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해지는 연습 -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에게
임태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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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살면서 무언가를 잘했을 때 칭찬받은 경험은 있어도 무언가를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받는 일은 드물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사람들은 환호한다. 그것은 좋은 결과이자 눈에 보이는 성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만약 자신이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매일 성실하게 훈련하는 과정을 밟았다면 사람들의 반응에 초연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본인은 알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과정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루틴의 효과는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루틴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태평하게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다. 타인이 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성취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p.195) 

 

 

나는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패턴이 깨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정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찝찝함을 싫어한다. 그래서 내 생활은 거의 변함이 없다. 답답하다고 피곤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규칙적인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기에, 생각 역시 단순하게 정돈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생각으로 최근 읽었던 책, 『단순해지는 연습』을 소개해본다. 

 

『단순해지는 연습』은 “카피의 기술”의 임태환 작가의 신간.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도 설마 단순함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무용론자들의 책인가 오해하긴 했다. (요즘 그런 책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무척이나 명확하게 “단순함이 주는 효율성과 집중을 통해서 삶을 개선하는 방향”을 이야기한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과 같았기에, 『단순해지는 연습』을 읽으며 도움받을 내용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단순해지는 연습』의 초반에는 불안과 복잡함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이상의 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으며 “여전히 그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지”로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불확실성에서 오는 복잡함에 대해 한숨이 나기도 했다. 또한, 그가 말하는 “우리가 쉽게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는 쓰지 말아야 할 에너지를 쓰고 써야 할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쓰기 때문이다(p.61)”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나는 내면의 에너지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의 글을 읽으며 또 한 번 에너지도 감정도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을 견고히 했다. 

 

그가 말하는 단순함의 6가지 법칙도 무척 인상 깊었다. 그는 '단순함'을 유사성, 무시, 최소한, 현재, 축약, 본질로 나뉘어 설명하는데, 삶을 범주화하려면 유사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불필요한 것을 적절히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내게 마이너스를 주는 요인들을 '무시'하긴 했으나, 그것에 대해 죄책감 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부분까지도 떨쳐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현재와 본질에 집중하고, 삶을 간소화하는 것에 대해 읽으며 다양한 방향으로서의 단순함을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단순해지는 연습』에서는 단순함을 이루는 기술과 생활에서 단순함을 실천하는 방법, 단순함의 고수가 되는 법 등을 모두 소개하고 있어, 삶과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평소에 실천하고 있던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나에게 적합한 방향으로 이를 바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복잡해서 울렁증이 이는 요즘 같은 세상, 『단순해지는 연습』이 꼭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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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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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당당한 소통은 나의 책무인 '본질적 가치'를 다할 때 가능해진다. 직장인이라면 R&R(Roles and Responsibilities), 즉 역할 분담과 책임에, 가족관계라면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당당하게 소통하자. 

ㆍ책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상대의 감동과 칭찬은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만큼 실망하게 되면 엉뚱한 상황으로 관계가 힘들어질 수 있다. 

ㆍ상대가 행한 책무(본질적 가치의 이행)에는 감동과 감사를 표현하자. 인정과 돌봄으로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행복해진다. (P.216) 


『이기적 소통』을 읽는 감상을 읽은 나의 감상평을 한 줄로 말하자면, “똑똑한 의사소통 비법서”다. 회사, 친구 등의 사회에서 제대로 소통하길 바라고, 관계의 질을 높이길 바란다면 한번쯤 만나보길 추천드리는 책이다. 

 

사실 『이기적 소통』의 소개글을 읽을 때만해도, “이기적 유전자를 활용한 이타적 소통”이 과연 무엇인지 전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모든 사람 본성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가운데에 두고, 나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모두 안녕하게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어, 요즘같은 세상에 무척 적합한 소통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 소통』의 전반부에는 관계와 소통 속에서 받게 되는 상처, 그럼에도 관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 등을 살핀다. 사람 때문에 울고도 사람때문에 살아가는 현실을 제대로 짚고 있어 공감과 이해를 자아냈다. 이 부분에서 좋았던 점은 스스로 뱉은 말에 스스로 상처받는 이들이 마음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관계를 맺거나 소통을 하는 것이 단순히 감정의 교류가 아닌 “목표”가 있을 수 있음을 기억하게 했다. (따지고보면 “친밀함 유지”도 목표다.)

 

후반부에 이어진 상대의 마음 다가가기, 소통하는 기술, 비언어적인 소통요소 들에 대한 내용도 무척이나 유익했다. 특히 소통의 기술을 다룬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감정과 소통을 분리하는 방법이나, 감정을 더하지 않고 요청하는 법, 타인의 실수는 바로잡되 감정은 지키는 언어습관 등에 대해 읽으며 말을 잘하는 것도 엄청난 기술이 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특히 “상대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소통이다”라는 페이지를 읽으며, 언어와 비언어적 요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어설픈 의사소통에서 벗어나, 나의 자존감도 지키고 상대의 감정도 지키는 똑똑한 의사소통비법서라는 생각이 든 『이기적 소통』. 부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만나서 다정함, 존중과 배려, 공감이 가득한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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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읽어 주는 선생님 - 미디어 바다에서 문해력 건지는 법
김도연 지음 / 싸이클(싸이프레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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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유튜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엄마다. 아니, 정확하게는 전자제품 자체에 대해 그리 열린 마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조차도 텔레비전이나 태블릿보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렇다 보니 우리 아이는 여전히 유튜브를 거의 접하지 못했는데 최근 유튜브의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게 한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읽은 지 꽤 되었는데 여러모로 공부하느라 리뷰가 늦었다.) 

 

현직교사인 김도연 작가님의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문해력, 어휘력 향상을 꾀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많은 부모님이 집중력, 문해력의 저하를 모두 디지털 미디어 탓으로 돌리기는 하지만, 오직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현실적인 학습과 성장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니, 한번쯤 만나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유튜브 등의 디지털 미디어는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직관적이기에,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맞다. 그러나 변해가는 세상에서 활자만을 잘 읽고 이해하는 것도 어딘가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처지지 않나.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를 더욱 잘 활용하고, 이런 영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디지털 미디어 활용은 '좋은 영상'을 '잘' 선별하고 이해하며 본다는 개념이니, 오해 없으시길!

 

그래서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에서는 과학, 사회, 문화, 환경, 상식 등 교과서와 연계할 수 있는 유익한 영상과 글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더불어 QR코드를 통해 제시되는 영상은 아이들에게 지식과 흥미 둘 다를 줄 수 있는 내용이라 디지털 미디어 선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 즉, 영상으로 직관적인 이해를,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의 지문을 통해 어휘와 문해력 향상까지 노릴 수 있는 것. 나 역시 아이에게 영상을 안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거나 보여주고 싶지도 않아 늘 고민해왔는데,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을 통해 조금 더 선별된, 조금 더 양질의 영상을 고르는 팁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 집처럼 아이가 어릴 때는 디지털 미디어를 전혀 주지 않다가 학교에 가며 고민에 빠진 집이라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은 영상에 대한 키워드, 영상을 바르게 이해하는 지문, 영상 정리하는 퀴즈, 생각 확장, 배경 지식 확장 등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으며, 영상에 등장하는 어휘나 관련 영상까지 제시하고 있어 다각도의 학습이 가능하다. 사실 유튜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만 갖고 있었지 제대로 풀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고, 몇몇 영상으로 인해 알고리즘도 더 알차게 구성되어 유튜브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더불어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앞쪽에는 유튜브를 바르게 활용하는 법도 제시하고 있으니, 이 부분도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어느새 세상은 “모르면 약”이던 시절이 아니다. 그렇다고 “알면 약”인 세상도 아니고. “제대로 알아야 약, 잘못 알면 독”인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바른 방향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접하게 할 수 있도록 『유튜브 읽어주는 선생님』 같은 책들이 잘 활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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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 마! 사이버 폭력 지식 잇는 아이 2
떼오 베네데띠 지음, 다비데 모로지노또 그림, 정재성 옮김 / 마음이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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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정보를 다양한 사료와 익살넘치는 일러스트, 간단명료한 설명으로 인터넷에 대해 쉽고 정확한 정보를 얻게 해주는 책, 마음이음의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를 소개하며,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할 수 있는 사이버 폭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을 연결해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연결해 배울 필요가 있고!) 그렇게 만나본 책, 지식잇는 이야기 2권 『꼼짝 마! 사이버 폭력』!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꼼짝 마! 사이버 폭력』은 우리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쉽게 접하고, 쉽게 노출되는 인터넷 안에서의 폭력을 무척 상세히 다루고 있었다. 책의 앞쪽에서는 인터넷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미리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를 읽은 아이들이 개념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를 읽지 않은 아이들도 인터넷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페이지가 되기에 '지식잇는 이야기'는 정말 아이들이 지식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터넷에 대해 간략히 배우고 나면, 드디어 소셜미디어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미 많은 아이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무척 다양하게 사용하긴 하지만 정작 소셜미디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 『꼼짝 마! 사이버 폭력』을 통해 제대로 개념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뒤이어 이어지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이야기들. 사실 나 역시 『꼼짝 마! 사이버 폭력』을 읽기 전에는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되지 않는 교육을 해야겠다는 단편적인 생각만을 했는데, 『꼼짝 마! 사이버 폭력』을 읽고 난 후에는 우리 아이가 뜻하지 않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꼼짝 마! 사이버 폭력』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폭력과 사이버 폭력, 장난과 폭력, 우리 주변의 가해자와 전문적인 가해자 등을 무척이나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딥페이크, 인터넷 공유 등에 대해 수업을 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겠지만, 어른조차 간과할 수 있는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적극적인 방어법, 수동적인 방어법을 나누어 알려주는 점도 무척 인상 깊었다. 사실 어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방향성과 대응성을 나눌 필요는 있기에 이런 교육법이 무척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아이가 『꼼짝 마! 사이버 폭력』을 만나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은 무척 가파르게 성장했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다 보니 어른들조차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을뿐더러 사이버 폭력에 대해 잊고 살기 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허용하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우리 집 역시 아이와 『꼼짝 마! 사이버 폭력』,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를 읽으며 인터넷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꼼짝 마! 사이버 폭력』,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를 강력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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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5
이승범 지음 / 북극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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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거미』로는 거미 친구를 만들어주고, 『굴러 굴러』로는 대왕 똥을 만들어주던 이승범 작가님의 신간, 『끈적끈적』! 앞의 책들도 그랬지만, 이번 신간 『끈적끈적』 역시 겁에 질린 표정의 동물들의 모습에서 표지부터 호기심이 일더라. 우리 아이에게서 “역시 세상에서 책이 젤 재밌어!”라는 말을 내뱉게 하고, 엄마는 “아니, 뭘 먹으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어?”라는 질투 아닌 질투를 느끼게 한 책 『끈적끈적』을 소개한다. 

 

사실 원래도 기발한 이승범 작가님 작품이니까, 이번 책도 당연히 톡톡 튀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끈적끈적』은 또 한 번 가뿐히 우리 가족에게 큰 웃음을 준다. 개미 앞에 생긴 노란 강물, 개구리를 미끄러지게 만든 미끈하고 끈적한 노란 냇물! 곰의 털을 쩍~ 붙여버리는 끈적하고 탄성 좋은 노란 액체! 대체 이 노란색 액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노란 액체의 정체를 찾아 나선 동물들은 뜻밖에 하늘만 바라보는 코끼리를 만나게 되고, 찝찝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그 정체를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코끼리의 00! 하늘로 뿜어져 온 숲을 적시는 무시무시한 00분수는 저 멀리 통나무집 할아버지에게도 보일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우리 집에서는 노란 액체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으악”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이내 “코끼리가 왜 하늘만 보고 있었는지, 코가 왜 대빵만했는지 이제야 알았네”라며 깔깔 웃어버린다. 또, 목수 할아버지는 어쩜 저렇게 아이디어가 좋냐며 감탄하기까지! 평화롭고 훈훈한 결말을 지켜보던 아이는 “역시! 세상에서 그림책이 제일 재밌어”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끈적끈적』의 첫 장을 다시 펴더라. 엄마는 어땠냐고? 그림책의 내용에 우리 아이 반응을 보며 “대체 이런 상상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뭘 먹어야 나도 이런 글을 쓰지?”라는 질투(?)가 마구 일 정도. 그만큼 『끈적끈적』은 재미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듬뿍 담겨있었다.

 

『끈적끈적』을 읽고 난 후, 우리 집에 코끼리의 00이 생기면 무엇에 쓸지 물었더니 기특한 우리 꼬마는 놀이터에 누군가 부숴놓은 시소 손잡이를 붙여야겠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은 “찝찝해서” 한 달 정도 타지 않을 거란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저녁 내내 『끈적끈적』을 쓸 곳을 궁리했다. 

 

온 가족이 돌아가며 『끈적끈적』을 어디에 사용할지 이야기하며 또 한 번 그림책의 엄청난 힘을 느꼈다. 8살짜리나 39살이나 43살까지 눈을 반짝거리며 상상하게 하는 대단한 존재.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일러스트의 여기저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게 하는 대단한 힘. 자, 이제 그 힘을 다른 가정에서도 느껴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는 그림책의 매력, 일상생활로 확장되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말이다. 이승범 작가님의 『끈적끈적』은 또 한 번, 생각조차 하지 않던 존재를 멋진 이야기로 태어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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