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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꿈
아라이 료지 지음,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3월
평점 :

언제인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처럼 사랑받고 있는 존재, “고양이”.
사실 저는 동물을 다소 무서워하기도 하고, 아이를 키운 후 생명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나의 부족함을 동시에 느끼다 보니 다른 생명체를 건사할 욕심조차 내지 못하다 보니 고양이라는 유행에 민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마음으로나마 고양이를, 상상을, 행복을, 희망을 마음껏 즐기게 해준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고양이의 꿈』입니다.
『고양이의 꿈』은 아시아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특별상을 수상한 일본 그림책 거장, 아라이 료지의 신간으로 아름다운 색채와 수려한 문장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책입니다.
먼저 『고양이의 꿈』의 일러스트를 소개해볼게요. 아이들의 그림처럼 순수하고도 청량한 색을 담은 표지에서부터 묘한 설렘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알록달록과 어른의 알록달록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고양이의 꿈』은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맑은 알록달록함이 느껴져, 그것을 바라보는 '탁한 어른'의 마음도 맑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아라이 료지의 그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그림마다 다른 분위기, 다른 색감, 다른 그림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고양이의 꿈』에서는 그런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배경에서는 대범한 터치와 색감을 느끼지만, 고양이의 표정이나 움직임에서는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무엇인가가 느껴집니다. 우리 아이는 “엄마랑 내가 같이 그린 그림 같아”라고 표현할 만큼, 한 장의 일러스트 안에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만든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뿐 아니라 『고양이의 꿈』 안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어떤 페이지에는 도시가, 어떤 페이지는 굽이굽이 골목길이, 자연이, 축제가, 유원지가, 바다가, 하늘이, 또 꿈이 숨어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넘기다 보니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 안에 성큼 다가와 있었습니다. 글자를 읽기도 전에 작가님이 우리에게 주고자 한 이야기들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은 책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고양이의 꿈』의 문장들을 읽지 않으면 섭섭해집니다. 『고양이의 꿈』 문장들은 마치 시처럼 음악처럼 감성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강아지도- 꽃도 나무도 꿈을 꾸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바라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의 꿈 위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고양이의 꿈』은 끊임없이 묻습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길 끝에는, 바다 끝에는, 하늘 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말입니다. 그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바라던 미래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꿈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우리 아이가 바라는 꿈은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색과 문장을 따라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느낀 『고양이의 꿈』. 분명히 이 책의 제목은 『고양이의 꿈』이지만, 어쩌면 이 책은 우리의 꿈, 나의 꿈이 돼야 했을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제 당신에게 내가 받은 질문을 건넵니다. 부디 당신도, 『고양이의 꿈』을 통해 당신이 꿈꾸던 세상을- 아이가 꿈꾸는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당신의 마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