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수학은 사고력이다 - 껍데기 사고력이 아닌 알맹이 사고력을 키워라!
장연희 지음 / 경향BP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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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요, 수학을 아주 못하지는 않는데 왠지 당당하지가 않아요.”

수학을 자기 논리 없이, 게다가 자기 학년보다 더 높은 개념을 어렵게 공부한 아이였다. 열심히 공부하는데 당당하지 못한 마음을 갖게 된 아이의 부모는 이런 부작용을 알고 있었을까? (p.33)

 

처음에는 소위 수학 머리가 있는 아이가 유리하지만, 그것이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결국에는 제대로 많이 한 아이가 잘한다. 수학 머리가 있어도 초기에 잘못 배우거나 급하게 진도를 나간 아이는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머리 좋은 아이는 타고난 좋은 머리에 끙끙거려본 과정이 더해지면 기막힌 실력으로 나타날 텐데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일수록 선행에만 욕심을 낸다. 그 좋은 머리가 빛날 겨를이 없다. (p.49)

 

 

내가 수포자가 된 것을 변명해보자면 날카롭고 무서운 선생님 때문이다. “그런 거 묻지 말고 풀라는 문제나 풀어라.”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하던 선생님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학생의 호기심이 귀찮고 성가신 얼굴. 나는 그날부터 수학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궁금한 게 없어졌다. 어른이 되면서 사실 '수학'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산수 정도만 해도 큰 문제 없이 살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나는 '엑셀'을 잘 다뤄 수학의 부족을 컴퓨터가 채워준 것. 그러나 엄마가 되고 보니 문득 걱정되었다. 그래서 이 나이를 먹고 수학을 공부한다. 

 

이번에 공부한 책은 <초등수학은 사고력이다.>로 '문일지억 두메쓰'의 소장님이 쓰신 책이다. 기 출간하신 책도 <엄마표 사고력 수학>이었던 만큼 이 책의 주된 키워드는 '사고력'.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에 꽤 집중하며 읽었다. 수학이 왜 힘든지에서부터 사고력은 무엇인지, 진짜 깊게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풀이해주셔서 이해를 도왔다. 이어 초등수학을 가르칠 때 유의 할 점, 학년별로 어려워하는 포인트, 실전 능력을 향상하는 법을 세밀히 풀어주어 엄마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많다. 또 수학을 힘들어하는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이어가는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많은 엄마가 만나게 될 어려움을 미리 경험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지혜로운 해결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뒤편에는 교구나 문제집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법도 소개되어 엄마들이 아이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최근에 수학에 관련한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이 책은 '부모가 수학에 대해 방향성을 잡게 하는 책'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는 사고력과 창의력이 아이의 거의 모든 것에 바탕이 된다고 믿어온 사람이기에, 이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사고력과 창의력이라는 날개를 달아, 다른 것들에도 '자유롭게 속도를 붙여주는' 기술을 얻은 기분이 든다. 물론 아이의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그걸 바라지도 않고. 하지만 우리 아이의 생각하는 힘, 상상하는 힘이 아이를 단단하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은 절대 의심하지 않기에,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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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프 Belief -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비밀
권미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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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꿈은 완전히 다르다. 구체적인 수치화로 작성된 꿈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을 가진 것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가야 되는지 이정표가 곳곳에 마련된 것과 같은 효과이다. 그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점점 그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꿈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꿈은 꼭 필요하다. 끌어당김의 핵심은 머릿속에 자신의 꿈을 그리는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에 있다. 추상적인 목표를 심상화하려고 하면 잘되지 않을뿐더러 그 방향을 못 잡게 되어 나의 배가 바다 한복판에서 덩그러니 길을 잃은 것과 같다. 반면에 구체적인 수치화가 되어 있는 목표는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쉽고 더욱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함으로써 실제로 자신의 현실에 꿈에 끌어당길 수 있게 된다. (p.84) 

 

 

예전의 나는 성공한 이들의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았다. 종종 성공한 사람의 기준에서 “이걸 왜 못해?”하는 느낌의 문장들을 만날 때면 응원이 아닌 질책처럼 느껴져 불편했달까. 처음에는 이 책도 당당한 포스의 작가님의 사진에 혹시 그런 책인가, 하고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몇 장을 읽고 난 후 이 책에는 그런 거만함이 아닌 힘든 시간을 먼저 걸어간 이의 위로와 격려를 먼저 느꼈다. 그래서일까, 실패한 자리에서 성공이 시작된다는 그녀의 말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지더라. 

 

이 책이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을 꼽아보자면 일단 이 책은 주제의 구분이 명확하다. 분량을 세세히 나누고, 제목을 매우 명확하게 붙여두셨기 때문에 발췌독할 때 본인이 원하는 주제, 원하는 내용을 찾아보기에 쉽다. 물론 처음에는 완독을 권하고 싶은데, 글 전반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의지와 노력을 느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녀가 살아온 시간을 기록하였으나 자서전이 아닌 비법서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전체를 읽으며 작가의 의지를 마음에 담고, 두 번째 읽을 때는 그때그때 필요한 주제들을 찾아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그녀가 책에 담아놓은 '긍정문장들'이다. 물론 긍정 확언이나 응원 문구를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매우 구체적이다. 꿈도 구체적으로 꾸고, 일기도 구체적으로 쓰는 그녀의 습관이 고스란히 담긴 덕분인지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리는 미래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계획한 것은, 앞으로는 꿈을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계하리라는 것이었고, 나도 그런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물론 그녀만큼의 성과를 내고자 함은 아니다. 나는 나만의 길이 있으니.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 덕분에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내가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인 것을 믿게 되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결심을 한 것은 분명하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비밀은 분명 우리 안에 있다. 그것을 우리가 꺼내고 꺼내지 않고도. 그녀는 우리 안에 있는 열쇠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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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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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방향을 바꿔라. 마음의 방향을 바꿔라. 생각의 방향을 바꿔라.

생각의 방향을 바꾸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역설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과 한계를 기준 삼아 타인을 판단하고 말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말속에는 자기만의 편견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을 때가 많다. 그것을 잘 분별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몸을 틀 수가 있다. (p.89)

 

 

많은 이들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기억할 것이다. 담담하게 응원을 실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내게도 울음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의 새 책, <고도원 정신>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내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비옥하다는 것을 느꼈다. 갈증처럼 읽어대던 책들이 나를 촘촘히 지탱하는 벽돌이 되어주고 있었음을, 시답잖은 농담이라도 끄적거리는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야 비로소 그가 말하는 '안의 힘'을 이해하게 되었달까.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괜찮아요, 웃어봅시다' 하며 허허 웃는 선배님 같았다면 <고도원정신>은 넘어져도 결국은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단단한 코치님 같았다. 고도원 작가님의 살아온 여정을 이야기한다 싶다가도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문장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눌러왔던 마음들이 툭툭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신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 대해 성찰할 잠깐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의 좌표를 다시 찍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삶의 고비마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p.118)”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휴직서가 아닌 사직서를 내는 내게 “아픈 거 다 낫고 나면 돈생각 안 날 것 같지? 솔직히 여전히 우리나라 여자가 이 연봉 버는 거 쉽지 않은 것도 알지?” 등의 모진 말을 던지던 사람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의지대로 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만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그러길 잘했어”하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쏟아졌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 결과와 관계없이 나만이 낼 수 있는 길을 선택해왔다는 작가님의 문장에서 나도 내가 선택한 길을 부지런히 걸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한 개의 길이 막히면 열 개의 길이 열린다는 말을 내내 곱씹으며 이 책을 읽었다. 내 삶을 살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남들이 '옳다'고 정해놓은 길을 박차버린 순간들을 '잘했다'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꿈'이라고 말하면서도 어쩌면 나조차도 나의 꿈을 응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사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멋진지 깨달았다. 남들 눈에는 그저 책이나 읽는 팔자 좋은 아줌마면 어떤가. 지금 나는 나를 부지런히, 나의 속도로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의식이란 것을 가진 이후, 내 꿈이 글쟁이가 아니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먹고산다는 이유로 (혹은 재능이 부족해서) 나는 여전히 '읽고 쓰는' 놈이 아닌 '읽는' 놈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래도 글쟁이 그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십여 년 쳇바퀴 돌듯 바빴던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새벽에 모닝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가족들이 잠든 밤 책을 읽다 잠드는, 그리고 무엇이라도 매일 끄적거리는. 경제는 팍팍해졌을지 모르나, 내 마음은 부자다.

 

나조차 잊고 살던 나를 응원하는 법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 나를 지탱하게 하는 나의 '정신'이 무엇인지 번뜩 깨닫게 해준 작가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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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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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잘 들어. 범죄라는 건 원래 혼란스러운 거라서 수사 또한 뒤죽박죽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다만, 경찰들에게 휘둘려 혼란에 빠지지는 마. 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범죄를 자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분리시켜 생각해야 해. 버팔로 빌에 대해 어떤 패턴이나 대칭적인 요소를 부여하려고 애쓰지마. 열린 마음으로 조사하다보면 언젠가는 놈이 존재를 드러낼 거야. (p.113) 

 

 

어린 시절, 우연히 사촌오빠와 함께 한니발을 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조무래기였기에 영화를 보다 극도의 공포로 구토를 해버렸고, 결국 영화의 내용은 성인이 되도록 끝을 알지 못했다. 직장생활 3년 차인가, 한참 시니컬할 시절, '한니발'을 찾아 읽었고, 그 후 '양들의 침묵'도 읽었다. 책으로 만난 토머스 해리스 작가의 문장들은 한층 섬뜩했고,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구조였다. 서스펜서계의 대부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양들의 침묵>을 다시 만났다. 이미 35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고 나는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도 문장의 긴장감과 탄탄함은 여전했다. 아마 이 책을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읽는다면 어제 출간된 책이라고 해도 믿었을 거다. (2019년 출간된 카리모라를 읽지 않은 것이 아쉬웠고, 읽을 것이 남아있어 기뻤다.) 

 

살인의 목적도 너무 소름끼치지만, 살인을 한 자의 심리도, 살인자로 인육을 먹기까지 하여 수감되었으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니발 렉터의 심리도, 또 심리전 줄다리기를 하며 고도의 기 싸움을 해나가는 스탈링의 마음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20대에 이 책을 읽을 때 사건 자체에 더욱 집중했다면, 30대의 지금은 그들의 심리나 환경적인 영향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전화기 등 시대를 예상하게 하는 소소들이 있었음에도 그저 스토리 자체에, 심리 자체에 빠져들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나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스토리 자체가 워낙 탄탄하기에 내가 그 스토리를 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가 치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문장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작가'라는 사실만은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고 싶다. 이미 그는 수천 번 들었겠지만, 그는 문장 속에 영상보다 생생한 공포를 채워 넣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우리를 끌고 간다. 적어도 책을 읽을 동안에는 모든 독자가 스탈링이 되어 범인을 찾기 위해 끝없이 머리를 굴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아! 이 책을 읽고 싶어 미칠 것 같아도 바쁠 때나, 한밤중은 피해 주길 바란다.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게 몇 시든, 당신이 어떤 순간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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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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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후 후일담도 들려왔다. 바퀴벌레 전시를 본 후 '집에서 바퀴벌레를 뭉개버렸는데 아이가 울더라'라는 에피소드였다. 바퀴벌레가 가여워서 울었다는 얘기, 키우려고 했는데 죽어서 울었다는 얘기, 바퀴벌레를 한 마리의 생명으로 여겨준 그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이 전시를 기획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P.111)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라니! 그것도 부족해서 애완용 바퀴벌레 이야기라니! 세상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생명체 중 쥐와 용호상박을 이루는 것이 바퀴벌레 아닌가. 바퀴벌레는커녕 개미도 무서워하는 곤충기피자로서는 솔직히 제목만으로도 '끔찍한' 책이었다. 읽을지 말지를 백번 정도 고민했지만 '알고 나면 끔찍한 느낌이 싹 사라진다'라는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래, 알고 나면 덜 무섭겠지, 덜 끔찍하겠지. 읽다가 징그러우면 덮어버리자. 이게 이 책을 향한 내 마음이었다.

 

10장 정도 읽었을 때, 나도 생각했다. 난 왜 바퀴벌레가 유독 더 싫은가. 물론 나는 곤충 자체를 무척이나 무서워하는데, 왜 유독 바퀴벌레는 더 싫은가? 더러운 곳에 살아서?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는 해충이라서? 한 마리만 보여도 수백만 마리가 숨어있어서? 그런데 그것이 정말 입증된 사실일까? 지구 멸망 시에 바퀴가 살아있는 것은 누가 증명할 수 있지? 

 

이 책을 읽다 보니 지구가 멸망에도 바퀴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들이 '분해자'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낙엽이나 과일, 동물의 배설물 등을 먹기에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에 의하면 바퀴벌레 같은 분해자가 없다면 지구가 썩은 나무 등으로 넘쳐나고 결국 새싹을 틀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지구가 살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나의 편견 하나가 무너지게 된다. 바퀴벌레는 정말 완벽하게 해충인가. 그리고 책에 의하면 바퀴벌레는 습하고 더러운 곳이 아니라 곤충이 살기 좋은 곳에 산다고 하니 더러운 곳에 산다는 나의 편견도 무너졌다. 그리고 바퀴벌레를 둘러싼 수많은 괴담도 작가는 '모두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해충 방역업체가 소문냈을지도 모를 '바퀴벌레는 한 마리가 보여도 수백 마리가 숨어있다'라는 말은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집의 생태환경에 따라 다른 것일 뿐, 바퀴벌레는 무리 지어 알을 생산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내가 가졌던 편견들은 이 책을 반도 읽지 않을 무렵 깨져버렸다. 

 

물론 책을 다 읽을 동안에도 작가처럼 바퀴벌레가 귀여워 보인다거나 사육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완전히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바퀴벌레에게 꽤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어쩌면 바퀴벌레와 닮은 수많은 다른 벌레까지 혐오하고 싫어해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바퀴벌레 하나에 꽂혀서 바퀴벌레 연구, 바퀴벌레 전시, 결국 신종바퀴벌레까지 발견한 과학자가 된 작가의 엉뚱함과 끈기에 놀라움이 느껴졌다. 사람이 뭐 하나에 성공하려면 이 정도의 끈기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작가의 의도처럼 내가 바퀴벌레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편견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집단의 미움이 얼마나 많은 소문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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