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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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은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먹고사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방법이 하나고,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방법이 다른 하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드라는 수많은 문제가 더 많이 욕망하는 삶을 추구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후자의 삶을 택했다. (p.63) 

 

삶의 가치로서는 너무 멋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것이 소위 “장사꾼”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많이 팔려는 컨셉”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 나 역시 “사장님이 미쳤어요” 마케팅에 콧방귀도 안 뀌는 사람인지라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를 읽기 전이였다면 인용한 문장까지 비웃었을지도 모르겠다.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는 수오서재에서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는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과 함께 작고 단단한 마음”이라는 시리즈명 아래 태어난 책으로 살짝 작은 판형, 감각적인 컬러를 지녔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지만, 돈을 많이 버는 노하우를 공개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돈을 덜 벌어도 브랜드와 스스로를 하나의 선상에 둔 사람들, 삶의 가치를 일에 연결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적합하겠다.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를 읽다 보니 그는 “연지곤지 사과”의 아버지(?)였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과채류에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 파는 사람들이 별로라 생각하기에 (못난이라고 이름 붙였을 뿐, 오히려 싸지 않은 곳이 꽤 많다) 그도 그저 그런 장사꾼이라 생각하려는데, “아무리 긍정적인 워딩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특별하게 보는 시선 자체가 이미 차별이었음을 뒤늦게 자각했다. (p.25)”라는 문장을 읽으며 사람이 매 순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듯, 브랜드도 이렇게 생각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과오를 해결할 방식을 고민하는 브랜드임을 깨닫고 나자,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의 이야기들이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고, 어쩌면 브랜드도 사람의 사는 것과 비슷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더불어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를 읽으며, 내가 어쭙잖게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얻기도 했다. 사실 나는 소문난 과일과 채소 마니아. (쌀보다 많은 양을 소비하는 편이다) 원래 우리 집은 토마토가 1년 내내 있는 집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너무 “단” 토마토가 세상을 지배했기 때문. (그에 앞서 우리는 캠벨을 잃었다) 조금 더 잘 팔린다면 우후죽순 같은 품종만을 재배하고, 그 방식이 건강하지 않더라도 쫓는 이들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먹거리를 잃어간다. 또한 “제철”의 개념이 점점 무너지며, 경쟁에서 져버린 몇몇은 만나기조차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소비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유통업자가 한다니. 놀라움에 버무려진 몇몇 궁금증들이 답을 찾았고, 우리의 농가, 아니 나아가 사회가 처한 현실들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점점 세상은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자극적인 맛에 집중한다. 그래서 점점 자연 그대로의 것, 원래대로의 맛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 세상에서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브레이크일지도 모른다. 제한 없는 다량판매를 막고, 과도한 방식으로 하는 마케팅에 딴지를 거는. 그러나 그 브레이크 덕분에 우리는 농민과 소비자, 노동자와 자연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킬 수 있지 않나. 

 

『공씨 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를 읽으며, 또 한 번, “결국 세상은 소신이 있는 이들이 지킨다”라는 생각에 확인 도장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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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잖아요? 함께하는이야기 2
김혜온 지음, 홍기한 그림 / 마음이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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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될 때마다 생각나는 사진이 하나 있다. 특수학교를 위해 무릎을 꿇은, 장애아동의 부모들의 모습. 그 뉴스가 나왔던 게 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새 학기즈음이 되면 과연 올해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년이 지났음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 동향에 마음이 아파 『학교잖아요』를 다시 꺼내 읽어본다. 

이 책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이 더 많이 읽고, 선한 나비효과를 불러주길 바라게 되는 책이다. 

 

『학교잖아요』는 함께하는이야기 시리즈에 포함된 책으로, 진정으로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깊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이다. “무릎꿇은 엄마들”등 사회의 문제나 분위기도 잘 다루고 있어 어른에게도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학교잖아요』의 첫 장은 공터에서 화를 내는 사람들로 시작된다. 마트가 생긴다고 들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공터에 특수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신도시가 형성되어 이사를 온 어른들처럼, 전학까지 온 아이들 역시 술렁인다. 해나가 “특수학교 생기는 거 다 싫어한대. 솔이네 가족이나 좋아할걸”하고 뱉은 말은, 장애를 가진 솔이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격양되어 “그런 시설”로 몰아가는데, 반에서도 딱 솔이와 윤서만이 특수학교를 찬성한다. 알고보니 윤서의 동생도 장애아동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번뇌한다. 상황이 극으로 치달아 엄마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하기에 이르고, '나'는 “왜 권리를 무릎꿇고 빌어야 돼?”라고 생각으로 점차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한다. 그 물음표에서 시작된 행동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파가 되고, 결국 어른들도 변한다. 그리하여 마을에는 “특수학교 건립반대”현수막이 아닌 “특수학교 건립한대”현수막이 달리게 되었다. 

 

현실에서는 아이들의 동영상 하나가 학교건립을 반대하는 민원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비 효과가 되어 또 다른 움직임을 이끌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어른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사회 모두의 권익을 생각해야 하고,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새 학교, 새 교실에 가게 될 오늘. 갈 수 있는 학교가 없어 가지 못한 친구가 분명 있을 것이다. 마땅한 학교가 없어 한시간 넘게 걸리는 학교에 간 친구가 있을 것이다. 부디 그 친구들이 내년에는 집 앞의 학교, 조금 더 가까운 학교를 다닐 수 있길 바라며. 

 

권리와 공동체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 『학교잖아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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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 - 니체,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칸트, 키르케고르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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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을 필사로 문을 연다. 처음에는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게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을 보다 잘 깨어있고자 시작했던 필사가 어느새 새로운 취미가 되고 루틴이 되어, 당연한 듯 매일 아침 필사로 시작하게 된 것. 그렇게 한동안 쓰던 『데일카네기 100일 필사』를 3분의 2이상 써서, 다음엔 어떤 책을 써볼까 고민하던 찰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를 출간한 센시오의 필사책은 180도 펼쳐지는 제본과 탄탄한 용지로, 이미 몇 권이나 필사를 했던 출판사이기에, 이번 책 역시 고민도 없이 나의 식탁도서관에 새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은 에이미 리의 편역으로, 언젠가 소개한 적 있던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의 역자. 앞선 책 역시 무척이나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 역시 매끄럽고 명확한 번역을 제공해주셔서 철학자들의 생각을 가장 원문에 가깝게, 그러면서도 또 이해하기 쉽게 만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르네 데카르트, 임마누엘 칸트, 쇠렌 키르케고르에 이르기까지 저명한 철학자 다섯명의 명문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가 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이다. 역자 역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을 준비하며 그들의 고민과 삶을 들여다보고 현재를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기에, 내가 한자 한 자 그들의 명문구를 따라쓰며 어떤 깨달음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너무나 많은 자극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사하는 시간은 단순한 “쓰기”를 넘어 내 스스로에게 휴식과 깨달음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필사를 하며, 또 하루를 잘 살아내길 기도하고, 스스로를 응원하고 있다. 이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을 통해서는 조금 더 깊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많은 분들과 함께 시작되는 봄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으로 기록하고 싶다. 

 

필사 좋아하시는 분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 함께 쓰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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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정부의 외교 특파원 서영해 지식 잇는 아이 16
박혜선 지음, 최경식 그림, 황선익 감수 / 마음이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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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 방법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면 총과 펜. 이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 방법의 가시적인 영향력 때문에 무력항쟁들이 조금 더 많이 알려졌지만, 펜으로서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이음의 지식잇는아이 16권,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삼일절로 인한 임시휴일을 보내는 오늘, 모두와 나누어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서다.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는 임시정부시기 우리나라의 외교특파원으로 홛동했던 서영해의 업적을 그린 책이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보니 쉬운 언어와 풀이로 이루어졌지만, 어른에게도 충분한 지식을 줄 수 있는 책이니 많은 가정에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무척 똑똑했던 서영해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부지런히 독립운동에 참여해왔다. 3월 1일의 만세물결(부산에서는 3월 18일과 19일)에 함께 했다는 이유로 일본에 쫓기게 되자, 희수라는 이름 대신 서영해라는 이름으로 장건상의 도움을 받아 상해로 망명하게 된다. 임시정부의 잔 심부름을 돕던 서영해는 뛰어난 중국어실력과 서류정리 능력 등을 보이게 되었고, 글과 말로 빼앗은 자들의 횡포를 세계에 알리라는 명을 받아 유학길에 오른다. 유학생활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한 배움과 차별 속에서도 나라를 알리고, 우리나라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프랑스 신문기자로 활동하게 되었고 고려통신사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의 소식을 전세계로 알리고 외교특파원으로 활동하는 등의 업적을 세웠다. 비록, 여권 등의 문제로 중국에 붙잡혀 한국에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마음만은 언제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킨 독립운동가였음은 분명하다.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는 쉬운 문장을 부드럽게 이어감으로서 아이들에게 서영해에 대한 지식을 줄 뿐 아니라, 독립운동의 형태, 주장에 힘을 담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우리 아이 역시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를 읽으며 여러방면으로 노력한 덕분에 우리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벌써 몇 해째, 아이와 독립운동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를 읽으면서 그동안과는 약간 다른 방향, 약간 다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뜻깊게 느껴졌다. 오늘 날, 임시휴일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목숨과 지식을 바쳐, 나라를 지키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디 그것을 잊지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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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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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어린시절 내가 쓴 습작 노트를 본다. 그때는 무슨 열정에 그렇게도 열심히 문장들을 기록했는지, 서툰 문장이라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의가 든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과거의 내가 남긴 문장들에서 위로와 응원을 얻곤 한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우리 집으로 배달된 책 한 권에 찡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 연장선일까.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라는 제목의 책을 받아들고 작가 이름을 보는데, 익숙한 이름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다. 김소현, 박소란, 박준, 유계영, 유희경 등 우연이라기엔 선물세트 같은 작가들의 이름에 한번, 이것이 그들의 초기 작품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라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기성 시인 20명의 “시의 마음을 처음 품던 시절의 작품”들을 세 점씩 모은 시집이다. 그래서 총 60편의 시, 20편의 시작 노트를 만날 수 있다. 이름난 작가들의 초기작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민낯을 보는 기분에 비밀을 공유받는 기분이었다. 아직 그들이 “시인”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절의 문장들. 그 날 것 그대로의 시로 세상을 마주한 것들. 그래서인지 문장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고, 마음에 쉬이 와닿았다. 

 

엄마와 싸워 이겼지만 이긴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는 문장에서, 언제인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닫혀 잇던 마음을 펼쳐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으리라는 문장에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비밀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그 시절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져 눈물이 나려 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마음과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도넛을 반을 뚝 잘라주면서도 어디서 났는지는 묻지 말라는 마음, 오지도 않는 개를 부르며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 어쩌면 우리도 다 지나온 시간들이기에, 그 문장들이 주는 감정은 한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도넛을 나누는 기분』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도넛을 나누는 기분』에 머물러있지 않고 새로운 문장을 계속 썼기 때문이라는 것에 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도넛을 나누는 기분』에 실린 작품들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문장이 점점 단단해졌기에 민낯 같은 이 마음들이 세상에 나왔고, 나처럼 아직 성글어지지 못한 이들에게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 더 오래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만난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연습장 하나에 오랜만에 “2025”를 적는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 노트지만, 그곳에 다시 무엇인가를 남겨보라고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 아마 『도넛을 나누는 기분』을 만나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첫 마음”처럼, 자신의 첫 마음을 만나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용기를 얻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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