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춤
김지연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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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를까. 차례상, 송편, 가족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르겠지만, 아무래도 추석 하면 역시나 '보름달'이다. 그래서일까, 추석과 관련한 여러 그림책에도 반짝이는 보름달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 같다. 방긋 웃는 보름달과 풍성한 차례상 등의 일러스트는 익숙한 만큼 편안함을 준다. 매년 추석마다 다양한 그림책들을 만나왔는데, 이번 추석에 만난 그림책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름달을 만나본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많은 분께 소개하고 싶다, 

 

김지연 작가님의 『달빛춤』은 달과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사실 이 책은 엄마가 더욱 반해 냉큼 데리고 온 그림책으로, 정말 어느 페이지 하나 빼놓지 않고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그림뿐인가! 오래도록 유지되며 우리나라의 정신과 문화예술에 기반이 되었던 불교사상과 설화 속 주인공들이 만나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더욱이 나라와 성별, 나이 등을 모두 초월하며 함께 추는 달빛춤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자아낸다. 우리 아이는 모두가 어우러져 춤을 추는 장면을 『달빛춤』에서 가장 멋진 장면으로 뽑았는데, 그 이유가 “휠체어 탄 사람도, 외국인도 함께 우리나라 춤을 추는 것 같아서 너무 아름다워”였다. 나의 눈에도 그 장면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가슴 벅찬 장면이 될 것 같다. 

 

『달빛춤』의 내용도 뭉클하지만, 일러스트가 특히나 아름답다. 일러스트에는 검정과 흰색, 노란색, 파란색만이 사용되는데도 단조로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색이 서로를 돋보이게 만들며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또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는 동양적 아름다움은 더욱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다양한 탑의 모양과 나무,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이 한데 어우러진 듯한 여러 장면은 마치, 『달빛춤』으로 인해 전 세계가 화합한다는 의미로 느껴져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뒤표지에 “한바탕 춤추고 한바탕 동무 되니 온 누리가 하나, 온 누리에 평화”라는 문구가 더욱 뭉클하고 간절하게 느껴졌다. 

 

『달빛춤』은 꼭 천천히 감상하시면 좋겠다. 산봉우리가 몇 개나 있는지, 탑은 몇 층을 이루고 있는지, 어떤 동물이 등장하는지,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등을 아이와 이야기 나누며 읽으면 이 책의 아름다움을 더 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빛춤』을 추면 너도, 나도 하늘이 된다. 우리가 모두 하늘이 된다. 한바탕 춤을 추고 한바탕 친구가 되고 나니 온 세상이 하나 되고,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다. 김지연 작가님이 『달빛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으셨을 이야기들을 온 마음에 담아본다. 지금처럼 무엇이든 풍족하여 오히려 더 외롭고 슬픈 시절, 진짜 추석이 주었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름답고 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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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움직이는 한 줄 고전의 힘 - 아이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바른 교육 시리즈 34
이은정 지음 / 서사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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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요인과는 별개로 같은 일을 겪었는데도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가 있습니다. 본래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거나 잘못된 생각방식으로 과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이 유형의 아이는 일어난 사건과 감정을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도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 사건과 나의 감정을 분리하여 내가 과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비슷한 상황이 여러번 반복되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습니다. (p.206)

 

 

어제 아이를 낳고 처음, 언성을 높여 혼을 냈다.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친구에게 못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나니, 제대로 짚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낯선 반응에 우는 아이에게 사과전화를 하게 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적게 했다. 동요하지 않은 척 했지만 내 마음이 더 힘겨워 아이가 잠든 후 손이 아플때까지 명심보감을 필사했다. 그러고도 진정되지 않아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을 다시 펼쳐들었는데, 결국 「맹자」의 고자 한 글귀가 나를 울리고야 말았다. 하늘이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기르게 한다는 문구에, 나는 언제까지 흔들려야 참을성있는 엄마가 되려나 하는 후회가 들어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오늘 아침, 횡단보도에서 아이의 친구가 아이를 꽉 안아주며 “어제 마음이 많이 힘들었구나, 나는 언제든 기다려줄 수 있어”하는데 다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도 이렇게 너른 가슴을 가졌는데, 나는 무얼하는 사람인가. 얼마나 부지런히 공부해야 사람구실을 하련가. 어쩌면 여전히- 아이보다 나에게 고전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을 놓을수 없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마음을 보듬고 생각을 깨우쳐줄 고전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고리타분하다 생각했던 고전을 다시 읽으며, 묘한 깨달음들을 얻었다. 그래서 아이와도 명심보감 필사를 시작했는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 깊이 닿지 않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러다 만나게 된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은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전환점이 되었다. 고전을 제대로 느끼는 법부터 아이와 확장할 수 있는 대화와 생각까지 제시해주었던 것. 그래서 막무가내 고전읽기가 아닌 마음에 닿는 고전, 우리를 돕는 고전으로 전환시켜준다.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은 여러 감정에 흔들리는 아이와 부모가 고전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책으로서, 질투나 열등감, 학습과 감정조절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게 될 여러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 고전이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부모를 위해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부터 고전을 재미있게 읽는 법, 부모와 아이가 고전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한 방법들까지 알려주어, 실질적인 고전활용을 가능하게 돕는다. 

 

더욱이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에서는 채근담, 논어, 명심보감, 논어, 맹자 등 무척이나 다양한 고전에서 마음에 닿는 글귀들을 발췌해주고, 이를 쉽게 풀어주기 때문에 고전을 보다 편안하게 느끼도록 돕는다. 여러 상황에 맞는 글귀, 접근법, 아이와 나눌 질문, 다른 친구들의 생각, 마음으로 담기 등 여러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엄마도 아이도 한결 편안하고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 나 역시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를 읽으며 아는 글귀는 더 깊게, 모르던 글귀도 쉽게 이해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책의 뒤편에는 완역본으로 읽기를 추천하는 고전과 초등학생이 만나면 도움이 될 고전목록을 제시하고 있어, 훗날 확장독서를 할 때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논어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은 들추지 말고, 지나간 일은 다시 탓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맹자는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보다 가르기 위해 질책하여 아이와 멀어지는 것이 더 나쁘다고 했다. 수천 년전의 문장들이 이렇게 또 나를 울리고 가르친다. 결국은 돌고 돌아, 다시 고전이다.

 

어쩌면 『아이를 움직이는 한줄 고전의 힘』은 아이를 움직이게 하려면 내가 움직여야 된다는, 따끔하고도 따뜻한 충고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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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초등 어휘 일력 365 (스프링) - 하유정 쌤의 기초 문해력 수업
하유정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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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꾸준히 늘려온 것이 있다면 일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에는 매일 각성하기 위해 「엄마의 말공부」로 발을 들였는데, 나도 아이도 지나다니며 쓱~ 보는 내용들이 은근 머리속에 남았던 것. 그렇게 하나하나 늘리다보니 총 6권의 일력을 집안 여기저기 두고있다. (김종원 작가님의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황현필의 한국사 일력」, 이임숙 소장님의 「엄마의 말 공부 일력 365」) 아이는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엄마표 영어일력365」와 「이은경쌤의 초등어휘일력365」를 사용중이었는데, 아이가 어휘가 많은 관심을 보여, 최근 새로운 일력을 하나 추가했다. 바로 하유정쌤의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

 

하유정쌤의 한글떼기, 바른 글씨 트레이닝, 놀베시리즈 등을 공부해온 터라 아이는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를 보자마자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또 안의 어휘가 무척이나 다양하고 설명도 쉬워 금새 흥미를 보였다. 

 

만약 아이가 매일 조금씩, 쉽게 어휘를 늘려가고자 한다면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를 활용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는 매일 한가지의 어휘를 배우고, 이것을 활용하는 예문과 확장어휘까지 배울 수 있어 무척 실용적이다. 더욱이 속담, 관용어, 사자성어 등 익숙한 어휘에서부터 감정, 과학, 사회, 가치 등에 이르는 어휘까지 다양하게 익힐 수 있어 어휘력과 문해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모든 과목과 활동의 기초가 되는 문해력과 어휘력이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책 대신 미디어에 익숙해 그런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고 흥미도 잃거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 격차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처럼 어휘를 배울 수 있는 책들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다양한 어휘를 배울 수 있고, 확장되는 개념까지 익힐 수 있으니 말이다. 또 반댓말, 비슷한 말 등도 익힐 수 있어 아이의 어휘사전이 무척이나 풍성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만나보니 어휘의 폭도 무척 다양한 뿐 아니라, 여러 예문, 확장언어를 배울 수 있어 어른에게도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학이나 사회 어휘는 몇학년 때 사용하는지를 따로 표시해주기도 해 교과서와 연계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뿐 아니라 한자어를 풀이해주기도 하여, 아이스스로 의미를 유추해보고 같은 한자가 사용된 단어들을 떠올려볼 수 있어 체계적인 이해를 도왔다. 

 

물론 내가 지극히 문과적 삶을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 중 가장 유용하게 써먹는 것들이 '어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이런 말을 뭐라고 하지?”라고 고민할 때에도, 직장에서 보고서를 쓸 때도- 책이나 교과서에서 만났던 어휘들은 나의 큰 자산이 되곤 했던 것. 우리 아이도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기에,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어휘를 공부할 생각이다.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처럼 좋은 책들 덕분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기적의 초등어휘 일력 365」이런 점이 좋아요.

1. 다양한 어휘를 쉽게 이해하도록 풀이해준다.

2. 예문과 문장만들기를 통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3. 비슷한말, 반대말, 확장어휘 등을 제시해 풍성한 어휘획득을 돕는다. 

4. 사회, 과학 등 접하기 어려운 영역의 어휘도 접할 수 있다.

5, 한자풀이까지 해주어 아이스스로 단어를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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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속담 모험 개똥이네 책방 52
보리 편집부 지음, 픽스트랜드 그림, 김보통 원작 / 보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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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덩치를 키우며, 원래도 작던 책 시장은 더욱 축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교실에는 시험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문장 호흡이 길어지면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하는 어른도 많다고 한다. 종종 단어 뜻을 이해하지 못해 의사소통의 오류가 생겼다는 사례들을 들으며 점점 더 아이에게 다양한 책과 어휘를 접하게 해야지 결심했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후, '역사'와 '독서'에 '어휘'를 슬쩍 끼워 넣어 속담, 사자성어, 관용어 등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책은 『나비의 속담모험』. 

 

『나비의 속담모험』은 “개똥이네 책방”시리즈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부터 알찬 내용까지, 그야말로 아이도 엄마도 만족감이 높은 책이다. 너무나 귀여운 고양이 나비를 통해 상황을 보여주고, 그 속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비슷한 속담은 어떤 것이 있는지까지 배울 수 있다. 우리아이가 나비와 친구들이 너무 귀여워서 저절로 속담이 배워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나비의 속담모험』의 일러스트는 귀여움도, 디테일도 완벽하다. 아이와, 책을 한번 읽은 후, 일러스트와 비슷한 속담만 들려주며 속담 맞춰보기를 했는데, 의외로 많은 것을 기억하는 모습에 “역시 재미있게 읽는 것은 오래 기억하는구나” 싶어졌다.

 

이렇게 재미와 학습 두 가지 토끼를 잡는 『나비의 속담모험』. 더욱이 『나비의 속담모험』은 ㄱㄴㄷ순으로 정리되어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속담을 보다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속담놀이를 통해 재미있고 쉽게 속담을 익히게 도와준다. 빈칸 넣기, 맞춤법, 문장 연결하기 등 무척 다양한 게임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써요'에서 만날 수 있는 내용이 제일 유용했다. 아무리 좋은 지식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 특히 속담이 낯설고 어색할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터. 하지만 『나비의 속담모험』은 아이들이 오늘 배운 속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무척 상세히 알려준다. 시험 때문에 걱정하는 친구에게 “날마다 열심히 공부했잖아,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데”라고 응원해주거나,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렇게 찾았는데 여기에 있네” 등 실생활에서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예문을 제시해주어 좋았다. 

 

또 '비슷한 속담'을 통해 같은 의미를 지니는 다른 속담을 배우기도 하고, 다른 속담을 대입에 문장을 말해보기도 하는 등 쉽고 재미있게 속담을 활용해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속담을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재치에 놀라움을 느끼곤 했는데, 아이에게 속담을 가르쳐주려고 일부러 다양한 속담을 쓰며 다시금 그 매력에 풍덩 빠져있다. 문장 안에 가득한 경험과 지혜,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풍자와 혜학, 그리고 리듬감까지. 어쩌면 시보다 함축적인 속담의 참 매력을 많은 아이가 배우고 즐기길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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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우울 - 우울한 마음에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다
이묵돌 지음 / 일요일오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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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속삭였다. 네가 조금 전 입에 담았던 건 아주, 아주 비겁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아, 사람이 조금쯤 비겁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고. 비겁한 말이지만 너는 강이라서 잘 모르겠지. 나와 달리 아주, 아주 깊은 강이라서. (p.173)

 

우울증을 예방하고 우울한 인간이 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우울하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 (p.213)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번 책의 표지를 다시 뒤적였다. 내가 읽고 있는, 이 날카롭고도 선명한 문장이 소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보통'가정에서 태어나 보통의 부모님과 보통의 형제들과 보통 같은 유년을 보내고, 보통의 직장, 보통의 남편과 보통의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는 내게는 그가 겪은 일들이 낯설고 힘겨운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가는 『최선의 우울』에 미리 “우울함에 획기적인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이고 완벽한 방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양 떠들어대는 사람은 혐오하기까지 한다(p.8)”라고 말할 만큼 '우울'에 대해 현실적인 입장이다. 사실 나는 약간 모자란 아이처럼 '맑은' 사람이라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최선의 우울』이 마냥 우울하기만 했다면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우울을 대하는 방향을 정해간다. 힘겹게 우울을 이기며 무엇인가 하려 하기보다는 나의 어느 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이고 그것과 잘 공존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 “많은 사람은 우울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생각해주지 않는다. 모종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당장 날 위로해달라거나, 내게 도움이 돼달라거나,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우리 관계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불거졌다거나, 너와는 그다지 즐거운 이야기를 할 기분이 아니라거나, 지금 내 기분을 낫게 하지 못하면 네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겠다거나…. (p.184)”라는 문장을 읽으며 나의 기준과 나의 잣대로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도 했고. 

 

그의 '우울하다는 선언'을 읽으며 나는 그가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잘 대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의 우울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감할 수도 없지만(물론 그가 그것을 바라지도 않을 것 같지만), 안심되더라. 그러며 문득, 요즘 사회에 만연한 우울하다는 감정이, 어둡고 가라앉는 무엇이 아닌, 기쁘거나 즐겁거나 하는 감정처럼 그냥 그런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오히려 심각하지 않게, 담백하게 지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실 나도 평생을, '우울'이나 '불행'은 이겨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으며 우리가 즐거운 감정을 '이겨낸다.'라고 표현하지 않듯, 우울도 이겨내기보다는 '지나간다'라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훨씬 가볍게 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나에게 『최선의 우울』은 그렇게 우울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감정이 정답이 아님을 깨닫게 되기도 했고. 최선을 다해 우울해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용하기로 했다는 그가, 그 와중에도 행복하고, 즐겁고, 신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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