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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서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1
윌리엄 스노우 지음, 앨리스 멜빈 그림, 이순영 옮김, 김산하 감수 / 북극곰 / 2024년 4월
평점 :

그림책 자체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되어보니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만큼 좋은 게 없다. 바쁜 세상,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온전히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나본 그림책, 『강을 따라서』는 그런 점에서 정말 소중하고 짙은 사랑을 느끼게 한 책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아이의 예쁜 마음, 두 가지 모두를 느끼게 하는 그림책, 『강을 따라서』를 소개한다.
『강을 따라서』는 「숲의 시간」의 윌리엄 스노우 작가님과 앨리스 멜빈 작가님이 합작한 두 번째 그림책으로 「숲의 시간」보다 한층 짙어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 더욱이 이순영 번역가님의 번역 덕분에 한층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강을 따라서』는 플랩북으로 제작된 덕분에 그늘진 숲의 모습, 숨겨진 배의 속사정(?) 등을 만나는 재미가 풍성하다.
『강을 따라서』는 표지에서부터 다채로운 색감과 멋진 강의 풍경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속표지에 가득한 오리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나뿐이 아닌지, 우리 아이도 오래오래 속표지를 바라보더라. 『강을 따라서』를 읽기 전, '생쥐의 강 여행지도'를 먼저 충분히 감상할 것. 그리고 아이와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이 장소에서는 어떤 동물, 어떤 나무, 어떤 색깔을 만나게 될지 미리 이야기해볼 것. 지금까지 아이와 다녔던 자연 곳곳으로의 여행이 절대 헛되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팁으로는, 책 가장 뒷장에 나오는 '생쥐의 준비물'을 먼저 만나는 것도 좋다. 일러스트 속에서 이 준비물들이 어디에 등장하는지, 생쥐가 이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주 멋지고 풍성한 책읽기가 될 것이니 말이다.
부디 『강을 따라서』는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플랩북을 하나하나 펼쳐보고,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오두막 안의 모습, 배의 모습, 다리를 지나는 장면 등을 천천히 하나하나 즐기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는 다리 아래를 지나는 쥐의 모습을 몇 번이고 다시 관찰하며 즐거워하더라. 어느새 지나가 버린 오리와 그림자, 생쥐의 고개 각도가 달라진 것 등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쉼 없이 종알대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미소지어졌다. 내가 뽑은 명장면은 나무가 펼쳐지는 페이지. 종이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우리가 자연에서 실제 만나는 모습처럼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이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더니 종이를 조금씩 펼치며 변하는 풍경에 깜짝 놀라 하더라. 또 카페의 아기자기함에도 웃음이 났다. 카페에서 메뉴를 읽어보기도 하고, 만약 이 카페에 간다면 어떤 메뉴를 시켜 먹으면 좋을지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강의 한 조각이 되어 책 속에 풍덩 빠지게 된다.
강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솔솔 상점에는 무엇이 파는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강 아래는 어떤 풍경이 있는지,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수풀 안에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플랩 하나하나 펼쳐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쥐의 배에 함께 타고 강을 내려가듯 자연과 하나가 되어있다. 이렇게 또 한 번 그림책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게 된다.
『강을 따라서』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일러스트에 숨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읽기였지만, 『강을 따라서』의 매력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강을 따라서』 가장 뒤 페이지에는 강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과 쥐의 준비물을 기록해두어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일러스트를 살펴보기도 하고, 자연 그림책을 같이 펼치며 어떤 동물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저 그림책 한 권을 읽을 뿐인데, 마치 강 생태관을 다녀오기라도 한 듯 마음과 지식이 풍성해지는 그림책이랄까.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자연은 점점 좁아진다. 환경이 나빠지기도 했고, 아이들이 너무 바쁘기도 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림책으로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이 하는 이야기를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그림책, 『강을 따라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