만을 리뷰하려 노력했다. 

 

나는 한국의 대통령제가 저 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의미함)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먼저,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 단 한 명의 대통령도 행복하게 퇴임한 사람이 없다. 행정부 수반 사고율이라는 통계가 있다면 한국의 대통령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부 제도로 평가받을 것이다. (p.48)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를 알고 있었다. 몇 해 전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고, 최근 기고 글도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을 편견 없이 잘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고 책을 읽으며 몇몇 이견을 발견한 것도 맞다. 그러나 '당'을 떠나 현 정부의 오답 정리가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에 이 책을 열었다. (5년 뒤에도 정부의 오답을 잘 정리해주시기를.) 

 

 

민주주의는 자유와 풍요를 추구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현대 정부의 구성 원리로 수용된 것이다. 그래서 고장 난 민주주의, 타락한 민주주의를 갱생시키려면 어떤 점에서 현재의 민주주의가 자유와 풍요와 증진에 비효율적인지 정확히 살펴야 한다. (p.86) 

 

'대통령 잔혹사' 편에서는 대통령제와 역대 대통령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의원내각제 초안을 한 달 만에 대통령제로 바꾸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주장하였으나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말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 멀었던 이승만 정부부터, 군권의 시대, 비상계엄을 지나 6월 항쟁, 그리고 지금의 정부에 이르기까지를 찬찬히 훑는다. 정경유착에 대해서도 꽤 짙게 이야기하고 있어 전반적인 정리에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에 반대하는 정치' 편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데, 과연 정부의 잘못을 판단하고 반응하는 이들의 의견이 '여론'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때때로 선동당하고, 마녀사냥을 하기도 한다. 지역기이기주의와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뭉쳐지기도 한다. 그것은 '대다수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이나 겪는 일 아닌가. 

 

 

한반도 지도자들이 최고로 현명한 선택을 했더라도, 과연 분단을 피할 수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p.145) / 우리가 역사를 통해 얻어야 하는 시사점은 반일과 친북이 아니다. (p.159) / 타락한 민주주의는 안보를 지키지 못한다. (p.161) / 정세를 읽지 못하고 때를 놓치면 전 국민이 큰 곤욕을 치른다. (p.189)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니었다. 어쩌면 어려운 책이다. 소리 없이 조금씩 다가온 위기를 우리가 피부로 느낄 때가 되면(특히나 나같은 우민에게는) 사실 그때는 '이미 위험한 중'이다. 아마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위기를 느끼고 있을 텐데, 그것이 과연 현 정부에만 국한된 잘못일까. 정말 인터넷 뉴스에 빼곡히 적힌 댓글처럼 한 대통령만의 잘못일까. 현 대통령만의 잘못이라면 국정 농단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국 '5년마다'가 아니라 순간순간, 정책을 계획하고 실천할 때마다 시민들에게서든 반대 당에서든 과거의 사례에서든 타국에서든, 아무튼 순간마다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더는 정치판이 “한 사람의 사저행, 감옥행”으로 평가되지 않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정치'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정치'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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