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구멍 - 알면서도 몰랐던 구멍의 세계 궁금한 새싹
노라 니컴 지음, 로버트 매겅크 그림,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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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와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놀라고, 우리가 모르고 지나온 세상에 또 한 번 놀라게 했던 그림책, 『세상의 모든 구멍』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호기심의 대상이자 대답이 될 책이고, 어른들에게는 “내가 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들”에 대한 놀라움이 될 그림책이다. 

 

『세상의 모든 구멍』이라는 제목과 동그란 구멍을 내려다보는 표지에서 상상해볼 수 있듯, 이 책에는 수많은 “구멍”이 등장한다. 책에서는 구멍을 “뻥 뚫린 공간”, “텅빈 곳”, “속에 아무것도 없는 부분”으로 정의내린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하다는 말에서 이 책의 시선이 어디로 향할지 의문이 들더라.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 세상의 모든 구멍을 따라가는데 와, 내가 몰랐던 구멍이 왜 이렇게 많아?! 이렇게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고,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온 세상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니, 바라보는 눈에 따라 세상은 순간순간이 배울 거리고, 재미있는 무엇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구멍』이 더 감사했다. 내 아이가 세상을 더욱 자세하고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도록 돕는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 

 

만약 『세상의 모든 구멍』이 단순히 세상의 구멍을 구경만 하는 책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권하지도 않았다. 이 책은 그냥 구멍을 보는 책이 아니다. 그 구멍이 지니는 의미, 구멍에서 파생되는 다른 세상, 구멍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들까지를 보게 하는 책이다. 그야말로 책 너머의 책이고, 세상 너머의 세상이다. 

 

어떤 구멍은 뒤가 막혀있고 어떤 구멍은 뚫려있다. 어떤 구멍은 동물이 만들었고, 어떤 구멍은 자연적으로 생겨났다. 바닥이 막힌채 뚫린 구멍에는 무엇인가가 부어져도 흘러가지 않고, 양쪽으로 뚫린 구멍에는 다른 쪽으로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어떤 구멍에서는 위험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떤 구멍에서는 생명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들으니 막연한가? 

자 그러면 이렇게 풀어보자. 

와플의 구멍에는 꿀을 담을 수 있고, 바늘은 실을 통과하게 한다. 싱크홀 등의 구멍에서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새싹이 뚫은 구멍에서는 꽃이 핀다. 우리 아이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수많은 구멍을, 그냥 구멍으로 생각하지 않는 순간- 우리 아이는 새싹을 보게 되고, 와플위의 규칙적인 무늬를, 꿀에서는 육각형의 신비를, 나무 아래에서는 매미의 탄생을, 꽃의 수술과 암술을, 땀꾸멍에서 인체의 신비를, 오존층을, 블랙홀을 생각하고 만날 수 있게 된다. 

 

원래 발명은 아주 작은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 이렇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에서, 우리 아이들이 아인슈타인보다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는 과학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구멍』에서 만난 구멍은 결코 단순한 구멍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구멍』을 읽고 난 후 집을 빙 둘러보는데 아이가 말한다. “자 컵에는 막힌 구멍이 있어서 물를 담을 수 있고요, 창문은 뚫린 구멍이라서 세상을 볼 수 있어요.” 맞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우리 집의 수많은 구멍들이 보인다. 발견하기 전과 발견한 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 우리는 한동안 길을 지나며 세상의 모든 구멍들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 아이가 만나게 될 세상은 더욱 클 것이고. 자, 당신에게도 『세상의 모든 구멍』을 권한다. 부디 당신의 세상도 한 뼘 더 커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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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뒤집어지는 인간관찰기
이도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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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주인공이 있다면 그건 기관사가 아닐까. 그때 나는 기관사만이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열차가 고장나거나 민원이 있을 때면 관제사나 역무원, 청소 여사님, 검수 직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나와 힘이 되어 주었다. 문제가 터지고 도움을 받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우리 모두의 필요에 대해서. (p.114)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는 제 11회 브런치북대상수상작이다. 부산지하철 기관사로 근무하는 작가님의 지하철 관찰기를 담은 에세이로, 엄청난 입담과 놀라운 일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고루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야말로 희노애락이 한 권에 담긴, 대단한 책이랄까. 

 

기왕 희노애락으로 말을 시작했으니 각각의 이야기를 한가지씩 풀어볼까 한다. 

희. 기쁨. 

“적어도 당신만은 알지 않는가. 그것이 당신의 하루, 당신 생애 최초의 순간이었다는 것을 (p.217)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에서 가장 자주 느낀 감정은 기쁨이었다. 가벼운 기쁨은 아니고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건강한 기쁨. 이 책에는 수많은 성실한 이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 역시 더 성실히, 제대로 살아가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에세이라는 문학에서 만나는 가장 큰 수확이 바로 그것 아닐까. 타인의 건강한 성실함에서 나도 그러리라고 다짐하게 되는 것. 

 

노. 화

“열차 코앞에서 선로로 머리를 내밀었던 할아버지가 침을 뱉고는 홱 뒤돌아서 승강장 안쪽으로 가버렸다. 본인때문에 비상제동이 체결됐고, 열차가 기적을 울리는데도 할아버지는 신경쓰지 않았다.(207)”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에는 내가 싫어하는 여러(?)사람이 등장한다. 자신밖에 몰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 공공의 편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온갖 사람이 오가는 곳이기에 더욱 그렇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문장에 깊이 공감하고, 같이 희노애락하며 나는 그의 문장에 풍덩 빠져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애. 슬픔

“순간이었다. 사람을 치는 게. 속으로는 제발 멈춰라 멈춰라 간절했지만 열차는 멈추지 않았다. 까마귀나 새들이 부딪혀도 큰 소리가 나는데 그 충격음이 들리지 않길 바랐다. 쿵! (p.47)”

지하철에서의 자살. 사실 대부분의 경우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입장에서 언론에 공개되기에 기관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일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를 읽으며 뜻하지 않게 그 반대편에 서버린 입장을 읽으며 안타까움과 짠함이 동시에 들었다. 다른 이야기에 비해 지극히 감정이 절제된 이야기였지만, 덤덤한 문장 사이사이에서 묻어나는 슬픔이 가슴아팠다. 더불어 사상사고를 겪은 기관사가 스스로 생을 마무리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좀 울었다. 어쩌면 세상에는 수많은 '타인의 아픔을 온 몸으로 버텨내고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타인에게 가해를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사고에도 자신의 슬픔인듯 아파하고 슬퍼한다. 이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슬픔을 전해읽으며,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번. 

 

락. 즐거움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두더지게임의 두더지처럼 미친듯이 솟아오른다. 얼울한 게 나는 동전을 넣은 적도 없는데 솟아오르니 환장할 노릇이다. (p.134)

이 페이지를 읽으며 나는 깔깔 웃었다. 일단 책에 포함된 일러스트도 너무 웃겼고, 우리집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전쟁(?)이라 깊은 공감을 했다. 하다못해 3명이 사는 집에서도 춥다와 덥다의 의견이 갈리는 수백명이 타는 지하철은 오죽할까. 우리는 이렇게 모두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더지게임을 하고 있을 모든 기관사들에게 경의를!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를 읽는 내내 사람냄새에 웃고 울고, 공감하기도 했다. 빌런과 슈퍼히어로가 동시에 살고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느낄 수 있던 이 책.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나면 분명,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하면서 작가의 브런치북을 검색해보게 될테니 반드시, 꼭! 이 책을 만나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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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구름 방울 - 제31회 눈높이아동문학상 그림책 대상 수상작
이현주 지음 / 오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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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자연을 관찰하기도 하고, 말놀이를 할 수도 있는 보석 같은 그림책을 발견해 소개하고자 한다. 3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그림책 대상을 수상한 책, 『찾았다! 구름방울』이 바로 그 책이다. 『찾았다! 구름방울』은 파란 표지부터 내용까지 딱 지금 시기에 아이들과 읽으면 나눌 이야기가 무척 많은 책이니 꼭 한번 만나보기를 추천해 드린다. 

 

반짝임과 익살스러움이 공존하는 『찾았다! 구름방울』의 표지를 열고 들어서면 왁자지껄 구름 방울들의 수다가 이어진다. 아이와 각 표정에 맞는 수다를 이리저리 떨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구름의 한 조각이 되어있는 듯 그림책 사이를 여행하게 된다. 『찾았다! 구름방울』을 처음 만날 때는, 그냥 구름이 되어 이곳저곳을 여행하시면 좋겠다. 아이들이 '하나의 존재'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구름과 비, 풀잎의 물방울, 진흙 위의 물기,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 바닷물까지- 물방울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순환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이름다운 자연을 관찰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집 꼬마는 『찾았다! 구름방울』을 읽기에 조금 컸나 생각했지만, 여행지에서 비가 오자 구름 방울들이 내려왔다는 아이의 말에 그림책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닫기도 했다. 

 

구름 방울들의 이동을 따라 실컷 여행했다면 이번에는 구름 방울들의 수다에 끼어들어 보자. 『찾았다! 구름방울』은 대부분 대화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제 막 글씨를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끼고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엄마와 아이가 한마디씩 번갈아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다른 구름방울이 된 듯 책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찾았다! 구름방울』을 맛있게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은 책 안의 의성어 의태어를 소화하는 것. 『찾았다! 구름방울』에는 간질간질, 휭, 에취, 쫑긋, 보송보송, 슬금슬금 등 20개가량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만날 수 있다. 이 어휘들이 어떤 모습을 나타내는지 그림책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직접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다 보면 어휘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그림책도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이 어휘들로 몸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직접 구름방울이 되어 몸을 움츠려보기도 하고, 미끄러져 보기도 하며 구름 방울들의 여행에 함께 하다 보면 그림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대상인지를 절로 배우게 될 듯하다. 

 

쟁쟁한 눈높이아동문학상에서 그림책 대상을 수여했다기에, 과연 어떤 책일지 기대가 컸는데, 『찾았다! 구름방울』은 기대보다 훨씬 알차고 멋진 그림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계절에 읽어도 완벽한 그림책이지만, 비도 많이 오고 물가로 여행을 떠나는 딱 지금이라면 훨씬 더 좋을 『찾았다! 구름방울』. 소낙비에서, 바다에서, 계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구름방울을 찾아보고- 방학 여행길 속에서 말놀이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또 한 뼘 자라게 될 것이다. 





『찾았다! 구름방울』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법


1. 구름방울을 따라 여행을 해보자. 구름에서 비로, 물방울로, 진흙으로, 지하수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물방울이 되어 '물의 순환'을 이해해보자.

2. 대화체를 따라 구름방울이 되어보자. 어떤 구름방울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흉내도 내보자.

3. 수십 개의 의성어 의태어가 어떤 의미인지 말해보고, 문장을 만들어보자.

4. 온몸으로 의성어 의태어를 표현하기도 하고, 구름방울이 되어 미끄러지기도 하고 구르기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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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비만 - 국민 주치의 이왕림 박사의 34년 비만 해독 연구 결정판
이왕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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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내놓는 많은 '비법'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음식과 관련한 것이다. 이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지고, 저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비만을 '일상의 불균형으로 생겨난 중독증의 하나'라고 보면 단순히 빵 몇 조각의 열량을 계산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는 것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265)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다이어트 비법과 비교하며 이 책을 접할 예정이라면, 시간낭비 하지말고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비법들을 따라하면 된다.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생산하고 편집하고 재가공한 내용들과 비교하면서 읽을 요량이라면 이 책에서는 “0일만에 0킬로 빼는 비밀”등 은 없다. 하지만 선입견이나 속세(?)의 여러 방식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내장비만』과 지방 등의 민낯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장비만』은 이왕림 박사의 비만과 해독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정확하게는 '살'보다는 우리 내면에 쌓이는 치명적인 독, 내장지방을 없애고 암이나 당뇨가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드는 몸을 목적으로 한다. 사실 유해독소, 내장지방, 장의 균형, 활성산소, 항산화제, 미토콘트리아 등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등장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살짝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해독작전 등에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부에 넘어가며 몸의 모든 신호는 내 몸이 보내는 것이고, 해로운 것을 비워내는 것이 다이어트에도 건강에도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자 책에 대한 이미지도 나의 이해도도 달라졌다. 

 

사실 『내장비만』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팔이피플”들이었다. 유명세를 이용해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이들이 수많은 지식 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가공하고 확대해석해왔음을 깨달으며,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가려진 정보”들에 현혹되며 살아왔는지를 깨달았다. 물론 『내장비만』역시 그런 정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냐 물을수도 있겠지만, 『내장비만』은 “근본”에 집중하여 풀이해주고, 그것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그래서 나 역시 내 몸에 대해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생각해보기도 했고, 진짜 중요한 것은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닌, 체내의 노폐물을 제대로 비워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달간 나 역시 살과의 전쟁을 했다. 처음에는 탄수화물 자체를 안 먹고, 지칠때까지 운동을 했고, 최근에는 맛있게 먹되 한 입 덜먹고,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을 때 멈추는 운동을 했다. 특별히 뭔가를 의도했다기보다는 40이라는 나이에 한번쯤 인생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서 시작된 '심플해지기'의 일환이었다. 결과적으로 체지방은 후반기에 더 많이 빠졌다. 그럼에도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 것에 의문이 들 대 이 책을 읽었고, 뒷통수라도 한 대 맞은 듯 “아 나는 건강해지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내 몸을 혹사시키는 식사나 생활습관, 잘못된 다이어트 등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꽤 오래도록 진짜 해독이 무엇인지, 진짜 가뿐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게 될 듯하다. 『내장비만』 덕분에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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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이문재 엮음 / 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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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P70, 이병률 “이 넉넉한 쓸쓸함”중에서) 

 

 

사는 게 바쁠 수록 읽지 않게 되는 것이 시와 소설이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울 때 결국 붙잡게 되는 것은 시인 것 같다. 사실 이번에 읽게 된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휴가가는 여행가방에 던져 넣어갔다. 보통의 경우는 여행엔 소설을 가지고 가는데, 왜 이 책이 손에 닿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때때로 어떤 구절은 목에 메이고, 어떤 구절은 마음에 메여서 결과적으로는 이 책 때문에 꽤 풍성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는 “혼자의 넓이” 등을 출간한 이문재 시인이 기도문과 시를 한데 엮어 만든 책이다. 기도문과 시라니 의아할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기도도 노래도 결국은 시가 아니겠는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독특한 것이 독자가 시를 이어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엮었다고 한다. 안 읽는다, 안 읽는다 하면서도 수백권의 시집을 읽은 것 같은데, 독자가 이어쓰라고 만든 시집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 한 줄 한 줄을 더 의미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어진다. 숙제라도 하듯 더 좋은 문장을 적어넣기 위해서, 내 마음을 잘 적어보고 싶어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의 이어쓰기 노트에는 썼다 지운 흔적만 가득하지만 언젠가는 이 노트에 빼곡히 나를 기록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독자가 이어쓰고 싶어지는 시가 가장 좋은 시라는 작가의 말처럼,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안에는 내 마음을 터놓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이미 읽어본 시도 있었고, 노래나 기도 등으로 접해본 문장도 있었다. 아는 것은 아는데로, 모르는 것은 또 모르는 데로 읽으며 내 방식대로, 내 입맛대로 소화시키며 읽었다. 

 

아마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는 당신에게도 그런 책이 되어 줄 것이다. 세상의 많은 문장들을 바탕으로 나를 쌓아올리는 일. 나를 적어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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