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너무 좁아 - 이스라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3
마고 제마크 지음,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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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만족감이 달라진다는 것. 아마 모두 알고 있는 지혜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이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사실 어른도 쉽지 않은 것을 아이는 이해할 수 있을까?

 

마고 제마크의 “우리 집은 너무 좁아”라는 바로 그런 마음을 이야기한다. 작은 오두막에 살며 너무 좁고 불편하다는 불평을 하는 남자에게 랍비는 동물들을 다 집에 데리고 가게 한다. 물론 집안은 난리가 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암소까지 집안에 넣어버린 뒤 랍비는 이제 동물들을 다 내보내라고 말하고, 남자는 드디어 자신의 집이 얼마나 안락하고 좋은지 기억해낸다. 아이들을 위해 읽긴 했으나, 내 마음이 따끔거린다. 나는 과연 모든 것을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했을까?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은 후 “우리 집은 너무 좋아”라는 말을 했다. 이 집에 비해 넓고, 시원하고, 물건들이 제자리에 딱딱 있어서 좋다고. 물론 이 한 권으로 아이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이 달라진다는 것을 모두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의 마음엔 만족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어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불평보단 행복을 먼저 보는 눈이 떠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이가 읽지 않아도 엄마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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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의 결혼식 - 2004년 제1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19
선현경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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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꼬마가 기억하는 가족 행사는 삼촌의 결혼식뿐이다. 코로나 시국에 태어나 사촌 동생들의 돌잔치도 못 가봤다. 그래서일까, 우리 집 꼬마가 자주 하던 말. 왜 엄마 결혼식에는 내가 없어? 왜 이모 결혼식에는 내가 없어?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있던 가족 행사 사진을 보며 늘 자기는 왜 없냐고 묻던 꼬맹이. 아마 이런 꼬맹이가 우리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닐 터. 

 

혹 가족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거나, 우리 꼬마처럼 가족 행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모의 결혼식”을 한 번쯤 읽어보면 어떨까?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즐거워하는 조금 더 큰 아이를 만나게 될 테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애들과 강아지들은 하룻볕에도 큰다던 어른들의 말씀을 이해했다.

 

글 밥이 작은 편은 아니다. 보통의 그림책보다 살짝 작은 크기로 적혀있다 보니 글 밥이 꽤 있는 편이다. 그러나 꼬마의 시각으로 쓰여서 읽는 데 전혀 문제는 없다. 오히려 술술 읽힌다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일러스트도 익살이 가득하다. 과장된 코, 과장된 눈물 등 아이들이 웃음으로 만날 부분이 참 많은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점인데, 우리의 문화, 우리와 다른 문화를 다 만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책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번 달 북클럽에 왜 이 책이 포함되었나 생각했다. '가족의 결혼식' 만으로는 가족의 사랑을 느끼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던 것.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그 이유를 알았다.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지나온 순간들을 이야기하며 온 마음을 다해 가족을 그리워한 것이다. 이모의 결혼식, 삼촌의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 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가족의 소중함을 되짚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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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채소 생활 - 집에서도 쑥쑥 크는 향긋한 채소들, 기르는 법부터 먹는 법까지
이윤선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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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시골에 숨은 듯이 사는 지인에게 왜 그곳에 사느냐 물은 적이 있어. 그랬더니 이곳은 눈이 오면 참 예쁘다고 대답하더라. 눈이 오는 찰나의 풍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시골에 사는 거야.” “엄마,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농촌에 산다는 건 그게 전부야. (p.73) 

 

나는 채식을 선호한다. 채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시작해서 채식주의자가 되는 거다', '채소만 먹어서 비리비리(?)하다'라느니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나는 절대 비리비리하지도 않고, 육식을 억지로 피하는 것도 아니다. 육식하면 소화를 잘 못 시켜 '덜'먹은 것이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진 채소를 좋아하는 거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플렉시테리언'의 1단계 정도랄까. 아무튼, 나를 위한 고기를 사거나 요리하지 않다 보니, 단백질 섭취를 위해 두부 레시피를 다양하게 알고 싶어졌고, 여러 가지 콩을 즐겨 먹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다양한 채소를, 또 채소를 더욱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관심이 이제는 '직접 농사짓기'까지 흘렀다. 심심해서 흙에 “꽂은” 파로 지난겨울을 잘 난 것도 한몫했다. 요즘 나의 주식은 아빠 텃밭에서 뜯어온 아기 상추로 만든 겉절이기도 하니, 상추쯤은 내가 지어야겠다, 생각하는 거다.  

 

그러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만약 채소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필독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집에서도 잘 크는 채소들을 어찌나 다양하게, 잘 적어두셨는지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베란다 채소농장”하나 차리는 것쯤은 일도 없다. 이 책은 실내재배를 바탕에 두고 쓰였기에 집 방향에 따른 햇빛의 양, 적합한 화분과 흙의 종류까지 다 알려준다. 그뿐인가. 씨뿌리는 법도 알려준다. (다음 장날에는 시장에 가서 몇몇 씨를 사서 올 셈이다. 굳이 장날을 기다리는 것은, 농사짓는 집 딸인 친구 말이 이런 건 장에 가야 판단다.)

  

잎채소를 시작으로 허브 채소, 줄기채소, 꽃 채소, 열매채소, 뿌리채소까지 '이게 정말 실내에서 가능해?' 싶을 정도로 뚝딱 농사를 지어내는 작가님. 질투와 부러움을 반반 섞어 책을 읽다 보면 귀여운 일러스트와 사진들로 웃음이 배시시 나온다. 이 포인트가 꼭 채소를 기르지 않을 사람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는데, 사진 속 채소들은 하나같이 작고 소중하다. 일러스트들은 또 얼마나 매력 넘치는지. 정말 일러스트나 사진마다 캘리를 쓱쓱 쓰고 싶을 만큼 예쁜 책이다. 

 

한낮의 태양이 슬그머니 기울며 햇볕이 노란색, 보라색, 초록색 세 가지 색의 줄기 콩을 내리쬐고 있었다. 빛을 받은 줄기 콩의 색이 아름다워 이때가 아니면 알록달록한 색을 놓칠 것만 같아 곧바로 수확했다. 곧 다가올 여름의 기운으로 쑥쑥 자란 풀 틈에 줄기 콩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날의 풋풋한 기분과 색색의 설렘은 선명히 기억한다. (p.158) 

 

나만 빼고 모두가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던 그날의 모습이 홍성으로 돌아오는 내내 알 수 없는 고립감에 휩싸이게 했다. (...)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서서히 들어가는 기분으로 매번 눈물을 훔쳤던 시절이 있다. (p.117)

 

이 책의 참 매력은 이거다. 채소를 기르는 '안내 책자'인 척하지만, 삶에 대해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 그래서 책을 읽으며 괜히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작가님은 채소만 기른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문장력도 함께 기르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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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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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p.9) / 현실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다. 네모토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그저 딱 한 번만 그를 만나고 싶다. (p.74)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상상. 나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왕이면 가장 예쁘게 차려입은 날, 초라하지 않은 행색으로 만나면 좋겠다고, 어색하지 않은 말도 술술 하기를 바라며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만약, 그 대상이 죽어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죽음이 갈라놓은 것이라면? 또 그 대상이 가족이라면? 가족을 잃은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질 듯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의 이야기 4가지가 기묘하게 이어진다.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인 약혼자를 잃은 여자, 자신을 보듬어준 아빠를 잃은 남자, 첫사랑이자 삶을 지탱하게 해준 사람을 잃은 남학생, 가해자로 지목되었으나 그저 피해자의 하나인 기관사의 아내.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미련을 가지고 유령열차에 탄다. 죽은 자들이 탔던 역에서만 탈 수 있고, 사고가 나기 전에 내려야만 하며, 죽은 자들을 데리고 내리려 하거나, 그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단 한번의 만남. 이렇게도 많은 제약이지만 그들은 모두 아픈 마음을 잡고 기차에 오른다. 그들도 그들이지만 기차에서 내릴 수 없는 이들의 절절함이 마음을 울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혼자 남아서도, 부디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가슴 아팠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다 안다고 위로하지는 못해. 설령 내 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도 네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한 소리라고 생각해.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p.40)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픔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종종 잃어버리지만, 그와 비슷한 만큼의 행복과 웃음도 가지고 있다. 소중한 이들을, 소중한 것들을 이별과 헤어짐, 시간의 한계 아예 놓아보면 그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모든 것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느꼈다. 잊고 살던 귀한 것을 떠올리게 한·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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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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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감히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여행을 가지 않고 학원을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우리가 함께한 여행의 모든 순간을 이길 정도로 강력한 것일까? 공부는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것이지 성적이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충분히 신중히 고민했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p.7)

 

저자의 전작, “엄마의 소신”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읽었던 터라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기대의 마음이 가득했다. 늘 나의 소신대로 아이를 키우려 노력하지만, 명문대를 보낸 엄마들의 육아서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키우면 아이도 엄마도 그렇게 자랄 수 있다고, 흔들릴 것 없다고 말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 시작했지만, 가족의 성장기로 읽힌 것은 여전히 뚝뚝 묻어나는 그녀의 생각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출간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기억에 의존해서 되짚는 여행기라고 적어두셨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사실 그녀가 다닌 미국이나 태국 등의 나라를 '여행의 설명'을 목적에 둔 여행기는 이미 차고 넘치지 않나. 나는 오히려 그녀가 아이와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대화를 나눈 이야기들이 훨씬 좋았다. 각 여행에서 아이들은 교과서에는 없는 것들을 배우고, 자신들의 시선으로 '어록'을 남기며 세상을 만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톨레랑스 이야기였다. “서로를 인정할 때 더욱 보기 좋은 것. 주변 사람과 비슷해야만 안심하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p. 203)”고 기록한 그 장의 제목이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았다.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래.” 사실 우리가 머리로는 늘 하지만 마음으로 쉽게 하지 못하는 말 아닌가. 이것을 그냥 말로만 설명하면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 각기의 귀함과 개성을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로 가르쳐주셨던 아이 선생님의 지혜가 떠올랐다. 이렇게 세상 모든 것에서 우리는 배운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만나는 꽃 하나, 풍경 하나가 쉬이 넘기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로 느껴진다. 

 

 

그럴 가치가 있다면 설사 뒤로 살짝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히, 묵묵히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도. (p.84) 

 

이 책을 읽은 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나는 시애틀도 안 가고, 사교육도 안 시키는데 어쩌면 좋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너는 학원 대신 단행본, 과외 대신 전집하고 있잖아.”란 다. 물론 농담으로 주고받은 말이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집이나 자신만의 소신으로, 아이에게 맞는 성장을 하면 되는 거라는. 

 

어쩌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소신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바통을 터치하는 날까지, 그저 우리만의 이야기로 하루하루를 채워가야지. 그럴 가치가 있다면, 남들과 다른 길, 다른 속도로 가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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