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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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족주의는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는 안전망을 개인에게 주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생성해왔다. (...) 주요 결정들이 가족이나 연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전쟁 직후의 불확실한 현실과 급성장 시기에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편일지언정 오늘날 한국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p.95) 

 

 

육아휴직 후 복귀 대신 사직을 결정했을 때 소수는 지지했고, 나머지는 만류했다. 후회할 거라고, '여자'가 다시 그 정도 벌이를 할 수 있겠냐고. 웃긴 건, 만류한 것은 동료 등 '아는 사람'이었고, 지지한 이들은 가족이나 '절친'들. 돈도 중요하겠지만 '정체성 찾기'나 '자기 돌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소수의 '응원의 말'을 들으며 사표를 냈다. 정작 내가 먼저 느낀 것은 금전적 문제가 아닌, 당연하게 느껴지던 여러 가지가 사실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자는 가정을 잘 꾸려야 한다면서, 자녀를 가진 여자의 재취업은 어렵다고 말하는 세상,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직장만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타인의 것은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는 집단.

 

서울대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의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읽으며 그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고, 당시에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생각이 명료해졌다. '나'보다 '타인'의 눈을 먼저 신경 쓰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삶, 타인의 인생을 틀에 구겨 넣으려는 건방진 시각과 제도, 차별과 위계, 혐오와 불안,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오는 정체성 상실, 젠더갈등, 집단이기주의와 비리 등의 사회문제까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사회문제 같지만 결국은 나의 이야기고, 개개인의 삶과 아픔을 통해 사회의 문제나 흐름을 읽는다. 

 

책을 열고 '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가늠하지 못했다. 인류나 사회 이야기에 이어질 키워드가 맞나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그 생각은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깨졌다. 우리는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내 몸에서 '사회적 통념'을 경험하고, 타인의 시선과 차별 등을 받아낸다. 그래서 작가의 '자기 돌봄' 철학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덕분에, 직장의 규율,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챙기지 못한 결과로 얻은 '디스크'조차 깨달음이 된다.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가족 편. 나는 다행히 좋은 부모·형제 속에 성장하여 상처를 겪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만연한 사회의 문제들이 너무 훤히 보여서, 엄마가 되고 나니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공감하고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혐오와 차별, 젠더갈등을 읽으면서는 내가 직접 겪었던 문제들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후에 내 딸이 겪기 전에 그런 문제들이 사라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작가는 '서가명강'에 기반한 책이라 깊은 내용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 했으나, 나는 오히려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의응답이 포함되어 있어 좋았다. 일반인으로서는 충분히 깊은 내용과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깨달음이 많았고, 사회적 어휘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인류학을 읽었으나 심리학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얻는 것은, 결국 그것이 나도 가지고 있던 아픔이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보며, 이것이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을 놓은 후 나의 인간관계는 좁아졌지만 부족함이 없고, 금전적으로는 부족해졌는지 몰라도 나는 나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타인의 시선이나 욕망이 아닌,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 모습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나답게 사는 것을 목표에 두고 살 수 있기를, 적어도 타인이 만들어낸 틀에 스스로 들어가려 노력하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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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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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것을 보고도 행하지 않음은 스스로 용기가 없는 것이다. 


(견의불위무용야 見義不爲無勇也- <논어> 위정)



어떤 일에 해대 마땅히 옳다고 여겨지면 주저하지 않고 용기 있게 행해야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당연히 옳은 일인 줄 알면서도 몸소 행하지 않고 응당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거부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도덕적 해이'로만 치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책임을 논할 정도도 아닙니다. 단지 스스로 비겁한 인생, 부끄러운 인생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느끼는 정도입니다.  (p.69)






 

 

어느새 나도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종종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옛말 하나 틀린 게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 같다. 특히나 고전에 담긴 지혜는 10대, 20대에 읽을 때와 지금의 감상이 너무나 달라서, 이걸 진작에 깨달았다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동양 고전 세트를 들였으나 막힐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깊이 읽어낼 용기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는 100가지 고전 명문을 소개하고 그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생각을 이어가는 형태로, 하루에 한가지 명문장을 만나는 식으로 읽어도 좋고 그날그날 마음에 닿는 주제들을 찾아 읽는 형태도 좋겠다. 삽입된 고전은 맹자, 논어, 시경, 장자, 대학 등 매우 다양하여 현인들에게서 다양한 시각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감상보다 타인의 감상이 우위에 오는 느낌이 들어서랄까. 그러나 이 책은 '우위'라는 느낌이 아닌 혼자 읽으며 깨달았던 문구 혹은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을 풀이하는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달까. 그것도 부드럽게 토닥이며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보니 라디오를 듣는 마음처럼 평온히 한 구절 한 구절을 감상하게 되는 책이었다. 

 

읽기 시작한 동양 고전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죽는 날까지 여러 번 다시 읽어도 완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책이라 이 속도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선인의 지혜를 알기에 엉금엉금 기는 속도로라도 나는 꾸준히 고전을 읽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고전을 읽을 용기를 얻었고, 어떻게 읽어야 더 느리더라도 소화하는 읽기인지 팁을 얻기도 했다. 이렇게 읽다 보면 언젠가 나도 작가처럼 인생에서 발이 걸려 넘어질 때 고전 속의 답을 만나는 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느리더라도 부지런히 읽으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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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록 - 로제타석 해독에 도전한 천재들의 분투기
에드워드 돌닉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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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화에 왜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한 가지 이유는 새로운 도전은 대개 그것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되기까지는 인식조차 되지 못할 만큼 어렵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p.354) 

 

 

친구들이 문제집을 풀 때, 나는 도서관을 깼다. 박경리 선생님, 조정래 선생님처럼 저명하신 분들의 책, 애거서 크리스티와 아서 코난도일 등의 쫄깃한 소설, 동양고전, 서양 고전까지. (잘한 일 같다. 그때 문제집을 풀었어도 내 삶이 훨 낫진 않았을 듯) 그 책들이 지금 독서 취향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읽고 싶게 된 계기가 조정래 선생님이었다면 타국에 대한 호기심 시작은 크리스티앙 자크였다. 

 

그 시절 '람세스'처럼 가슴이 뛰는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신의 기록>이다. <책과 함께> 사의 책들은 늘 깊고 진지하여 정자세를 하고 읽는 편인데, 이번 책은 표지부터 탄성이 나왔다. 겉표지 안쪽에 숨어있는 로제타석 탁본을 바라보는 순간, 수천 년을 넘어 이집트의 어느 순간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잊고 살던 '람세스' 속 이집트가 거짓말처럼 떠올랐다. 

 

로제타석은 '형상화된 그림' 정도였던 고대 이집트의 그림문자를 열게 한 실마리라는 걸 막연히 알기는 했으나, 한 번도 제대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첫 번째 '로제타석'이 이 책이라서 감사했다. 딱 이 한 권이면 로제타석에 대해, 고대 이집트의 문자에 대해 완전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맞다. 이 책은 단순히 로제타석을 해독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 아닌 이집트 전체를, 어쩌면 문자 문명에 관해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로제타석이 발견되고 마침내 세상이 읽어내는 과정을 여실히 담아내는데 로제타석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과정은 드라마틱하게, 해독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탄탄하게 짜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생히 표현한다. 그림문자의 실마리가 로제타석이라면, 이 책은 이집트 문명에 대한 모든 호기심을 여는 '물꼬'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하게 삽입된 사진과 그림, 문자는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어 책을 읽는 내내 함께 탐험하고 해독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은 고대 이집트 자체를 궁금하게 만들고, 나아가 문화의 진화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 

 

두 학자의 해독에 접근하는 방식을 전개하는 방식도 책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문자뿐 아니라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문자가 단순히 표현이 아닌 이념이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으나,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깨달았다. 시작점조차 알 수 없는 성체자를 퍼즐처럼 촘촘히 이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 자체의 경이로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고, 우리가 당연하듯 사용하는 언어가 역사적, 언어적으로 지니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다. 

 

상형문자로 쓰인 내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를 낳고 모든 사랑과 기대를 가득히 담아 내 이름을 지었을 내 부모님의 마음, 내 이름을 부르고 아껴준 이들의 사랑, 내 이름에 스스로 가지는 책임감 등- 수많은 감정까지 담았다고 생각하니 내 이름의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아마 내 이름뿐 아니라 모두의 이름이, 모든 단어가 이런 의미와 깊이를 지녔다고 생각하니 문자의 힘이, 기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평생 당연하게 써온 내 이름까지 더 특별하게 생각되게 만들어준 책이다. 그저 쉽게 읽고 쓰며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문자에 담긴 수많은 노력과 시간까지 담아, 내 이름을 더욱 특별히 바라보게 만드는 특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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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세상의 현상과 법칙 -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전은지 지음, 박동현 그림 / 봄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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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져서 견딜 만 한데?”

“괜찮은데 굳이 바꿔야 하나?”

이런 마음이 든다면 잘 따져봐야 해. 실제 괜찮을 수도 있고 괜찮은 것이 아닐 수도 있거든. 혹시 삶은 개구리 증후군처럼 익숙함과 안전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생각해봐야 해. (p.55)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알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타인의 아픔이나 기쁨 혹은 경험을 나에게 비추어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어른에게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일어나기도 한다. 한때는 '유령'이나 '신비한 영역'으로 구분되었던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런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도, 여전히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던 현상들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생각은 또 얼마나 넓어지게 될까. 알고도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무척이나 골고루 담아두었기에, 첫 장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엉덩이를 붙잡아놓는 것도 당연하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현상과 법칙은 매우 다양하다. 머피의 법칙, 가스라이팅, 나비효과, 시너지효과,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 우리가 평소 많이 사용하고 알고 있는 것들부터 햄릿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 방관자효과, 위약 효과 등까지 무척이나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기 좋다. 올바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쉽고 상세한 설명뿐 아니라 각 용어에 대해 뜻과 유래, 반대 현상까지 설명해주어 어른도 개념을 익히기 좋았고, 아이들도 내용을 다시 찾아볼 때도 유익하다. 

 

삽입된 삽화나 일러스트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댕구와 하루, 불가사리라는 귀여움 가득한 캐릭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행동, 친숙한 예시를 통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더욱 쉽고 빠르게 이해하게 돕는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상과 법칙을 만화나 일러스트 등을 통해 쉽게 표현하다 보니 만화를 통해서는 개념 갖기를, 내용설명을 통해서는 지식축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그림책과 문고본 사이에서 방황할 때, 어떤 책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애서가와 독서단절가가 결정 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기가 아이들이 책에 대해 첫인상을 가지는 시간이었다면, 스스로 읽을 나이는 책과 친해지는 기간인데 대부분의 부모가 그때부터는 책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이런 책이야말로 아이들을 애서가의 길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을 이해하며 읽는 연습을 시켜줄 뿐 아니라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와 엄마 모두 재미있고 얻는 것이 많았던 '서프라이즈 세상의 현상과 법칙'은 우리 아이가 책에 대한 사랑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다양한 현상과 법칙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얻도록 도와준 “일타삼피”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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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똥 책속의책 그림책
이정호 지음, 최희옥 그림 / 책속의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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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에서 똥과 방귀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주제임을 엄마들은 안다. 친숙한 소재이기도 하고, 웃음 코드를 가지기도 하니 좋아할 수밖에! 그런데 그것이 비단 현대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에도 똥은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인걸 보면 말이다. 이번에 우리가 만난 '구렁이 똥'이라는 책 역시, 똥을 소재로 웃음과 감동, 교훈까지 주는 책이니 똥 이야기 좋아하는 집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일단 일러스트. 표지만으로도 아이는 웃음을 터트린다. (우리 아이는 둘 다 못생겼다지만) 이미 표지에서부터 고운 옷을 입고 속눈썹까지 싹~ 올라간 예쁜 애랑 색 없는 한복에 머리부터 안 예쁜 애가 등장하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똥이 등장하니 아이들의 호기심 자극은 무조건 성공. 책 안에도 어찌나 웃긴 그림이 많은지,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도 분명 웃으며 이 책을 만날 수 있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일러스트도 풍요롭게 변하니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엄청나다.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 잠시 책의 구성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 신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답게, 판소리 같은 구어체로 이루어져 아이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부모님이 맛깔나게 문장을 살려 읽어준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주 접하지 못할 춤사위, 낟알, 고갯마루 등의 단어를 만나볼 수 있어 어휘확대에도 도움을 준다. 또 책의 마지막에는 신화의 어떤 부분을 참고했는지도 풀이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의성어, 의태어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운율에 맞춰진 문장들이 많아 아이들의 표현력이나 글쓰기에도 참고하기 좋은 문장이 많았다. 

 

일러스트나 책의 의의도 너무 좋지만, 내용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예쁜 아이 '단이'의 유일한 단점인 구렁이 똥을, 동네 사람들은 못난 아이 '꽃지'의 똥이라고 오해하고, 이 똥이 구렁이가 되어 단을 위협하자 용기를 낸 꽂지 단이를 구하는 웃기고도 신비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외모선입견, 진실을 말하는 용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자세, 친구를 위한 마음 등 매우 다양한 교훈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아이는 꽃지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구렁이 똥의 주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무척이나 마음 아파했다. 자신도 친구들의 말에 상처 입은 일이 있었듯, 혹시 친구들에게 자신의 말이 상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보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참 선한 마음으로 자라고 있고, 좋은 책들이 아이에게 좋은 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에 흐뭇해졌다. 

 

재치 넘치는 그림과 주제 속에서 깊은 교훈을 깨닫는 것이 우리 고전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대에 만들어진 책이지만, 고전의 매력을 가득히 담고 있었다. 아이에게도 무척이나 큰 재미와 교훈을 주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류의 책들이 사라지지 말고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이야기, 우리 소재를 다양하게 만나며 성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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