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2 입속사용 설명서
공정인 지음 / 늘푸른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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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킹맘이라 바쁘기도 했고 육아도사는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며 한가지 결심한 게 있었다. 너무 많은 건강정보에 귀를 팔랑이지 말자는 것. 그래서 수백 권의 육아서적을 읽으면서도 아이의 건강과 관련한 건강책은 그 유명한 '삐뽀삐뽀'만 갖춰두었다. (아 육아도사 친정엄마의 정보도 신뢰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건강도서라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꼽자면 치아에 관련한 부분이 속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송곳니를 덧니로 가진 나는 아이의 치아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 『0612 입속사용설명서』를 우리 아이가 낳자마자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나도 육아도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을. 건강책을 잘 읽지도 않고, 건강책을 추천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이 책은 부디 아이가 어린 집이라면 육아책 칸에 꼭 꽂아두시고 자주 읽으셨으면 좋겠다. 주변에 임신한 친구가 있다면 임신육아책으로 삐뽀삐뽀랑 이거랑 같이 선물해주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임신육아책, 신생아육아책을 찾으시던 분들, 육아도사가 되는 책 여기 있어요!) 

 

0612 입속사용설명서』는 임신 전부터 12살까지의 치과 분야 육아서적으로 신생아육아책, 임신육아책으로 반드시 구비해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임신기부터 치과 건강이 필요하다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의외로 임신 기간에 치아 건강을 잃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부터 구강 관리가 필요하기에 미리미리 공부해두어야 할 터. 그래서 건강도서를 싫어하는 나지만, 이 책만큼은 육아책추천! 육아서적추천 마크를 달아두고 싶다. 

 

건강도서 대표주자인 『0612 입속사용설명서』는 구강 건강의 모든 것을 담은 건강도서였기에, 꼼꼼히 읽으며 지금 나에게 필요한 단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두기도 했다. 신생아기의 구강관리부 터 공갈 젖꼭지, 유치 나는 시기, 유치관리, 영구치의 성장, 영구치 관리 등 구강에 관련한 거의 모든 육아 정보를 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임신 중 건강관리, 영아돌연사, 수유 방법, 뽀뽀에 관한 고민, 아이 자세에서 오는 치아 건강, 구강 장애와 수면장애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입의 안팎으로 철저히 관리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육아서적이나 건강도서는 재미로 읽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읽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 정보는 다루고 있어야 육아서적, 건강책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에 0612 입속사용설명서를 두고 많은 분이 “육아책추천!”, “육아서적추천!”이라고 달아두셨기에, '신생아육아책, 임신육아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 책만 이렇게 극찬해'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지금 신생아육아책이나 임신육아책, 육아서적추천 등을 검색하여 내 글을 읽고 계신 엄마들도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그러나 0612 입속사용설명서』를 읽다 보니 왜 그렇게 극찬하시는지, 왜 신생아육아책으로 임신육아책으로 필독서라는 말을 듣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0612 입속사용설명서』책에 육아서전추천이라는 말을 붙여두고 싶어졌다. 그만큼 세상에 떠도는 많은 “카더라”를 누르고 제대로 된 치아 상식, 구강 건강상식을 담고 있었기 때문. 『0612 입속사용설명서』를 통해서 엄마들이 치아 건강에 대한 제대로 된 상식을 얻는다면 훗날 엄청난 금액의 치과 치료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한때는 엄청난 양의 육아서적을 읽었다. 그놈의 육아서적추천!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인스타그램에 뜨는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많은 “남의 아이”에 정신이 혼미해져 오히려 내 아이에 대한 기준을 잃기도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잘 만든 책 몇 권을 선별해서 읽는 것이 육아도사가 되는 방법이더라. (물론 육아도사의 길은 멀고 험하다) 사실 그런 이유로, 주변에서 육아책추천을 해달라는 엄마들이 있어도 오히려 육아책은 추천하기가 겁이 나기도 했다. 육아책추천을 했다가 다른 엄마가 헷갈린다면 육아서적추천한 의미가 없지 않나. 하지만 『0612 입속사용설명서』에 육아책추천이라고 적어둔 것은, 정말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육아책이기 때문이다. 입속 건강을 넘어 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담은 책이니 말이다. 

 

 0612 입속사용설명서』를 읽으며 혼합치열기인 우리 아이의 치아도 더 들여다보고, 양치질하는 법도 다시 알려주기도 하며 아이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래, 치과 상식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는 것도 무척이나 좋지만, 아이와 30㎝도 떨어지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소중한 우리아이의 건강한 구강, 예쁜 얼굴형을 위해 0612 입속사용설명서』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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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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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블랙 의상으로 유명한 그레코는 전쟁 후 파리에서 10대로 지내는 삶을 “한 벌의 드레스와 한 켤레의 신발이 전부라, 우리 집안 남자들은 그들의 낡은 검은색 코트와 바지를 내게 입히기 시작했다. 불행이 낳은 패션이다”라고 묘사했다. (p.47) 

 

나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물은 책이지만, 나는 옷과 신발, 가방 등에도 깊은 애정을 가졌다. 물론 유행을 뒤쫓는 것도 아니고, 명품을 좇지도 않는다. 가격이나 유행과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명확한 스타일과 색이 있고, 그래서 그것들이 나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패션, 色(색)을 입다』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을 때, 나는 당연하듯 매료되었다. 패션과 색, 그리고 역사라니! 내가 빠지지 않을 방도가 있는가. 

 

『패션, 色(색)을 입다』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10가지 컬러가 인간의 삶을 물 들이고, 장식하고, 주도해온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다. 때로는 현대에서, 때로는 아주 먼 과거에서 색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내용도 무척 매력적일 뿐 아니라 사진 자료도 다채로워서 책을 읽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컬러인 흰색과 검은색부터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주황색, 갈색 등 우리가 거의 매일 보고 살아가는 색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무척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색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이나 연상단어들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그 색깔들은 어디서오며 역사적으로는 어떤 상징성을 가졌는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패션, 色(색)을 입다』를 읽으며 색깔이 한 시대와 사상을 대표할 수도 있고, 수많은 상징을 내포할 수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또 세상의 그 어떤 색도 '우연히' 사용된 것은 없음을 느끼기도 했고. 

 

『패션, 色(색)을 입다』 덕분에 '이미지 탈바꿈'을 한 색을 고르라면 오렌지가 아닐까 싶다. 오렌지색은 내가 싫어하는 색의 상위권에 손꼽혀왔는데 (립스틱 말고는 오렌지색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왜 에르메스가 오렌지색 상자를 고수하는지, 오렌지가 세상의 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아마 이후로는 오렌지색을 보는 나의 마음도 한결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색들이 품어온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지만, 『패션, 色(색)을 입다』는 방대한 사진 자료와 각 컬러의 완벽한 활용으로 더욱 빛나는 책이 되었다. 각 컬러별로 갈무리된 유명인들의 패션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주제에 따라 폰트컬러, 배경 등을 적절히 바꾸어 마치 완성도 높은 패션잡지를 보는 느낌이 가득했기 때문. 

 

다양한 색들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 또 패션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상징성을 품은 채 함께 해왔는지를 새삼 느끼며, 세상의 모든 것에서 배운다는 말은 역시나 진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세상의 색은 우리의 언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기에, 내가 만난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겠지. 문득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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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이 비올라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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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아무리 작아도 잡히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도망 갈테니 말이여. 호랭이가 작은 토끼 한 마리 잡을 때도 열심히 달려가는 것처럼 할미도 뭐든 열심히 할라고 혀.

 

할머니 말이 실감 난다. 양동이 안에 잡아놓은 작은 피라미도 손바닥 안에 들어오게 하려면 아주 애를 써야 잡힌다. (p.41)

 

 

Simply Three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빨강머리앤 듣는 책'에 삽입된 곡을 듣고서였지만, 지금은 내가 구독하는 몇 개 되지 않는 채널 중 하나다. Rain이라는 곡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행복에 가득 찬 얼굴로 연주를 하시는데, 그 모습은 몇백 번을 봐도 가슴이 뛴다. 나도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우산 없이 비올라』표지를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정말 『우산 없이 비올라』의 선욱이는 어른인 내게도 Simply Three 못지않게, 더 열심히 살아야지, 더 꿈꾸고 살아야지- 다짐하게 했다. 

 

『우산 없이 비올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담긴 동화책으로, '우산 없이 비올라'와 '팔뚝 피아노'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대표작이 『우산 없이 비올라』다 보니 이 스토리를 주로 다루지만, '팔뚝 피아노' 역시 감동적이고 생각거리가 많은 이야기다. 

 

사실 『우산 없이 비올라』를 읽으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이 떠오르더라. 늘 무엇인가를 바쁘게 하고 살지만, 목적이 없는 아이들이 많고, 자신이 무엇을 향해 걷는지도 모르는 표정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강요나 소망으로 인해 자신이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 선욱이 역시 그런 아이였지만, 점차 진짜 온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연주를 경험해가며 참 의미를 깨달아가는 모습에서 뿌듯함과 감동을 했다.

 

『우산 없이 비올라』를 읽고 난 후 아이는, 엄마는 언제 “아!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구나!”깨달았는지 물었다. 문득, 나도 그렇게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지 하며 내 마음이 언제나 한 방향을 향해 걷던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문득 생각해본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저 비를 맞고 있는지, 아니면 비가 오는 것과 관계없이 자신의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지. 많은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향하는 곳을 알고, 그 방향을 향해 잘 걸을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또 어른들도 그저 묵묵히 걸음걸음을 응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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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스티븐 핑커의 역사 이론 및 폭력 이론에 대한 18가지 반박
필립 드와이어.마크 S. 미칼레 엮음, 김영서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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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많은 역사학자가 폭력이 -그리고 특히 과거의 폭력을 은폐하려는 욕망이- 역사에 대한 선별적 기억상실의 지배를 받아왔음을 깨닫고 있다. 거듭된 사례에서 밝혀진바, 과거 역사로부터 배제된 인간 집단은 종속적 지위의 집단이었다. 이것은 격언처럼 (윈스턴 처칠 덕분에 유명해진) 단순히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승리는 대개 엄청난 피를 흘리고 나서야 확보되었다. (p.586)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 반발하기 위해 18가지 반박을 모아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스티븐 핑거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사실 그걸 먼저 읽어야 하나 고민도 했으나, 늘 좋은 책을 추천해주시는 몇몇 분들이 거품을 물고(?) 시간 낭비였다고 말씀하셨기에 이 책을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의 한마디도 틀린 말이 없는데, 도대체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는 무슨 말이 씌어있었을까 하고.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총 18장으로 이루어진 다소 방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서문에서부터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셨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역사의 기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는 그럼에도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달된 역사 앞에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감히 “당연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를 논할 때는 할 말이 없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역사의 이면에 상처받고 고통받은 “산증인”들이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계시지 않나. 또 사회가 발전하며 오히려 약자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정신적, 기타 등등의 폭력이 날로 민감하고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스티븐 핑거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종종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의 내용을 스티븐 핑거가 읽으면 상처받지 않을까, 그것 또한 '기록의 공격'은 아닐까 생각해본 것도 있지만 (사실 그래서 더욱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가 읽어보고 싶어졌고, 혹시 이것은 노이즈마케팅인가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펼쳐지는 내용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사회에 만연한 여러 모습의 폭력과 전쟁이 과거의 그것보다 가혹하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인권과 불평등, 폭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스티븐 핑거가 계몽사상에 담긴 복잡성과 모순을 태평스럽게 무시했다며 이어간 내용이 매우 치밀하여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역사는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당연한 사실을 또 한 번 짚으며 역사의 여러 시각을 파악하는 눈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사실 나의 지성이 부족하여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저자들처럼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도 못했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이어 역사의 빛과 그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나도 이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분명 다른 분들은 더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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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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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면 더 만족스러운 삶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삶의 만족과 행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소득에 도달한 후에는 재산이 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물건을 구매하든 체험을 구매하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뭔가를 찾는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지위를 알리고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p.221) 

 

 

나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는 '사물'은 단연 책이겠지만, 그 외에도 '사랑하는 물건'들이 있다면 포스트잇과 볼펜(독서를 기반하는 물건들), 옷과 신발, 가방 등이 뒤를 따를 것이다. 가격이나 유행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에 때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분명 그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를 표현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한 단톡방에서 남의 사진까지 퍼다 나르며 자신의 '소유품'인듯 과시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소유욕도 '비이성적'일 수 있겠다는 것 싶어지더라.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는 내내 나의 정체성이라 생각해온 것들을 되짚어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기 전에 나의 소유욕은 나의 정체성에 기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물질만큼 정신적인 쌓기에도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 반성이 들었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라는 다양한 방면의 욕구를 다루고 있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일말의 지루함도 없이 나를 집중케 했다. 아이를 향한 소유욕이나 포퓰리즘 등에 대해서 다룰 때는 엄마로서의 사회를 향한 욕구와 대중으로서 사회를 향한 생각에도 나의 삐뚤어진 욕구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늘 사회의 어두운 곳에 빛이 닿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집과 소득이 있어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구분된 집단 속에서 불만하지 않았나. 이 생각은 '불의와 불평등'을 읽으며 한층 짙어져 나를 고민에 빠져들게 했다. 

 

'점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생각해보게 된 것도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덕분이었다. 뱅크시를 사례로 들어 '누구의 것도 아닌' 것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작가의 시각에 놀라움을 느꼈다. 정작 작가는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길가에 그림을 그려두었는데, 그것을 두고 미술관과 땅 주인의 싸움과 협의를 이어가는 것을 보며 소유욕의 모든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더라. '정서적 소유'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우리 아이는 보들보들한 이불에 깊은 안정을 느끼는 아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곰돌이에 집착 좀 해본 사람 출신이기에 아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재빨리 이불을 빨고 말리는 선수가 되어 있다. 그저 '애착'이라 생각했던 것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나를 가장 고민하게 만든 것은,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5장과 6장, 과시욕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자아의 확장'이라는 핑계로 사치하고 물건을 숭배해온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기도 했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한 나머지 봐야 할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후회도 들더라.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는 내내 어쩌면 이 책은, 앓는 시대를 사는 중인 우리가 모두 읽어야 할 책은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더 갖지 못해 안달하고 아프지 않나. '욕망'이라는 흔한 감정을 거의 모든 학문으로 빗대어 풀어주는데도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내가 진짜 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덕분에 나는 현명하지는 못해도, 미련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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