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말에는 모든 걸 바꾸는 힘이 있다. 

이를테면 흔히들 '사랑해', '네가 싫어', '아이가 생겼어', '나 죽을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 나라는 지금 전쟁 중이야'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크나큰 혼란과 경이로움을 단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말은 이것이다. “부탁인데, 나 좀 도와줄 수 있어?"(p.84) 

 

 

여기 어딜 가든 동물들이 모여드는 아이가 있다. 아빠와 둘이 살던 이 아이는 어딜 가든 동물들이 몰려들어 “이상한 아이”취급을 받는다. 하긴, 축구나 수영경기 중에 동물들이 난입해 경기가 중단되고, 어깨에 새들이 날아들면 평범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터. 그러다 이 아이는 할아버지의 집에 가서 살게 되고, 도저히 현실세계의 동물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도 아이를 찾아온다. 

 

아! 하늘을 나는 아이도 있다. 떠돌이 예언자가 갓 태어난 아이에게 비행코트를 주고는 사라져버렸다. 마을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비웃었지만, 팔을 네번이나 걷어올린 코트를 입고 스스로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 이 아아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 혼자였고, 살인자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해리포터”는 진즉부터 소문날만큼 좋아했고, “반지의 제왕”이나 “신비한 동물사전”, “피마새” 등의 판타지소설도 빠지지 않고 읽은 편이기에(둘다 좋지만 굳이 따지자면 로맨스보다 판타지파다) 『임파서블 크리처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호기심이;왕성히 일었다. 얼마나 재미있기에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뒤를 잇는단 말인가 싶어졌기 때문! 사실 초반에 두개의 세계관이 따로 등장할 때에는 어느 쪽이 더 신비한 쪽인지 판단하느라 이야기에 풍덩 빠져들지 못했다. 그러다 그리핀을 고향으로 보내주고자 비밀의 언덕을 찾았다가 드디어! 두 아이가 만나며 하나의 세계관으로 합쳐질 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점쟁이와 스핑크스에게서부터 '불멸자'가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물약을 먹은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이 아이들 중 불멸자가 있을텐데 둘 중 누구일 것이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억을 되돌리는 약을 먹어야 할 텐데, 너무 가혹하지 않나 등의 온갖 상상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멜과 크리스토퍼가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풍경묘사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에라토를 만나 물약을 마시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며 이야기에 몰두했다. (만약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바로 이 장면이 클라이막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이야기에서는 선과 악이 존재하고, 언제나 그렇듯 나쁜놈이 존재한다. 『임파서블 크리처스』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악마의 등장이 다소 극적이지 않은 느낌이었다는 점이었지만, 이야기의 유기성을 생각하자면 가장 완벽한 배신(?)이자 극적인 등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신비한 동물사전'처럼, 다양한 동물들과 그에 연결된 상상력을 만날 수 있었고, '해리포터'에서처럼 극적인 서사도 만날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같은 모험도 있었고. 그래서 『임파서블 크리처스』을 영화관에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판타지 영화의 대가들이 멜처럼, 나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그래, 알았어. 그래, 좋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빠 생각
박상재 지음, 김현정 그림 / 샘터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아마 많은 분이 가사만으로도 노래를 따라불렀으리라 생각한다. 최순애 시인의 『오빠 생각』에 박태준 작곡가님이 구슬픈 장단을 붙여, 뜻도 모를 꼬마들의 눈물을 꽤 훔쳤을 동요, 『오빠 생각』. 이 시는 어느새 탄생 100주년이 되어, 노래비도 생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에 등장하는 “오빠”가 누구인지 생각해본 일 있나.

 

『오빠 생각』의 주인공인 오빠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펼치고, “개벽”, “소년”, “어인이”등의 잡지에 세계명작을 번안하고 연재하던 편집가 최신복이다. 오빠를 기다리던 소녀 순이는 최순애 시인으로, “오빠 생각”의 작사가이자, 『고향의 봄』을 쓰신 이원수 작사가님의 부인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온 집안이 어린이를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 멋진 이야기를 그림책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작품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작품은 바로, 샘터의 신간 『오빠 생각』.

 

가랑비에 옷 젖듯, 그림에 젖어 들게 하는 김현정 작가님, 그리고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수상하신 박상재 작가님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 『오빠 생각』은 최순애 시인의 『오빠 생각』을 모티브로 하여, 그녀가 살아온 아름다운 장소, 가족의 사랑을 멋진 이야기다. 마치 서당에서 사용했을 듯한 제본의 책 모양부터 눈부시게 아름다운 표지까지, 시작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온통 앗아간다..

 

『오빠 생각』노래 자체도 너무 아름답지만, 그림책 『오빠 생각』은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김현정 작가님의 그림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말 꽃이 흩날리고 구름이 흘러가기라도 하는 듯 아름다워서 한참을 넋을 놓고 감상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는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그림책에 풍덩 빠져 같이 거닐고 싶어진다. 

 

더불어 『오빠 생각』의 내용도 어찌나 알찬지. 순이를 통하여 듣는 아름다운 장소들, 오빠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사랑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북쪽 하늘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를 보며 눈물이 고이는 순이의 이야기에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이와 상관없이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는 감정인지를 배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요보다 동요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오빠 생각』를 읽고 나서 동요를 들으니 그 가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 특히 어려운 시절에 쓰인 노래들을 찬찬히 불러보니 그 시절의 동요들은 노래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어지기도 하고. 

『오빠 생각』은 그런 책이다. 익숙한 노래로부터 다양한 감정과 사랑, 감동을 하게 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마스 전날 밤
로저 뒤바젱 그림,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글, 정화진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품절




이맘때가 되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크리스마스 책 추천해줘”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적어도 크리스마스 책에서 이 책을 빼놓을 순 없지. 바로, 『크리스마스 전날 밤』 되시겠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1954년에 출간된 그림책으로 70번이나 크리스마스를 보낸 “원로 그림책”이다. 사실 이 그림책은 경력(?)뿐 아니라 이력도 화려한데, 지금의 배 나온 산타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몫하였고, 길쭉한 양말에 넣기 좋도록 길~게 만들어져 길쭉한 양말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출간 70년이 되어서야 “로저 뒤바젱” 버전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만나게 되었다니! 어떻게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겠어!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내용은 사실 모든 이들이 이미 상상할 법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24일 밤,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산타를 만나게 되고, 산타가 어떻게 우리 집에 오는지부터 왜 양말에 선물을 주는지 등을 관찰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한 바로 그 크리스마스 이미지! 바로 그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에서 다 나왔다. 이 정도 설명이면 왜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크리스마스 필독서인지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매력을 몇 가지 짚어보자면, 일단 우리가 상상하는 그 산타할아버지의 솔직한 모습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일러스트 분위기가 마치 CCTV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욱 관찰자의 입장이 되고, 마치 우리집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가까이 느껴지고, 나도 그림책 속 어딘가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 크리스마스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매력은 이야기의 온도. 정말 아빠나 엄마, 혹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가깝고 친밀한 이야기꾼이라서 더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화자도 관찰자의 시선이기에, 마치 이야기꾼과 내가 비슷한 거리에서 산타할아버지를 관찰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오순도순 담요를 나눠 덮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리 같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더욱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그 외에도 길쭉한 판형이 가져오는 심리적 효과들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길쭉한 굴뚝이 더 길게 느껴지고, 그 안에 끼인(?) 산타할아버지가 더욱 웃음을 준다. 그래서 아이와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 천천히, 아이들이 충분히 관찰하고 이야기에 충분히 빠져들도록 거리를 유지해주는 것이 훨씬 좋았다. 

 

올해는 25권의 크리스마스 책을 읽겠다는 아이와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나눠 읽으며 만약 이 책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스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수다를 오래오래 떨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등장하는 루돌프 이름들을 보며 앞서 읽은 책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서서히 트리를 장식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트리 아래에 이렇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함께 장식해보면 어떨까?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라면, 크리스마스가 더욱 따뜻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타의 첫 번째 순록 대셔
매트 타바레스 지음, 용희진 옮김 / 제이픽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과연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다음주쯔음부터는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이 노래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찬찬히 뜯어보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착하지 않으면 산타의 원정대에 들지 못했을 것 같은데 나머지 순록들은 왜, 루돌프를 놀려댔을까? 그렇게 순성(?)이 나쁜데 어떻게 산타원정대에 뽑힌걸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욱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주는 책, 우리아이들을 응원해주는 그림책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를 소개한다.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우리 아이는 두가지 의문을 품더라. 그렇다면 루돌프는 몇번째 순록인지, 대셔가 오기 전엔 누가 산타의 썰매를 끌었는지. 물론 표지를 살피면 백마가 썰매를 끌었음은 눈치챌 수 있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쑥쑥 자란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를 만나면 우리 꼬마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느라 신이 날 테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니까.

 

아이의 상상력놀이가 끝나고 나면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풍덩 빠지면 된다.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넋을 잃을만큼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펼쳐지기에 글씨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대셔가 처음 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면은 마치 책에서도 빠져나와 우리집을 날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의 스토리에도 진짜 매력은 짙게 담겨있다. 대셔는 서커스단에 소속된 순록가족의 막내다.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북극성을 꿈으로 품고 자랐고, 그곳에 다다르고자 무서움도 어려움도 버텨낸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산타의 곤란함에 기꺼이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들까지 모두 꿈처럼 간지해 온 북극성 아래로 대셔의 눈이 반짝인다. 

 

솔직히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를 만나기 전에는 그저 “크리스마스를 위한, 크리스마스에 의한”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을 읽으며 이 책은 완벽한 크리스마스선물임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 자신의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망치다 붙잡힐 것이 두려워 그대로 있었더라면- 대셔는 산타의 첫번째 순록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꿈꾸던 북극성 아래에 살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자유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는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움에 단단한 마음을 담은 완벽한 크리스마스선물이었다. 

 

아! 혹시나해서 적어드린다.

대셔, 댄셔, 프랜셔, 빅슨, 코멧, 큐피트, 도너, 블리첸.

산타썰매 1기의 이름이다. 루돌프는 219기쯔음 되고, 루돌프를 괴롭혔던 애들은 그저 순쪽이일뿐 나머지 순록들은 완벽한 동반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 벼랑 끝의 닌텐도를 부활시킨 파괴적 혁신
레지널드 피서메이 지음, 서종기 옮김 / 이콘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내는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해요. 그렇지만 항상 당신 생각이 맞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어떨지도 꼭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물론 그건 나한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나는 닌텐도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미야모토 씨와 다른 임원들께서는 아주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근무해오셨습니다만, 나는 우리의 새로운 여정에 그분들이 반드시 함께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우리가 상사와 부하직원 혹은 멘토와 제자의 관계에서 친구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이와타 씨의 폭넓은 시각을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반영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닌텐도에서만이 아니라 이후의 삶까지도. (p.241) 

 

 

나는 참으로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할 뿐 아니라, 책은 몇 시간도 꼼짝하지 않고 보지만, 영상은 1시간 이상 집중할 수 없는 눈을 가졌다. 그런 우리 집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로 바뀐 전자기기는 “닌텐도”다. 어린 시절 슈퍼컴보이로 즐기던 슈퍼마리오를 잊지 못해 닌텐도 Ds를 들인 후 Ds 라이트까지. 현재는 닌텐도 스위치와 함께하고 있다. 분명 디지털 게임인데, 묘하게 아날로그 냄새를 풍기는 게임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 닌텐도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러다 닌텐도 Ds가 표지에 그려진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닌텐도 타이틀 중 최애인 “슈퍼마리오”와 “동물의 숲”의 아버지 이와타 사토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파트너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책이라니! 왕성한 호기심으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로 빠져들었다. 

 

이와타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레지의 어린시절, 타 브랜드의 근무, 자신이 마주쳤던 실수 등을 차례로 다루고 있다. 2장에서부터는 닌텐도에서의 경험이 기록된다. 닌텐도의 기업문화에 부딪히고, 합의하고, 지향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스스로의 사례에서 혁신이나 개선의 창구를 찾아낸 점. 타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는 책은 많이 봤지만, 스스로의 과거에서 개선점이나 변화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방식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완벽히 자기객관화를 거친 사람이라는 확신을 줄 만큼 명확하고 분명하게 포인트를 짚고 있음이 놀랍기도 했다. 실제 그가 기록해놓은 핵심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무척 많았는데,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p.146).”나, 현명한 팀원 구성, 업무에 대한 책임감 등에 대한 문장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또 “훌륭한 리더들은 조직이 그들 없이도 계속 잘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내 그 자리를 떠난다. 이는 후대에 길이 전해질 유산을 창조하는 최후의 단계라 하겠다. (p.284)”는 말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를 읽은 것은 변화를 위해서 그룹이 어떤 결심을 단행해야 하는지, 그런 혁신들이 개인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리뷰 마무리는 레지의 5가지 인생 원칙으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 다섯 문장만큼, 이 책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상황이 다르고, 모든 기업의 요구조건이 다르겠지만 분명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모두에게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조언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나 자신에게 달렸다.

인생이란 절대 만만치 않으니 전력을 다하라.

다른 대안에 마음을 열어라.

두려움을 받아들여라.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일상에서 재미를 찾아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