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한예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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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 버린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유효 기간이 지나 상해 버리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매사 아끼고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순간을 잡는 것은 나의 몫이고, 놓치면 나의 탓인 거니까. 그러니 부디 주어진 기회 앞에서 망설이지 말기를.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이 멀리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를.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삼키고 삼키다 이내 잊어버리지 않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접어 버리지 않게. 

아끼고 아끼다 끝내 놓쳐 버리지 않게. (p.63)

 

 

사실 아직 젊은 작가들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라고 왜 고민이 없고 인생에 성찰이 없겠냐만은, 나이를 한살 한살 먹으며 바뀌는 생각이 무척 많았기때문일까. 어쩐지 무엇인가 미완의 무엇, 그럴 듯해보이려고 노력한 무엇인가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엇던 것. 사실 그래서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를 선물받고도,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다소 색안경을 끼고 만난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의 문장들은 생각보다 훨 다듬어지고,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에는 짤막한 형태의 문장들의 모음도 있었고, 두세 페이지로 이어지는 내용들도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페이지도 종종 등장했는데, “좋은 날이 올거라는 신호”,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것”등 인간관계나 삶에 대해 숙고 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묶어놓은 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페이지에 등장하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졌고, 그저 그럴듯한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을 읽는 내내,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작가처럼, “힘듦”도 흘러가는 것이라는 개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러번 했다.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가 특히 인상적으로 느껴진 것은 고통도 슬픔도 “때”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감정도 잘 흘러보내고, 그 자리에 다시 긍정적인 감정들을 담아내는 과정을 잘 다루고 있었다. 그런 문장들에서 위로를 얻기도 했고, 세상에 이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기도 했다. 

 

그녀의 책 제목,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처럼 좋은 날은 분명온다. 그러니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오늘의 지침을, 힘듦을, 슬픔을 잘 흘려보내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길 바라며.

 

잔잔한 위로를 주는 책,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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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
위혜정 지음 / 센시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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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이면 매일 필사를 한다. 처음에는 그저 책을 조금 더 의미있게 읽고자 시작했는데, 어느새 필사는 나의 또 하나의 취미가 되어 아침을 여는 첫 단추가 되었다. 때로는 다이어리에 적고, 때로는 필사전용 도서를 활용하는데, 이번주부터 새로이 시작한 필사책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책의 제목은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필사』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생활에 힘을 얻을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고, 영어문장과 번역된 문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필사』는 일단 완전히 90도로 펼쳐지는 제본의 형태를 갖고 있다. 그래서 글씨를 쓰기에 무척이나 편리하다. 나는 책의 가운데를 누르는 것을 싫어하여 종종 필사책인데도 책에 직접 글씨를 쓰지않기도 하는데, 이 책은 책 자체가 쫙 펼쳐지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는 사용이 가능하다. 

 

두번째로는 영어와 번역문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다. 영어문장에 쓰고, 번역된 내용을 쓰다보면 저절로 영어공부가 되기도 하고, 잊고 지내던 표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 번역된 문장과의 차이점을 직접 느낄 수 있어 원문의 매력을 엿보기도 좋다. 그 외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로 엮인 점도 매력 포인트. 인생의 각 계절이나 시기 등에 맞추어 명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문장처럼 느껴지는 문장이 꽤 많았다. 

 

나는 식탁에 두고 아침마다 읽고 쓰기를 진행 중인데, 어느날은 아이가 나보다 먼저 한장을 차지하더니 “이렇게 좋은 말이라니!”라며 감탄하더라. 문득 온 가족이 함께 필사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푸근해졌다.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막삭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 혹은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보고 싶은 사람이 활용하기 무척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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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 -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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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달 계속되는 겨울에 눈과 찬바람을 맞고도 끗끗하게 생명력을 품은 저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지루한 계절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그에 기운까지 잃은 사람들에게 몸을 깨우고 마음을 깨울 수 있는 하나의 생명력으로 재탄생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 아닐까. (P.158 봄동별곡) 

 

 

몇 년 전, 이주옥 작가님의 책 『세상의 당신들』을 읽고, 나와 연을 맺고 살아가는 관계들에 대해 감사와 고마움 등을 복잡적으로 느꼈더랬다. 세월을 부지런히 겪으신 후에 등단을 하신 작가님이라 그런지 문장 사이사이에서 직접 겪은 단단한 깨달음이 가득했기에, 그녀의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녀의 새 문장들이 나를 찾아왔다. 『이주옥의 풍경하나』라는 제목의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주변 풍경을, 당연하듯 지나던 것들을 보다 유심히 관찰하고 감사하게 되는 눈을 얻게 되었다. 사람이 겪어온 하루하루는 결코 그냥 쌓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이주옥의 풍경하나』에서 또 한 번 배운다. 

 

『이주옥의 풍경하나』는 “그대, 풍경이 되다”, “풍경에게 말을 걸다”, “풍경 밖에 서다”, “풍경에게 걸어거다”등의 무척이나 서정적인 주제들로 나뉘어 담긴 수필집.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녀의 문장에는 서정적인 점과 현실적인 깨달음이 고루 담겨있어서 시 같으면서도 단단한 깨달음이 느껴진다. 마치 요즘 세상이 즐기는 MBTI의 “F”와 “T”를 양손에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감성과 이성을 고루 갖고 있으면 그야말로 천재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 내 마음을 탁, 울린 것은 “봄동별곡”이었다. 맞다. 이 무렵부터 먹을 수 있는 달큰하도고 질깃한 봄동을 두고 그녀는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꽁꽁 언 땅에서 생겨나는 강한 생명력처럼, 색을 잃은 겨울에 빛을 발하는 초록빛처럼- 어쩌면 겨울같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그녀의 첫 책을 읽을 때만해도 초보엄마였던 나는, 어느새 초등학생 엄마인 사십대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조금 더 세상에 도움이 되는 모습, 조금 더 선한 모습의 사람을 향해 살게 되었다. 그래서 봄동을 향한 그녀의 예찬이 더욱 깊이 공감이 되고 나 역시 봄동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란한 밤을 견딘 것들이여, 이제 휴식하라. 다시 하나둘 불이 켜지고 황혼이 찾아들면 의자도 다시 땅에 내려앉아 사람들의 인생사 희로애락에 이리저리 끌리고 쏠리겠지만 아침에 받을 호사를 위해 기꺼이 현신하라. 밤을 털고 엎드린 의자 위로 청신한 바람 한 줄기가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P.108, 엎드린 저녁)

 

사실 이 문장은 울컥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처럼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요란하지 않은 하루는 거의 없다. 전쟁같은 아침을 보내고 출근을 하고, 다시 전쟁같은 근무시간을 보낸다. 퇴근한다고 해서 그 전쟁이 끝이 나나. 다시 육아로의 출근이다. 실제 돌을 갓지난 아기를 키우는 나의 동료는 “점심시간만이 나의 힐링타임”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삶에도 분명 바람 한줄기가 보듬어주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나보다 조금 더 앞서 세상을 산 인생선배가 풍경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남겨준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내일을 배우고, 오늘을 느낀다. 그래서 『이주옥의 풍경하나』는 내게 선배의 애정어린 위로같았다. 감히 내가, 이런 문장들을 놓고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군번인가. 그저 내가 느낀 위로를 다른 이들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감상을 공유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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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시선
이재성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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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새 

새들이 바람처럼 

바람이 새들처럼 날

아다니는 계절 

 

바람인지 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산에 닿으면 푸른 새 되고 

하늘에 닿으면 파란 새 되는, 

 

네가 나에게 닿으면 

무슨 색이 될지 궁금해지는 

그런 계절이 돌아왔다 어느새 

 

 

2005년생의 젊은 시인의 시집을 하나 선물받았다. 『스무 살의 시선』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집은, 2005년에 태어나 야구선수라는 다소 특별한 이력의 고교시절을 보낸 젊은 시인의 시집. 운동선수라는 이력을 먼저 읽은 탓인지, 감성적이지 않으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수십편의 시에서는 젊은 이들 특유의 감성과 생각들이 묻어난다. 

 

작가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독자들과 부지런히 소통하기도 하고, 자주 자작시를 게시하기도 한다고 하니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한 재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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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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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평온을, 평온은 무질서를, 무질서는 파멸을 낳지만, 

파멸 속에서 다시 질서와 덕이 생기며, 영광과 행운이 따른다. (p.190)

좋은 시기가 지속될 때 점차 안일함을 경계하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순환의 법칙을 이해하고 삶의 교훈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다시금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마키아벨리의 순환론은 어려움은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과정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즉 인생은 한번 의 직선적 여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며 성장과 쇠퇴가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존재함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의 순환 이론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개인의 삶과 사회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영광 행운을 모두 이률 수 있을 것입니다. (p. 193)

 

 

나이를 먹을수록 고전이 주는 교훈에 감탄하곤 하지만, 고전이 결코 쉬이 읽히지 않는 것은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군주론 인생공부』처럼, 고전을 풀이해주는 책들을 찾아읽는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나서 원래의 고전을 읽을 때, 더 쉽고 깊이 닿는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이다. 

 

특히 『군주론 인생공부』는 인문학자 김태현 작가님의 책으로 이전에 이미 『파스칼 인생공부』를 읽은 적이 있던터라 한층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사실 군주론은 이미 한 두번 접한 적이 있기도 하고, 마키아밸리에 대한 책을 여러번 읽으며 다소 익숙한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 『군주론 인생공부』읽기는 군주론을 읽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내가 받아들인 군주론과 인문학자의 방향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읽기에 가까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주론 인생공부』를 읽으면서 나는 또 다시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배우고,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다소 딱딱하기도 하고 나와 관계없는 학문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군주론 인생공부』을 읽으면 군주론이 우리 삶에도 어떤 도움을 주며, 우리 인생에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나는 『군주론 인생공부』을 읽으며 무엇에서든 배울 것이 있다는 말에 큰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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